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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가 성매매 현장에서 경찰에 잡혔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길에 뿌려진 전단지를 보고 연락해서 찾아간 곳은 오피스텔에 차려진 불법 성매매업소였다. 자극적인 뉴스가 필요했던 공중파와 미디어는 판사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 뉴스를 확대 생산한다.


판사는 경찰에게 무직이라고 말했지만 신원조회를 통해 공무원 신분임이 밝혀졌다. 판사라는 직업은 법과 개인의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직업이다. 주변관계에 따른 법의 해석과 살면서 마모되는 양심의 크기에 다라 판결의 개인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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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사 소송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구제하기 위해 3심제를 시행한다. 상급법원으로 갈수록 판사들의 나이와 경력이 많아지고 보수적으로 완고해지는 경향이 있다. 인과로 연결되어 있는 사건에서 어떠한 점을 쟁점으로 삼는지에 따라 판결의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간간이 억울함이 구제되는 사람도 있지만 사회근간을 지탱하는 법에 대한 반감을 품게 되는 사람도 많다.


법은 성매매를 불법이라고 정했다. 대한민국은 시장자유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매매는 시장에서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판매자와 구매자가 최대이익을 얻는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그렇게 형성된 가격이 합리적이기 위해서는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사람 개인의 가치는 평등하지만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인 노력과 운으로 결정지어지는 결실은 평등하지 않다. 이 차이를 혼동하게 되면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게 된다. 아직 신분제를 주장하는 공무원이 있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감정이 있는 모든 사람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 일수도 있다.


자본주의는 타고난 탯줄의 귀천보다 부를 축적하기위한 후천적인 노력을 높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들이 모이고 자라서 신분주의를 대체했다. 지금은 갈라선 것 같지만 자본주의는 인본주의와 함께 한다. 신이 준 신분에 갇혀있던 사람들은 신분제에서는 왕과 귀족에게만 가능했던 특권들을 돈을 주고 살 수 있다. 가령 똥을 누고 제 손으로 엉덩이를 닦기 싫은 사람들은 비데를 구매한다.


시장자유주의에서도 모든 거래가 용인 되지 않는다. 체제의 존속을 위협하는 거래는 불법으로 규정한다. 사회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마약거래나 사적인 정의구현과 이익추구를 위한 청부폭력을 불법으로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성을 매매하는 것이 체제의 존속과 사회에 어떤 위협이 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불륜은 죄가 아닌데 돈을 주면 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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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공부한 부장판사님도 같은 의문을 가졌던 것 같다. 성을 사고파는 당사자가 만족하고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다면 불법이지만 죄는 아니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45세 중년의 판사를 상상한다. 사법 연수원에서 판검사로 임용될 성적을 얻은 사람들에게는 뚜쟁이들이 접근한다.


법조계선배들은 뚜쟁이를 통한 결혼을 권유한다. 법에 관한 일을 하는 공무원들에게 그러지 않아도 수많은 청탁과 압력이 들어온다.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푼돈에 양심을 팔지 않기 위해 매매혼을 장려한다. 푼돈에 양심을 팔지 않기 위해 제법 큰돈에 인생을 판다.


매매혼을 통해 자본주의 신분상승이 이루어지는 대신 기존의 인간관계나 가족관계가 끊어진다. 아주 끊어지진 않더라도 전처럼 가깝거나 살갑지 않다. 대접은 받겠지만 손님일 뿐 가족 구성원 안에서의 입지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돈다. 법관사위는 보험적인 성격의 투자이거나 씨를 받기위한 종마의 역할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중요도가 떨어지게 된다. 법관 사위보다는 집안에서 법관을 만들어내는 쪽이 당당하고 믿음이 간다.


