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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0.12.월

비쥬얼전문 代기자 Bok



지금으로부터 수 십년전 한국전쟁때의 일이 아닐까 싶다. 산골에 연년생 4형제가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공산당이 쳐들어오는 바람에 사이좋게 사고도 치고 동네 처자들도 희롱하고 하면서 즐거운 청춘을 만끽하던 4형제가 줄줄히 군대를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줄없고 빽없는 사연은 당근이다.

그리고 자유 수호와 국가와 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막 싸우다가 막내를 제외한 3명이 거의 동시에 하나는 동해안에서, 하나는 후방에서 연일 계속되는 교육훈련 중에, 다른 하난 서부전선에서 사망하였다. 우끼는 노릇이다. 그런데, 전사 통지서를 발행하는 관계기관에서 일을 하는 쓸데없는 일에 졸라 관심 많은 아줌마가 죽은 3형제의 이름을 보고 뭔가 공통점을 발견한다.


헉! 나오언, 나사언, 나삼언..


성은 나씨에 돌림은 언자돌림. 단박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웃분에게 보고한다. 그러나 반인륜적 군바리는 무슨 뜻인지 모르고 헷소리만 계속할뿐. 그러던 와중에 젤 높은 사람이 나타나 한번에 3명의 자식의 전사 통지서를 받을 어머이를 연상하고, 그것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그 집안의 막내인 나이언을 즉각 체포하여 "고향 앞으로" 시킬 것을 명한다.


일은 꼬이는 법. 갸는 지금 삼팔선 이북의 평양쯤으로 뱅기타고 낙하 작전하러 갔다고 한다. 게다가 낙하산마저 삑사리가 나 어디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따라서 군당국에서는 저번 작전을 훌륭하게 수행한 대위의 부대를 그를 체포할 특공대로 보낸다.







이친구는 나이언이 아니고
구출특공대 대장, 검프다.


그래서 몇 명이 가는데 나중에는 하나만 살아남고 다 죽는다.


중간에 나이언을 찾았지만 알고보니 본관이 달랐다. 다시 찾아서 길을 떠나는 과정에서 부하를 하나 둘 잃고 결국 본관 아이오와, 성은 나 이름은 이언인 일병을 찾아낸다.


그런데 이게 지 혼자는 안가겠다고 빡빡 우긴다. 눈물나는 전우애다.


그래서 특공대는 남아서 졸라 싸우다 대장도 죽고 쫄병도 하나 빼고 다 죽고 남는 거 하나 없는 작전을 벌였다. 물론 나이언은 끝까지 살아 남아 전우의 시체를 넘고넘어 전진하는 아군에 의해 구조된다.


대충 줄거리가 이렇게 전개되는 영화가 스필버그의 [라이언일병구하기]라는 영화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스필버그는 결코 휴머니스트가 아니라는 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가 자동차 몇대분의 돈을 버는데 어쩌구 하는 애기를 듣고 한국에도 스필버그 같은 감독이 나오면 어쩌구 하는 분들은 제발 환상을 깨시라는 점, 미국영화가 아무리 많이 상영되지만 거기에 나오는 상황은 우리것이 아니라는 점 등이다.


또 나이언이 이병인가 일병인가를 문제 삼지 말자. 우리나라에서는 하늘과 땅이지만 미국은 어떤지 모르겠고 알아도 그게 영화의 등뼈를 휘청거리게 하지 않는 한 별 지장 없으니 그냥 보아 넘기는게 영화보기에 편하다. 그런거 따질려면 쫀쫀한 TV보면 된다. TV는 fiction이라기 보다는 사실감을 가장한 구라치기가 전문인 그런거니까.


 


 이 영화가 감동적이라는 설에 대하여







이런 <인형>들이 나뒹군다..


무었이 감동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반의 상륙작전하는 씬은 진짜 맛가게 찍었다. 울나라 관객들은 징그럽다고 손으로 가리고 비명을 지르던데 울나라 관객들이 현장묘사에 충실한 필름에 얼마나 덜 친한가를 알려주는게 아닐른지.


