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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뷰] 개혁적 국민정당 유시민을 만나다

2002.9.8.일요일
딴지 정치부

우리 정치는 돈키호테를 만들어낸다.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정치가 아니기 때문에,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간에 튀는 인간들, 혹은 이상한 행보를 보이는 인간들을 늘 만들어왔다.


워낙 자주 바뀌는 당 때문에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다 욕은 욕대로 먹고 스타일은 스타일대로 구긴 채 쪽 팔리게 사라져 간 정치인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대세를 거부하고 돈키호테 짓을 했다가 세월 지나 국민들에게 평가 받게 된 노무현 같은 사람도 있다. 정형근 이재오 김문수가 나란히 서서 정권을 규탄하는 블랙 코메디도 생겨나고, 그런가하면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세 사람이 차례대로 여론조사 1등을 하는 그네타기도 늘 벌어진다. 우리 정치는 내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 애매모호하고 정체가 불분명해 보이는 당이 하나 탄생했다. 명색이 당은 당인데, 다른 당 후보를 지지하는 걸 모토로 해서 모인 당이라고 알려져 있다. 거기에 주동인물도 희한하다. 정치평론 하던 사람이 정치가 하도 열 받아서 절필하겠다고 선언하더니, 조금 지나서 직접 정치하겠다고 뛰어들었다. 100분토론 진행자로 얼굴이 많이 알려진 유시민이다.


언젠가 허구연이 청보 핀토스 감독을 했을 때.. 그 실험은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번 실험은 과연 성공할까? 도대체 이넘의 당은 도대체 뭐하자는 당인가. 


그리하여 본지는 유시민을 찾았다.






 




인터뷰는 9월 4일 수요일, 여의도의 개혁적 국민정당(가칭) 사무실에서 있었다. 전체적으로 사무실 분위기는 약간 들뜬 거 같기도 하고 활기차 보였다. 오후 4시경에 만나서 두시간 정도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대선후보 관련이너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총수와 편집장 투톱을 출동시키는 은전을 베푼 첫 이너뷰이자, 편집장이 정리 논평한 첫 이너뷰되겠다.


편 : 우선 개인적인 거부터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심판을 보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선수로 뛰어들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한번 선수가 되면 그 다음엔 심판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거 아닙니까? 칼럼니스트의 길로 다시 돌아가는 게 어려울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이건 커리어를 걸고 꽤 큰 결단을 하신 셈인데..


유 : 근데 뭐 보면 선수 하다가 심판들 많이 하더라구요. 국회의원 하다가 토론 사회도 보고 신문에 글도 쓰고.. 그리고 원래 타임스케쥴을 제가 어떻게 잡고 있었냐면, 프리랜서라는 게 시장에서 개기는 거 아닙니까? 맛이 가면 금방 심판이 오기 때문에..


총 : 그럴 땐 잠시 해외에 나가서.. (웃음)
유 : 해외 나가는 건 사이비 프리랜서지, 우리는 시간이 돈이기 때문에 해외 나갈 여유가 없어요.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건데 외국 나갈 처지는 못되고, 원래 계획은, 생각해보니까 50살까지는 프리랜서를 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앞으로 한 오륙년정도. 제가 올해 마흔 넷이니까. 나이먹으면 학습량도 줄어들고 생각도 무뎌지고 하니까. 그때가서 구닥다리 다 된, 하나마나한 얘기 하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50 이후에는 취직을 하든가.. 다른 길을 찾으려고 했는데, 지금 좀 빨리 온 거예요.


편 : 글 쓰시는 일은 그럼 이제 당분간은 안 하시겠네요?
유 : 글은 쓰죠. 칼럼은 안 쓰지만, 선언문도 쓰고 뭐...
총 : 그럼 이 길로 완전히 접어드신 거네요.


