2013. 04. 11. 목요일
아홉친구
전쟁나는 거야?에 대한 중국의 시각
전쟁 난다고 시끄럽다. 중국 뉴스는 이런 문제에선 별 도움이 안 된다. 민간 영역이 아닌 경우, 더군다나 이번처럼 북한 문제라면 사실 관계에 있어 중국은 아무런 특종이 없다.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외국 언론 기사를 물어다 쓰든지, 외교부장 말이나 해석할 뿐이다. 그래서 ‘사실 관계’가 아닌, 외교 언사들의 행간 의미를 분석하는 데에선 탁월한 면을 보일 때가 있다.
아무튼 4월 10일자로 중국 군사전문가의 기사가 포털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이런 기사가 날 때면 으레 원문을 확인해보곤 한다. 침소봉대, 아전인수 격의 해석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기사를 봤을 때엔 그렇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도 내용이 그렇다. 원문을 번역해보았다.
장롄구이 “한반도 전쟁확률 80%”
환구시보 2013년 4월 10일
현재 한반도에서는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개인적으로 70~80%는 된다고 본다. 내가 이렇게 숫자를 운위하는 것은, 북한의 행동을 시스템적으로 분석했을 때 최근 단계에서 보인 행동을 근거로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한반도의 무력통일은 북한의 당면 목표라고.
북한의 3대에 걸친 지도자들은 각자 자신만의 역사적 사명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제1대 지도자 김일성은 건국의 임무를 실현했다. 제2대인 김정일은 강군(强軍)의 사명을 실현했다. 이제 김정은에게 놓인 역사적 임무는 통일의 실현이다. 이들 3대의 인물들은 자신의 역사적 사명에 대해 매우 강하게 자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장롄구이(张琏瑰)는 1964년부터 1968년까지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했다.
1989년부터 지금까지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에서 교육 및 연구를 이어온 학자다.
1972년 7월, 남북이 발표한 <남북연합성명>은 자주, 평화통일과 민족대단결의 ‘통일3대원칙’을 제창했다. 그러나 2009년 7월 북한은 이 3대 원칙을 더 이상 견지하지 않기 시작했고, ‘무력통일’을 제창했다. 2009년 5월 북한은 제2차 핵실험을 진행하면서 스스로를 핵보유국가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북한은 전쟁으로 통일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군사적 기초를 마련했다고 여겼다. 얼마 전 북한이 발표한 성명에서도 한결같이 ‘무력통일’을 강조하고 있었다.
또한 북한은 ‘무력통일’을 위해 핵무기 개발을 포함하여 충분한 준비공작을 갖추어왔다. 제3차 핵실험 직후,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정식으로 선포했다. 북한의 다음 전략은 바로 국가 통일을 추진하는 것이다. 3월 5일 북한은 <한국정전협정>을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3월 30일 북한은 특별성명을 통해, 이때부터 남북은 전쟁상태로 들어가며, 남북 관계의 모든 사무는 전시 상태에 근거해 처리한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북한이 작년 말 인민무력부장을 교체했다는 것이다. 현임 부장인 김낙식은 제4군단 군단장 출신으로, 이 부대는 38선 부근에 주둔해 있는데, 전쟁 발발시 서울 점령 임무를 맡고 있다.
물론 전쟁을 결정하는 최종 명령권자는 김정은이다. 솔직히 말해, 장기간의 교육으로 인해 북한 국민들의 생각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북한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북한이 최강의 군사대국 중 하나이며, 일본과 미국이란 두 군사대국에 차례로 승리를 거뒀다는 식의 관점을 교육받고 있다. 또한 지금의 지도자는 전쟁을 겪은 인물이 아니어서, 북한 군사력이 강대하다는 판단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얼마 전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의 한 군사전문가는 중국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미국을 이기는 건 ‘손바닥 뒤집듯 쉽다’고 말한 적도 있다. 우리가 듣기에는 농담 같은 얘기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그들의 진짜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고위 지도층이 자기 군사력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성적이지 못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결정권자의 입장에서 북한이 피아 역량을 전혀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는 점은, 장차 무모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촉진시킬 것이다. 최근 북한은 또 다른 동영상도 하나 발표했는데, 내용인즉슨 3일 이내 속전속결로 한국을 점령한다는 것이었다. 첫날엔 한국의 전략 요충지를 점령하고 미국 병사 15만을 포로로 잡으며, 이틀 째엔 한국 대도시를 대다수 점령 완료, 사흘 째에 한국의 나머지 지역을 점령한다는 식이다. 3월 30일 북한은 정부 성명을 발표하면서, 한국에 속전속결로 나설 것을 표명하기도 했다.
