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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9.28.월

노땅 샐러리맹꽁이인 모창투사 아날리스트 겸

딴지갱제부 제1호 정식기자, 욕재이 용



누가 뭐래도 요즘 시중의 fuzzword는 단연 벤처이다. (Fuzzword? 사전차자보시라. 배워 남주나.)

구조조정이니 정리해고니 빅딜이니 단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벤처가 fuzzword로 인기있는 이유는 딱 하나다. 아무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거다. 구조조정이나 빅딜은 대해서 씰데없이 씨부렸다가 욕들어먹기 딱 좋은지라 맘 독하지 않은 놈은 쉽사리 나불대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벤처만한게 없다.

"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벤처를 육성해야함다" 라고 목소리만 돋구면 개도소도 옳소하며 박수치지 않던가. 이러다보니 연일 신문에는 벤처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여기저기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세미나가 열리고 세상을 눈치하나로 살아온 대학교수들은 뒤질세라 벤처전문가임을 자처하고 있다.

과연 벤처는 한국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인가?

이에 딴지일보는 명랑사회 구현의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벤처의 조디부터 똥꼬까지 발랑까집어 한국벤처의 화끈한 누드를 독자 여러분에게 보이고자 한다.

 




 벤처가 뭐꼬?

벤처(venture)! 이는 듣기만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일까?

울나라엔 벤처기업이 법적으로 정의되어 있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서 4가지 경우에 해당할 경우 중소기업청에서 벤처기업 확인서를 발급해준다. 즉, 법령에 의해 벤처기업이 구분된다는 이야기다.

졸라 웃기는 야기다.

벤처기업의 정의는 High risk, high return이란 말이 단적으로 대변한다. 졸라 망할 확률이 많지만 허벌나게 재수가 좋아 성공하면 디지게 돈많이 버는 사업, 이게 바로 벤처의 정의다.

따라서 법적으로 정하는 4가지 경우는 벤처하고 조또 상관없는 항목이다. 근디 여기서부터 실타래는 꼬이기 시작한다.

우리생각과 달리 미국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벤처기업의 업종 중에 주요업종은 유통업과 건강관련산업이다. 정보통신업 못지않은 수익율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처기업과 업종은 상관없다.

법적으로 정의되는 울나라 벤처기업은 사실상 첨단 또는 신기술을 가진 기업을 의미한다. 수익성과 효율성보다 특허니 R&D니 하는 특정업종의 기업에 유리하게 벤처기업 판정을 내린다. 여기까지는 무리긴 하나 별 문제없다.

진짜 문제는 법적으로 벤처기업임을 확인받으면 정부자금을 쉽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오늘도 수십개의 벤처기업이 탄생하고 있으며,
정부는 벤처입국을 목청껏 부르짖고 있다.

 


 벤처기업의 진짜 조건은 뭐꼬?

비온뒤 소나무 밑에서 빨딱빨딱 솟아나는 송이버섯처럼 여기저기서 기어나오는 벤처기업이 다 벤처기업일까. 그랬음 좋으련만 불행히도 대부분은 무늬만 벤처다. 무늬를 살짝 벗기고 안을 들여다 보면 조또 아이다.

벤처기업의 특성은 무엇일까? 세가지로 요약해보자.

 똘똘한 창업자다.

기존의 고리타분한 사업을 그래도 재현하는게 아니고
새로운 발상과 기술로 신규시장을 창출하고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창업자가 있어야 한다. 이런 창업자는 업종 불문하고 공정을 개선시키거나 신기술을 개발하여 혹은 갖가지 참신한 아이디어로 산업평균과 동업계평균을 훨씬 초과하는 수익을 창출한다.

 기업공개가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하고 고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삼승전자같은 대기업의 사업부가 신기술로 새로운 사업을 한다고해서 벤처라고 하지 않는데 이미 기업공개가 되어 있고 외부의 자금유입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또 개인돈을 투자해서 외부자금 없이 새로운 사업을 할 경우 사업의 내용은 벤처이나 자본시장에서는 벤처기업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굳이 기업공개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벤처기업이라고 할 때는 외부자금의 투자를 받아 성장하고 기업을 공개하는 수순을 밟는 기업을 의미한다.

