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8. 금요일
한동원
개봉일 10월 17일
촌스럽고도 세상물정에 어둡기 짝이 없는 필자는, 예전 <허블 3D> 개봉 당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우주체험’이라며 하늘 향해 쌍수 날리는 환호 곁들여 가족 및 친지들에게 적극 관람을 권장했더랬는데, 이 영화를 보고 온 필자 조카의 짤막한 논평은 다음과 같았다. “삼촌은 과천 과학관에 안 가 봤나 봐?”
미안하다. 잘못했다. 과천 과학관도 한 번 못 가본 촌스럽고도 세상 물정 모르는 필자는 그 때 그 환호 회수하여 당 영화 앞에 다시금 바치는 바다. 뭐, 몇 년 뒤에는 분명 또 다른 영화에 이 환호를 바쳐야 할 날이 오겠지만 그 때까진 망설임 없이.
< 그래비티 > 적정 관람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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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1990원 |
무성영화시대 이래 단 한 차례도 깨져본 적 없는(있다면 제보 부탁드린다.) 불굴의 영화 트릭인 '우주에서 소리 나기'가 마침내 깨졌다 : 80원 그러고도 영화가 된다! : 100원 오로지 우주인이 실제로 듣게 되는 사운드만을 사용했음에도, : 80원 아니, 그랬기 때문에 더욱 고조되는 몰입감 및 폐소공포 : 100원 우주 유영의 느낌 극대화시키는, 컷 없는 통 장면(a.k.a. 롱테이크) : 100원 적절하고도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심지어 '통과'마저 하는 참신한 카메라 시점 : 80원 그를 이용한 매우 영리한 장면들 : 50원 우주 비행과 우주 생활에 대한 정교한 취재 및 묘사 : 80원 그것을 가능케 한 기술적 도약 : 80원 상영시간 1시간 31분 중 1시간 18분 정도는 긴장의 연결 로프를 조금도 늦출 수 없다 : 120원 그 바탕에 깔린, 확실한 개연성 가진 '카운트다운'들 : 100원 그 위에 얹어지는 사태 전개의 긴박감 : 80원 거기에 개입되는 각종 예측 불허의 사건들 : 100원 그에 대한 주인공의 임기응변 및 사투 : 100원 조지 클루니의 대사 "Can't beat the view" 그대로, 각종 멋진 우주 비주얼들 : 80원 그리고 가까이 본 우주 비행체들의 면면들 : 70원 그 중 사운드 없는 폭발 장면은 단연 압권 : 80원 실질적 등장 인물은 단 두 명 : 30원 그럼에도 탄탄하고 다채로운 정서적 흐름 : 100원 그를 가능케 한 리얼하고도 설득력 있는 대사들 : 80원 그리고 산드라 블록과 조지 클루니의 연기 : 100원 적절한 감각과 수위를 유지하는 음악 : 50원 결론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큰 쾌감은 갖가지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데서 오는 쾌감 : 150원 |
인하 -480원 |
광고카피 그대로, 외계인이나 우주 전쟁, 레이저총, 비행 망토, 우주 망치 등등등, 약간이라도 초현실적인 거 절대 안 나와 : -70원 줄거리 요약만으로 본다면 꽤 단순한 우주 사고 서바이벌이랄수도 : -100원 등장 인물도 거의 둘 뿐인데다, 실질적 주인공은 한 명이라 심심하다면 심심하달 수도 : -30원 진부한 영화적 고정관념의 파괴 따위에 별 흥미 없다면 : -100원 사실, 이 영화의 참신함이 어떤 관객들에게는 낯설음으로 느껴질 수도 있음 : -80원 막판에는 좀 '대충 봐주는' 필도 없지 않고 : -100원 |
적정관람료 : 8000원 + 1990원 - 480원 = 9510원 ※3D 및 IMAX 좋은 좌석 할증 : +3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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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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