북한의 관영매체 <노동신문> 기사에서는, 전투 의지와 군사력으로 볼 때, 북한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과 대항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작년 말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서는 한반도의 정세가 2013년을 계기로 빠르게 변할 것이며, 표면적인 ‘현상 유지’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북한 지도자가 전쟁을 벌인다고 하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닌 것이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관영통신이라고 봐도 된다. 그리고 장롄구이(張璉瑰)는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로, 관점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전문가인 건 확실하다. 즉 환구시보에 저런 글이 실렸다는 건, 중국 고위층의 관점 중 하나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4월 10일 SBS에서도 이 뉴스를 짧게 소개했는데, 그러면서 또 다른 시각도 소개했다. 그렇지, 그래야 상식인 거다. SBS 뉴스, 일 제대로 하고 있다.
SBS 2013년 4월 10일 최고운 기자
북한 지도부가 자국 군사력에 대한 비이성적인 맹신 탓에 전면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중국의 장롄구이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환구시보 기고문을 통해 "현재 한반도의 전쟁 발발 확률이 70~80%에 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인들이 어려서부터 가장 강력한 군사대국 가운데 하나라고 배운 탓에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이 전쟁을 직접 겪지 않아 북한이 군사대국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북한 지도자 집단의 비이성적 태도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스인훙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전면전의 가능성은 작지만 연평도 포격 같은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밝히는 등 북한의 전면전 감행 가능성에 대해 다른 견해를 내놨습니다.
스인훙 교수의 말대로, 중국 역시 현재의 긴장 상태가 전면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그래왔으니까. 이건 우리도 그렇게 보는 시각이 많으니 패스하자.
장롄구이가 인용한 북한의 자료는 공식 성명, 정권 교체와 같은 ‘표면적인’ 이야기들이다. 이미 알듯이 북한의 공식적 입장은 허장성세가 대부분이다. 다만 표면적이지 않은 부분, 그러니까 북한 군사 결정권자가 강성대국을 진짜 믿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비록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더라도 오히려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보인다.
북한을 ‘양치기 소년’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뭐 별다른 일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신경쓰는’ 입장에서는 중국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볼까? 앞으로 전쟁 분위기가 더 심각해지면 중국은 어떤 행동을 보일 것인가가 우리의 관심거리다. 장롄구이의 기고는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환구시보에 저런 이야기가 실렸다는 건, 실제로 북한의 전쟁 발발 가능성을 생각하는 중국 고위층이 있다는 뜻이다. 최소한, 전쟁까진 아니더라도 북한이 미사일 도발 및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리라는 예측은 가능하다. ‘신경쓰는’ 중국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대할까?
가장 최근의 ‘신경쓰는’ 반응을 하나 보자.
허량량 “북한 정세 갈수록 황당, 중국이 적당한 때 손써야”
봉황위성TV 2013년 4월 10일
한반도의 정세가 날로 긴장되는 가운데,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북한은 무슨 의도로 이런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요. 이와 관련해서 시사평론가 허량량 선생의 분석을 들어보겠습니다. 앞으로 한반도의 정세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허량량(何亮亮) : 저는 이 정세가 매우 황당하게 여겨집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둘러싸고 여러 방면에서 주목하고 있는데, 북한의 미사일이 과연 어디로 가겠습니까? 미국은 불가능, 일본도 불가능합니다. 한국으로 쏜다, 그것도 불가능합니다. 아무래도 이전처럼 태평양이나 허공에 대고 쏘겠지요. 이런 미사일은 군사상으로 별다른 위협이 되질 못하고, 어느 나라에도 실제적인 타격이 되질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 뉴스를 아주 잘 이용해 각국의 관심을 얻어내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이 과연 미사일을 발사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말하는 적군의 목표 어느 것도 겨냥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아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목적이 무엇이겠습니까? 미국의 관심을 얻는 것입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김정은이 로드맨을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지요. 자신은 싸움을 원치 않는다, 오바마더러 전화 한 통 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오바마는 아무 연락도 안 했습니다. 만약 오바마가 계속 전화를 안 걸면, 제 판단으로는 북한이 계속해서 이런 위험한 전략 플레이를 하리라고 봅니다.
