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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석 추천0 비추천0






1998.10.12.월

딴지객원영화평론가 김근석



남기남 감독.. 아는 사람들끼리는 안다.

그가 한국 C급 영화의 거두이자, 저질 쌈마이 영화의 대부이며, 영화의 쟝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혁명적 감독이라는 것을...


모르신다 ?


대부분 모르실게다.


89년 당시 18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관객을 동원한 국내 컬트무비의 효시..  <영구와 땡칠이>가 바로 이 대가의 작품이다. 그 외에도 보통 한 해에 서내개의 작품을 맹글고 있지만, 웬만한 비됴가게주인도 도저히 모를테니까 넘어가자.


본지는 왜 이 감독의 작품을 언급하느냐..


비주류감독.. 비주류 영화.. 비주류 관객.. 비주류 문화.. 앞으로 본지는 이들 비주류 속에서, 난쟁이 똥자루만한 상상력과 졸라 허약하기 이를데 없는 스토리라인으로 맨날 돈 없다고 징징거리기만 하는 우리네 영화, 우리네 문화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찾아보려하기 때문이다.


졸라 찾는데.. 안 찾아지면 할 수 엄꼬..





난 원래 막가는 걸 즐기는 편이다.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고 그렇게 좋아했던것도 그도 꽤나 막가기 때문일거다. 남기남이란 감독이 한국 막가파영화의 선두주자라는 이야기를 여기 저기서 듣고.. 그의 필모그래피까지 다 베껴서 비디오가게에 가지고 갔건만.. 그의 작품은 단 한개밖에 찾을수가 없었다. (57개의 작품중에 단 하나!)


그게 바로 < 소녀18세 >... 이 영화를 보고 생각난 건... 더 큰 비디오 가게를 찾아봐야겠다는 것.


놀랍게도 이 영화엔 요즘 한참 뜨는 이의정이 나온다. 그리고 이의정의 부친으로 백일섭씨가 나오는데 비디오 케이스를 보면 아버지와 딸간의 우정같은 사랑. 온 가족이 함께보는 훈훈한 가족드라마 뭐 대충 이렇게 써있는듯한 데 말이 그렇지 영화를 보면 정말 맛간다.


홈드라마에서 멜로, 코미디, 액션물까지 정말 별거다 모아놨다. 이 비디오케이스 표지가 또 압권인데 이의정이 "우리 아빠 최고!! 캐븐 코스트너 빼고,
유덕화 빼고, 최민수오빠도 빼고, ...등등."


이렇게 말하고있는 옆에서 백일섭이 "욘석... 그럼 순돌이 아빠도 빼니?"라고 말하는데 그 밑에는 [무공해아빠 백일섭 VS 깜찍한 X세대 이의정] 이라는 카피문구가 들어가있다.


... 스토리... 스토리를 쓰려고 보니 갑자기 막막해진다. 도대체 어떻게 써야하지? 남기남 작품의 스토리설명은 무의미하다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대충 써보자면....


처음엔 이의정과 그녀의 선배간에 사랑을 그린다. 선배는 죽자사자 매달리는데 이의정은 냉담하다. 그러다 이의정의 아버지 백일섭이 서울로 올라오고.. 모든것은 시작된다..


이의정은 그녀의 과친구들과 놀러를 가는데 공원으로 자전거를 타러 간다. 대학생이 정장입고 자전거타고 놀고있다. 난 거기서부터 좀 막가는걸하고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남기남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렇게 놀러간 자리에서 바로 전까지 정말 드럽게 튕겨대던 이의정이 갑자기 키스를 허락한다! 그러나 멀리있던 친구의 비명소리에 놀라서 가보니 그녀의 친구(경미)가 불량배들에게 포위된 상태...


이의정은 깝죽대는 불량배 세명을 간단히 해치우고... 경미의 남자친구인 동민이 경찰을 데리고 오지만 경찰은 현장을 보더니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야 ?" 하더니 뭘 잘못한 건지도 모르는 불량배한테 "이봐 김형사 저녀석들 체포해" 하더니 수갑을 채워 경찰서로 데리고간다.