 경영과 자본이 분리되어야 한다.

창업자는 창업자일 뿐이지 회사가 성장하더라도 계속 소유권을 주장해서는 안된다. 즉 내회사라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외부자금 받으면서 내회사임을 주장하는 한, 지 아무리 잘나도 벤처기업은 아니다.

 


 벤처기업의 실상을 까보자!

통산부자료에 의하면 96년말 기준으로 벤처기업수가 1,500개를 넘었다고 하니 지금은 수천개가 될 것이다. 정부에서 앞으로 수만개를 창업하도록 지원해준다고 하니 울나라는 가히 벤처천국이 될게 틀림없다. 그러면 암에푸 끝날까?

어림도 없다. 통계로 잡히는 벤처기업의 대부분은 무늬만 벤처이다.

최근 몇년간 이름 빵빵하게 날리던 벤처기업 중 지금 제대로 되는 회사가 몇개 있는가? 암에푸로 대기업 빌빌거리는데 그 잘난 벤처기업은 왜 따라서 빌빌거리는가? 한국에 진짜 벤처기업 별로 엄따는데 근거가 뭘까?

 벤처기업의 지향시장에 문제가 있다.

울나라 잘나갔던 벤처기업은 내수시장이 무대였다. 한마디로 대부분 대기업 하청업체였다는기다. 대기업이 직접 할 만한 규모의 시장이 아닌 곳을 목표로 해서 창업하고 돈벌었다. 창업자의 이력서를 보라. 거의 대기업출신이고 자기 있던 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암에푸로 우리갱제가 꼬꾸라지니 따라서 꼬꾸라질 수 밖에 엄따. 지금와서 수출한다고 지랄하는데 겜이 되나.

미국 벤처기업은 목표시장이 세계시장이다. 물론 내수시장만 하더라도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대만 벤처기업도 마찬가지다. 내수가 워낙 빈약하여 첨부터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울나라 기업은 창업 후 졸라 잘나가다 몇백억원 정도의 매출을 하면 탁 막힌다. 더이상 팔데도 팔꺼도 엄따. 해외로 눈 돌리자니 겜이 안된다. 그나마 지금 제대로 되는 벤처기업은 몇 안되는 세계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다.

 첨단,첨단하지만 쥐뿔도 없다.

사실 울나라에 무슨 원천기술이 그리 있는가? Core technology나 Edge technology의 대부분은 외국에 있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은 공개된 기술을 가지고 응용하는 단계일 뿐이다. 물론 응용기술이라고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문제는 응용기술을 원천기술로 착각하는데 있다. 자신이 가진 무기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엉뚱한 곳만 쑤시게 된다.

벤처기업이란 말이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이란 말이
있었다. 아직도 조세감면규제법에는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조감법에 보면 해당업종을 구체적으로 나열해놨는데 요새 말하는 벤처기업과 그대로 일치한다.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이란 말 그대로 노동집약형 중소기업의 반대이다. 울나라 중소기업 대부분은 이 둘 중 하나다. 근데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은 솔직히 말해 고용효과는 별로 엄따. 기술집약형이니끼니. 그렇다고 해서 세상을 말아먹을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말은 아니고 완죤히 몸으로 때우는건 아니고 먹고 살만한 기술을 있다는 야기다. 바로 요즘 말하는 벤처기업이다. 더도 덜도 아니다.

 기업경영을 얼라 장난으로 생각한다.

미국 벤처기업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신기술이 중심이 되어 창업한 다음 외부에서 기업경영에 필수적인 인력을 아웃소싱한다는거다. 울나라는 엔지니어 사장이 창업해서 기업규모가 커져도 창업멤버끼리 똘똘 뭉쳐 외부의 수혈을 받지 않는다.

