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Players_Can_Now_Register_For_The_2018_Asian_Games_Malaysian_Open_Qualifiers.jpg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은 최초로 이스포츠가 기존 스포츠의 축제판에 포함된 대회였다. 아날로그 보드 게임과 카드 게임만이 아니라 디지털 비디오 게임이 말이다. 피지컬 스포츠 축제의 개념이 멘탈 스포츠를 아우르기 시작한 신호탄일까 아니면 섞일 수 없는 두 계열의 스포츠가 아주 잠깐 만났을 뿐일까. 훗날의 역사가 얘기해줄 것이다.

 

지난 편에 이어 이번 편에서는 한국이 아시안 게임의 이스포츠 종목에서 거둔 성과와 그 과정을 들여다보자.

 

이스포츠의 종주국으로까지 불리는 한국이니까 기대해볼 만한 대회였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고급지고 밀도 높은 PC방 인프라와 인터넷 인프라를 통해 유소년 리그와 아마추어 씬이 폭넓게 형성되어 있고, 이 씬에서 걸러져 뽑혀 올라온 프로 선수들은 한국 양궁과 비슷한 위상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인정을 받으면 그 즉시 세계급 선수가 된다. 이스포츠의 최초 종목이었던 스타크래프트 1 리그에서부터 이어진 전통이다. 몇몇 격투 게임이나 스포츠 게임 종목에서는 그 위상이 조금 덜하지만 어디까지나 '조금 덜'일 뿐이다. 현재 미국, 중국, EU 등이 이 위상을 추격해오고 있으며 일본은 한국이 약한 종목에서 대등하거나 약간 앞서는 중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아시안 게임의 이스포츠 6개 종목 중에서 2종목에서만 본선에 진출해,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기록했다. 시범 종목이라 메달 집계에는 안 들어간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한국으로서는 매우 부끄러운 성적표다.

 

 

 

1. PES 2018 (위닝일레븐)

 

대표팀 구성은

 

노땅파워 클랜에서 '올드파워_황'으로 플레이하는 황진영 선수

레드불 클랜에서 'forever-zidanne'으로 플레이하는 최성민 선수

 

이렇게 두 사람이 출전했다.

 

위닝.jpg

 

경기는 3판2선승제로, 1vs1 - 2vs2 - 1vs1의 순서로 진행되는 싱글 라운드 로빈 방식이었다. 위닝일레븐은 한국에서 누리는 큰 인기에 걸맞지 않게 프로 혹은 준프로 팀이 없는 종목이다. 아마추어 씬이 탄탄하긴 하지만 폭넓지는 않다. 따라서 예선 탈락이 크게 놀랍지는 않다. 한국 대표팀은 PES 2018의 예선에서 2승을 거둬 승점 6점을 기록해 동아시아 예선 3위로 예선 탈락했다. 동아시아 1위는 일본이고 2위는 홍콩이었다. 특히 위닝일레븐 시리즈의 종주국인 일본의 대표팀은 예선 4전 전승, 승점 12점으로 본선에 진출해 전승 금메달을 기록했다.

 

 

2. 하스스톤

 

대표선수는

 

SK 텔레콤 T1 소속으로 'Surrender' 닉네임을 쓰는 김정수 선수다.

 

하스스톤.jpg

 

김정수 선수는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 시즌2에서 우승, 시즌3에서 준우승을 했고 2017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에서 4강을 기록한 선수로, 현재 한국 선수 중 상금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특히 하스스톤 경기에서 운이 상당히 큰 요소임을 이해하고 있는 선수인데, 월드 챔피언십 4강전에서의 패배 요인도 카드 보급 순서가 최악으로 엉켜버린 불운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그 불운이 작동했는지 동아시아 예선에서 7개국 중 5위를 기록하여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월드 챔피언십에서 4강에 머물렀으나 완벽한 플레이라며 극찬을 받았던 선수로서는 너무나 실망스럽고 충격적인 성적이다. 동아시아 조에서는 홍콩이 1위로, 일본이 2위로 본선에 진출했으며 홍콩은 그대로 우승해 금메달을 땄다. 은메달은 인도, 동메달은 인도네시아였다.

