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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개발자와 장기 졸

1.1. 입던은 점프

1.2. 개발자를 정의합니다

1.3. 주화입마

 

2. 작은 회사에서의 삶

2.1. 돌격 앞으로

2.2. 돌격 앞으로 실패! - 갑, 을, 병, 정 관계의 형성

2.3  머슴살이

2.4  독신자 기숙사

2.5  정리해고

2.6  우아한 출장

2.7  하드코어 인생이여 잘 있거라

 

 

 

 

 

2.7 하드코어 인생이여 있거라 ()

 

2.7.1 폴링 다운 (Falling Down)

 

<폴링 다운(Falling Down)>이라는 영화가 있다.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의 93년도 영화다. 여름에 에어컨이 동작하지 않는 자동차 더위와 심각한 교통 체증은 이혼과 실직을 겪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남자에게 이성의 끈을 놓게 하기에 충분했다. 더위에 숨이 막히는 숨을 가쁘게 몰아 쉬던 그는 차 문을 열고 나와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세상은 그가 가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또한 지나친 상업주의, 열심히 살았던 중산층의 현실,  밖에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그가 점점 극단적인 상황을 선택 밖에 없도록 몰고 간다그래서 영화의 포스터에 마이클 더글러스가 손에는 출근용 서류가방과 손에는 샷건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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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가 이직을 결정하는 계기 많은 부류의 하나는 연봉 상승 요인이 있다. 이는 당사자가 이직의 타이밍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고 있는 경우다. 다른 경우 하나는 <폴링 다운>처럼 여러가지 사건들을 겪으며 사건 하나 하나가 당사자를 '주화입마' 상황으로 밀어 넣는 경우다. 그리고 당사자는 미리 예측하지는 않았지만 이상 견딜 없음을 인지하고 '마이클 더글러스' 샷건 대신에 사직서를 발사하게 된다.

 

 역시나 그랬다. 물론 동기들의 구조조정 이후로 오래 다닐 생각은 전혀 없었으나 시기를 예상했을 때, 대강 대리가 쯤에 나가자 하는 계획이었지만 회사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은 사직서를 발사하게끔 하기에 충분했다.

 

이번에는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사직서를 던졌던 상황,  심정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신입사원의 구조조정, 매일 같이 반복되는 야근, 주말 출근, 낮은 연봉들 말고 우리에게 사직서를 장전하게 했던 사건들 말이다.

 

 

 

2.7.2 대체 휴가

 

어째서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기업이란 돈을 기가 막히게 절약 아는 집단이다. 비록 사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거나 혜택이 없더라도 말이다. 버려진 바나나 껍질에 날파리가 기가 막히게 찾아오듯 군더더기 없고 망설임 없이 비용 절약요소를 찾아낸다.

 

회사는 군더더기 없는 판단으로 대체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주말 출근이 생활화되다 보니 주말 출근 비용이 아깝다고 판단 했으리라다들 제도가 너무나 좋아 야간 해변으로 달려가 폭죽을 터트린 사원은 아무도 없었다. 카카오 99%를 처음 먹는 사람처럼 인상을 써대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뿐이었다.

 

"주말 출근과 야근이 일상인데 그렇게 받은 대체 휴가는 언제 쓰라고?"

 

어쨌든 대체 휴가제도가 적용되었다. 사실 대체 휴가제도는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는 것이라 그러려니 했지 위대한 회사는 거기서 발짝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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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휴가 제도가 도입 후, 동기 명과 함께 둘이서 서울 출장을 갔다 왔을 때였다. 출장 경비를 정산 받았는데 우리가 예상했던 금액이랑 도무지 맞지 않았다. 하루 분량이 빠져있었다. 번을 계산해도 맞지 않았다. 아무래도 경비 정산이 잘못된 같아 동기와 함께 실장 자리로 찾아가서 정산 금액이 맞지 않는다 보고했더니 실장이 그때서야 털어 놓기 시작했다.

 

실장 : 이번에 대체 휴가 제도가 도입이 되었잖아. 자네들 출장 기간 하루가 주말에 끼어 있더라고. 그래서 그날은 출장비 대신 대체 휴가를 부여 하기로 했다. 상황에 맞게 쓰도록.

 

우리 : ?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건 주말 근무고 이것은 출장입니다.

 

실장 : 출장도 근무니까 해당이 있지.

 

우리 : ??? 출장지 가서 우리 사비로 경비를 썼습니다. 그것을 대체 휴가로 해버리면 우리가 돈은 어떻게 됩니까?

 

우리는 얌전히 물러나지 않았다. 일반 주말 근무라 하면 사원 따위가 덤벼봐야 무엇 하겠는가 싶었지만 출장은 달랐다. 비용이 우리 돈으로 선결제되었기 때문에 이를 받지 못하면 우리는 주말에 출장까지 가서 일해 놓고 적자를 보는 꼴이었다

 

대로 되라는 식으로 언성을 높였다. 실장도 만만치 않았다. 멍청한 태엽인형처럼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이놈이 멍청한 것인지 아니면 멍청한 하는 것인지 분간이 힘들었다. 흡사 밀려드는 파도에 맞서 양손을 붕붕 휘두르며 파도의 포말과 싸우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실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의 목소리가 커지니 당연히 사무실  모든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가 당한 일은 선배 사원들의 도움이 절실했고 이번이 번째 선례라 사건이 정당화되면 모든 이가 우리 꼴이 것이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과장 명이 다가왔다. 과장이 우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몇몇 선배 사원은 기웃대 돌아 갔고 아예 몇몇은 우리 쪽으로 시선을 주지도 않았다. 평소에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면서 친분을 과시하던 선배와 직속 선배들 역시 우리 쪽으로 시선 한번 주지 않고 돌아가 버렸다.

 

결국 모두가 퇴근 30 동안 싸웠지만 의미가 없었다. 과장과 우리는 망연자실 했고 실장의 번들거리는 얼굴에서 나오는 멍청한 파도의 포말을 이길 방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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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게 실망하고 선배에게 실망했다. 사실 선배들도 자신의 위치를 위해서라면 몸을 아낄  있다라고 생각했지만 다음 술자리에서 도움을 주지 않았던 선배 명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는데 선배는 그때 말을 하지 말아야 했고 나는 듣지 말았어야 했다.

 

선배 : 나도 엄청 열이 받던데 말이야. 기분 같아서는 같이 싸워 주고 싶지만 말이야. 그런데 그거 싸우면 너무 화날 같기도 하고 의미도 없을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집으로 갔어.

 

나는 그날 깨달았다. 멍청한 조직은 멍청한 수장 명만으로 멍청해지지 않는다. 적어도 과반수 이상이 멍청하기 때문에 멍청한 조직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직급이 높아진 상태에서 불리 때, 머리  태엽을 스무 바퀴 정도 감은 다음 최대한 멍청한 말들로 반복해대면 후배 사원들에게 절대로 패배하지 않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