유 : 불 질러 놓고 다른 데로 빠져나가면 나쁜놈이잖아요. 불이 확실히 붙을 때까진 가야죠. 제가 불지른 사람이니까, 불지른 책임이 면책될 때까지는 해야 돼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총 : 어떻게 해야 면책될까요?
유 : 더 이상 책임 안 져도 되는 상황. 정말 잘 돼서..
총 : 아니면 아예 망한다든가 (웃음)


유 : 그렇죠. 아예 쪽박차든가 아니면 대박이든가. 쪽박차면 책임을 물을 수가 없게 되고, 대박이면 제가 책임 안 져도 잘 될 거고..
총 : 대박이 뭔지는 대충 알겠고, 어느 정도면 쪽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유 : 근데 쪽박은 일단은 면한 거 같아요. 지금 6일째인데 만명이 모였으니까.. 저희가 아직 인터넷 마케팅도 시작 안했고 홍보도 제대로 못했고, 쪽박은 일단 면했고 대박을 무조건 만들어야죠. 내후년 4월 총선까지는 나는 무조건 같이 가요. 왜냐면 이 당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2004년 4월에 1차 평가가 나올 거라고 봐요. 그때까지는 여하튼 간다, 그건 확실합니다.


참고로 발기인 숫자는 인터뷰가 있었던 9월 4일까지 6일만에 만명을 넘어섰지만, 9월 9일 현재 13,000여명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아무래도 초기 노사모를 중심으로 한 움직임이 확 일었던 탓일 수도 있고, 언론 보도가 뜸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좃선은 가십성 기사로 다루었다), 이 신당의 정체가 아직까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한계 때문일 수도 있다.


총 : 그렇게 따지면, 노무현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당에 통합되거나 흡수될 의향이 있다, 는 입장은..
유 : 흡수될 의향은 전혀 없습니다.
총 : 아 그래요? 인터뷰에서는.. 제가 잘못 읽은 건가요?


유 : 통합하고 흡수하고는 달라요. 누가 누구를 먹느냐 하는 건데, 고래가 새우를 먹자고 하는 게 민주당의 방식이고, 우리는 새우가 고래를 먹으려고 하는 거죠. 감히. (웃음)


총 : 그럼 구체적으로 말씀하시면, 만약에 당원이 10만명 정도 되고..
유 : 그건 최소라니까. 최소 10만명. 10만명이면 226개 지구당에 약 400명 정도. 그만한 정당은 지금 대한민국에 없어요. 자기 돈내고 자기 돈으로 밥 사먹으면서 하는 당원이 지구당 평균 400명 있는 정당은 없습니다.


총 : 그러면 이 400명 기반으로 해서.. 만약 통합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 건지요?
유 : 통합은, 간단하게 딴지식으로 얘기하면, 민주당은 없어지는 거예요. 민주당이 낡은 구도와 문화를 버려야만 우리하고 통합이 될 수 있어요.
편 : 떨거지들은 떨어져 나가고?


유 : 그거는 일종의 부대현상이고... 지금 민주당의 딜레마는, 과거에 민주화 정권교체 이런 목표를 내건 거 아닙니까? 그런 좋은 가치를 위해 싸우면서 내부는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었어요. DJ, YS가 하향식으로 돈 뿌리고 조직해서 만든 거 아닙니까? 절차는 엉망이었단 말예요. 엉망인 절차를 가지고 멋진 목표를 추구한 거죠. 근데 과거에는 그게 용납이 됐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절차가 엉망이면 좋은 목표를 추구해봤자 나중에 다 쪽박차더라는 걸 알죠.


민주당이 이미 5년전에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소명을 성취했는데.. 그게 지금은 고래가 해변에 반쯤 몸이 물 밖으로 나온 형상이 된 거예요. 자기 스스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그게 짬뽕신당 통합신당이라는 겁니다. 지금 그런 상태가 민주당이예요. 가만히 있으면 죽는데, 자기가 죽는 줄도 모르고, 어 이거 왜 이렇지? 하고 있는 거예요. 민주당은 돈을 풀어서 돌리는 자판기조직을 버려야 되고, 지구당 위원장이 자기 아는 사람 끌어 모아서 대의원 만들어서 다시 선출하는 구도를 없애야 하고... 국회의원을 바꿀 수는 없지만 정당의 낡은 구도의 문화는 다 버려야 하는 거죠.