부장 판사가 법관 사위로 팔려간 사람인지 법관으로 길러진 아이인지 모르지만 혼자서 오피스텔을 찾아가야하는 욕구와 필요가 있었다. 개인차와 성별 차이가 있지만 성욕은 기본적인 욕구다. 가정에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거나 애정결핍이다. 대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반려하고 대기발령중이다. 연예인사건과의 형평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형평성에 대해서는 얼마 전에 묻혀진 다른 성매매 뉴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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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재벌기업의 총수가 성매매를 한 동영상이 뉴스타파에 보도되었다. 건당 500만원을 지급하고 한 번에 여러 명을 상대했다. 어떤 사람은 불쌍한 노인이 도우미 불러서 손발톱 깍고 목욕시중 받은 것이 무슨 큰 잘못이냐고 항변한다.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러 코러스 파트를 맡기는 것과 같다고 한다. 사회적 강자에게 심리적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적대적인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한 편에 붙어야하고 강자에게 같은 편이라는 걸 어필해야한다. 비록 보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자력과 협력대신 무임승차를 원하는 사람들은 절실하다.


절실한 사람들이 유독 많은 미디어에서는 전직 재벌그룹 총수님은 못 본척하고 부장판사만 난도질한다. 약탈경제에서 힘은 무력이지만 시장경제 사회에서의 힘은 구매력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판매자이자 구매자다. 상품성은 구매욕구를 높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개인의 구매력은 법인보다 못하다. 법인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에게 권력이 주어진다. 팔고자하는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는 하등 가치가 없는 권력이지만 인정욕구의 충족을 가격으로 결정하는 사람들은 많다. 전직 회장님의 성매매는 조용히 넘어갈 공산이 크다.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성폭력이나 착취와는 달리 명확한 범죄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부장판사도 전직회장님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생각이야 자유고 법 위에 돈이 있다는 현실이 적나라하다. 한 번에 5백만원을 받는 젊은 여성과 수원역 뒷골목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두 번에 5만원을 받는 나이 든 여성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성을 팔아 먹고 사는 입장이 양심을 팔고 나라를 파는 사람들보다 못할 이유는 없다.


성매매에 대해 혐오감을 표현하며 물어오는 딸아이에게 대답할 말을 골랐다.


"네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주려고 쿠키를 만드는 것은 순수한 즐거움과 기쁨이 있지만 돈을 받기위해 빵집에서 하루 종일 누가 먹을지 모르는 쿠키를 포장하는 것이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것과 같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런지 모르지만 네 편을 들어주겠다. 기왕이면 좀 더 행복한 선택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결혼도 성매매의 일종으로 전속계약이라고 상정하면 결혼시장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매매의 대가로 꼭 화폐를 지불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신의 성실 애정을 대가로 계약을 맺는 사람들도 많다. 화폐만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교환가치로 화폐만을 배운 아이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결혼시장을 포기하거나 외면한다. 스스로를 포기하게 한 본질적인 원인대신 충족할 수 없는 갈증을 분노로 돌린다.


6.25직전에 남북 상호간에 적대감이 확산되는 것과 비슷하다. 소련과 미국의 주입식 사상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적대하며 폭력을 통해 적개심을 키워나갔다. 뒤를 봐주던 소련과 미국이 철수한 후에도 이미 자리잡은 적개심과 원한은 전쟁을 향해서 증식했고 전쟁은 수백만을 죽었다. 꼭 그때처럼 남자는 여자를 혐오하고 여자는 남자를 혐오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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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다른 감정들처럼 생존을 위해 필요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독이 있는 뱀과 거미를 불시에 마주쳤을 때 소름이 돋고 병을 옮기는 쥐와 바퀴벌레를 혐오한다. 상한음식에서 풍기는 역한 냄새와 분뇨가 풍기는 냄새에 얼굴이 찌푸려진다. 비슷한 농도로 사회의 부와 권력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독식하는 사람에게 품는 혐오감은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전직 회장님이 성매매 여성에게 건네준 500만원은 그분의 공장에서 일하다 유독물질 노출로 인해 백혈병으로 사망한 소녀의 아버지에게 전해준 돈의 액수와 같다. 다른 학문들처럼 대중심리학 또한 자본과 권력이 필요하는 부분에 대해 연구비가 지원된다. 자살율이 치솟고 출산율이 감소하는 현상은 생존환경이 각박하다는 반증이다. 그만한 분노가 내재되어 있다. 분노를 잠재우지 못한다면 권력자가 아닌 방향으로 돌려 해소할 필요가 있다.


춘향전을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라고 말한 정치인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표를 부탁했지만 다행이 낙선되었다. 신분제 사회에서 만들어졌지만 춘향전은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이야기로 보인다.






범우


편집 : 딴지일보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