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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로보트킹 샅샅이 디벼주마

2002.9.9.월요일
딴지 만화살리기 우원회

 

 

복간만화를 디벼보자.

 

요새, 애장판이니 완전판이니 하는 제목을 마빡에 달고 만화책들을 복간시키는 것이 하나의 붐을 이루고 있는 듯 하다. 그 이유야 어떻든 간에, 만화책(이 아니라 어떤 책이든)을 복간, 재간한다는 것이란 본디 지난 기억의 틔미함에 호소하는 것이다. 어떤 순간에 읽고 뭔가 강렬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 원본을 더 이상 제대로 구해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때의 느낌을 좋은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 지맘대로 부풀리기 마련이다. 느낌은 좋은 쪽으로 부풀려 지면 질수록, 기억 자체가 틔미하면 할수록, 그 인간은 그때 그 것을 다시 한번 구해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그리고 그런 인간들의 숫자가 어떤 임계를 넘어서서 시장이 형성되면, 그 원본을 다시 살려낸다.

 

하지만, 무엇보다 복간이라는 것 자체가 걸작이니 고전이니 하는 것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당연한 발걸음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고전은 그냥 딥따 오래됐다고 고전이 아니라, 오랜 세월 계속 읽히고 또 읽혀야 진짜 고전이니까 말이다. 특히 안그래도 데이터에 약한 한국에서 만화라는 녀석은 골때릴 정도로 보존이 안되다 보니, 이런 복간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따로 말 안해도 알 수 있겠지. 게다가, 좋든 싫든 만화를 어린 시절이라는- 나중에는 사람들이 꽤 좋았던 시절로 딴에는 기억하게 되는- 특정 시기에 많이 접해져있다 보니, 만화책 복간은 꽤 그럴싸한 사업이 되는 것이다.

 

아...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막상 기억속에 아련한 ‘추억속의 명작’이 다시 복간되어 쏟아져 나오고 보니, 그래서 다시 한번 읽자고 해보니... 왠일인가. 졸라 구.린. 것이다. 만약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 건 단지 추.억.상.품.으로 끝날 뿐, 진정한 의미의 ‘고전’이 될 수는 없다.

 

‘그때는 참 아름다운 시절이었지~’나,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둘뿐~’ 따위의 평을 듣기 시작했다면, 이미 게임오버인 셈이다. 까놓고 말해서, 지금 이 글을 끄적이고 있는 오늘까지 복간 붐으로 인해서 나온 만화책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범주에 들어간다(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꼭 찝어서 말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여러 가지 있으니 눈으로들 보시라

 

음. 아니,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것들이 과연 나중에도 또 읽힐 수 있는, 고전이란 말인가? 뭐 정해진 공식 따위는 없지만 몇가지 필요 조건들은 있다. 우선, 지엽적인 유행이 아니라, 그 시대와 사회, 그 작품을 둘러싼 환경 일반 등의 핵심을 교묘하게 건드리고, 표현력에서의 선진성도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 폭넓은 지명도나 인기 역시 필요하다.(‘컬트’와 ‘고전’을 혼동하지 말자).

 

하지만 무엇보다 여러 가지 재해석의 여지가 있는 심층/다층적인 내용과 형식이 중요하다. 거기에다가 다소의 ‘논란’의 여지마저 있다면 더욱 좋겠지(이런 류의 작품은 만들기는 어럽지만, 여러 사람들이 읽어보면 쉽게 그런 류인지 아닌지 판별이 되기 마련이다). 아 뭐 여하튼. 시작도 하기 전에 말만 길어지고 있다. 만화책을 적지 않게 봐온 필자의 판단에서, 분명히 ‘고전’으로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복간되어 나와서 진짜로 한번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봤으면 하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열개를 꼽으라고 하든, 백개를 꼽으라고 하든 상관 없지만), 주저없이 한국 SF 만화의 고전인, ‘로보트 킹’ 연작(고유성 作)을 말하겠다. 왜 그런지, 아주 조금만 밝혀주마. 다 밝혀버리면 나중에 글쓸 사람들한테 혼난다.

