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10.12.월
본기자 이글을 쓰면서 차장님이나 대리님들한테 무지 눈총 받아가며 탈고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시리즈물로 연재되어 드디어 세번째 야그까지 토해내게 되었다. 혹자는 의문을 품을 것이다. " 이런 사기가.. " 하면서 입에 거품을 물고 본기자에게 진짜 NBA는 어디다 말아먹고 싸발을 풀고 있냐고 격렬하게 항의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벗트! 이런 무수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이비 암비에이 시리즈를 연재하는 데에는 또다른 팬들의 성원이 있기 때문임을 믿어 의심하지 않기로 내맘대로 결정했다.. 자, 또 다시 농구장의 밤은 뼈와 살을 태우며 깊어만 간다.. 때는 97년도.. 무대는 신촌의 S모대 농구코트.. 그들의 등장은 그야말로 쇼킹이라고나 할까 ? 기존의 농구계를 쥐고 흔들며 기세등등하던 동남아 피펜, 마포구 칼말론, 북한조던.. 그 밖의 무수한 영웅들 틈에서 이들은 혜성처럼 등장했다. 발단은 이러했다. 평소 동남아 피펜을 비롯한 기존수구세력의 코트장악은 이 나라의 농구발전을 저해하는 반민주적 행위이며 21세기 명랑사회구현에 커다란 걸림돌일뿐 아니라 국가신인도에도 결정적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던 본기자는 평소 농구코트의 정권교체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따위 유치한 대화를 바탕으로 가벼운 산고를 거치며 " Big Head Guys" 클럽이 약 2분만에 탄생해버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존 아그들은 당연히 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지역명랑사회구현에는 자기들만으로 충분하다며 동피펜, 마말론, 북조던등이 겁나게 견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침체된 스포츠계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에 5명의 졸라 멋진 아그들은 발기.. 하였다. 일명 대두(大頭)클럽. " 머리가 커서 슬픈 짐승이여.. " 본기자를 보고 이런 넋두리를 읊던 나보다 더 대갈장군인 친구넘의 말에 순간 휘익하고 본기자 마빡에 가공할 클럽名이 태동했던 것이다. 모아놓고 보니 다들 한머리했다...
여기서 본기자의 정체를 일부 공개하겠다. 너무 경악하지 말길 바란다... 평범한 서민처럼 보이던 본기자 엽기적인 대두클럽의 초대회장이었던 것이다 ! 우리들의 세계에선 각자의 터프한 닉네임이 필요했다.
지금 봐도 가슴벅차다. 씨바... 이런 완벽한 베스트파이부가 존재하다니.. 이제 에스엠파이부 정도는 조또 아니라며 맹훈련에 들어간 우리들은 하루 약 5시간의 지옥훈련을 우습게 소화해내며 농구계의 돌풍을 예고했다. 그와 동시에 우리들 졸업 후에 클럽의 대를 잇기위해 주변에서 머리 큰 아그들만 보면 만사제치고 영입에 들어가는 치열한 프로정신도 발휘하곤 했다. 정신적지주였던 쟝끌로드박담 옹도 따뜻하게 우리들을 격려해주었다.
그러나.. 우리들의 등장으로 인해서 무한히 밝을 것만 같았던 스포츠계의 미래에 어두운 먹구름이 닥쳐오고 있었다.. 기존 수구세력이 문제였다. 항상 어디서든 잘난넘들로 구성된 집단은 주변수구세력의 시기와 질투를 받을수 밖에 없는 운명인가보다..
여기서 본기자 우리나라의 잘못된 풍토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바로 이런 풍토.. 아무리 우수한 회장이 이끄는 우수한 인력의 집단이 부럽기로서니 왜 사람들이 솔직하지 못하게 "나..가입할 수 없니?" 등의 말대신 디립다 까대는 것일까? 본기자, 요번 편에서 주인공으로 나오기에 졸라 흥분하지 않을수 없다. 왕년의 씨름왕을 독식하며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이만기 엉아의 고독했던 심정을 온몸으로 느끼는 바이다. 이래선 안된다 ! 본지의 21세기 명랑사회구현이라는 지고한 목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려면 진정 참된 인재들은 지연과 학연 그리고 머리크기를 떠나 밀어주는 풍토가 시급하다고 본기자 핏대올려 주장하는 바이다. ( 이번기사의 압권을 이루는 교훈이다. 원하시는 분들은 적으셔도 무방하다. )
기존수구세력과 운명의 대전이 있는 날.. 언제나 그렇듯이 콧물을 훔치는 미취학아동으로 구성된 지역열혈남아들과 일부 심심한 녀인네들이 스탠드를 군데군데 채우며 열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본기자, 게임이야 어찌됐던 일단 그 광경에 똥꼬뿌듯함과 " 아, 우리나라의 스포츠열기, 농구열기는 나의 어깨에 달려 있구나... " 하는 사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찌릿한 똥꼬를 움켜쥐고 대두아해들과 경기장을 들어서는 그 짧은 순간, 본기자의 머릿속에는 주마등같은 많은 상념들이 스쳐지나갔다.. 불세출의 K대 농구감독이었던 빠칸감독의 명언.. 선수들이 경기 도중 힘들어 할때면 불러 모아놓고 힘을 실어주던 그분..
