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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0.12.월

딴지레저부 기자



본지는 앞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을 싸돌아 댕기며 그 곳에서 살아가는 잉간들을 만나보려 한다. 21세기 명랑사회는 그저 조또 쪼매한 울나라 안에서 이러쿵 저러쿵 한다고 구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인이 되어야 할 때다. 이번 호에서는 그 첫편. 이집트..

그대 이집트를 아는가... 파격과 의외성, 비능률적이고 허술해 보이기만 한 각종 시스템들 그리고 그 모든 것과 어우러져 살며 이집트인들이 연출해 내고 있는 삶의 여유로움과 박력... 이집트인을 만나보자.





어느 도시를 가던지 그 도시 여행의 시작점이 되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가장 유명해서 때론 시내 중심이어서 혹은 자신의 여행 목적과 부합하는 곳이어서... 여하간의 이유로 여행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 있다.


이집트를 물론 피라미드를 봐야한다. 압도당해 봐야한다. 그러나 본기자가 이집트에서 여행을 시작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믿는 곳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이집트의 상징, 피라미드가 아니다.


 이집트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중동의 Bazzar, Khan el-Khalili. 향신료 냄새를 헤집고 좁은 골목을 들어서면 양쪽 건물 사이의 비좁은 공간에 거울로 가득해서 거울의 카페라 불리는 노상카페가 하나 있다.


Fishawis Khan el-Khalili. 1752년 문을 연 이레 그 동안 단 한 번도 닫은 적이 없는 곳. 문자 그대로 단 한 번도. 하루 24시간을 그리고 그렇게 무려 250년 가까이를 열려있는 카페다.


이집트에 갔다면 그리고 이집트란 곳이 과연 어떤 나라인지 알고 싶거들랑 이 카페를 가보시라. 그리고는 물담배 쉬샤 를 시켜 이집트인들이 하듯이 항아리에 길다란 나무 호스를 대고 피우며 민트 티 한잔을 마셔보라. 시간이 느껴진다.






물담대 쉬샤 - 이집트에서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길거리 카페나 골목에서 길다란 항아리에 막대기형 호스 같은 것을 꽂고 쭈욱 쭈욱 빨아대고 있는 사람들을 무수히 볼 수 있다. 처음엔 저게 무슨 쥬스를 마시는 건가 했다. 빨대치곤 너무 크고 쥬스 마시는 것치곤 심각한 표정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담배와 당밀을 섞어 만든 그들만의 물담배, 쉬샤.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도 전혀 독하지가 않아서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하다. 항아리에 든 물이 니코틴등의 유해 물질을 걸러준다는 학술 보고도 있고.

길거리의 어느 카페를 들어가도 우리 돈으로 백원남짓이면 쉬샤를 피워볼 수 있는데, 예전엔 이집트 노인들만 피우는 것이었다는 데 이젠 백인 관광객들도 좋다고 피워댄다. 피울 때 나는 보글보글한 소리도 이색적이고 달짝지근한 맛이 묘하다. 뭐랄까 사과 맛이 난다.


하루 관광을 마치고 숙소 근처 카페에 앉아 스턴트적이고 다이나믹한 카이로 기사들의 택시 운전 솜씨를 전방 볼거리로 삼고 뭔지 이름을 알 수 없는 갖가지 향신료가 섞여 만들어 내는 이국적인 향취를 후방 분위기 삼아 쉬샤를 피우고 있으면 어느샌가 이집트인이 되어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50년 된 카페에 노트북을 들고 나타난
사나이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앞쪽에서는 별 일없다는 듯 물담배
쉬샤를 피우고...
유고에 파견되었다 휴가차 온 스웨덴 평화 유지군, 머리를 땋아주며 25년째 세계를 떠돌아 다니는 미국 장돌뱅이, 쿠웨이트 석유 시추 기술자, 남아공에서 온 거리의 악사, 그리고 국적 불명 사진사...

방금 도착한 그들이 마치 오래전부터 내자리로 비어 있었던 것 같은 자리라는 듯 스르르 앉는다.