 

 

3. 클래시로얄

 

대표선수는

 

KING-ZONE Dragon X 소속으로 '대형석궁장인' 닉네임을 쓰는 황신웅 선수다.

 

클래시로얄.jpg

 

크라운 챔피언십 코리아의 우승자인 황신웅은, 크라운 챔피언십 월드에서 우승한 멕시코의 세르지오 라모스와의 16강전에서 치열한 경기를 펼쳐 무승부만 2번을 낸 실력자다.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 예선조에서는 6개국의 각축이 치열했다. 중국이 4승 1패로 승점 4점을 얻어 조 1위가 되었지만, 조 2위는 한국-일본-홍콩이 모두 3승 2패로 3점을 얻은 탓에 승자승 원칙으로 우열을 가려야 했다. 한국과 일본을 이긴 홍콩이 2위를 차지해 본선에 진출했고, 한국은 일본을 이겨 3위, 황신웅 선수는 아쉽게 예선 탈락을 맛봤다. 운이 어느 정도 작용하는 CCG 게임의 특성에, 클래시로얄의 다소 부실한 밸런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중국은 은메달을 얻으며 이스포츠 강세 지역인 동아시아의 체면을 챙겼고, 금메달은 인도네시아, 동메달은 베트남이 가져가면서 동남아시아의 이스포츠 수준이 꽤 높아졌음을 알렸다.

 

 

4. 펜타스톰

 

대표팀은 드림팀을 구성하지 않고 ahq OP, 속칭 팀 올림푸스를 그대로 발탁했다.

올림푸스의 라인업은

 

미드 라이너 - 중앙전선 담당에 'Hak' 김도엽 선수

탑 라이너 - 상단 혹은 하단전선 담당에 'Chaser' 김형민 선수

정글러 - 정글을 돌며 기습 공격 담당에 'Rush' 이호연 선수

드래곤 - 중요 오브젝트인 드래곤의 쟁탈전 담당에 'Sun' 김선우 선수

로머 - 정찰 및 전선지원 담당에 'JJak' 신창훈 선수

 

펜타스톰.jpg

 

개발사가 중국 회사인 펜타스톰에서는 중국 말고도 대만과 태국이 강국이다. 하지만 올림푸스는 2017년 펜타스톰 월드컵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여 대만을 상대로 전승을 거두었고, 유난히 약했던 태국도 결승전에서 만나 4:3 스코어 끝에 물리치고 우승한 경험이 있다. 그만큼 올림푸스에 거는 기대는 컸다.

 

동아시아 조에는 3장의 본선 진출권이 주어졌고 5개국이 들어갔다. 하지만 대만-중국-홍콩 순으로 본선에 진출하는 동안 한국은 1승 3패에 그쳐 본선 진출이 좌절되었다. 중국은 금메달을, 대만은 은메달을 땄고, 태국의 부진을 타고 베트남이 동메달을 땄다.

 

 

5. 스타크래프트 2

 

이렇게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하스스톤, 클래시로얄, 펜타스톰에서 모두 본선 진출이 좌절되었지만 스타크래프트 2만큼은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다. 대표팀 내에서도 '전승 우승이 가능하다'고 평가받은 선수가 국가대표였기 때문이다.

 

진에어 그린윙스 소속의 'Maru' 조성주 선수다.

 

스타2.jpg

 

한국에서 스타2 프로 리그는 사양길에 접어든 지 오래다. 사실 세계 스케일에서도 그렇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뜨고, 다시 시간이 흘러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가 뜨는 가운데 스타2의 밸런스 담당 디자이너는 지속적인 삽질을 하면서 리그의 수명을 단축시켰다. 현재 조성주 선수의 소속팀 진에어 그린윙스는 한국에 유일하게 남은 스타2 프로 팀이다.