아아.. 이 얼마나 엽기적인 명언인가.. 농구를 아는 분들은 모두 이해하리라 믿는다.. 그 분의 유지를 받들어 본기자, 세대두, 없대두, 꼰대두, 잡혔대두 이 다섯명의 헝구리 베스트 파이부는 보무도 당당하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우리들의 신기(神技)에 아무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않고 있었지만 어차피 별 상관은 없었다. 본기자의 <머리에 공 튕겨 3점슛넣기>, 꼰대두의 <공과 머리가 헷갈리게 보이게 하는 파상적인 페인트 동작>, 세대두의 <골대기둥을 머리로 쳐서 상대의 기를 제압하는 호연지기>, 없대두의 <이마로 공을 튀기며 달려드는 신기의 헤드 드리블>.. 서커스 수준이었다.. 갑자기 잡혔대두가 배신을 때리려했다.. 잘 놀던 넘이 여자친구의 "수업들어가자!"는 외침 한마디에 가방을 다시 메고 튈려는 움직임을 보이기에 부득불 우리는 그 넘을 둘러쌌다.. 남자의 세계를 보여줘야 했다..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머리로 하는 집단린치의 희귀한 장면이 연출했다. 비로서 환호하는 관중들.. 넘은 멍든 머리를 싸매고 다시 연습에 몰두하였다. 그러나.. 우리들의 위세도 잠시뿐.. 본게임이 시작돼자 평소 암에푸로 인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던 동남아피펜은 이를 풀어버릴려는듯 너댓개의 덩크슛을 날리고.. 마포구 칼말론의 뱃살요동 한번에 우리는 가볍게 튕겨나갔다.
우리가 잠시 얼이 빠진 사이.. 북한조단은 잽싼 진돗개가 되어 속공을 열개는 성공시키고 돌아왔다.. 우리는 지역방어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 그 자리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멀뚱멀뚱 쳐다보며 무거운 머리를 부여잡고 몇번 뛰지도 않아 이미 게임은 끝나 있었다.. 땀도 안났다.. 아아.. 그러나 우리들의 최후는 정정당당하고 장렬했다. 4~5세의 묘령의 지역소녀들과 7세가량의 미취학 열혈남아들에 둘러싸여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어있는 그들을 뒤로 한채 본기자, 눈물을 떨구고있는 대(大)대두클럽멤버들에게 말했다..
내기농구에 이긴 수구세력들은 우리 일인당 이만원씩을 갈취해 그날 밤새 질펀한 맥주파티로 승리를 자축했고.. 소주와 번데기로 패배의 아픔을 곱씹던 우리들은 눈물섞인 오바이트를 해가며 자성의 시간을 가졌다..
드디어 기사의 교훈이 등장할 차례가 왔다. 그러나 본기자 이미 중간에 본기사의 압권을 이루는 교훈을 말했다. < 학연,지연,머리크기를 떠나 밀어주는 풍토가 시급하다..> 기억하시는가? 이런 것을 중괄식이라고 한다. 틀려도 할 수 없다.. 하여간.. 두번째 교훈은 대가리 큰 넘들은 참 인간적이고 멋지다는 것이다... 그게 왜 교훈이냐고 덤비지 말기 바란다. 본기자 머리가 커서 하는 말은 결단코 아니다.. 농구코트에선 정권교체 실패했지만 울나라는 정권교체해서 다행이긴 다행이다.. 근데, 새로운 정권은 우릴 실망시키지 마시라.. 여차하면 대두클럽이 다시 뭉치는 수가 있다..
- 딴지스포츠/연예부 기자 Beerman( Beerman@shinbiro.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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