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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9.28.월

객원경제주필 석진욱



하나의 시스템이 붕괴되기 직전의 상황을 살펴보면 삐그덕 거리기와 정상화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나중에 "꽝"해버리는 게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자동차의 "쇼바"가 나가버리면 이와같은 현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지요? 직선주로를 빠르게 달릴때에는 병 문제가 없지만 저속으로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거나 커브길을 돌때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그런 느낌은 더욱 더 강해지기 마련이지요.. 그리고 마침내는 목숨이 왔다가는 큰 사고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1929년 10월의 미국증시 붕락직전... 9월초에 미국의 증시는 최고조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주가는 빠지기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또 다시 급등하거나 하여 빠진 주가를 만회하고 또다시 떨어지다가 급등하여 만회하고.. 전반적인 추세는 그러나 조금씩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한번씩 어느정도의 폭락현상이 나타나다가 다시 다음날 급등하여 어느정도 만회하고를 반복하였습니다. 그것이 10월초의 상황이었습니다.

10월 20일을 전후하여 몇번의 폭락과 급등이 반복되다가 유명한 10월 24일에는 충격적인 폭락이 일어았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주가는 약 절반이상 회복하였지요.. 그러다 가 10월 29일의 대폭락으로 미국은 대공황속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98년 9월 미국증시는 폭락과 급등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모라토리움이건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건 관계없이 주가는 급등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미국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과 부실화가 이미 매우 심해졌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연방정부나 그 외의 인사들이 "Fundamental"의 건전성을 강조해도 이미 투자가들의 "M ind Flow"는 심각한 훼손을 당한 것이 사실입니다.

구미의 금융기관들은 이 같은 사실을 감지하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듯이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에서의 채권을 회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위기에서는 "현금"이상가는 무기가 없음을 그들은 지난 100년간의 자본주의 경험에서 뼈저리게 알고 있으니까요..

거기에다 1929년과 유사한 상황은 연방정부가 유효적절한 정책을 시도하려고 혹은 시도 했어도 그것이 각계의 압력으로 좌절되기 시작한 것 역시 유사합니다.

1929년 3월 미국 연방정부는 주식시장의 가열기미를 알아채고 금리인상과 금융감독 강화를 통해 주식시장 과열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고 많은 자본을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던 금융기관과 각계의 유력인사들은 연방정부에 압력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20년대 초두 그 당시로서는 "가장 미국 대통령다운 대통령"으로 알려졌던 하딩 대통령때부터 형성된 정치인-금융기관-기업의 삼각 커넥션이 작동하면서 결국 연방정부의 정책은 좌절 되었습니다.

금리인상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금융감독은 오히려 더 느슨해졌습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은 과열되었고 대붕괴로 이어졌지요..

1998년, 전 세계적인 공황을 눈앞에 두고 미국의 금리인하가 각계와 FRB내부에서도 강력히 요구 되었습니다. FRB의장 마저도 공공연히 금리인하를 공언하였습니다. 일본정부는 이를 기정사실화하여 금리인하를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금리인하는 갑자기 늦추어졌습니다. 거의 "Lip service"가 아니었느냐는 실망감이 국제 금융가에 팽배해졌습니다. 마지막 정책수단을 아끼기 위한(즉, 남미 금융시장 붕괴를 대비하여..)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대 금융기관의 로비에 의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미 국채 금리인하는 대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현재로서는 분명한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한참 시세 좋은데 금리인하되면 그 만큼의 수익이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 예를들어 5.5%에서 1년짜리가 1만불인데...요새처럼 미 국채인기가 좋으면 5%로 금리가 인하됩니다. 그러면 거의 50달러정도를 국채소유자는 이익을 봅니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0.5% 금리인하가 결정되면 거의 50$의 이표금리 손해에다가 50$의 기회수익 손실이 일어나므로 거의 100$ 정도의 손해가 납니다. (이중 이표금리 손해는 없을 수 있습니다)

미국-일본 금융기관들의 채권회수 움직임이 거의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현재, 한국은 다행스럽게도 약 75~80%정도의 채권을 상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20%정도의 채권인데 만기연장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남은 것은 국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외환시장에서 교환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지요.. (대부분의 한국기업의 경우 금융기관등 간접금융에 의해 지고 있는 부채는 150~200% 정도 문제는 어음-회사채등 직접금융에 의해 발생하는 부채 역시 150~200%이상..)

덕택에 한국의 외환시장은 점차 외환위기 이전의 규모로 되돌아 가고 있습니다. ( 한국의 외환시장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하루 12~15억달러가 거래됨 지난 6~7월에만 하더라도 8~9억달러 수준으로 축소)

따라서, 한국의 현상황은 금리상승이 지극히 필요한 때입니다.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또 다시 "버티기"를 행하는 방법외에는 없습니다. 어쨌든 자의반 타의반으로 금리상승은 시작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저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콜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묶어두다가는 심각한 위기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콜 금리가 낮으므로 콜로 자금을 동원하여 회사채 매입을 금융기관들이 하게되면 콜 시장은 위험할 정도로 팽창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즉 한국경제의 신용도를 끌어올리고 투자자들에게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포드의 기아인수는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국은 이머징 마켓에서 또 다른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신용경색현상도 급속히 해결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불가능 해졌습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제 대량의 회사채발행을 통해 자신들의 외채를 갚아나가야 합니다. 결국 지난 97년 11월부터 98년 1월까지 계속되었던 이른바 "시중자금 싹쓸이"가또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가 의도하지 않았던 그토록이나 피하고 싶었던 제 2 차 고금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조금만 기다리면 또 다시 고금리 금융상품이 출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대기업이든 아니던 지난 6개월간의 고금리로 기진맥진 하였습니다.

고금리를 이겨낸 많은 기업들은 하지만 고금리를 버텨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기업들이죠.. 지난 98년 초 발행했던 회사채 혹은 단기부채의 만기연장은 기업들에게 거의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조건으로 제시 될 수 있습니다.

9월 이후의 경제회생 스케줄은 포드의 포기로 사실상 무너졌습니다.
이제는 자력갱생에 의한 스케줄외에는 방법이 없어져 가고 있습니다. (한가지 희망은 미국 금융기관들은 한국의 국채발행에 의한 경기부양책에 대하여 호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미국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금융위기를 당한 국가들이 "자력갱생"에 의한 생존을 촉구한다는 뜻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 객원경제주필 석진욱 ( seokjeff@hite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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