 

반면 조성주 선수는 세계 최고의 스타2 프로 선수다. 테란을 플레이하는 조성주 선수는 현재 스타2 상금 랭킹 1위인데 스타1까지 포함해도 1위이다.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이 갖고 있던 각자의 최고 기록들을 모두 다 갈아치운, 현 세대의 절대 강자다. 운영은 약간 약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운영에서 밀려도 독창적인 전술과 정교한 컨트롤로 자신의 단점을 모두 메워버리는 선수다.

 

동아시아 조 예선에는 6개국이 참가했지만 조성주는 전승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 일정은 하루만에 8강에서 결승까지 치러졌는데, 조성주는 8강-4강-결승을 모두 전승으로 끝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오래 치른 경기 시간이 약 15분일 정도로 모든 선수를 압도해버렸다. 특히나 조성주의 경기는 눈부터 매우 즐거웠는데, 스타2의 테란이 구사할 수 있는 공격 전략의 대부분이 조성주의 플레이에서 나왔다. 공성전차 반포위, 전투순양함 도약 컨트롤, 초반 사신 러시, 전술핵, 전진 병영, 밴시 견제, 의료선 드랍 등등.

 

조성주 플레이의 백미는 결승전 4세트에서의 사신 컨트롤이었다. 테란의 사신은 보병 유닛 중에서 가장 빠르고 절벽을 오르내릴 수 있지만, 체력이 높지 않고 방어 유형이 경장갑인데 방어도도 낮은지라 견제와 정찰에 주로 이용되는 병력이다. 반면 프로토스의 사도는 약간 느리지만 같은 경장갑 보병 유닛을 상대하는 데에 특화된 병력이다. 사신이 사도보다 나은 점은 이동속도가 아주 약간 높다는 점과 사정거리가 1 높다는 점뿐이다. 따라서 사신이 사도와 전투하게 되면 사신의 패배는 확정적이다. 사도가 사신을 잡기 위해서는 3대만 때리면 되는 반면 사신이 사도를 잡기 위해서는 21대를 때려야 한다. 역상성인 사신이 사도를 잡는다는 것은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조성주는 해냈다. 아주 약간 빠른 이동속도와 아주 약간 긴 사정거리를 이용해, 쏘고 물러나고를 반복하면서 광전사를 곁들인 사도를 잡아냈다. 심지어 이런 마이크로 컨트롤에 집중하면서도 본 기지의 생산 운영을 놓지 않았다.

 

결국 대만의 'Nice' 황위샹 선수는 마지막 4세트까지 내주고 완패를 인정했다.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받아 건 황위샹 선수의 표정은 망연자실 나라 잃은 표정이었다. 가능할 리 없었던 이론상 전술에 의해 져버렸으니 그 충격은 컸을 것이다. 조성주 선수는 이렇게 한국 최초의 이스포츠 금메달리스트가 되었다.

 

 

6. 리그 오브 레전드(LOL)

 

LOL 국가대표는 펜타스톰과 달리 드림팀을 꾸렸다.

 

탑 라이너로는 아프리카 프릭스 소속의 'Kiin' 김기인 선수

미드 라이너로는 SK 텔레콤 T1 소속의 'Faker' 이상혁 선수

정글러 담당으로는 KING-ZONE Dragon X 소속의 'Peanut' 한왕호 선수와 KT 롤스터 소속의 ‘Score’ 고동빈 선수

봇 라이너 담당으로는 Gen.G 소속의 'Ruler' 박재혁 선수 + 'CoreJJ'(코어장전) 조용인 선수

 

 

롤.jpg

 

이렇게 여섯 명을 각 구단에서 차출해 팀을 꾸렸다. 경기 출전 수는 5:5이니 선수 중 한 명이 예비 선수로 있다가 세트 시작 전에 교체가 필요할 경우 교체하는 방식이었다.