그거만 버리면 우리는 모든 걸 상향식으로 하기 때문에 어떠한 지분 논의도 필요없어요. 이 원칙을 실현하고 그걸 보증하는 것에만 합의가 되면, 민주당보다 훨씬 강한 조직을 가진 우리가 거기에 붙어주겠다, 하는 거죠. 그런 식으로 2004년 4월까지, 민주당 내에서 우리의 취지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정착되는 거죠. 1년 6개월 프로젝트죠.


총 : 노무현 후보와 교감이 있습니까?
유 : 교감은 있죠.
총 : 교감이라면, 구체적인 플랜을 의미합니까?






 


 


유 : 음... 이거는 아무도 모르는 건데... 우리가 지난 29일 토론회를 한다고 공표를 하니까 민주당에서 온 반응 중에, 민주당 개혁파 의원 쪽에서, 당이 이제 다 정리돼가고 있는데 당신들이 밖에서 그러면 당내에서는 이걸 노무현 2중대라고 보기 때문에 분란이 온다, 연기해달라, 이런 요청이 온 적이 있어요.


일언지하에 거절했죠. 우리는 우리 나름의 욕구와 플랜이 있어서 우리식으로 가는 건데 당신들이 왜 연기하라 말라 하느냐. 우리는 간다, 그렇게 해서 왔고... 문제가 발생하는 건 민주당 문제이고 우리당 문제가 아니쟎아요.


편 : 정리하자면, 민주당이 지향하는 노선이라든가 하는 건 동의하는데..
유 : 아니, 총체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니고, 거기 살릴 부분이 많이 있다는 건 동의를 하죠.
편 : 예, 그러면 비슷한 부분이 꽤 있는데, 그런데 민주당이 못하고 있는 것은 정당의 하부조직..
유 : 스트럭쳐와 프로세스가 나빠서 그런 거죠.


편 : 예, 물적 토대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따라서 지금 새로운 정당은 그런 토대를 갖추어 놓고,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 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유 : 그렇죠. 동참하겠다면 받아주겠다는 거죠. 좀 건방지죠. 그쵸? 국회의원 하나도 없는 당이...
총 : 원래 그렇게 해야 됩니다. 그래야 뭐가 있나보다 하고... (웃음)


유 : 아까 말한 교감이란 건 이렇게 보면 돼요. 노후보가 저렇게 망가진 거는, 후보 지지도가 당 지지도의 더블인데, 지금도 더블이고 옛날에도 더블이고... 그런데 지금 민주당 지지도가 13.5%입니다. 이건 죽은 당입니다. 버림받은 당이예요. 그럼 당연히 더블로 지지도가 높은 후보에게 당이 맞춰야 되는데, 거꾸로 후보가 당 때문에 끌어내려저서 저렇게 망가진 겁니다.


그러니까 노무현이 살 길은, 우리가 내건 이 가치와 방향에 따라 민주당을 데리고 와라. 그 힘을 보여달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살 길이 없다, 이런 메시지를 우리가 전한 거고... 노후보가 어제 국민브리핑에서 교감은 있다라고 얘기한 것은 그 사람 개인은 이게 맞다고 생각한 거라고 우리는 해석합니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가 당을 통째로 끌고 올 수 있느냐, 그건 노무현의 과제죠... 좀 냉정한가? (웃음)


총 : 아닙니다. 원래 가오를 좀 잡아야 되는 겁니다 (웃음)


가오를 좀 심하게 잡기는 하는데,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가오잡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민노당 빼고 말이다. 따라서 이 가오 부분에 대해서 일단 박수 한번 쳐 준다.






 


총 : 이게 대안적인 정당이라면, 기존 정당에 비해서 프로세스의 민주화를 이뤄내고 그게 이 정당의 의의라 한다면, 이건 앞뒤가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정당의 존재 목적이 먼저 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데, 정강정책 같은 건 어떻게 됩니까?


유 : 정강정책 팀하고 당헌당규 팀을 꾸렸어요. 우리는 프로세스가 좋으면 결과도 당연히 좋게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믿어요. 이 프로세스에서 정강정책이나 당헌당규를 만들면 그건 아주 멋진 결과가 될 것이다, 라고 믿고 좀만 기둘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총 : 차별성이 결국은 프로세스에 있다?
유 : 그렇죠. 왜냐면 가장 차별성이 두드러지는 게 스트럭쳐와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마케팅 할 때 자기의 강점을 원래 내보이는 거 아닌가요?


