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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센터 하는 친구를 가끔 만나러 간다. 보통 두 달 터울로 겸사겸사 방문하는 편이다. 그러고 보니 심리적인 거리는 몰라도 친구들 중에 자주 만나는 축에 속한다. 혼자 일을 해서 그런지 반가워는 한다. 가게를 비우고 사 먹으러 가기도 뭐하고 배달 시키기도 뭐하고 해서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다. 쌀밥이 좋겠다는 생각에 꼬마김밥을 들고 갔더니 반응이 좋았다. 그 후로 꼬마김밥 두 팩을 사들고 간다.

 

볼 때마다 주제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런 관계도 필요한 것이 사람이다. 손님들에게 그렇게 친절하다가도 손님이 간 뒤에 속에 담은 분노를 털어놓기도 한다.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연신 굽신거리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알게 모르게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모양이다. 저도 어디 가서 여기 사장 나오라고 큰소리 쳐보고 싶다는 말을 한다. 그래, 그럼 가자. 어디 장사 잘 되는 식당 같은데 가서 한 번 해보자. 막상 말을 꺼내니 당황한다. 진짜 나오면 어떻게 해. 그럼 칭찬을 하면 되지. 장사 정말 잘하시네요. 존경합니다. 설마 때리겠냐고 하니 그제야 농담인 줄 알고 웃는다.

 

사회계급의 하부라는 자각이 별반 잘난 것은 없지만 살아가는데 가끔 필요한 자신감을 죽인다.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일 때 네가 그래도 자동차에는 의사나 다름없지. 대한민국에서 자동차 너만큼 고치는 사람 몇 만 명 없어 하니 웃으며 반문한다. 근데 난 왜 의사만큼 못 벌지. 걔들은 수술할 때 시동 안 끄거든. 너도 시동 안 끄고 고칠 실력이 되면 그 정도 벌 거다.

 

돈이 수십억 생기면 뭐 할 거냐고 물어온다. 절실하게 돈이 고픈가 보다. 뜬금없는 질문에 웃으며, 별로 가지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다고 대답했다. 대답을 하고 나니 그나마 하고 싶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럴 일은 없지만 혹시 그런 일이 생기면, 어른이 될 때까지 운이 없어 어려운 아이들의 뒤를 봐주고 싶다고 말을 덧붙였다. 의외라는 듯 요양원에서 일하는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한다. 글쎄 그건 사업에 가깝다.

 

나는 그냥 운이 없는 아이들에게 운을 조금 주고 싶다고, 다달이 50만 원씩 어른이 될 때까지 지원해 주면 좋겠다. 20억이면 이십 명 정도 봐줄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렇다고 돈 버는 재주가 없는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더 소모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그냥 네 질문에 갑자기 든 생각이라고.

 

다시 시덥지 않은 농을 주고받다가 노력한 만큼 좋아지지 않는 경제적 현실을 하소연하듯 이야기한다. 최저임금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아무래도 요즘 미디어와 언론의 부정적인 견해 때문에 생긴 의문인 것 같다. 근래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일단 질문을 받았으니 아는 만큼은 답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자신이 아는 사람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친구의 말을 들은 이후에 생긴 의무감이다. 최대한 우호적으로 평가해도 대한민국에서 백만 번째 쯤 되는 나를 그리 말한 빈약한 인맥에 마음이 기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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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정치의 하위 카테고리에 속한다. 돈이라는 것은 종이에 금액을 인쇄한 것에 불과하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돈값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돈의 값어치를 유지하는 것은 정치적 안정이다. 권력이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는 그 지점에 존재하는 것처럼 돈의 값어치도 사람들이 믿는 만큼 유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찍어내는 돈이 누적되다 보니 돈값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른다. 경제도 심리에 달렸다.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가 많아진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그 긍정적인 연쇄반응과 욕심이 사회를 진화시킨다.