 

사실 이 6인 라인업에 몇을 더해서 10명 로스터를 만들면 그 팀이 LOL 세계 드림팀에 매우 근접한다. LOL에서 한국의 위상은 그 정도다. 일단 'Faker' 이상혁 선수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은 지 오래다. 사용할 수 있는 챔피언의 수도 가장 많고, LOL 리그 최다 우승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동료 선수들은 그에게 'LOL의 메시'라는 칭호를 만들어줬다. 다소 공격적인 플레이 패턴 외에는 단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수다. 실력으로나 멘탈 관리로나 이미지로나. 그리고 다른 선수들 또한 그런 페이커를 상대하며 단련된 선수들이다. 처음 팀을 이뤘기에 합을 맞추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우승은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는 라인업이다.

 

그리고 이런 한국을 가장 바짝 따라잡은 국가는 중국이다. LOL 5대 리그 중 하나가 있는 대만과 신진 강국인 베트남도 한국을 위협하는 국가이긴 하지만, 중국은 그 이상이다. 즉, 아시안 게임 LOL에서 한중전은 메인 이벤트였다. 특히 중국 대표팀의 미드 라이너인 'Xiye' 쑤한웨이 선수와 봇 라이너인 'Uzi' 젠쯔하오 선수는 전술 안목과 컨트롤에서 페이커와 겨뤄볼 수 있는 선수들이다.

 

한국은 강국답게 지역 예선에서 8승 2패, 타이브레이커 두 경기까지 합하면 10승 2패로 조 1위를 차지했다. 2위와 3위는 같은 8승 2패지만 타이브레이커 경기에서 한국에게 진 대만과 중국. 가장 출전권이 많았던 동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는 이렇게 세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은 A/B조 조별예선의 리그전을 치러 8팀을 남긴 후 토너먼트를 치르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한국은 A조 조별예선에서 베트남-카자흐스탄-중국을 모두 2번씩 격파하면서 전승 조 1위를 기록했다. 토너먼트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를 손쉽게 눌러버리고 이미 대회 전적 4승 1패로 앞서고 있는 상대인 중국과 결승에서 재회했다.

 

- 결승전 1세트

중국이 들고 나온 챔피언 조합은 전투 상황에서 한국의 조합을 카운터칠 수 있는 조합이었다. 한국의 약점은 채 다져지지 않은 팀웍이었다. 퍼포먼스 좋은 선수들로 팀을 꾸리다 보니 평소에 손발 맞던 동료가 아닌 경쟁하던 타 팀의 선수와 합을 맞춰야 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짧았다. 3명 이상이 모여서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만들어야 하는 전술은 아무래도 꺼려질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솔로 플레이 혹은 2명 단위의 전술을 더 많이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 선수들은 두 명을 제외하면 모두 같은 팀 소속이다. 중국은 이를 살려 뭉치면 강한 시너지를 내는 챔피언 조합을 만들었다. 각자 담당 영역에서 따로 활동할 때 강한 한국의 조합을 상대로 각개격파 혹은 전선봉쇄가 가능한 수다. 한국은 이 수에 그대로 허를 찔려 페이커 이상혁의 챔피언이 레벨업을 하지 못하게 봉쇄하면서 전선 기습을 거의 매번 성공시켰다. 한국의 패배였다.

 

- 결승전 2세트

기세가 오른 중국은 한국보다 데미지가 높은 챔피언 조합을 활용해 초반 압박으로 승기를 잡으려 했다. 반면 한국은 스코어 고동빈 선수를 백업으로 두고 수비를 굳히며 버프를 모았고, 페이커 이상혁과 스코어 고동빈이 각각 중요한 전투의 분기점을 승리로 가져가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충분히 쌓인 버프를 두르고 중국 진영으로 돌격, 한국이 승리했다.