편 : 그렇다면 당의 정강정책은 오히려 좀 부수적인 거라고 말씀하시는 거네요.
유 : 부수적인 게 아니고 굉장히 중요한 거긴 하지만, 당을 발기시키는 이 대목에서는 그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 거예요. 대충 짐작할 수 있을 테니까.


편 : 그러면 순서가 꺼꾸로 된 게 특징이군요.
유 : 전통적인 당의 관점으로 보면 거꾸로죠.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에 맞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게 지금까지 수없이 해 온 방식이라구요. 그런 식으로 수없이 당을 만들었다 허물었다 해 왔는데, 사람들이 이제는 그 방식 자체를 믿지를 않아요. 아무리 좋은 방안을 내 놓아도, 그거 뭐 머리 좋은 사람 몇 명이 책상 앞에 앉아서 끄적끄적해가지고... 그 당령이 무게를 가질 수 있을 만한 프로세스를 먼저 제시하지 않고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게 우리 판단이었거든요.


총 : 나중에 만들어진 논리 같은데요 (웃음)
유 : 저번에 오마이뉴스랑 인터뷰할 때, 그때 발제문이 완성된 상태였습니다. 창당 기본정신으로 네 가지를 얘기했어요. 반부패, 국민통합, 참여민주주의, 인터넷정당. 네 개만 딱 얘기했거든요. 물론 내부에서 정강정책부터 만들어야 된다는 얘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주 손쉽게 사람들이 여기에 합의를 했는데, 앞의 두개는 좋은 목적을 이루자는 게 아녜요. 악을 제거하자는 거지. 누구나 알고 있고 누구나 비판하는 거 두 가지, 정치부패하고 지역분열. 이 두 개는 무슨 수를 써서든지 청산해야 한다, 근데 이 두 가지는 누구나 다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별성이 없어요.


포지티브한 거를 얘기해야 되는데 그게 뭐냐, 결국 프로세스다. 그래서 참여민주주의, 인터넷 정당을 넣은 거예요. 인터넷 정당은 처음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오프 결합 정당 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약하다, 좀 더 인터넷을 세게 하다, 그래서 인터넷 시민정당이라고 개념을 바꾼 겁니다. 이 네개 이외에는 아직까지 합의된 게 없어요. 정강정책토론회는 곧 열리게 될 겁니다.


편 : 참여민주주의라는 걸 먼저 이루고 나면, 정강정책이라는 건 거기 참여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거니까 사후적으로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 있다...
유 : 그럼요.
편 : 기존 정당하고 달라서 사람들이 지금 헷갈려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거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람 먼저 모으고 정강정책은 나중에 만든다..


유 : 근데 그냥 모으는 게 아니고 프로세스에 동의하는 사람들만 모았기 때문에, 대선전략 같은 건 투표를 통해 정해져야겠지만,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모든 건 양면이 있다. 프로세스를 앞세우고 정강정책이나 노선을 뒤로 돌린다는 거는 우리처럼 거지같은 정당을 가진 정치 지형에서는 분명히 새롭고 신선한 시도이다. 이런 식으로가 아니면 도저히 개혁을 이룰 수 없을 거 같기도 하다. 그런데 동시에 이 점 때문에, 도대체 뭐하자는 당이냐, 노무현 지지하자는 거냐 뭘 하자는 거냐, 이런 의구심이 나오기도 한다. 과연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점을 집중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노무현과 민주당과의 관계. 이건 사라지기 위한 정당이 아니냐는 부분..


총 : 사실 이거 혁명적인 발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도 early adapter가 먼저 소비를 하고 그 다음에 대중으로 넘어가지 않습니까? 그 최초의 만명 혹은 십만명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는 사실 이게 조직의 힘이라기보다는 유시민의 힘이었다고 봅니다.


유 : 아 그래요?
총 : 얼굴마담 노릇을 잘 하셨고..
유 : 삐끼 노릇을 잘 한 거죠.


총 : 기민하게 논리를 제공했고 타이밍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여기까지는. 그런데 이게 그 벽을 넘어서 대중들에게까지 갈 수 있을까요?