 

사실 찍어낸 돈도 대부분은 허상이다. 은행의 지급준비율이 아마 10% 정도다. 사람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돈을 찾으러 반만 은행으로 몰려가면 줄 돈이 없어 망한다는 이야기다. 통장 잔액을 내 돈이라고 사람들이 굳게 믿지만 현실은 모두 섞여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돈은 없어서 죄를 짓지 않을 정도로만 벌면 된다. 민주주의라서 동등하다지만 신분과 서열이 있다. 사람에게 경쟁은 본능이고 순위를 매기고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혈통보다 자본 보유량으로 그 신분을 정한다.

 

그러니까 조금 더 가지게 되면 신분과 서열을 상승시킬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아니면 나보다 덜 가진 사람들보다는 자신이 우월한 서열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에 불편해 하는, 최저임금보다는 조금 더 받는 사람들이 있겠지. 돈을 아주 많이 가진 사람들은 생각의 단위가 다르긴 하다. 없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못 하는 것, 안 되는 것이라고 스스로 규제하는 것들에 대해 자유롭긴 한 것 같다.

 

한때 돈 많다는 이유로 대학생들이 존경하는 인물 1위로 언론에 거론되던 이건희 회장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돈이 없어서 자녀들이 이혼하고 막내딸이 자살한 건 아니다. 형제들에게 소송을 당하고 조카가 생활고로 자살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아가씨 한 명당 오백만 원씩 주고 한 번에 네 명씩 불러서 놀긴 하더라. 인생 한 번 사는 거고, 지가 더 좋은 거 선택하는 것 가지고 뭐라고 말은 할 거 없다만 그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외환 위기 때 나라가 돈 빌리는 조건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실직한 사람들이 자살을 했다. 그땐 아시아가 다 난리였다. 국제화 시대에 국제적인 흐름이 끊기니까 국내의 돈 흐름도 끊겼다. 있는 사람들은 쟁여놓은 것이 있으니까 괜찮은데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과 한 달 벌어 한 달 먹는 사람들은 사정이 다르다. 폭동이 일어나서 그동안 웃는 얼굴로 배꼽 인사하던 운전기사며 정원사며 하던 이들이 사장님을 죽이고 사모님 목을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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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이라고 아랍 지역 독재자들 모가지 날아간 이유도 비슷하다. 노점상 청년 하나 못살게 굴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하고 경찰서 앞에서 신나 뒤집어쓰고 분신하게 했다. 속에 그동안 쌓인 게 있던 사람들이 공감해서 들고일어나서 그쪽은 권력지도가 바뀌었다. 그 빈자리를 극단주의 종교 테러리스트들이 차지해서 난리긴 한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지나고 보니 6.25는 동족상잔의 비극이지만 조선 시대의 뿌리 깊은 신분제를 불태워 버렸다. 아랍인들에게도 지금의 고통과 혼란이 유의미한 결과를 다음 세대에게 줄 거라고 본다.

 

 

 

3. 

 

돈이 사회에서 순환하는 과정이 꼭 물의 순환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정체되면 썩고 한곳으로 몰리면 버블이 터진다. 고갈되면 고갈되는 대로 비극이 생긴다. 수십 조가 투입된 4대강 사업의 결과를 보았다. 애초에 제대로 된 학자들은 치수를 위해 지류와 작은 보들을 보강해야 한다고 했지만 권력을 잡은 측에서 막무가내로 진행했다. 큰 강의 물들은 많아지고 정체되었다. 마땅한 치수 관리를 하지 못한 상류의 지류는 역행침식이 일어나고 큰 강에서 먼 곳들은 가뭄 피해에 애를 먹었다. 맞다. 박근혜가 소방 호스로 물 마른 논에 직사하는 사진도 찍고 그랬다.