내장이 튀어나온 병사의 복부, 그래도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넘, 부상병을 끌고 가다 너무 가벼워서 돌아보니 팔만 남아있고, 군장메고 바다에 가라앉아 죽는 넘, 기관총알이 관통하는 순간 뿜어져 나오는 혈액, 붉게 물든 해안가와 시체들...


하옇튼 이 씬에서 스필버그는 관객들을 향해 "니들 이런거 못봤지. 이겜마 전쟁이라는 거다. 무슥한것들" 하며 관객들의 반응을 예상하고 만든 씬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스필버그는 변태 아니냐는 야그다. 왜 있잖어 채찍질 하는거 몰래 숨어서 보고 맛가는 애들. 뭐 그런 느낌이 든다. 아니면 말고.


이 영화가 감동적이라는 이유로 들 수 있는 요소가 몇개 있다고 그러는데 본기자의 눈에는 전혀 안뵈니.. 그래서 눈을 씻고 찾아보니 몇 개 있는데 절대 감동적이지는 않다.



 막내라도 구해야한다는 명제에서 과연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담보로 쫄병 하나를 구해야 하나 하는 문제는 영화 끝나기 30분전까지는 계속 제기되는데 그 다음에는 대위의 자기 고백적 설득을 듣고 대원들간에 합의를 보고 애를 구한다.


끝까지 이 문제를 살려두면서 군대라는 조직의 명령과 개인의 가치 문제를 제기했어야 영화가 감동의 휴먼스토리가 될텐데. 왜? 군바리도 휴먼이니까. (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을 못하는 일이다. 실례로 모상병이 씰데 없는 짓을 해서 포상휴가 간다고 고참들을 집합하게 한 죄로 휴가 복귀후 졸라게 까진 실화가 있음. 쌍팔년도 야그.. )



 끝까지 남아서 죽음으로 나이언을 사수한다. 멋찐 야그다. 감동적이다. 더구나 그 이유는 펜실베니아에 있는 장미꽃 기르는 사모가 보고싶어서.. 평범한 인간으로 하루 빨리 돌아가고 싶어서.. 이니 더욱 뻑 갈수 있다. 그러나 그러지 말자.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한 사람의 지킴을 위해 다른 넘들이 죽어 마땅하냐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뒷부분에 갈수록 이 부분을  대충처리한다. 첫장면의 리얼리즘이 여기서 죽는다.


차라리 나이언을 죽음으로 사수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그냥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간다라는 식으로 군바리식 시간 떼우기에 충실하다보니, 다른 놈을 위해 목숨 바치는게 빡돌긴 해도 그 짓이나 이 짓이나 시간이나 빨리가라... 뭐 이렇게 나와야 리얼리즘이지.


 스필버그의 천재성







어떻게 죽어야 하냐면 말이야...


스필버그는 천재인가? 그럴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이 영화에서 스필버그는 사람 몸뚱아리가 전쟁과 총알에 의해 어떤 상태변화를 겪는가를 묘사하는데는 가히 천재적이다.


정말 사실적인 카메라와 오디오 그리고 효과, 죽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서 죽어가는 넘들을 묘사하는 전쟁씬에서 그의 천재성은 정말 대단하다. 궁금하면 직접 보시라.


세트나 촬영, 특수분장도 거의 완벽에 가깝고 그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탁월하다.


반면에 내부의 갈등이나 충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데는 실패하고 있다. 왜 그럴까? 그런 거 잘 안해봤으까 그렇겠지. 그라고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거의 인식론이 유아기 수준이다.


영화가 잘나가다가 <배달의 기수>나 <긴급구조 119> 수준으로 급락하는데 자꾸 영웅담을 만들려고 하니까 극 전체가 졸라 유치해진다. 결론 부분이 울나라에서 옛날에 유행하던 육탄 12용사류의 반공만화의 내용과 비스꾸리하다는 생각이 둔덕을 간지르는게 별로 기분이 않 좋아지네.