그리고는 5분도 안되어 이미 100년 전부터 그 자리에 있어왔던 것처럼 카페와 하나가 되어 버린다. 혹 나이키를 신고 LA 다저스 야구 모자를 쓴 자신도 그럴지 의심이 가거들랑, 한쪽 구석에 카페의 장식처럼 앉아 있던 100세쯤 되어 보이는 이집트 노파를 찾아보시라. 지난 80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 카페를 나와 시간이 흐르는 걸 지켜보는 분이다. 그리고 잠시후 그분과 자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걸 발견할 것이다. 올해도 그분이 살아계실지...


이 곳에서 이집트식 시간을 먼저 느껴보자.
여행을 끝내고 사진 속에 갇힌 이집트만 달랑 남기고 싶지 않걸랑... 이집트는 사진 속에 담아지지 않는 곳이다...





Fishawi 카페에서 만난 독일 사진가랑 이슬람지구를 터덜거리며 걷다가 아무 카페나 들어갔다. 이슬람지구 자체가 우중충한 거리인데다 날이 어두어지고 있어 이집트 홍차 샤이 한 잔만 하고 일어서려던 참 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정수리께 뭔가 신선한 자극이 왔다.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아니 그랬더니 건너편 허름한 건물 2층 창가에서 두 명의 이집트 뇨자가 본기자에게 손을 흔드는 것 아닌가. 아니 이럴수가. 이집트 뇨자 내게 손을 흔들다니. 그것도 두 명이 한꺼번에.


시대가 변해가고 있긴 하지만, 관광객을 직업적으로 상대하는 사람 외에,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자가 모르는 외국 남정네에게 손을 흔드는 일은 거의 반사회적 행동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율법이 금하는 일이다. 우째 흥분하지 않을소냐.


독일인 친구랑 동시에 서로를 쳐다봤다. 씨익 웃으며 Lets go, 영어 한 마디 해줬다. 그랬더니 No란다. 무스기 ?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더니 혹시 다른 사람들이 보고 경찰에 신고하면 잡혀간단다. 음... 맞는 말이다. 잡혀갈 수 있지. 충분히... 반쯤 들었던 궁디를 억지로 주져 앉혔다.


그러나 그 뇨자들 포기하지 않고 생글거리며 손을 흔든다. 이젠 아예 이리 올라 오라는 손짓이다. 아.. 씨바.. 갈등. 다시 한 번 영어 두 단어를 던졌으나 독일 친구 No란다.


" 그래 좋다, 넌 여기서 구경해라 난 혼자라도 가서 왜 그리 손을 흔들어 댔는지 물어보고라도 와야겠다" 대충 그 쯤되는 영어를 졸라 비장하게 뱉어내고 일어섰다.


이러다 이집트 남자넘들한테 붙들려 감옥으로 끌려가면 어쩌나.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영화가 갑자기 생각났지만, 저리 애타게 손짓하건만 모른 척하는 건 대한 남아의 수치. 그 건물로 겨들어갔다. 그 집 앞에서 드뎌 문 대용으로 늘어뜨려져 있는 거적을 젖혔다.


세상에...


서너평 남짓한 방에 아빠, 엄마, 아들 하나, 딸 셋 그리고 자식이 아닌 듯한 청년 한 명이 조디가 찢어져라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당황. 그러나 이들은 뭐라고 뭐라고 하면서 팔목을 끌어 방안으로 들여 놓더니 사탕수수 쥬스와 담배를 권했다. 그러더니 창 밖으로 날 부르던 그 뇨자와 정체불명의 청년은 뭐라고 뭐라고 애타게 뭔가를 설명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정말 답답했다. 본기자가 아는 아랍어라곤 인사말이랑 물건값 깍을 때 써먹는 숫자 밖에 없고 그들이 아는 영어는 hellow랑 thank you 그리고 taxi...


30여분을 서로 일부 체조 선수들만 가능한 아크로바틱한 포즈까지 동원한 끝에 드디어 뜻이 통했다. 그러니까 자신들이 곧 결혼하는 데 결혼식 피로연에 와달라는 것이었다.