 

 

 

근데...‘로보트킹’은 뭐냐.

 

아...이런 귀찮고 쓰잘데기 없는 짓은 정말이지 안하려고 했으나, 행여나 자라나는 젊은 새싹들 가운데 관심은 있으나 전혀 모르는 중생들이 있을까봐서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로보트킹’은 1977년에 세상빛을 보고,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거대로봇 만화 연작이다. 총 13권이 나왔는데, 통짜 연재 방식이 아니라 각 권이 하나의 에피소드를 이루는 문자 그대로 ‘연작’ 개념이다.

 

우주인들이 (지구시간으로) 고대에 만든 유적에 숨겨진 초강력 거대로봇인 로보트킹을 타고 열심히 적들과 싸우는 것이 초간단 요약판 줄거리다. 주인공은 어디로 보나 주인공스러운 소년 조종사 ‘유탄’, 미소녀 사이보그 ‘호연’, 그리고 높은 자리를 꿰어차고 있는 천재꼬마 ‘고박사’(이름이 박사다) 등 3인(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전대물이 아니다...-_-;).

 

연작 과정 속에서, 연재 고료에 의존하지 않고 단행본으로 문방구 유통망 등을 통해서 ‘직판’을 하여 성공을 거두는 성과도 올린 점 등은 만화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흥미롭지만,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는 언젠가 다른 지면에서 하자. 그냥,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몇가지 키워드만 던져보자면, ‘하드 SF(!), 거대로봇, 유머, 캐릭터성, 연작개념 등 ...각 요소에서, 졸라 뛰어남’ 정도다. 특히 70년대 말이라는 시대적인 배경까지 넣으면, 이게 얼마나 시대를 크게 앞서갔던 건지 다시 한번 당황하게 된다.

 

아, 작가 소개도 조금 들어가야지. 이 작품의 작가는 고유성이라는 만화가인데, 70년대 말 - 80년대 내내 한국만화의 SF라는 분야에서 가장 ‘SF다운 SF를 그려냄으로써 강력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이며, 캐릭터성이나 개그에서도 상당한 경지를 이룩한 바 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와서 한국 주류 청소년 대상 만화 지면들의 성격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아쉽게도 작품활동이 뜸해진 상태다. 또다른 대표작으로는 ’번개기동대‘가 있다.

 


뭐 이런 작가라는 말이다

 

 

 

 뭐가 그리 대단하길래?

 

고전이니 걸작이니, 입담만 잔뜩 늘어놓으면서 시작했다. 근데 그 근거가 뭐냐? 온라인에서 흔히들 하는 짓거리인, "꺅, OOO샘 사랑해요, 샘 작품은 무조건 별 다섯 개에요~~!!!",냐? 여하튼 왜 이리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약간의 설명은 필요할 듯 하여 내 귀중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몇자 끄적거려보겠다. 그러니까 독자 제위들도 귀중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서 한번 읽어보기를. 싫음 말고.

 

 

 

그냥, 만화로서의 미덕

 

살아있는 캐릭터가 있다는 거다. 살아있는 캐릭터 즉,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라는 것은 무엇인가.
①필통 뚜껑 위에 새겨넣으면 필통이 잘팔리는 이쁘고 귀여운 그림.
②조국의 미래를 책임질 문화산업의 미래이자 집중 사업 투자대상.
③최신 유행 미소녀 그림.
④ 정답없음.

 

①②③번으로 체크하는 사람들도 어지간히 많을줄로 안다. 그래, 다 이해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캐릭터라는 것은, 그 작품이 만들어낸 작품 속 세계에서 자기 사연이 있고, 자기 개성이 있는 살아 숨쉬는 ‘이야기 덩어리’다. 만화의 경우는 시각예술이다보니 그러한 ‘개성’이 시각적인 모습으로서도 나타나야 하고. 전체 줄거리 진행에만 함몰되어 각 캐릭터들 자체의 생명력이 죽어버리는 것도, 캐릭터들 소개만 하느라고 스토리 전체가 망가져버려도 작품은 망가지고 캐릭터들은 죽어버린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캐릭터들간의 균형인데, 이것이 깨지면 주연이든 조연이든 모두 생명력을 잃어 버린다.