 

경제 정책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대기업 수출 위주의 정책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분명 있다. 수출하는 물건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서는 생산비를 최대한 절감해야 한다. 원가 절감이 말은 좋지만 우리나라는 지하 자원이 풍족한 나라가 아니다. 기초 과학이 튼튼하지 못해 휴대폰 하나에도 로열티가 꽤 나가고, 자동차를 만드는 철광석도 수입해온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건 인건비를 줄이는 거다. 그냥 멀쩡하게 월급 받는 놈한테 돈을 깎자고 그러면 당연히 반발하겠지. 그러니 새로 노동 시장에 진출하는 사람들의 급여를 깎는다.

 

이명박은 대졸 신입 사원의 임금을 삭감하자고 했고, 기존의 직원들은 자기 돈을 빼앗아가는 게 아니라 침묵했다. 기업들은 비정규직과 파견직의 비율을 늘렸다. 큰 틀에서 보면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원가절감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는 것도 있다. 자연스러운 시장의 선택이라는 것은 개소리다.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했으면 외환 위기 때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세금 빨아먹은 기업들 다 망하고 그 터전 위에 새로운 기업들이 싹텄어야 했다. 다시 말하지만 경제는 정치의 하위 카테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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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이상한 벌레와 녹조로 가득 찬 4대강을 만든 것처럼 영어 이니셜을 쓰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덩치는 커졌다. 당연히 고용 효과는 줄고 내수 경기는 엉망이 되었다. 경기 침체로 어려운 시장 상인들을 만나 어묵과 튀김을 먹는 연출을 하는 모습과 논바닥에 직사로 물대포를 쏘는 모습이 참 비슷한 것 같았다.

 

국민을 개돼지로 보고 사육하듯 경제를 보는 엘리트들은 사회 불만으로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만 하층민들의 생활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축산을 하는 사람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좁은 케이지에 가축들을 몰아넣고 적당히 키워 잡아먹는 시스템을 생각하면 된다. 축사의 위생보다 비용을 먼저 생각하겠지. 병이 들면 치료비보다 매몰비가 저렴하게 드니까 산 채로 매몰시킨다.

 

지시한 놈들은 뒤에서 보이지는 않고, 실무자들만 동물들의 고통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자살했다. 축산에서는 그나마 사료가 가장 큰 비용이라 아끼기 위해 별짓을 다한다. 도저히 먹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먹이는가 보더라. 그런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고기를 먹은 사람들이 당연히 병이 많아지겠지.

 

최저임금 인상 반대의 논리를 펴는 사람들의 뒤에는 대한민국을 쥐고 흔드는 한 줌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4대강 사업 찬성 논리를 개발하던 교수들 뒤에 연구비를 배당하던 이명박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언론인이라는 것들도 결국 월급쟁이라 돈 주는 사장님과 광고 주는 고객님의 비위를 맞추는 뉴스를 생산하기 마련이다.

 

최저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고 그로 인한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그래도 그쪽 방향이 옳다. 그냥 평범한 생활인들이야 눈앞의 이익과 손해에 기뻐하고 화낼 수도 있지만 정치인이라면 최소 오십 년, 백 년을 생각해야 한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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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인공지능 알파고를 만들었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수많은 직업을 없어지게 만들 것이다. 자동화된 공장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밀려나고 인공지능의 발달로 의사와 법조인 같은 전문직도 사라질 것이다. 지금도 인간적인 실수와 미숙련된 의료인들의 실수로 의료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오진도 많다. 알파고 수준의 인공지능 의사는 인터넷으로 환자를 케어하게 될 거다. 인공지능 법조인은 우리 같은 서민이 돈 많은 놈들과 재판을 하게 될 경우가 생기면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의 경우는 우리가 죽기 전에 상용화될 것 같다. 이미 드론으로 배송 업무를 하는 곳도 있으니까 물류 비용을 아끼려는 곳에서 먼저 시작하겠지. 버스나 택시 회사 같은 곳도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도입할 거다. 그러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주식회사다. 경영진들은 사원의 복지가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한다. 만약 주주이익의 실현이 마뜩지 않으면 주주총회에서 잘린다. 생산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과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가장 눈에 드러나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방법들은 시도할 수밖에 없다. 급격한 혼란을 막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그 과정이 좀 늦춰질 수도 있지만 완전히 막지는 못할 거라고 본다.