한편 이의정은 싸움을 했다는 이유로 대학교 과실에 불려가 야단을 맞는데 갑자기 과장인 듯한 남자가 " 잘했어. 그녀석들은 지명수배자들이었어." 한다. 그러자 이의정의 담당교수가 "요즘같이 무서운세상엔 정말 태권도라도 배워야겠어요." 라고 말하자 이의정이 "그럼 제가 가르쳐드릴까요?"라고 물어보자 교수는 "난 너에게 무용을 가르쳤지 태권도를 가르친 적이 없어." 라고 말하며 내일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한다.


세상에 대학교에서 학생이 밖에서 싸움했다고 부모님을 모시고 오란다.. 학교에 온 백일섭은 교수를 사랑하게 되고 당황한 교수에게 퇴짜를 맞게된다. 백일섭은 시름에 잠긴 나머지 술을 마시다가 사기꾼들에게 걸려드는데 그 사기꾼들의 수법이란게 너무 어이없어 정말 보는 내가 안쓰러워진다. (보시면 알거다. 정말 어이없다.)


그즈음 교수는 백일섭에게 조금씩 호감을 갖게되고 그런차에 백일섭이 자랑한답시고 그 사기꾼들의 명함을 보여준다. 교수는 직감적으로 사기꾼들임을 알아채게되고 앞에 잠깐 나왔던 과장에게 과장의 친구인 경찰을 통해 그 명함의 인물들을 조사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결국 백일섭을 사기를 당해 집 재산 전부 다 날리고 알거지가 되고.. 홧병까지 얻어 시름시름하는데 그걸 본 교수는 당장에 과장에게 따지러간다. 그런데 여기서 벌이는 대사가 또 명대사들이라 그대로 옮겨보도록 하겠다.



교수 - 어떻게 그럴수가 있죠?
과장 - 무슨 말입니까?
교수 - 몰라서 물으시나요? 제가 부탁했던 명함의 인물들.. 사기꾼이었다는거 다 알고 계셨죠? 왜 말씀 안하셨죠 !?
과장 - 그럴리가요.. 전 정말 조대문(백일섭)씨가 사기를 당할줄은 몰랐습니다.
교수 - 거짓말은 그만 두시죠. 조대문씨가 사기를 당했다는건 어떻게 아신거죠? 처음부터 알고있으면서 묵과했던것 아닌가요!?
과장 - 훗... 들켜버렸군요. 그러나 사랑하던 사람을 뺏긴 저의 마음을 아십니까 ?
교수 - 뭐.. 뭐라고요 ?
과장 - 전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정말 화를 내야할건 저라구요 !
교수 - 그... 그럴수가...
과장 - 하지만 그 조대문이라는 사람 정말 대단하긴 대단하더군요.
교수 - .. 네?
과장 - 상당한 재력가인데다가 불우이웃도 많이 돕고.. 좋은일을 많이 했더군요.
교수 - 그.. 그런.
과장 - 하하 제가 누굽니까. 벌써 방금전에 제 친구들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녀석들은 다 검거되었습니다. 돈도 찾을 수있다더군요.
교수 - 저.. 정말이세요? 아아 너무 잘됐군요!!!


...이런 대사는 남기남 작품에서밖에 못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돈도 찾고 행복한 백일섭 이의정 부녀는 볼링장에서 춤을 추며 볼링을 친다. 볼링을 치며 한바탕 춤을 추는데 정말 난리부루수를 친다. 슬로우 비디오로 까지 나오며 행복하게 춤을 추는 이의정을 보며 관객들은 이제 끝났구나...하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 러 나 ! !


관객의 기대는 무참히 깨지고 다시금 화면은 바뀌어 이의정에게 전화가 온다. 그 내용은 친구 경미가 인신매매단에게 납치되었다는 것. 몸져누운 경미의 어머니에게 장소를 전해들은 이의정과 백일섭은 군복을 입고(정말 입었다) 놈들의 아지트로 가서 졸병들을 다 때려부순다. 그러나 보스에게는 역부족..