 

- 결승전 3세트

본선 초기에 룰러 박재혁은 자신의 플레이에 잔실수가 많아서 불안하다는 발언을 했다. 경기 초반 룰러 박재혁와 코어장전 조용인 두 사람이 하단-바텀 전선에서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던 중, 지나치게 전선 안쪽으로 들어가버린 인베이드 상황에서 3:2의 포위를 당하게 된다. 여기서 첫 킬을 내주고 얼마 후에 다시 거짓말처럼 두 번째 킬까지 박재혁이 내주게 되면서 생긴 차이를, 한국은 뒤집지 못했다. 한국의 전선 상황이 바텀부터 시작하여 기울어버린, 스노우볼 구르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한국이 몇몇 전선에서 역전 승기를 잡긴 했지만 우지 젠쯔하오의 챔피언이 착실히 성장하여 아이템 라인업을 완성한 시점에서의 한국은 방어를 강요 당하는, 즉 갇혀버린 형국이 되었다. 결국 한국의 패배였다.

 

- 결승전 4세트

정글러 역할을 하던 고동빈을 내리고 피넛 한왕호가 정글러로 교체 등판했다. 한국 선수들의 지배적인 성향은 초반 승기를 잡고 그 이득을 지켜내면서 스노우볼을 굴려 중후반의 커다란 이득으로 키워내는 전략을 선호하는 편이다. 경기 초반은 한국의 기대에 맞게 흘러갔다. 김기인이 초인적인 회피 능력으로 화염 드래곤 버프를 가져오고 페이커 이상혁이 신들린 컨트롤을 바탕으로 예상보다 빠른 레벨업을 올리고 있었다. 룰러 박재혁은 이전 세트의 패배가 자신 때문이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마음이 급해졌는지 또 다시 상대 전선 너머로 깊이 들어가버렸고 듀오로 움직이던 코어장전 조용인과 함께 중국 팀에게 킬을 헌납해버렸다. 페이커 이상혁이 수습해보려 했으나 얼마 후 박재혁이 다시 킬을 내주면서 한국 팀의 운영이 망가졌고, 수세를 뒤집을 수 없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챔피언이 충분히 성장한 중국은 가장 위협적인 페이커 이상혁에게 화력을 집중하며 승리를 가져갔다.

 

세트 스코어 1:3으로 중국의 금메달이었다. 한국은 은메달에 '그쳤고', 동메달은 사우디아라비아에게 허를 찔려 1세트를 내주었지만 무난히 나머지 세트를 이긴 대만이 가져갔다. 룰러 박재혁 선수는 메달 수여식 후 눈물을 쏟고 말았다.

 

캡처.PNG

 

중국과의 본선 두 경기 중 1차전은 지상파에서 최초로 중계한 LOL 경기이기도 했다. KBS와 SBS는 게임 채널에서 중계 해설 베테랑들을 초빙해와 중국와의 본선 A조 조별예선 1차전(본선 내의 예선이라니 뭔가 이상하다)을 중계했다. 선수들의 경기와 경기를 해설하는 중계진의 역량은 훌륭했다. 현지의 운영은 그렇지 못했다. 화질은 5년 전이나 10년 전의 중계를 보는 것처럼 조악했고 통역은 한국어를 잘 하지 못했다. 중국전 1차전은 선수간 의사소통 용도인 음성채팅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서버 렉이 심각하다거나 하는 기초적 시설 운영 문제 때문에 경기가 여러 번 중단됐다. 특히 마지막 중단은 렉으로 인해 서버를 옮겨야 해서 1시간 가량 지속되었다. 이 때문에 중계하던 양 방송사는 결국 중계를 끊고 다음 방송으로 넘어갔다. 물론 그 직후 중단이 풀렸고 한국팀은 거짓말처럼 중국을 몰아붙여 승리했다. 한국의 시청자들은 이를 인터넷이나 저녁 뉴스를 통해 하이라이트로 봐야 했다. 선수들의 식사도 말썽이었다. 경기 전날 도시락 식사의 메뉴도 무언가 처음 보는 알 수 없는 음식이어서 선수들이 경계했는데, 경기 당일 식사는 식빵에 음료뿐이었다.

