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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딘은 이슬람 세계를 통일한 후, 주적(?) 십자군을 예루살렘에서 몰아내기 위해 병력을 2배로 늘리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나가고 있었어. 살라딘이 타노스 급의 거대 병기로 진화하고 있는 동안 십자군 관할에 있던 예루살렘은 리더의 불치병으로 위기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 소문이 사실이오? 예루살렘의 왕 보두엥 4세가 통증을 못 느낀다는 게?”

 

“그렇다네. 어릴 때 또래들과 놀다가 손을 다쳤는데, 전혀 아파하지 않아서 주치의가 확인을 해 보니 피부가… 피부가…”

 

“설마? 나병? 우리 왕이 나병 환자?”

 

이렇게 어린 왕은 불치병을 앓다가 20살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게 되었고, 예루살렘의 십자군 진영에는 권력 암투가 벌어지게 되었어. 살라딘 입장에서는 이때가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어. 때마침 십자군 측이 살라딘에게 전쟁의 빌미까지 친절하게 제공했어.

 

“술탄이시여! 그동안 양측이 공공연히 묵인하였던 룰을 십자군 측에서 먼저 깨트렸습니다. 무장하지 않은 우리 상인과 순례객들을 습격하여 돈을 빼앗고, 여자들까지 포로로 잡아가는 야만적인 짓을 저질렀습니다. 또한 취조 과정에서 우리 인질들이 부당한 대우에 이의를 제기하자 너희 신 무하메드에게 일러바치라며 반종교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됐다! 지금 당장 기병 1만, 보병 2만으로 출동 준비를 해라. 십자군의 장례식을 하틴 평원에서 내 친히 성대히 치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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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7년 6월 뿔처럼 우뚝 솟은 2개의 언덕이 있다고 하여 하틴의 뿔 전투라고도 불리게 되는 역사적인 전투가 시작될 참이야.

 

“십자군이 과연 우리가 바라던 대로 여기 하틴 평원까지 와 줄까요? 무더위 속에 이동 거리도 만만치가 않은데, 이쪽으로 오기만 하면!”

 

“십자군이 오기만 한다면 우리의 승리 확률은 90% 이상이다. 제발 죽지 말고 이곳까지 오거라.”

 

십자군은 이슬람 측의 애타는 마음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한여름 더위를 정면으로 맞으며 하틴 평원으로 이동하였고, 마침내 7월 3일 결전지에 도착했어.

 

“이거 뭐 이슬람 놈들이랑 싸우기도 전에 물과 더위와의 전쟁이야. 입맛이 없어서 먹지를 못하니 기운도 없고, 무엇보다 갈증이 너무 심해!”

 

“큰일이야. 큰일. 탈수증으로 쓰러지는 병사가 한둘이 아니라는 구만. 이러다가는 그냥 앉아서 다 죽게 생겼어. 우리 왕도 물을 못 마신지 며칠이 됐다고 하던데.”

 

이때 구약성서에 ‘키네렛 바다’라고도 불리는 깊이 50m, 주위 50km에 이르는 갈리리 호수가 십자군의 시야에 들어왔어.

 

“물이다! 살았다. 역시 신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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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보고 달려드는 십자군은 이미 대열과 대오가 무너진 지 오래야. 살기 위해 달려드는 십자군에게 매복해 있던 살라딘 군대의 무자비한 공격이 이어졌어. 살라딘 군대의 기습에 놀란 십자군은 일단 물러났지만, 물을 마시다 죽은 동료들을 부러워할 지경에 이르렀어.

 

“물! 물! 물 한 모금만 마실 수 있다면, 무하메드에게 내 영혼이라도 팔 수 있겠어!”

 

십자군 병사들은 충혈된 눈으로 물만 바라보는 좀비처럼 변했고, 살라딘은 호수로 접근이 가능한 모든 길을 차단하고 있었어.

 

십자군이 사막의 화초처럼 말라 가고 있을 때 살라딘은 바람을 확인하더니, 불을 피울 것을 명령했어. 연기와 열기는 바람을 타고 십자군 진영으로 정확히 향했고, 무더위와 갈증에 지친 십자군 진영에 한증막 효과가 더해지니 사망자가 속출했어. 불쾌지수가 상상을 초월하게 된 십자군 진영에 살라딘은 군악대를 동원하여 북과 징을 울리니 십자군은 그야말로 멘탈까지 붕괴되었어.

 

이후의 일은 두말하면 지면 낭비에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손가락만 아플 지경이야. 살라딘의 압승으로 전투가 마무리되었고 예루살렘의 왕과 측근들은 포로로 잡혀 그의 야전 막사로 끌려오게 되었어.

 

“살... 살라딘... 아니 술탄님! 물… 물 좀 주시오. 제발 부탁이오.”

 

예루살렘의 왕은 체면 따위는 버린 지 오래야. 연기에 그을리고 태양에 검게 탄 얼굴에 심각한 갈증으로 인해 넋이 나간 모습으로 살라딘에게 물을 구걸했어. 살라딘은 그에게 물을 주었고, 왕은 정신없이 물을 마신 뒤 자신의 측근들에게도 물을 나누어 주었어. 그들이 물을 마시자 살라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예루살렘 수뇌부의 목을 그 자리에서 베어 버렸어. 갈증만 겨우 해소한 예루살렘 왕이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살라딘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 살라딘은 너희 기준에서 보면 왕이다. 그리고 왕은 왕을 죽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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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딘은 적장에게는 관용을 베풀었지만 나머지 병력에 대해서는 무자비함을 보임으로 적에게 공포감을 심어 주었어.