유 : 가도록 해야 되는 거죠.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실패할 위험이 없는 새로운 일이란 없는 거쟎아요. 우리 김어준 총수께서 딴지일보 창간했을 때 독자 10만 확보할때까지 얼마나 걸렸어요?


총 : 음.. 두 달 정도 걸렸나..?
유 : 그걸 우리가 한 달로 단축시킬께요.
총 : 음. 그거는 어렵다고 봅니다 (웃음).


감히 딴지일보에 도전장을 내밀다니.


총 : 얼핏 보기에는, 이건 사라지기 위한 정당인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정당이 대권을 잡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원하든 원하지 않든, 노무현을 당선시키기 위한 조직이다, 이게 무슨 정당이냐 동호회지, 대선을 앞두고 뭔가 정치적인 이벤트에 불과한 것 아니냐, 넉달짜리 정당이다, 이런 얘기들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부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유 : 아, 나는 전면적으로 부정해요.
총 : 그 얘길 좀 해 주시죠.


유 : 왜 그러냐면... 이렇게 생각을 해 봅시다. 호텔링 게임이라고, 경제학 쪽에서 아주 유명한 모델인데.. 우리나라 유권자들을 좌에서 우까지, 그러니까 진보에서 보수까지 일렬 횡대로 세워놓고 봅시다. 그걸 하나의 큰 길이라고 칩시다. 호텔이 하나만 있다면 아무데나 지어도 돼요. 사람들이 다 거기서 잘 거니까. 호텔이 두 개가 되면, 그때부터 포지셔닝 게임이 시작이 돼요. 사람들이 제일 가까운 호텔로 간다는 전제에서 보면, 어디에 호텔을 세우는 게 좋으냐? 제일 중간에 가깝게 짓는게 좋습니다. 그래서 두 호텔이 가운데 모이게 돼 있어요. 근데 가운데로만 못 가는 게, 이 길이 길면, 저쪽에 공백이 많아지면 거기에 호텔이 또 생기게 돼 있어요. 그 포지셔닝 게임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정당 구조가 지금 어떻게 돼 있냐면, 제도 정당 맨 오른쪽에 자민련이 있어요. 깡보수. 바로 그 옆에 한나라당이 있고, 민주당이 옛날에는 한나라당하고 조금 멀리 있었는데 자꾸 오른쪽으로 옮겨갔어요. 집권하는 과정에서 한 걸음, 집권하고 나서 이놈저놈 당겨오는 과정에서 또 한 걸음. 그래서 민주당도 똑같이 오른쪽으로 한참 가 있는 데다가, 또 둘이 비슷비슷하게 부패했단 말예요.


왼쪽으로 가면 저 왼쪽 구석에 민노당이 있고, 그거보다 더 왼쪽에 사회당이 있고, 녹색평화당까지 섞여서 한 그룹으로 돼 있어요. 민주당하고 민노당 사이에 굉장히 넓은 공간이 있어요. 원래는 여기에다 호텔을 지어야 되는 겁니다. 여기에 정당을 세울 수 있는 넓은 터가 있어요. 그런데 안 생겨요. 왜 안 생기느냐? 그건 지역 맹주들이 딱 짤라먹고 있어서 지금까지 다 실패했고.. 내년 2월이면 이 지역맹주들이 다 없어지쟎아요. 이회창 노무현 두 사람이 다 지역맹주는 아니고... 지역구도가 급속하게 해체되는 와중이기 때문에 여기에 포지셔닝을 할 수 있어요.


만약에 이인제씨가 민주당 후보가 됐으면, 이 움직임이 육개월 일찍 시작됐어요. 그런데 여기에 위치하고 있어야 될 노무현 후보가 엉뚱하게 민주당 후보가 돼 버린 겁니다. 국민경선제가 되면서, 이 넓은 자리에 존재하는 유권자들이 노무현을 후보로 만들어 버린 겁니다. 그런데 사실 노무현하고 기존의 민주당은 잘 안 맞아요. 이쪽에서는 노무현보고 너 민주당 장악해라 하고 요구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고민인 게, 노무현이 거기 가 있으니까 여기에 당을 만들 수가 없는 거예요. 스타가 거기 가 있는데. 그래서 지금까지 안 된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민주당 자체도 찌그러지고, 노무현도 찌그러진 상황이니까, 노무현을 끌어내든가 민주당을 끌어당겨오든가, 그것도 아니면 여기다 말뚝박고 호텔을 짓자, 이렇게 된 게 지금 우리 당이라구요.