 

로보트킹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두 가지의 균형점위를 걸어가고 있는 작품이다. 로보트 조종사가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별 역할 없는 ‘주인공의 여자친구’, 혹은 ‘그냥 한번씩 웃겨주는 꼬마’ 따위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호연, 유탄, 고박사 3인은 각자 다른 역할을 가지고 전체 이야기를 주도한다. 조종사는 결국 유탄 하나인데도, 다른 사람들의 역할이 더 클때가 많다.

 

이들의 3인 구도는 수많은 다른 스토리들을 파생시킬 수 있는 입체성을 지니고 있다. 야오이든(결국 이걸 보고싶은건지도...-_-;), 애정의 삼각관계든, 진지한 성장물이든, 열혈 패러디든 가능하다. 게다가 당시 소년대상 만화로서는 드물게도, 상당한 미형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악역도 한 매력한다.  지나친 후까시도, 지나친 개그도 아니면서도 상당한 사연과 조직력을 지닌 악역들이 매 연작마다 새롭게 등장한다. 이런 찬란한 주연/조연들의 일대 파티는, 25년이 지난 지금의 기준에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선진적이었다.

 

호연양의 첫 등장...

 

 

만화적인’ 유머: 유머를 빼놓고 어이 로보트킹을 말하겠는가. 고유성 SF 만화의 특징은, 하드SF로 딱딱해지기 쉬운 분위기에서도 절대 유머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패러디, 때로는 ‘명랑만화’ 문법을 사용해가면서 항상 웃음의 끈을 놓지 않는다. 만화 특유의 화법을 이용한 것, 예를 들어서 효과음 가지고 장난치기 등의 유머는 기본이고. 특히 엄격한 검열 등의 시대상과도 결합해서, 나중에는 ‘연탄 터지기’ 같은 엉뚱한 유머가 나오기도 한다(직접 안보면 모른다). ‘뻥튀기 기계’ 같은 찬란한 아이템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다.

 

 

무단도용을 금한다고 한다

 

강력한 연출력: 밑에서 다시 이야기하마. 이것만 먼저 구경해라.

 

다른 거대로봇물에서 악의 제왕이 빌딩 뿌술때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 있는가?]






 
 

 

 

 

 

SF 만화의 미덕

 

SF를 염두에 두다! : SF라면, SF로서의 미덕이 있어야한다. 그냥 거대로봇 캐릭터들의 단순한 애들 장사용 프로레슬링극이 아니란 말이다. 파멸기계, 반물질, 반중력장치, 시간여행... 그러니까, 설정이나 스토리 진행시, SF의 레벨이 전혀 다르다는 말이다. 모든 것이 새로 만든 독창적인 이론이어야 할 필요 따위는 없다. 오히려 그 세계에 가장 적합한 설명을 부여해줄 수 있는 것이 필요한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기존의 SF 문학 등의 전통을 수용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SF 깨나 읽어봤다는 사람들이라면, 저 친숙한 개념들이 이리저리 사용되는 것에 감동하고, 잘 모르는 사람들도 멋진 개념들 새로 배워서 고맙고.

 

우선, 하나만 보여주마. 로보트킹은 날라다닐때, 부력과 상관없는 디자인의 날개를 달지도, 추진력과 상관없는 모양새의 제트엔진을 팔다리에 걸치지도 않는다. 반중력장을 만들고 조절해가면서 ‘부유’ 하는 것이다.

 

이론상, 반중력이라는 것은 중력에 대한 반발력을 만드는 것인 만큼, 그 장 안에 있으면 모든 것이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솟구쳐 올라가버려야 맞다. 그래, 25년전에 여기서 처음 배웠다.