미사일 다음으로는 핵 실험이 가능할 것이고, 계속 이렇게 수위를 올리게 되면,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같은 관련국에서 이 기회를 빌어 한반도의 영향력을 강화하려 할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자신의 군사력을 더욱 확대하여 북한을 징벌한다는 그림을 그리겠지요. 반면 중국은 정세를 더 악화시키지 말라고 각국 모두에 화해를 권하고 있는데, 지금 봐서는 계속 이대로 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이 이렇게 전쟁을 놓고 장난치는 방법을 써오는 바람에, 중국 국민들로서는 갈수록 짜증이 난 지가 꽤 됐습니다. 그래서 왕이 외교부장이 이렇게 얘기를 했죠. 누구도 우리 집 앞에서 일 벌이지 말라고요. 그러니 제 생각엔, 어느 쪽이든 간에 중국 코앞에서 일을 벌이려고 하면, 중국이 뭔가 손을 쓸 겁니다. 만약 중국이 손을 쓰지 않는다면 자국의 이익을 지키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제가 보는 앞으로의 형국은 이렇습니다.
상당 부분의 분석은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 같다. 북한은 미사일을 쏠 것이다. 그러나 직접 타격 목표 따위는 없다. 그랬다간 뼈도 못 추릴 걸 알기 때문이고, 김정은의 목적은 미국의 관심일 뿐이다.
마지막 부분이 재미있다. 중국 외교부장이 집 앞에서 일 벌이지 말라는 얘기를 했다. 누구더러 한 말이었을까. 이 얘기는 4월 6일 나왔다.
외교부장 왕이, UN 사무총장 반기문과 통화
2013년 4월 7일
외교부장 왕이(王毅)는 어젯밤(4월 6일) UN 사무총장 반기문과의 전화 통화 약속에 응했다. 반기문은 한반도 정세의 긴장 상태 심화에 대해 관심과 우려를 나타내며, 정세가 하루빨리 안정되기를 바라며, 통제력을 잃지 말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왕이는 이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의 긴장사태에 대해 중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안정의 유지를 견지하고 있다. 한반도는 중국의 가까운 이웃이다. 우리는 어느 쪽이든 이 지역에 대한 도발적 언행을 반대하며, 중국 문 앞에서 일이 생기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각국이 냉정하게 자제하는 태도를 유지할 것을 촉구하며, 정세 완화를 추진할 것이다. 중국은 6자회담 진행을 복구하도록 노력하여 대화 차원에서 문제를 다루도록 할 것이다.”
외교부장이면 우리나라의 외교부 장관인데, 대충 짐작할 수 있지만 중국 외교부장관이면 웬만한 나라 지도자급 실세라고 봐도 된다. 왕이의 말은 곧 중국의 외교정책이다. 절대 틀림없는 사실이다. 대변인 홍레이(洪磊)가 말해도 그러한데 왕이 부장이 말했으면 절대적이다. 사실 왕이는 뻔한 말밖에 안 한다. 근데 이날 말은 조금 특별했다.
왕이는 2008년 1월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적이 있다.
당시엔 외교부 부부장이었다.
‘중국 문 앞에서 일이 생기도록 놔두지 않는다’는 외교부장의 말치곤 상당히 직설적이었다. 그런데 주어가 누구인가는 생략했다. 이것은 북한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기 위함이다. 하지만 ‘놔두지 않는다(不允許)’는 표현은 수동적이지 않다. 중국은 과연 어떻게 ‘놔두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일까? 위에서 허량량이 말한 ‘손을 쓴다(出手)’는 말과 이 대목은 상통한다. 여전히 북한은 중국 말에 껌벅 죽게 돼 있는 것일까? 요즘 하는 행태로 봐선 북한의 핵 실험이 중국의 비호 아래 이루어진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는데 말이다.
장롄구이로 돌아가, 기사를 좀 보면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어떤 발언을 했는가를 알 수 있다. 거기서 여기의 힌트를 찾을 수 있다.