 

사람은 기업에게 인건비를 지출하게 하는 비용이기도 하지만 상품을 사주는 고객님이기도 하다. 상품을 사주는 고객님들이 다 망해서 거지가 되면 기업도 망한다. 아마존의 창립자가 기본 소득 개념을 이야기했다. 이름은 달랐는데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 소비할 수 있는 생활비를 주자는 말이니까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가 본 미래 기업에 사람이 설 자리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도 기본 소득에 대한 밑 작업을 조금씩 시작한다. 노인 연금을 주고 육아 수당을 주고 청년 배당을 주고 실업 수당도 준다. 이게 조금 더 확대되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우리가 노령 연금을 탈 때쯤. 지금도 실질적인 생산 업무에 종사하는 인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전 국민의 90%가 농업에 종사했지만 먹고살기가 빠듯했다. 지금은 농업 인구가 9%도 되지 않지만 오히려 그때보다 풍족한 편이다.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생산과 유통에 종사하는 사람이 줄어도 상품들은 더 다양해지고 풍족해질 것이다.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새로운 일들을 찾겠지만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최저임금을 동결 내지는 인하하고 더 싼 인력을 수입하자는 이야기는 최대한 변화하지 말고 버티자는 말과도 같다. 가능하지도 않고 좋지도 않다.

 

돈이라는 것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것도 좋은 것 같지는 않다. 꼭 필요하고 중요하긴 하지만 그게 전부가 되면 오히려 좀 비참한 것 같다. 돈이라는 건 권력을 가진 존재가 찍어내는 것이다. 그게 권력인데 맘대로 찍어내지 못하는 건, 경제 흐름이 무너지면 사회 혼란이 오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자기 모가지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권력을 추구하는 걸 보면 재미있기도 하다. 기업들이 상품권을 만들고 지자체가 지역 화폐를 만드는 걸 보면 말이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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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돈이 많아서 그런가 생각도 못 한 실험을 하기도 한다. 아기들에게 마시멜로라는 과자를 앞에 두고 실험을 했다. 어른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안 먹고 기다리고 있으면 하나를 더 주기로 약속을 하고 자리를 비웠다. 당연히 못 기다리고 먹은 아이도 있고 유혹을 참은 아이도 있다. 약속은 지켜졌다. 안 먹고 기다린 아이에게는 하나씩 더 줬다나 보다. 성인이 된 후에 실험 대상자였던 아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추적했다. 약속을 하고 지킨 아이들이 직업도 좋고 벌이도 좋았다고 한다. 미래의 보상을 위해서 지금의 유혹을 참을 수 있는 아이가 잘 살 확률이 높다는 거겠지. 기왕이면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길 바란다.

 

이야기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생각하다 물어보기로 했다. 우리 집 남자아이가 결혼을 한다. 결혼식에 못 오게 돼도 서운할 건 없는데 말을 안 하는 게 서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말을 하는 게 맞는 거냐? 안 하는 게 맞는 거냐? 꼭 가겠다고 예식장 이름을 물어온다. 부를 친인척도 많지 않고 주례 없는 간소한 결혼식이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말라고 했다. 말을 안 할 경우 서운할 수도 있겠다는 두 명에게만 더 말을 할 생각이다.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빼먹은 부분이 있다. 어른과의 약속을 지킨 아이는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을 경험한 아이였다. 관찰자가 방을 나서자마자 마시멜로를 먹어버린 아이들은 적대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태생적으로 식탐을 참지 못한 아이도 있지만 애초에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거라 본능적으로 판단한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먹었다. 아끼다 똥 되는 경우를 경험한 아이들이다. 세상의 많은 부분을 운이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조금 운이 없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