사람들이 지금의 정치지형에서만 생각하면 이건 노무현 2중대예요. 그런데 상상력을 발휘하면, 앞으로 전개될 것만 보자구요. 지역구도는 흐트러지게 돼 있고, 대선에서 창이 되느냐 노가 되느냐에 따라 정치지형은 굉장히 변화하게 될 거라구요. 만일 창이 이겼다고 하면 민주당이 지금처럼 한 당으로 통일성을 유지하고 가겠어요? 노가 이기면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계속 가겠어요? 어차피 한쪽은 박살나는 겁니다.


정리하면, 대선이 4달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대선 기간에는 후보전술을 쓸 수 밖에 없는 거고... 독자후보를 내건 통합하건 공동선대위를 만들든.. 2004년 17대 총선 전까지 지붕 올리고 인테리어 하고 가재도구 들여오고, 그때가서 정식으로 오픈하게 되는 겁니다.


성패는 그때가서 결정되기 때문에 넉달하고 끝난다는 건 기본적으로 있을 수 없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그게 사기지.


총 : 포지셔닝 얘기를 하셨는데.. 사람이 항상 가까운 곳으로만 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전에 가서 돈 내고 빠구리를 몇 번 했으니까 익숙하고.. 새로 생긴 집이 겉은 멀쩡한데 과연 그 안에 들어가서 편안하게 빠구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웃음), 이걸 겉에서만 보고 판단하기 힘들다, 혹시 들어가서 돈만 날리는 거 아니냐.. 혹은 주인을 믿을 수 있을 것인가...


편 : 몰카...
총 : 이 주인이 몰카를 설치해 놓치 않았을까, 믿을 수가 없거든요. (웃음)
유 : 우리는 건전영업만 하니까(웃음), 여자 찾고 그런 사람들은 오지 말라는 거지. 우리가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거 아니거든요. 우리는 우리 몫의 마켓 셰어만 가지겠다는 거예요. 이 집이 새로 영업을 시작했는데 알던 사람들이 찾아와서 장사 되는 것도 한두번이지, 낯선 손님들이 새로 들어와야 되는데, 그거 못 만들어내면 위기가 올 겁니다.


총 : 사람들이 여기에 오면 어떤 신나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와서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전에 노무현이 한참 올라갈 때처럼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이 신당이 잘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유 : 그건 우리가 만들께요. 기존 정당이랑 뭐가 다르냐면, 다른 정당은 투표할 때를 위해서 모든 걸 다 조직해 놓은 조직입니다. 우리는 투표할 때는 투표도 하지만, 평소에 와서 마음껏 놀고 자기 뜻 맞는 사람과 어울리고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당사도,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처럼 저렇게 뽀다구 없이 세워놓지 말고, 중앙당사에 인터넷 카페 하나 크게 차려놓고, 밖에는 손님이 놀고, 문하나 열면 당사가 있고, 이거 멋있잖아요.


총 : 멋은 있는데, 현실적으로 지구당이...
유 : 아 지구당. 그거 하나도 문제 아닙니다. 어떤 민노당 당원이 실명게시판에 유시민이 정당 만들긴 해도 유지는 못한다고 올려놨던데


민노당 게시판에 올랐던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올랐다. 참고로 여기를 읽어보시라.


총, 편 : 읽어봤습니다.
유 : 그게 민노당의 문제예요. 무슨 소리냐면, 구성 원리는 그렇지 않은데 일정 정도는 지구당 운영방식이 기존 정당을 닮아 버렸어요. 노사모가 민노당에 비하면 훨씬 훌륭해요. 노사모는 회비를 낼 뿐만 아니라, 자기들이 행사를 하면 참가비도 냅니다. 무조건 만원이거든. 식당에 가도 만원 어딜 가도 만원.. 쓰고 남으면 회비에 들어가고..