<一虎一度談> 시사 대담
봉황위성TV 2013년 2월 24일
(중략)
지아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 예전엔 러시아와 중국이 대북 제재의 한도를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었는데, 이번에도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근데 이 두 나라, 특히 중국은 지금 비교적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북한이 한번도 아니고, 재차 삼차 중국의 권고 및 경고를 무시했단 말이죠. 이렇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든다는 사실이 중국의 국가 안보에는 크나큰 위협이 되고, 이런 상황은 또한 중국 내의 여론이나 관료들에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제재에 동참한다면 북한에는 이전보다 훨씬 큰 압력이 될 것입니다. 러시아 외교부장은 최근 북핵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요(주: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에는 동참하나, 양국간 별도의 제재는 없을 것을 밝혔음). 국제사회에서 볼 때 러시아는 마치 북한과 같은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친딩리(沈丁立,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소 부원장) : 모두가 자국 이익 때문입니다. 제재하지 않는다는 건 곧 장려하는 셈이고, 계속하라고 말이죠, 북한이 선택하도록 놔두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다시금 제재에 나선다고 하여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지난 두 번의 핵실험 때 우리는 모두 제재를 했는데, 그래서 어땠습니까. 이번 핵 실험도 마지막이 아닐 게 확실합니다. 올해든 내년이든 말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멈추지 않는다고 제재 안할 수도 없어요. 국제사회와 협력을 해야 하니까요. 제재하지만 그게 효력이 있다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제재와 동시에 북한에서 내란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겠지요. 북한이 중국과 함께 공식적으로 적대하는 식이면 안됩니다. 우리가 나중에 스스로 북한을 미국에 바치지 않으려면요.
후이후(胡一虎, 사회자) : 만약 친딩리의 말처럼, 제재를 하면서 핵 개발을 멈출 것을 표명한다면, 제재도 어떤 효력이 있어야만 하지 않을까요. 그럼 그 제재는 예전과는 달라야만 할 겁니다. 해외 언론에서도 그런 말을 했는데, 중국 단독으로 북한을 제재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이죠. 이런 가능성이 있을까요?
장롄구이(張璉瑰, 중앙당 국제전략연구소 교수) : 제 생각으론 중국이 북에 압력을 가할 수단은 있습니다.
후이후 : 카드를 꺼낼 때가 됐다는 소립니까?
장롄구이 : 맞습니다. 예전 같은 제재는 아무 효력이 없으리라고 봅니다. 관건은 그 수단이 얼마나 확실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예컨대 북한은 지금 대부분의 에너지 자원 공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 석유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110만 군대는 확실하게 발이 묶입니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중국은 수단이 있는 것입니다.
후이후 : 그렇다면 이번에 단독 경제제재 방법을 쓴다면, 좀전 말씀하신 원유도 그렇고, 혹은 식량 방면에서도 그런 제재가 가능할텐데, 그 시기도 지금입니까?
장롄구이 : 현재 UN에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가 논의 중입니다. 만약 중국이 나선다면, 제 생각에는 그래도 UN의 결의안에 따라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후이후 : 묻어서 가자.
장롄구이 : 그렇죠.
후이후 : 단독 제재는 안된다.
장롄구이 : 네, 네.
여기 본문엔 소개 안됐지만, <코리아타임스>의 이성현 기자도 이 대담에 나왔다.
(중략)
수하오(蘇浩, 중국외교대학원 교수) :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중국이 북한에 널 제재하겠다는 식의 소리는 못하겠지요. 그렇게 볼 수도 있긴 한데, 하지만 북한은 이미 중국의 의견을 심하게 거슬렀죠. 사실 중국은 이것도 줬는데 왜 그러냐며 막판까지 구슬렀지만 북한은 권고를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북한의 행위는 확실히 중국의 국가 안보, 지역 안보에 대해 도발적인 행동인 것입니다. 이런 행위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만 합니다.
후이후 : 맞습니다.
수하오 : 대가를 치러야죠.
이후 중국은 3월 8일 UN 안보리에서 채택한 결의안에 따라 제재에 나섰지만, 약간은 애매한 행동을 취했다. 3월 18일 중국은 북한 은행 2곳의 계좌를 동결했는데, 이는 안보리 제재안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이었다. 최근 단둥 지역에서 중국의 북한 관광 루트가 닫혔다는 뉴스도 있었다. 하지만 공식적인 관광 단절 조치로 보이지는 않으며 효과도 너무 미미해서 주목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별도 제재가 있었다, 그러나 심하지는 않았다는 면에서 중국 내부적으로 의견 절충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다만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점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중국이 무조건 침묵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다. 한미관계처럼 북한과 중국도 상호방위조약이 있다. 북한이 침공당하면 중국은 방어에 나설 것이다. 전쟁 시엔 반드시 미국이 참전할 것이므로, 북한을 미국이 먹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냉전 시대가 아니고, 중국도 미국과 싸우길 원하지는 않는다. 전쟁나면 웃을 놈은 일본뿐이라는 걸 누구나 잘 안다.
