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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than Jeon 추천0 비추천0






1998.10.12.월

딴지 생활문화부 Jonathan Jeon



서민의 애환이 담긴 완전식품 라면. 이 라면을 이것저것 막 집어넣어 함부로 끓여 먹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다. 넘 가슴이 아프다. 다가오는 21세기에도 그런 몰상식한 작태를 계속한다면 명랑사회는 우리 곁을 떠나고 말 것이다. 우짤라꼬 그러는가. 본지는 21세기 명랑요리환경 구축을 위해 라면 요리의 정석을 소개하고자 한다. 라면에 계란을 마구 풀어 먹는다거나 하는 만행을 일삼는 일부 요리계 폐륜아들은 대오각성하기 바란다.





라면은 참으로 훌륭한 식품이다. 먹다가 남긴 나물쪼가리를 곁들여 먹어도 맛있고 셔 꼬부라터진 김치와는 찰떡 궁합이다. 또한 어머니의 찬밥을 자연스럽게 해결해 주어 저녁식탁에선 어머니도 따스한 밥을 드실수 있다. 그런 훌륭한 라면에 이것저것 아무거나 넣어서 끓이시는 분들이 있다. 이건 라면스프를 제조한 기술자들에 대한 모독이다. 그들은 스프 하나만으로 완벽한 맛을 창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건만 그곳에 이런 잡식품을 넣어서 뭘 어쩌 겠다는건가 ? 강력히 규탄한다.


 라면에 들어가는 첨가물에 대한 기준안


 라면에는 섞어먹어도 되는 재료가 따로 있다. 라면에 추가 시켜도 좋은 대표적인 첨가물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참치, 햄, 만두, 달걀, 김치, 김치찌게, 떡


  • 참치 : 기름기를 뺀 참치를 넣을 경우에 고기가 씹힐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참치의 텁텁한 맛을 국물에 배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추참치나 야채참치 등을 넣을 경우에는 도시락 반찬 맛이 나오게 됨을 유의하기 바란다. 이거 황이다.
  • 햄 : 햄 또한 마찬가지로 기름기가 포함된 육질이다. 다량의 소금기를 함유하고 있기에 소량만 넣어도 짭짤한 맛을 낼 수 있다. 라면을 통해 부대찌게 맛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은 김치까지 섞어 요리하면 좋겠다.
  • 만두 : 라면만으로 칼로리가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 집어넣는 대표적인 첨가물이다. 고기만두 종류가 좋으며 특히 주의할 점은 라면이 끓는 중간에 집어 넣어서 물어 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키포인트다. 
  • 김치 : 라면 자체가 갖는 비릿한 맛을 없애며, 얼큰한 맛도 함께 우러나게 하는 오묘한 첨가물이라 할 수 있다. 되도록 줄기부분 보다는 이파리 부분을 끓이는 것이 좋다. 또한 끓은 후 무척 뜨겁기에 잘게 썰어서 넣는 것이 좋으며, 총각김치의 경우는 이빨을 빼는데 효과적이라는 보고서가 나와있는 만큼 주의하기 바란다.
  • 김치찌게 :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 이런 요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오산이다. 김치찌게의 수준에 따라 때로 황홀한 경지의 맛을 내기도 한다.
  • 떡 : 떡라면은 라면에 은은한 곡류맛을 낼 수 있도록 하기에 일반 라면과 맛의 차원이 다르다. 또한 밀가루 음식이 아니기에 적은 량에도 불구하고 양을 충분히 찰 수 있도록 해준다.

본인의 경험에 의하면 이상의 첨가물들을 다음과 같은 정도로 혼합할때 가장 효과적인 맛을 경험하였다. - 라면 2봉다리 - 떡 한주먹 - 참치 반깡통 - 김치 2숟가락 반 - 만두 1/4 봉다리 - 파 반 뿌리


계란을 넣을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흔히들 라면엔 계란을 풀어서 끊인다. 이래가지고는 명랑요리환경 구축 안된다. 계란이 스프맛을 다 빨아들이기 때문에 그따구로 해서는 라면 조진다. 라면에 계란을 넣지 않고 끓이시는 분들은 둘 중 하나다. 냉장고에 계란이 없거나.. 라면의 참맛을 아시는 분이거나. 사실 라면에 계란이 들어가면 맛을 베린다. 하지만 때론 라면 하나만으론 영양이 부족할 때가 있다. 라면 맛도 살리고 계란을 넣어 영양가도 보충하는 비법을 소개하겠다. 라면이 보글보글 끓을때 계란을 깨쳐서 넣긴 넣되 절대 젓가락으로 젓지 않는다. 그 상태 그대로 냅두면 환상적인 라면 본래의 맛과 함께 얇게 펴진... 그러면서 국물을 혼탁시키지 않은 계란도 먹을수가 있는 것이다. 