그때 홀연히 나타난 이의정의 선배 ! (앞에서 퇴짜맞았던 그 선배) 갑자기 이소룡이 되어 나타나더니 정말 날라다니면서 다 엎어버린다. 경미는 구출되고.. 이의정과 선배는 포옹을 한다. 여기서 또 한번의 명대사가 나온다.



의정 - 싸움을 그렇게 잘했으면서.. 왜 숨겼어?
선배 - 잘한다고 말했는데.. 니가 안 믿었잖아.


둘은 키스를 한다... 관객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이제야 끝났다고 기뻐하지만....만.. 만.. 오호 통재라 장면은 또다시 바뀌어 과실로 돌아간다.. 백일섭은 마지막으로 교수에게 반지를 선물해주며 고향으로 내려가고.. 택시를 타는 곳에서 교수는 갑자기 나타나 프로포즈를 받아들인다. 이의정과 백일섭의 포옹으로 드디어 영화는 끝...


이게 스토리다....


그저 그런 한국영화 스타일을 보여주다 가면 갈수록 정말 맛가게 만드는 장면과 대사들은 오백원이 안 아깝게 해줬다. 20년이 넘도록 이런 영화만 하는 그의 노력이 오늘 드디어 나로 하여금 오백원을 쓰게 만들었다는 것은.. 앞으로 남기남의 작품을 찾아서 보게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남기며.. 계속해서 이런 개판 막가는 영화 많이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실 정말 보다보면 명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그것만으로도 볼만하다. 위에선 안썼는데 이의정이 그 선배에게 " 난 우리 아빠보다 앞선 사람이 아니면 마음을 열지 않겠다고 결심했어 " 라고 말하자 당장 선배가 백일섭과 팔씨름을 하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그리고 술먹고 헤어진다....


아... 남기남...



 


- 딴지객원영화평론가 김근석 (하이텔:샤다라빠 ikallos@hitel.net )







 여기서 보다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 또다른 딴지객원영화평론가 김진성( mrKwang@hitel.net )씨의 평을 들어보자.

<소녀 18세>. 사실 이런 영화는 구입해서 소장하고 봐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빌려봤다. 동네 비디오 가게 엄청난 구석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빌려봤는데, 팔라니까 5천원을 달래더라... 대체 사람을 뭘로 보고... 남기남 영화를 볼때는 항상 명심해야 할 사항이 몇가지 있다.


  • 절대로 탄탄한 줄거리나 훌륭한 효과, 음악 등을 기대하지 않는다.
  • 웬만큼 썰렁하고 웃긴 장면이 나오면 박장대소를 터트릴 준비를 한다.
  • 저기 나오는 저 배우들이(주연, 조연)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생각하고 비교하면서 본다.
  • 간혹 나오는 액션 장면은 감탄하면서 본다. (홍콩에서 무술 영화를 찍은 전력이 있어서 액션 의외로 잘 찍는다. 상당한 수준이다.)
  • 혼자 보면 끝까지 보기 쉽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동네 사람 모아놓고 같이 고난을 견디며 본다. 단, 뜻이 맞지 않는 사람과 보면 맞아 죽는 수가 있다.
  • 가장 중요할수도 있고 가장 어이없을 수도 있는 사항... 남기남을 김기영 감독과 동급으로 놓으며 생활한다. 그러면 별것 아닌 부분도 굉장해 보인다.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다.)

위에 나오는 대사를 비디오로 실제 보면 그 대사를 글로 읽을때와는 격이 다른 감동이 몰아닥친다. 백일섭 아저씨(할아버지?)는 이 영화보다 10년전쯤 전에 찍은듯 싶은 [피양 박치기]때와 마찬가지로 너무 좋고, 아톰 머리 이전의 이의정은 의외로 미소녀닷! (팬 하기로 했다.)


저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저런 썰렁한 대사를 내뱉는 수많은 배우들도 존경스럽고, 영어 제목을 아싸리 [Eighteen girl]이라 붙여버린 감독 또한 멋지기 짝이 없다.


남기남 류를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고, 싫어한다면 절대 보지 말아야 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절대로 기존 영화들과 같은 기대를 걸지 말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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