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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취중진담

1998-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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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광순 추천0 비추천0










끄엌


머, 머라구?
전문직을 가진 여성이면 성 차별을 당하지두 않을 터인데
왜 단체를 조직해서 일을 벌이냐구?
글구 왜 일반 여성들의 문제, 페미니즘에 관심을 쏟느냐구?


얌마,


그 동안 한국에 여성은 없었어.
네들은 오로지 `희생적인 모성만 찬양하면서 그녀들의 치마꼬리에 매달렸지.


너 그거 알어?
남녀가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모성의 신화가 강조되고 있다는 거 말얌마.


후후


그러기 땜에 여성은 `헌신적으로 가족을 뒷바라지할 때만 네들에게 의미가 있지.


그래서 그 이외의 여성은 맨날 꽝이라능거 아냐.
태어나기 전부터 감별 후 살해하는가 하면


( 것두 일년에 3만명이나 말야.
야, LA나 빠리에서 여태아만 그렇게 골라 쥑인다구 해 봐라.
지구촌에서 가만 놔둘 거 같냐? 그런 미개인들을?
그런데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에 늬들은 왜 침묵하고 있능거야?)


글구 취업은 제일 나중에, 해고는 제일 먼저라능거 아냠마.


허허


한국의 결혼제도를 볼까?
세상의 모오든 결혼은 성숙한 남녀가 양가를 떠나 독립된 가정을 꾸미는 거야.


그러나 한국 여자는 남자 집안 하부구조로 편입되어 그 집 따까리가 되길 강요받지.


호주제나 부가(夫家) 입적제라는 것이 세상에서 아주 희귀하고 원시적이고 미개한 결혼제도라능거 너 생각이나 해 봤냠마?


부룩 쉴즈나 오드리 햅번이 시집살이 하능거 봤냐구.
이거 넘 불공정한 게임 아니냔 말야. 이 개이쉐키들 마리야, 마랴.


 


아니, 거기다가 또 뭐냐,
모 남자만 씨를 가졌구 여자는 밭일 뿐이라구?
콩 심은 데 콩 나구 팥 심은 데 팥 나니까 씨가 중요하다구?


이런 무시~칸 놈을 봤나.
얌마, 암술머리에 수술가루가 붙어야 씨가 여무는 거 몰람마?
씨는 이미 암수(난핵·정핵)의 결합이구, 여자두 남자두 절반의 씨앗을 가졌자넘마.


내 5대 조상은 2의 5제곱(32명), 10대 조상은 2의 10제곱(1024명), 20대 조상은 2의 20제곱 일백사만 팔천오백칠십육 명


조상


↗ ↖


△→ 이게 너 아니구, ▽→ 요게 너 아니냐구.


 


그러닝깐 그 동안 네들이 어깨에 힘주믄서리
김수로왕 몇 대 손이구, 이씨 왕손 몇 대 손이구 하능거는
모둥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능거 아냐.


그러게 이름 가운데 제일 의미 없는 게
그간 네가 신주단지 모시듯 모셔왔던 성씨란 말이지.


3대 독자, 7대 독자? 그래서 아들을 꼭 낳아야 한다구? 조상한테 죄 짓는다구?


끄엌... 엿이나 먹으라 그램마.


 


우리는 걍
아메바에서 진화를 했든지, 하나님이 흙으로 빚었든지,
유에포를 타구 온 엘로힘이 만들었든지…… 간에


걍 호모 싸피엔스루다가서리 살믄 되능거야.
조상 중에 벼슬한 놈 있다구 어깨에 힘 주지 말구서리,
조상 중에 못된 놈 있다구 부끄러워 기 죽지 말구서리,
단군의 자손, 부끄럽지 않은 지구촌의 한 사람,
모든 억압에 저항하는, 차별을 싫어하는, 서로 사랑하고 싶어하는.


 


`우리 삶은 우리가 결정하겠다.


이게 페미니즘이지.


순결을 잃었다면서 바퀴벌레 수놈 발목을 잡고 책임지라면서 찔찔 짜는 암컷 바퀴벌레처럼 살지 않겠다는데...


하여 우리 여자들을 암컷 바퀴벌레 취급하는 모오든 법과 제도와 관습을 뜯어고치겠다는데... 그게 떫냠마?


그래야 우리가 두 발로 땅을 딛고 흔들리지 않게 설 수 있을꺼 아냐.


그래야 내가 네 두 눈을 들여다보며 뜨거운 사랑 이야길 할 수 있지 않겠냐구우.


내가 이렇게 입술이 부르트는 건


정말 너를 사랑하고 싶고 우리의 미래를 사랑하고 싶기 대문이라구우.


그러닝깐 이젠 빨랑 와서 거들엄마 !


호주제 폐지 ! 부가 입적제 폐지 !
여남 차별하는 모오~든 법 · 제도 · 전통 · 관습 폐지 !!!


 


- 고은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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