대파를 넣을때도 주의를 요한다. 라면에 대파가 없음 앙꼬없는 찐빵이나 다름 없다. 새파란 대파를 숭숭 썰어서 라면에 넣어 끓인 후 아그적 아그적 씹을때 마다 시력이 좋아지는 것을 그대들은 느끼는가? 그런 대파를 썰어 넣을땐 잘게 썰지 말아야 한다. 라면은 분명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음식이다. 파를 아무리 많이 넣어도 잘게 썰려 있음 맨 밑에 가라앉아 있는 법. 따로 숟가락을 준비하지 않으려면 크게 썰어 넣는다. 그리고 파를 너무 늦게 넣지 않도록 한다. 늦게 넣으면 생파를 먹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생충을 죽이는 차원에서 물이 끓을때 면과 같이 넣어주는 것이 기본정석이다.


 


 라면의 선택에 대한 조언.


먼저 라면을 끓일땐 그 라면에 어떤 재료를 쓸 것인가 생각해본다. 김치국물과 김치를 넣고 끓일 라면인데 너구리를 사왔다던가... 아님 대관령 김치라면을 사왔다던가 하는 일탈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너구리에 김치를 넣었다고 생각해보자. 참 맛도 있겠다. 또 김치라면에 김치를 또 왜 넣나. 김치라면을 끓일 요량이라면 우리집라면 같은 저가의 라면을 쓰는것이 바람직하겠다. 요즘 생라면이라고 해서 기름에 튀기지 않은 면발라면이 나오고 있다. 그런 라면은 라면 축에도 낄수 없는 출신성분이 불분명한 라면이다. 규탄한다. 시중에 나오는 라면은 다음과 같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 소면 (안성탕면, 삼양라면) : 보통 일반적인 라면이다. 값이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으며 스프 이외에 첨가물이 없다.
  • 우동류 (너구리) : 우동의 국물 맛과 유사한 맛이 나며, 다시마가 들어 있다.
  • 해물류 (해물탕면) : 해물이 부수적으로 들어있다. (단 고래고기는 없다)
  • 설렁탕류 (설렁탕면) : 맵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단 후추가 많다.
  • 기타 (짜장, 스파게티 등등등) : 이건 라면이라고 할 수 없다!!! 이상의 라면 종류에 따라 그 첨가가능한 음식들이 따로 있음을 유의 해야 한다.

 


 라면 먹는 자세에 대한 권고안


냄비째 들고 먹지 않도록 한다. 끓인 라면을 냄비째 들고 와선 뚜껑에 면을 담아 먹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라면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행동이다. 그 어떤 음식을 냄비뚜껑에 덜어 먹는가? 라면을 끓였으면 설거지가 걱정 되더라도 커다란 사기그릇에 가지런히 담아 먹어야 한다.(냉면 그릇도 유효하다) 하나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는 사람이 되자. 이건 맞는 이야기다. 만약 자신이 웃통을 후러덩 벗어 놓은채 앉은뱅이 밥상에 앉아서 코를 훌쩍이며,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다리는 달달 떨면서, 시야는 TV 코미디 프로를 보면서 냄비를 껴안고 먹고 있는 모습을 거울에 비쳐본다면 무척 공포 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이것과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은 사람은 한쪽 손으로 코를 후비며, 다른 쪽 손으로 귀를 후비며 거울을 보기 바란다.)


국물은 절대 남겨선 안된다.. 라면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으신 분들은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라면의 진정한 맛과 영양은 국물에 있다는 것을. (이것은 다른 모든 음식에도 적용되는 진실임을 가슴깊이 각인하라) 면발의 오묘한 맛과 스프의 진한 맛이 우러 나온 것이 국물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글구 여럿이 먹을 때는 밑에 깔린것을 먹도록하라. 보통 괜찮은 건데기는 밑으로 깔리는 법이니까. 맛있는 라면을 끓여 먹읍시다.. :)



 


- 딴지 생활문화부 Jonathan Jeon ( hollobit@kisc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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