해서 중국은 북한을 유지시키는 것이 당면 과제다. 북한의 도발은 중국에게 골칫거리다. 아직 중국은 단독제재에 나서진 않았다. 그러나 신경이 쓰인다면, 손을 쓸 수단은 너무 확실하다. 중국은 아직 그 정도라고는 판단하지 않은 듯하다. 이후 뉴스에서 중국의 단독 제재 방침이 좀 세게, 그것도 공개적으로 나온다면, 그건 북한의 전쟁 의지가 진짜라는 증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서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고 넘어가자. 미사일 관련한 얘기는 다 아는 거지만, 혹시나 해서 다시 소개한다.
“한반도 충돌 발생시, 중국은 중대 선택에 직면”
동방조보 2013년 4월 10일
(중략)
동방조보 : 한국에서 나온 소식으로는, 북한이 이미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마쳤다고 합니다. 일본 언론에서는 10일 즈음에 동해로 발사할 거란 예측도 하고 있고요. 어떻게 보십니까?
장롄구이 :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을 쏠 겁니다. 10일 즈음이란 건 알 수 없지만요. 현재로서는 추이가 명확합니다. 주목할 점은 미사일에 타격 목표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저 미사일 기술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면 아직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목표 근처에 갔다고 하면,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상태가 될 것입니다. 어떻든 간에 북한 미사일이 미국, 일본, 한국의 신경을 건드릴 것은 분명합니다.
리우밍(劉鳴, 상하이 사회과학대학원 국제관계연구소 소장) : 그럴 겁니다. 북한은 가장 유리하다 싶은 시기에 미사일을 쏘겠죠. 하지만 중거리 미사일이니 아주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중략)
동방조보 : 현재 단계의 정세로 볼 때, 박근혜가 주창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한계가 있다, 그렇게 봐야 되는 걸까요? 국내의 압력에 맞닥뜨려 대북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까?
장롄구이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외교적 수사이고, 비교적 이상적인 상황이죠. 하지만 그걸 실행할 수 있는 결정권이 박근혜에게 있질 않습니다. 북한의 동조가 필요하죠. 북한이 동조하지 않는다면 허무한 말일 뿐이죠. 지금으로선 박근혜의 정책은 그저 구호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북한에 대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는 강경한 목소리로 핵을 포기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죠. 그렇게 되기 전에는, 남북이 대규모 경제협력을 할 수가 없습니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센터 부주임) : 현재 정세는 박근혜의 손발을 묶어놓았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처치 곤란이구요. 한반도 정세에서 다들 카드는 다 꺼내놓은 상황입니다. 국제사회가 필히 협력하여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리우밍 : 현재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실행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양측이 신뢰를 쌓을만한 길은 이미 모두 막혔죠. 북한이 뭔가 더 동조해주지 않는다면, 박근혜의 정책은 공수표로 끝나게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쟁 날 거라고 보지 않는다. 그분도 돌아오셨고.
4월 6일 귀국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출처: 컨슈머리포트)
PS.
기사를 쓰던 중에, 중국 외교부장 왕이의 ‘문 앞에서 일 벌이도록 놔두지 않는다’ 발언을 해명하는 인민일보의 기사가 떴다. 인민일보는 한 쪽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님을 전제한 후, 미국과 일본, 한국, 북한에게 모두 쓴소리로 충고를 가했다. 이 기사를 두고 명실상부한 중국 관영통신인 인민일보가 ‘북한에 쓴소리’를 했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사실 그러하다. 인민일보가 북한에 쓴소리를 한 게 예외적인 일인 게 맞다. 그러나 더 주목할 점은, 왕이의 발언은 4월 7일에 보도가 되었고, 인민일보의 기사는 4월 10일자이니 최소한 9일에 기사 게재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대단히 빠른 대처다.
이토록 빠른 대처가 나왔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중국은 대북 강경책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북한의 오해를 피하고 싶어 한다. 이유가 어쨌든 간에.
둘째, 그렇다면 결국 그 주어는 북한이 맞다는 소리다. 다른 나라였다면 이럴 리가 없지 않은가.
아홉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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