왜 미국에서는 창업자가 회사가 성장하면 CTO(Chief Technology Officer,기술담당임원)로 가고 CEO(Chief Executive Officer)를 외부전문가를 영입하는가. 지 아무리 잘나도 기술개발하는거랑 회사경영하는거랑 다르기 땜이다. Yahoo의 CEO는 창업자인 제리양이 아니라 쿠글이라는 전문경영인이다. Netscape의 창업자도 CEO가 아니라 CTO이다. 울나라 벤처기업에는 이런 창업자 있던가?

벤처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개념이다. 능력있는 놈 능력만큼 벌어라 이거다. 울나라 벤처기업가들은 창업때부터 기업공개후까지 회사는 단지 지회사일 뿐이다. 외부투자를 받으면서 안정적인 지분을 염려하느라 밤잠을 설친다. 지회사라는 생각이 강하니 경영도 지좆 꼴리는대로 하고 돈도 지맘대로 쓴다. 외부투자자는 돈이나 처박고 간섭하지마라다. 주주는 조또아이다. 자본주의는 철저한 도덕관념이 없으면 망한다. 소유와 경영을 혼돈하는 이런 사고로는 절대로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없다.

 


 벤처기업육성 효과있나

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에 목숨건 것처럼 보인다. 허기야 지금까지 울나라 GNP 높여주던 재벌그룹이 갤갤거리고 왕년의 경제 견인차역할을 하던 노동집약적 산업은 이미 물건너 간지 오래니 그나마 잡을 지푸라기라고는 벤처기업밖에 없을게다. 창투사에 돈빌려줘도 제대로 투자 안하니까 이제 직접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고 있다.

근데 골때리는 것 중의 하나가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하는 목적이 고용창출효과라는거다. 대학생들 졸업해도 취직 못하니 대학생들 창업하라고 꼬드기도 별 짓을 다한다. 수조원을 창업하는 벤처기업에 몇억씩 때려박고 한 회사가 고용인원이 몇명이면 우와~~~ 고용창출효과가 직인다는거다. 그 돈 받을려고 목욕탕도 개소주집도 벤처기업 확인서 뗄려고 눈이 뻘개있다.

그 많은 돈 다 누구 주머니에서 나가는지 생각해보자. 다 우리 세금이고 외국에서 빚내온 돈이다. 불쌍한 국민 돈 가지고 벤처놀음 하고 있다.

정부가 바라는대로 수많은 벤처기업이 창업하면 몇년 뒤 망한 회사에서 쏟아질 그 엄청난 실업자와 떼먹힌 돈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금 정부의 정책은 망할게 뻔한 회사에 돈 부어주는거다. 2,3년전 정부가 정보화촉진기금 등으로 정책자금 지원을 해준 회사들의 상환일이 이제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제 하나 둘씩 배내밀고 뒤집어지고 있다. 내년만 되면 미상환되는 정책자금때문에 여러놈 골치아프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이꼬라지로는 벤처기업 날샜다. 무늬만 벤처지 재수좋아 떼 돈벌면 지금 욕먹는 재벌 짓 그대로 할 것이다. 원래의 벤처정신과 어느 것 하나 맞아 떨어지는게 없다. 있다면 한큐를 바라는 것 뿐이다. 그것도 실력없는 재수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끔씩 제대로 된 벤처기업을 볼 수 있다는게 다행이며, 또 그런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는 당위성이 존재한다.

똥폼이 아닌 진짜 폼나는 벤처기업이 많이 생기고 성장하기 위해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나미처럼 빙글빙글 돌면 되나. 궁금하지?

애석하지만 본 기자 손가락에 통증이 오고 화장실 간지 오래되어 똥꼬가
뻑뻑한 관계로 요건 2부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이상. 




 

- 노땅 샐러리맹꽁이인 모창투사 아날리스트 겸
딴지갱제부 제1호 정식기자, 욕재이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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