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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0.12.월

뮌스터에서 "촌놈" 특파원



한번은 옆 연구소에서 일하시는 비서 아주머니의 컴퓨터를 고쳐 드린 적이 있습니다. 며칠이 지난 아침에 아주머니께서 제 연구실 문을 두드리셨습니다. 답례의 선물을 가져오셨는데, 그것이 무엇이느냐... 그것은 한 장의 포스터였습니다. 이 포스터가 너무 예뻐서 혼자 보기에 아까워서, 한국의 딴지독자님들과 함께 보고자 합니다.

포스터의 글은 잉그리드 뒤커(Ingrid D ker)와 루츠 헤어텔(Lutz Hertel)이 썼고, 그림은 슈테펜 부츠(Steffen Butz)가 그렸습니다. 출판사는 "여성저널(Journal F r Die Frau)"지입니다.





 열광적인 어루만지기의 물결


지금 독일을 휩쓸고 있는 유행이 있습니다. 하루 네 번씩 서로 쓰다듬고, 만져 주고, 포옹하는 것인데, 한마디로 말 해 "어루만지기"라고 할까요.


우리나라에서는 껴안고 어루만지고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방을 칭찬하고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을 하는 것을 무척 어색해 하는데요, 친구, 동료, 부모, 자식간에 갑자기 한번 껴안아 보세요. 서로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분위기가 화목해지며, 긴장이 풀어집니다.


어색해 하지 마세요.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그것은 " 네가 여기 있어서 너무 좋구나.."라고 크게 고함을 지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여러가지 "어루만지기"의 유형을 소개합니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세요. 끝에는 10가지의 주의사항도 적었습니다. 잘못 껴안았다가 뺨이라도 맞으면 안 되니까요..










































천둥벼락 어루만지기


젊은 연인들, 신혼부부들, 그리고 폭풍우처럼 정열적인 친구들 사이에 어울립니다.


"놀랬지! 나 여기 왔어."


배불뚝 어루만지기


아들이나 딸, 혹은 어린 조카들에게 해 주실 수 있습니다.


"네가 여기 있으니 정말 좋구나!"


밀착 어루만지기


연인들, 친한 친구 사이, 아니면 아빠가 아들에게 해 줄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편하게 기대렴. 내 옆에 있으면 넌 안심해도 된단다."


얼싸안고 어루만지기


결혼하신지 25주년, 혹은 50주년 되신 부부들께 어울립니다.


"너무나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구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쓰다듬으며 어루만지기


부모가 자식에게, 선생님이 학생에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들에게 해 주십니다.


"괜찮아.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어도,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아기 어루만지기


엄마, 아빠 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도 자주 해 주시죠.


"자, 팔은 벌리고 눈은 꼭 감으렴. 네가 원하면 언제까지라도, 우리는 널 꼭 안고 있을께."


업고 어루만지기


모든 어린이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 친구는 덩치가 작고, 한 친구는 아주 클 경우에도 하실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나는 너를 버리지 않을거야."


쌀짝꿍 어루만지기


서로 사귄지 얼마 안 되는 동료들 사이에 적합합니다.


"너를 보면 기분이 좋아. 우리 함께 한번 해 보자."


단짝친구 어루만지기


동료들, 친구들 사이, 그리고 형제 자매들 사이에서도 하실 수 있습니다.


"넌 내 가장 친한 친구야."


파티 어루만지기


꼭 친구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앙숙지간에도 가능합니다.


"어이, 여기서 자넬 만나다니 좋구만."


팀 어루만지기


반드시 축구선수나 배구선수들만 이것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직장동료들 사이에서도 한번 해 보세요. 각자가 혼자가 아님을 아시게 될 겁니다.


나홀로 어루만지기


이것은 혼자 외롭게 지내는 사람을 위로해 줍니다. 한번 자신을 안고서 스스로를 사랑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벌써 기분이 좀 나아지지 않았나요?


 


 어루만지기의 10가지 주의사항


  1. 하루에 4번은 충분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입니다. 이것은 건강전문가들의 충고랍니다.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하실 수 있어요.

  2. 어루만지기를 섹스와 혼동하지 마세요. 어루만지기는 우정을 돈독히 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루만지다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하세요 !

  3. 어루만지고 어루만지고 어루만지다 보면, 잠깐이 아니라 몇 분이나 계속할 수도 있습니다. 걱정거리는 한쪽에 제껴버리고, 눈을 지긋히 감은 채로 그냥 그 느낌을 만끽하세요.

  4. 책상에서 앉아 한참 일해야 할 시간에 갑자기 어루만지고 싶다는 느낌이 들 때에는, 슬쩍 볼펜을 떨어뜨리고 굴러가게 하세요. 주위를 둘러 보시면 분명히 같은 동작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5. 좀 보수적인 성격의 동료에게 어루만지기를 하시고 싶다구요? 우연인 것처럼 가장하고서 "살짝꿍 어루만지기"로 일단 시작해 보세요. 절대로 "천둥벼락" 어루만지기를 하시면 안 되겠지요.

  6. 당신 친구가 화가 나 있는데, 기분을 돌리고 싶으시다구요? 상냥한 목소리로 물어보세요. " 딴지야, 우리 어루만지기 한 번 할까? " 그리고선 곧바로 "파티 어루만지기"로 들어가세요.

  7. 당신은 이미 어루만지기로 기분이 좋아졌는데, 당신의 상대방은 어딘지 싫증내는 것처럼 보인다구요? 그렇다면 한번 "단짝친구 어루만지기"를 시도해 보세요.

  8. 딱딱한 회의석상이나, 친척들이 모인 자리가 지루하게 느껴지시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모두 모여라!"라고 해 보세요. "팀 어루만지기"를 하고나면 분위기가 확 바뀔 겁니다.

  9. 잘 모르는 사람과 할 때에는 특히 주의 ! 잘못하다간 큰 망신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경우에는 미리 당신의 의향을 충분히 설명하고, 상대방의 동의를 기다리세요. 그런 다음에야 하실 수 있답니다.

  10. 마지막이자 아마도 가장 중요한 주의사항입니다. 이상적인 어루만짐은 적극적이지만 강제적이지 않고, 즐거운 마음에서 해야하지만 그것이 과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런 표어로 요약할 수 있겠지요.

" 아침에 마시는 차 한 잔처럼, 어루만지기는 근심과 걱정을 씻어준다."


 


우리 모두가 어루만지는 세상이 되길 꿈꾸며...



- 뮌스터에서 "촌놈" 특파원 (remus@uni-muenste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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