 

“지금부터 너희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성전기사단의 합동 처형식을 시작하겠다. 우리 이슬람 군대가 최강이란 것을 보여 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2년 후 새로운 십자군 전쟁의 발단이 되는 하틴 전투는 이렇게 이슬람 진영의 대승으로 막을 내렸어. 살라딘은 예루살렘 왕을 포로로 잡았음은 물론, 대형 십자가를 십자군 측으로부터 가져왔어. 이 대형 십자가 안에는 예수님이 처형을 당할 당시의 십자가 조작이 들어 있는 성물이었어.

 

살라딘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아크레, 카이사레아, 야파 등을 차례로 점령하며 예루살렘으로 뚜벅뚜벅 전진해 나갔어. 마침내 1187년 10월 예루살렘 앞에 도달했어.

 

“지금으로부터 89년 전 너희가 십자군이라는 이름으로 예루살렘에서 저지른 대학살을 우리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나 살라딘에게 자비를 바라지 말라. 기독교여! 너희가 죽음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답안지는 없다. 최후의 만찬을 즐기거라.”

 

살라딘의 말이 엄포에 그치지 않을 것을 안 기독교 진영은 사춘기 아이 같은 종잡을 수 없는 최후통첩을 살라딘에게 전달했어.

 

“위대한 술탄! 살라딘이시여. 우리도 이미 대세가 기울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88년 전 십자군이 예루살렘에서 무슬림들에게 행한 대학살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나타내는 바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님이 몹시 무섭습니다. 한 번만 관용을 베풀어 주신다면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님은 예루살렘에 무혈입성을 하고, 두둑한 머니까지 챙기시면 평판과 부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알 아크사 모스크를 완전히 파괴해 버릴 것입니다. 모스크가 파괴된다면 당신 조상을 뵐 날이 있을 거 같소? 여론도 등을 돌릴 것이오. 그러니 제발! 제발! 화해해 줘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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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아크사 모스크. 가장 먼 모스크라는 뜻의 이슬람 사원인 이곳은 메디나, 메카와 함께 이슬람교 3대 성지이다. 예배당 지붕이 돔 모양이고, 7개의 홀로 구성되어 있으며, 121개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건축학적으로도 아름답다. 이곳이 더욱 유명한 이유는 모스크 내부에 자리 잡은 바위사원 때문이다. 바위사원은 모하메드가 하늘로 승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솔로몬이 재판을 한 장소라고도 전해진다.

 

“뭐? 감히 알 아크사 모스크를? 내 이것들을 당장!”

 

“잠시만! 냉정히 판단하셔야 할 것입니다. 일견 저들의 말이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쥐도 궁지에 너무 몰면, 돌변할 수 있습니다. 무혈입성으로 얻는 이득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됩니다.”

 

살라딘은 긴 내부 회의 끝에 기독교 진영의 요구를 들어줬어. 대신 예수님의 십자가 일부가 장착되어 있는 대형 십자가를 마차에 묶고 예루살렘에 입성을 했어. 이 상징적인 장면은 과장이라는 양념이 더해져 소문이라는 고속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전해졌어. 유럽 현지에 씻을 수 없는 모욕감을 안겨줬음은 물론이야.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굳이 여론을 선동하지 않아도 유럽 전역에서 ‘탈환 예루살렘’을 외치는 소리가 광장과 거리에 울려 퍼졌어.

 

이렇게 3차 십자군이 결성되었고, 십자군 사상 역대 최강의 삼각편대가 출발을 하게 되었어. 노련한 베테랑인 신성 로마 제국의 프리드리히 1세를 축으로 좌우 날개에 프랑스의 필리프 2세, 그 유명한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가 포진을 하게 되었어. 십자군 역대 최강의 삼각편대를 맞이하게 된 살라딘도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그들과의 결투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런데 조금은 어이없게 살라딘 vs 리처드 왕의 양자 대결로 구도가 잡히게 되었는데!

 

2차 십자군에도 참전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프리드리히 신성 로마 황제는 그만 행군 도중 강을 건너다 익사를 하게 되었어. 평소 리처드 왕과 앙숙지간이었던 필리프 2세는 소기의 목적만 달성한 후, 예루살렘 탈환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며 그대로 귀국을 해 버렸어. 이런 연유로 31세의 리처드 1세가 3차 십자군의 실질적인 지휘권을 잡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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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1세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B형 남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몹시 들어(물론 혈액형은 미신이지만, 필자도 B형). 재위 기간 동안 영국에 머문 기간이 1년도 안될 정도로 지나치게 활동적이었어. 평소 성격은 유쾌하지만 화도 잘 내는 편이었다고 해. 또한 남의 작은 실책에는 대노하고, 자신의 큰 실책에는 관대한 나쁜 남자의 전형을 보였다고 해. 큰 키에 긴 팔다리와 날렵한 몸매까지 갖추었다고 하니 대략적이지만 그의 모습이 그려지지?

 

리처드 왕은 살라딘이라는 일생일대의 라이벌과 맞서기 위해 무려 14개월간 준비를 하였는데 가장 중점을 둔 것이 군자금 마련이었다고 해.

 

“전쟁은 군대가 하는 것이지만 그 군대를 먹여 살리고 전후 보상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뭔지 아느냐? 그건 바로 돈이다. 돈! 군자금만 넉넉하다면 전쟁에서 지기도 어려운 법이다. 나는 백성들의 일방적인 강요만을 요구하지 않겠다. 내 전 재산을 걸겠다. 가능하다면 나의 신분과 더 나아가 런던까지 팔아서 반드시 이번 원정 경기를 승리로 이끌 것이다. 기다려라 살라딘.”

 

두둥!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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