그래도 한가지 볼만했던 점은 스필버그가 의도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특공대에 통역으로 따라간 군기 졸라 빠진 아가 한 명 있었는데 애를 적인지 아군인지 구별이 안가게 묘사하고 있다.


마지막 전투씬에서 야가 쫄아서 총알을 보급하지 못하는 관계로 아군 둘이 죽는다. 이 대목에서 울나라 관객들은 분노에 찬 신음소리를 토해낸다.


아..아.. 빙신.. 안돼..
안되긴 뭐가 안되냐고... 그게 원래 인간인데.


 아쉬운 점


대위(톰 행크스)가 전직 영어교사라는 지금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업무상의 비밀을 밝히면서까지 지금 참여하고 있는 전쟁이 개인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음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게 울나라 관객들한테는 별 감흥이 없나 보다.






이 마지막전투에서 하나빼고 전멸한다.

이거 되게 중요한데. 이거 정치적으로 확대하면 전쟁이란게 세과시를 위한 힘 자랑의 확대라는 정도로도 해석이 가능한데. 아쉽다.


그게 돌려서 말하면 전쟁이란게 부질없는 짓이고 참여자의 의지와는 아무 인연없는 짓이라는 反戰 비스꾸리하게 되는 건데...


또 하나.


울나라 관객들에게는 아직도 적과 나를 단박에 구분하는 못된 버릇이 있는 것 같다. 하긴 본 기자가 어렸을때 세상에 총이 세가지 밖에 없는 줄 알았다.


기관단총, 따발총, 권총. 군대도 인민군과 국방군 등등 이런식으로 구분짓는데 너무 강한 것이 울나라 관객같다. 그러면 영화 제대로 못본다. 온통 관심있는 건 메세지가 아니라 우리편의 몸보신이 된다. 우리편이 죽나 사나...


스필버그 영화의 특징중의 하나는 적 만들기다. 죠스, 제국의 군대, 공룡 등등을 만들어 확연히 구분시켜 관객을 비디오 게임의 플레이어로 만들어 버린다. 걔 중에서 덜한게 [나이언일병 구허기]다. 영화는 스트리트파이터가 아닌 일종의 내가 내돈내고 줄서서 참여하는 사회적 실천행위의 하나이다. 앞으로는 영화도 곰곰히 씹으면서 보는 관객이 늘었으면 조커따.


 하고 싶은 말 한마디만 하고 끝내자..


영화로써 이 영화는 졸라 재밌고 메세지로써 그 동안의 스필버그 영화보다는 두 수 정도 접어준다. 2시간40분정도 하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본다. 극적 긴장의 배치도 적절하고 간간히 나오는 전투신도 리얼하면서 묘사에 충실하다. 그래서 더 재밌고.


톰 행그스를 위시한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이상이고 톰행크스는 이 영화를 통해서 "씨바.. 나는 검프에서 특공대까지 못하는 거 없다"라고 앞으로 떠들고 다녀도 시비 거는 놈 아무도 없다는 걸 보여준다.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통해 그 동안의 한 돈은 해도 한 영화는 어려운 애라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같다.


좀 약하긴 하지만 [쉰들러리스트]가 있다고. 그건 너무 유치했잖어. 이스라엘에서 돈 받고 찍은 거 같여. 이 영화에서 스필버그는 쉰들러 명단 보다는 세련되고 단순하지 않게 표현하는 법을 보여주었다. 아랫배가 아프지만... 천재적인 무엇이 있는 넘임에는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진짜 스필버그가 이 영화에서 진일보한 점은 무었일까. 영화 보신분들 본기자에게 알려주시거나 게시판에 메시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다. 싫어도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보시라. 비디오로 보면 결코 따라올수 없는 화면과 음향이 쥑여주는 영화니까. 돈은 그런데 쓰라고 있는 것 아닌가.



 


- 비쥬얼전문 기자 Bok ( bok@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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