 

대충하지 않은 SF디자인: 모든 디자인이 독창적이냐 어디선가 한번 봤느냐를 떠나서, 로보트 이외의 우주선, 소품, 연구소 등 뭐하나 대충 생각없이 끄적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당시의 한국만화에서든 일본만화에서든 희귀한 존재인 것이다. 특히 우주선들은 나름대로 이전부터 내려오는 SF의 맥에서 기원을 찾거나, 그 연장선에 놓을 수 있을 만한 ‘컨셉트가 있는’ 기이한 디자인 컨셉의 연속이다(오히려, 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로보트들의 디자인이 대충대충한 감이 있다). 사실, 최근까지도 이런 공들인 SF디자인이 한국만화에서는 드물다.

 

연작 개념: 연작인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연작인 건 대단하다. 그리고 연작이 중간에 망가지지 않고 끝까지 잘 지속되어 나간 것은 더욱 대단하다. 인기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혹은 강제로 연재중단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엿가락 늘리기 식으로 줄거리를 늘여빼는 것이 아니라, 1권 단위로 완결된 스토리로 갔다는 것은 특히 당시의 작업환경상 하나의 모험일 수 밖에 없다. 여하튼. 이런 방식의 연작 개념은, 당시의 연재만화들이나 대본소 만화보다는, SF 소설들에서 더 일반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연작개념 덕분에, 소인왕국, 시간여행, 우주전쟁 등 다양한 SF 소재들을 자연스럽게 로보트킹 이야기로서 소화시킬 수 있었다. SF 입문용 총서 대용으로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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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로봇 만화의 미덕

 

하지만 진짜 본론은 이거다. 뭣보다, 로보트킹은 거대로봇만화로서의 매력이 넘치는 녀석인 것이다!

 

로봇이 거대하다: 거대로봇의 첫 번째 미덕은, 이왕이면 확실한 거대로봇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보트이기는 어렵지 않다(로봇으로 설정하고 그리면 되니까). 하지만, 거대해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별로 안 거대해보이는 거대로봇 연출의 사례.
주홍색 타원부분의 로봇, 무슨 장남감 인형같지 않은가...

 

보라. 단지 설정상 크다는게 아니라, 정말로 작품 속에서 커 보여야만 한다! 그런데 만화라는 매체에서 그런 것을 잘 살리는 연출은 그리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한정된 지면에서, 각 칸 간, 그리고 칸 속에서의 크기 대비 연출을 절묘하게 조합해야 한다. 페이지 넘김 효과 등까지도 고려하고, 시점 각도를 조절하고, 배경과 캐릭터간 대비를 잘 살리고... 여하튼 만화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거대로봇은 거대하게 보이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좋은 거대로봇만화가 갖춰야할 첫 번째 미덕이다.  한번, 맛배기만 보여주마.

 

 

요밑에 조그만 똥그래미 안에 있는 게 사람.

 

호쾌한 격투: 앞에서 거대한 것 이야기 좀 해봤다. 그런데, 거대한 것들끼리 싸우는데 무 잘리듯이 깨끗하게 동강나고, 적당히 적당히 끝나면 너무 썰렁하다. 실제로는 무지막지하게 부서지겠지 - 그것도 육중하게. 호쾌한 파괴야 말로 거대로봇물의 로망인 것이다! 그런 중량감을 살리려면, 파편이 튀고 주변이 얼그러져야한다. 25년이 아니라 30년이 지나서 봐도, 잔학무도해 보여야 한다. 호쾌한 격투가 바로 거대로봇물의 두 번째 미덕이다.

 

 

목을 뽑아서 쪼개버리는 졸라 잔인한 장면부터...

 

 

개그끼가 넘치는 ‘난타전’까지 한번들 보시라.

 

많은 적 거대로봇들, 강력한 필살기: 주인공 로보트만 졸라 멋지면 뭐하나. 뭔가 상대들이 있어야지. 그래, 개성과 힘이 넘치는 악역들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맞써싸울 무기들 역시 다양해야 한다. 무엇보다, 떼거지로 덤비기도 해야한다(집단 다구리야 말로 호쾌한 격투의 핵심이다!) 멋지지 않은가.





