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10.12.월
라면은 참으로 훌륭한 식품이다. 먹다가 남긴 나물쪼가리를 곁들여 먹어도 맛있고 셔 꼬부라터진 김치와는 찰떡 궁합이다. 또한 어머니의 찬밥을 자연스럽게 해결해 주어 저녁식탁에선 어머니도 따스한 밥을 드실수 있다. 그런 훌륭한 라면에 이것저것 아무거나 넣어서 끓이시는 분들이 있다. 이건 라면스프를 제조한 기술자들에 대한 모독이다. 그들은 스프 하나만으로 완벽한 맛을 창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건만 그곳에 이런 잡식품을 넣어서 뭘 어쩌 겠다는건가 ? 강력히 규탄한다. 라면에 들어가는 첨가물에 대한 기준안 라면에는 섞어먹어도 되는 재료가 따로 있다. 라면에 추가 시켜도 좋은 대표적인 첨가물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참치, 햄, 만두, 달걀, 김치, 김치찌게, 떡
본인의 경험에 의하면 이상의 첨가물들을 다음과 같은 정도로 혼합할때 가장 효과적인 맛을 경험하였다. - 라면 2봉다리 - 떡 한주먹 - 참치 반깡통 - 김치 2숟가락 반 - 만두 1/4 봉다리 - 파 반 뿌리 계란을 넣을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흔히들 라면엔 계란을 풀어서 끊인다. 이래가지고는 명랑요리환경 구축 안된다. 계란이 스프맛을 다 빨아들이기 때문에 그따구로 해서는 라면 조진다. 라면에 계란을 넣지 않고 끓이시는 분들은 둘 중 하나다. 냉장고에 계란이 없거나.. 라면의 참맛을 아시는 분이거나. 사실 라면에 계란이 들어가면 맛을 베린다. 하지만 때론 라면 하나만으론 영양이 부족할 때가 있다. 라면 맛도 살리고 계란을 넣어 영양가도 보충하는 비법을 소개하겠다. 라면이 보글보글 끓을때 계란을 깨쳐서 넣긴 넣되 절대 젓가락으로 젓지 않는다. 그 상태 그대로 냅두면 환상적인 라면 본래의 맛과 함께 얇게 펴진... 그러면서 국물을 혼탁시키지 않은 계란도 먹을수가 있는 것이다. 대파를 넣을때도 주의를 요한다. 라면에 대파가 없음 앙꼬없는 찐빵이나 다름 없다. 새파란 대파를 숭숭 썰어서 라면에 넣어 끓인 후 아그적 아그적 씹을때 마다 시력이 좋아지는 것을 그대들은 느끼는가? 그런 대파를 썰어 넣을땐 잘게 썰지 말아야 한다. 라면은 분명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음식이다. 파를 아무리 많이 넣어도 잘게 썰려 있음 맨 밑에 가라앉아 있는 법. 따로 숟가락을 준비하지 않으려면 크게 썰어 넣는다. 그리고 파를 너무 늦게 넣지 않도록 한다. 늦게 넣으면 생파를 먹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생충을 죽이는 차원에서 물이 끓을때 면과 같이 넣어주는 것이 기본정석이다.
라면의 선택에 대한 조언. 먼저 라면을 끓일땐 그 라면에 어떤 재료를 쓸 것인가 생각해본다. 김치국물과 김치를 넣고 끓일 라면인데 너구리를 사왔다던가... 아님 대관령 김치라면을 사왔다던가 하는 일탈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너구리에 김치를 넣었다고 생각해보자. 참 맛도 있겠다. 또 김치라면에 김치를 또 왜 넣나. 김치라면을 끓일 요량이라면 우리집라면 같은 저가의 라면을 쓰는것이 바람직하겠다. 요즘 생라면이라고 해서 기름에 튀기지 않은 면발라면이 나오고 있다. 그런 라면은 라면 축에도 낄수 없는 출신성분이 불분명한 라면이다. 규탄한다. 시중에 나오는 라면은 다음과 같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라면 먹는 자세에 대한 권고안 냄비째 들고 먹지 않도록 한다. 끓인 라면을 냄비째 들고 와선 뚜껑에 면을 담아 먹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라면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행동이다. 그 어떤 음식을 냄비뚜껑에 덜어 먹는가? 라면을 끓였으면 설거지가 걱정 되더라도 커다란 사기그릇에 가지런히 담아 먹어야 한다.(냉면 그릇도 유효하다) 하나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는 사람이 되자. 이건 맞는 이야기다. 만약 자신이 웃통을 후러덩 벗어 놓은채 앉은뱅이 밥상에 앉아서 코를 훌쩍이며,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다리는 달달 떨면서, 시야는 TV 코미디 프로를 보면서 냄비를 껴안고 먹고 있는 모습을 거울에 비쳐본다면 무척 공포 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이것과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은 사람은 한쪽 손으로 코를 후비며, 다른 쪽 손으로 귀를 후비며 거울을 보기 바란다.) 국물은 절대 남겨선 안된다.. 라면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으신 분들은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라면의 진정한 맛과 영양은 국물에 있다는 것을. (이것은 다른 모든 음식에도 적용되는 진실임을 가슴깊이 각인하라) 면발의 오묘한 맛과 스프의 진한 맛이 우러 나온 것이 국물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글구 여럿이 먹을 때는 밑에 깔린것을 먹도록하라. 보통 괜찮은 건데기는 밑으로 깔리는 법이니까. 맛있는 라면을 끓여 먹읍시다.. :)
- 딴지 생활문화부 Jonathan Jeon ( hollobit@kisco.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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