 

또한 이스포츠는 정보 싸움이기도 하다. 내 게임의 사운드가 상대 선수에게 들린다면, 내 게임 화면을 보면서 대화하는 관중의 말이 상대 선수에게 들린다면, 내 게임 화면이 관중의 안경이나 뒤편 유리에 비쳐서 상대 선수에게 보인다면, 그 경기는 공정하지 못하다. '눈맵', '귀맵'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이런 상황을 면하기 위해 모든 종목의 이스포츠는 방음 밀폐된 경기실을 만들고, 최대한 소음 차단이 되는 헤드셋을 사용하게 하고, 선수의 앉는 방향을 조절하고, 경기실의 거리는 물론 경기실과 관중과의 거리를 충분히 멀리 떼어놓는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 게임의 보조 경기장은 경기하는 선수 바로 뒤에 스탭들이 몰려서 경기를 구경한데다가 방음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런 식인데 경기 진행이나 중계 품질을 따지는 것이 우스워 보인다.

 

1536514135.png

거리 확보, 인원 통제, 방음 시설, 아무 것도 되어있지 않은 보조 경기장. PC방 수준 혹은 그 이하다.

 

이스포츠 경기의 기본을 무시하는 운영이 인도네시아의 문제인지 아시안 게임 운영위의 문제인지는 두 번째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스포츠를 스포츠의 하나로 보고 도입한 것이 아니라 흥행 우선 목적으로 도입한 '발상'의 문제다. 굿이 아닌 잿밥에 우선 관심이 있으면 세심한 운영은 뒷전이 된다.

 

동시에 이 파행적인 운영 상태는 이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개최하게 될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및 이스포츠 종목 도입을 고심하는 다른 스포츠 축제에게 충분한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은근히 중요한 문제는 하나 더 있다. 종목 선정의 문제다.

 

펜타스톰은 LOL과 장르가 겹친다. 둘 다 종목 채택을 할 이유는, 펜타스톰이 중국산 게임이니 중국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흥행 논리 이외에는 없어 보인다. 이미 MOBA 장르에는, 상징성으로나 완성도로나 대중성으로나 흥행력으로나 장르를 대표하는 유일무이한 게임 LOL이 있으니까. 마찬가지로 하스스톤과 클래시 로얄 역시 장르가 겹친다. 클래시 로얄은 장르상으로는 약간 애매하다. CCG 요소는 하스스톤과 겹치는데 실시간 전략 요소는 RTS 장르와 겹친다. 겹치는 장르를 중복 선정해야 할 이유가 흥행 논리 외에 뭐가 있을까? (게다가 하스스톤은 클래시 로얄에 비해 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이스포츠화 된 장르 중 슈팅과 격투가 선정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는 슈팅 게임의 이스포츠화에 성공했다. 특히 배틀그라운드는 게임사의 역사적 의미도 갖고 있는 작품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와 철권 시리즈는 북미와 일본을 중심으로 리그가 형성되어 있다. 아시안 게임에서 중복되는 장르의 두 게임을 빼고, 저 두 장르에서 하나씩을 골라 채택했다면 훨씬 모양새가 좋다. 장르 하나당 한 게임을 선정하는 것이 훨씬 그림이 낫고 명분도 있다. 후일 장르의 패권이 바뀌면 그때 후속 종목으로 교체하거나 종목을 없애기도 편하다.

 

기성 스포츠의 사이에 이스포츠가 들어가는 것이 이스포츠에 대한 편견을 부수는 길인지 아니면 자격지심의 발현인지는 아직 판단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이왕 흥행을 위해서든 뭘 위해서든 간에 종목 도입을 할 것이라면,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모든 스포츠 종목을 평등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자기 점검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언제나 세상의 일부이니까. 세상을 알려면 늘 내 시선의 너비를 부정하고 극복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그러니까 죽지않는돌고래 편짱에게는 이스포츠가 그런 대상이다. 돌고래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