 
 

 

 

 

 

뒤에서 잡고 다구리...현재 9대1 맞짱 뜨는중

 

로보트킹의 필살기는 뭐 말할 것도 없다. 몸 안에 무기공장도 있고, 파멸장치를 최종도구로 가지고 있지만, 다행히도 보통때는 호쾌한 근육-액숀으로 끝내버리는 서비스 정신을 발휘한다.

 

거대 로보트는 멋있고 봐야 한다: 로보트킹을 봐라. 우람하고 멋있잖는가. 자, 그런데 여기서 오늘의 논쟁거리가 나왔다.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일본만화 ‘자이안트 로보’에 나오는 GR-2와의 연관말이다. 뭐 GR-2의 머리 디자인(정확히는 반달과 눈알)을 상당부분 들고 왔다는 것은, 뭐 그리 숨길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로보트킹보다도 한~참 뒤에 나온 OVA판 말고, 원작 만화 자체를 진.짜.로. 본 사람들은, 그리 오버해가면서 표절이니 어쩌니 하는 감정적 용어를 남발하는 것은 피곤한 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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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2 원작 전신

 

건담에서 스타워즈의 빔샤벨을 쓴다고, 슈퍼맨3의 로보트가 천공의 성 라퓨타를 지킨다고 해서 표절어쩌고 오버하면서 에너지낭비를 하는 것은 쓰잘데기 없다. 솔직히, 아톰과 미키마우스의 ‘어디서나 봐도 같은 머리 모양을 유지하는’ 실루엣이 무진장 닮았다는 것이 우연일 것 같나(사실, 로보트킹도 그렇다!). 로보트킹이 엄청 독창적이라고 우기고 싶은 게 아니다. 하등 도움이 안되는 논쟁에 미리 에너지 낭비하기가 싫어서다. 차라리 그 에너지로 일본만화 베끼기를 강요했던 당시 만화계와, 그때 그 인간들이 아직도 여기저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을 비난하기를. 나중에 이걸 가지고 시끄러워지면, 따로 한번 분석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말이다. 근질근질하면 작가가 주도하는 고유성 만화직판 사이트에 roma66(김규완)님이 올려준 글이 요기 있으니 읽으며 기둘려 보시라.

 

여하튼. 로보트킹의 슈퍼로봇으로서의 독특한 매력을 이야기할려고 한 거다. 한마디로 요약해보마: ‘나이스 바디’! 남성의 공개적/비공개적인 선망의 대상, 근육질로 똘똘뭉친 우람한 육체. 그것도 슈퍼히어로형 울퉁불퉁이라기보다는, 마님도 좋아할 돌쇠형 체형이다! 마징가의 허약한 말라깽이 몸통을 인계받은 태권브이와 비교해봐도 이미 질적으로 다르지 않은가. 갑옷으로 돌돌뭉쳤지만 허리가 빈약한 일본의 역대 슈퍼로봇들은 반성(혹은 운동) 좀 해라. 한마디로, 정말로 한 격투 하게 생기지 않았나. 유사 이래로, 전 세계적으로 나이스바디는 영웅의 심벌이다. 로보트킹의 메카닉은 이 원칙에 상당히 충실한데, 심지어 악역들 역시 강한 악역일수록 대충 생기지 않은, 나이스바디들이다(그래, 약간 과장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매력덩어리다. 아~ 선망의 근육~ (어이어이, 관절이니, 표정이니, 조종방식이니, 하는 기타 설정의 매력도 원래 이야기하려던 것 아니었어? -_-;)

 

 

이 심정 그대로다! 나이스바디 로코트킹~

 

...자, 그러니까 요는, 로보트킹은 만화로서도, SF로서도, 거대로봇물로서도 빛나는 매력덩어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추억속에서’만 그랬던 과거형이 아니라 지금 다시 펼쳐봐도 여전히, 혹은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멋지다. 수십년전 기억에 의존해서가 아니라, 최근에 다시 펼쳐보고 말하는 거다. 