왜 그랬는지 알게 된 순간, 본기자 이집트인에게 홀딱 반했다. 그들의 순수함에 정녕코 반하고 말았다. 애석하게도 이스라엘로 떠나기로 한 날짜랑 겹쳐 결혼식 참석은 못했지만 영원히 잊지 못할 환대였다. 그들과 함께 나눈 식사와 대화는, 비록 대화의 대부분은 갖가지 효과음과 몸부림이었지만, 지금도 따뜻한 기운으로 내 몸안에 남아있다.


 







아무리 짧은 기간을 머문다 하더라도 호텔 주인, 레스토랑, 웨이터, 박물관 입장권 파는 사람들만 만나다 오는 여행은 한마디로 반쪽 짜리다.

더구나 이집트는 이방인이 지나가면 꼬마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Welcome Egypt" "You country?" "Hellow, welcom welcome" 하며 활짝 조디를 열고 웃어주는 기본적으로 사교적인 인간들이 넘쳐나는 곳, 이곳에서 친구 한 명 못 만든다면 말이 안된다.


물론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사기꾼들도 관광지 주변엔 수두룩하지만 이집트 일반인들은 정말 순진한 사람들이다. 이집트를 간다면 꼭 친구 한 번 만들어보길. 친구 하려면 알아야 할 그들만의 관습이 몇 가지 있다. 아래 몇가지만 나열해 본다. 이런 것만 조심하면 잊지 못할 여행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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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인의 친밀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깝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집트인은 이야기를 할 때 코 앞에 졸라 바짝 붙어서 이야기를 한다. 당황하지 않도록. 우리는 그래도 덜 하지만 서양인들은 처음에 기겁을 한다. 종교 이야기를 화제거리로 삼지 않도록 하는 건 어디나 기본.

 만약 당장 초대에 응할 수 없을 경우, 외국인을 집에 초대하는 것을 큰 기쁨이라고 여기기에 좀 친해지면 초대받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 다음에.. 가겠다.. " 라고 했다면 반드시 다음에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욕이 된다. 초대를 보답하는 방법으로는 그들 가족을 식당으로 초대, 외식을 함께 하는 것이 흔한 방법이다.


 이슬람 국가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이란에서 탄생했지만 여전히 이슬람 국가에서 여인들은 베일을 쓴다. 인구의 94%가 이슬람이라는 이집트의 경우 다른 이슬람 국가들과 다르게 많이 개방되어 여성이 베일을 쓰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외국인이 이집트 여성에게 말을 거는 행위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그 즉시 주변 이집트 남성들의 주목을 받으며 그 대화 내용이 불순할 시 이집트 짭새가 출동하는 수가 종종 있다.


여성여행자의 경우 이집트에서 너무 현란하거나 노출이 심한 복장은 삼가하는 것이 좋다. 이집트 남성들이 자국의 여성들에게는 그렇지 않지만 외국의 여성들은 모든 것이 개방적이라 여겨 졸라 귀찮은 일이 많이 생긴단다. 특히 외진 곳이나 늦은 밤 혼자 외출은 삼가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큰 소리로 주변의 도움을 청하거나 주변 아무 가게나 들어가는 것이 상책이란다. 특히 지하철은 맨 앞 차량, 버스 역시 운전석 바로 뒤의 앞쪽 좌석이 여성 전용이므로 이를 이용하자.


 워낙엔 허가증이 없으면 이집트인이 외국인과 함께 걷는 것 조차 불법이다. 물론 카이로 같은 대도시에서 이집트인과 같이 걷는다고 잡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집트인과 같이 다른 도시로 여행하거나 하는 행위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법이다. 요즘은 이를 엄격히 적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지만 여하간 사귄 이집트인과 함께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뭔가를 권하면, 관광지 주변의 사기성 가이드들을 제외하고, 대게 일단 No라고 한다. 처음부터 덥석 Yes라고 하는 것을 무례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뭔가 권유를 받았을 때 한 번은 No라고 하자. 그래야 그들 뜻을 제대로 존중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집에 가서 어떤 물건에 대한 칭찬을 세번 이상하면, 예를 들어 그릇이 예쁘다는 말을 세 번 이상하게 되면 그걸 달라는 뜻이 되어 집에 갈 때 싸서 준단다. 그 집 아주머니에게 예쁘단 말은 아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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