 

 

 

그래서 어쩌잔 말이냐

 

지금까지 보고도 모르겠나? 로보트킹 복간시켜 보자는 것이다. 이왕이면 장난 아니게 뽀대나게, 팬들 위해서 정성어린 스페셜 피쳐도 잔뜩 넣고(DVD같은 것들이 잘 팔리는게, 공으로 잘팔리는게 아니다). 그것도, 그냥 서평들이니, 마우스패드니 하는 방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거대로봇을 즐겼던 그때의 그 컨셉을 살려서, 딱따구리 로보트대백과식으로 빵빵한 배후 설정집과 Q&A 등으로 나오는 걸 보고 싶다. 못다한 이야기들, 창작과정 설명도 특전으로 잔뜩 넣고.

 

 

청춘의 한 장, 로보트 대백과... 기억들 나시는가.

 

또 하나 중요한 건, 책으로서 좀 뽀대나야 한다는 거다. 똥종이에 번진 잉크는 정감어리기야 하겠지만, 짜증나지 않겠나. 이왕이면 제대로 좀 깔끔하게 복원해서 나온 끝내주는 물건이 나와야 ‘소장판’ 이름 붙이지. 복간의 경우 원고 분실한 것이 많아서 이미 인쇄 나온 것으로 복원작업하는 수고까지 겹치기도 하지만, 노가다로 극복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 점박이 무늬가 바로 인쇄기술의 참패, ‘모아레’란 녀석이다

 

한번 진짜로 그렇게 해볼려고, 여러 사람들이 뭉쳤다기에 이렇게 나도 글발로나마 한몫 거들어주려고 한거다. 한마디로, 이 길고 재미도 없는 글이, 사실은 광고였다는 말이다. 속았다고 생각하고 싶으면 뭐 할수 없고. 여하튼 앞으로, 로보트킹 다루는 글들이 필자를 돌려가면서 몇 번 더 연달아서 나갈꺼다. 그리고는 언제부턴가, 선주문 받기 시작하겠지. 난 이번에 한번 로보트킹 복간되면, 그 이후로는 다시는 ‘복간’ 안했으면 좋겠다.

 

생각해봐라. 조세희의 ‘난쏘공’이 서점에 표지바꾸고 이쁜 모양으로 또 나왔다고 해서, 그것을 ‘복간’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요새 국내에 프랑스 최고의 인기만화라고 소개되어서 들어오는 ‘아스테릭스’니 ‘땡땡’이니 하는 작품들이 몇 년도부터 나온 것인지 알게 되면, 졸라 깜짝 놀랄꺼다. 그렇다. 원래 고전이라는 건, 계.속. 거.기.에. 있.는. 거.다.

 

그렇게 되도록 시동 좀 걸어보게, 비상한 관심 바란다. 이거 하나 사줘야 한국만화가 살아난다, 라는 식의 거창한 뻥은, 역겨워서 나는 못 말하겠다(하긴, 요새 이런 말이 유행이기는 하다). 나는 로보트킹이 ‘고전’이 될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여기 끄적인 한두마디가 아니라, 만화사적 의미라든지, 고상하고 어려운 말들 총동원해서 이 판단을 뒷받침할 수도 있다. 여하튼, 좋은 책이다. 그러니까, 나는 열분들 중에 이거 살 마음이 드는 사람들 정도는, 좀 사줬으면 한다. 너거들이 사준다고 해야 이 책이 끝권까지 계속 복간되어 나오고, 책이 계속 나와줘야 내.가. 하나씩 사놓을 수 있잖아? 

 

참, 심심하면, 작가 고유성의 홈페이지도 한번 가봐라. 정성이 넘치지 않냐? 요기를 마구 누질르면 되구.

 

또한 로봇킹에 대하여 이바구 떨고 싶은 사람들. 요 아래로 모여서 마구 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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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의해 동원된 어용 만화글쟁이
capcold(www.dugoboz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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