무슨 말이냐면, 지구당을 유지 못한다는 건, 진짜 과거식으로 하자는 거예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지구당을 안 만듭니다. 법정 지구당을 23개인가 창당을 해야 하는데 돈 한푼도 안 들어요. 왜냐, 23개 지구 찍어서 번개 때리면 돼요. 호프집에 30명 이상 모여서 그냥 지구당 창당대회 하는 거야. 그리고 위원장 뽑힌 사람이 자기집 대문에다가 프린터로 종이 하나 뽑아서 붙이면 됩니다. 하루저녁에 23개는 돈 한푼 안 들이고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구당을 왜 유지를 해요? 사무실 얻어놓고, 할일 없는 사람들 와서 짜장면 축내고 가고... 그런 건 우리가 안 해요. 행정구역 단위로 조직을 만들고, 그 책임자는 거기서 인기있는 놈이 하는 거지. 공천은 어떻게 하느냐. 우리가 당원관리를 확실히 할 겁니다. 지구당 위원장이 자기 똘마니들 데리고 와서 장난치고 그런 거 없어요. 당비도 중앙당에서 온라인으로 납부 받아 가지고, 일정 비율로 나눠주면 돼요. 모든 기록을 다 공개하고 근거를 남기고, 그러면 잡티가 끼어들 여지가 없어요.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봐요.


총 : 독자후보를 낼 계획은 없습니까?
유 : 그 문제는 모든 게 오픈돼 있어요. 처음에 실무기획단은 이 문제를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지침 없이는 정당을 못 만들 거라고 생각을 했단 말예요. 근데 나중에는 이걸 굉장히 반성을 많이 했어요.


지금 발기인들이 남긴 의견을 보면 대세는 뭐냐면,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어떤 정당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를 확실히 하고, 당원들을 모으고, 결정해야 될 시점에 가서 당원투표로 결정한다 그 한 마디면 끝날 걸 가지고 니네 왜 그렇게 벌써부터 말들이 많냐... 그래서 그렇게 정리를 했습니다.


총 : 그렇다면 지금 유시민씨나 다른 일하는 분들의 의사하고 반하는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유 : 그럴 수도 있어요.


사실 이번 대선으로만 보자면 이건 정말 애매하고 이상한 당이 아닐 수 없다. 뒷부분에 나오지만 다른 당 후보를 지지하다가 느닷없이 새 정당을 덜렁 만들어 버리다니. 당을 만들었는데 남의 당 후보를 지지하는 당이라니.. 그런데 신당이 제대로 기능하기 시작하는 건 이번 대선이 아니라 다음 총선이라는 유시민의 강변이다.






 


정당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질문을 이어나갔다.


총 : 절필선언을 했을 때부터 정당을 할 생각이 있으셨던 겁니까?
유 : 아니, 그때는 아니에요.






 


 


총 : 그럼 하다 보니...


유 : 이론적으로는 옛날부터 검토가 있었어요. 개혁적 국민정당이라는 게 얘기가 나온지는 15년이 넘었거든요. 평민당하고 통일민주당이 쪼개진 그 순간부터 얘기가 나온 거예요. 그러니까 굉장히 해묵은 얘긴데, 그 전에는 지역구도 때문에 현실적인 힘을 가지기 어려웠고... 


지금은, 그때 그 얘기 하던 사람들은 전부 국회의원 돼 버렸거나, 아니면 50대들은 대부분 취직을 해 버렸어요. 민주운동 기념사업회, 국가인권위원회,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 하다못해 공기업 이사.. 그래서 그쪽에 사람이 없어요.


총 : 그럼 어느 시점부터 이 구상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겁니까?


유 : 정직하게 얘기하면 이래요. 처음에 구상한 건 노후보를 지켜야 한다, 국민참여경선을 파괴하면 참여민주주의의 싹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서명운동을 조직하기 시작한 게 7월 하순부터였거든요. 8월 13일까지 서명운동을 하고 기자회견을 했잖아요? 서명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냐면, 서명을 해 주는데, 이러면 지켜지는 거야? 이렇게 해서 민주당 후보 자리만 지키면 대통령 되는 거야? 이렇게 묻는데.. 대답할 말이 없는 거예요. 서명은 받아왔는데 사람들이 기자가 팍 죽어가지고... 그렇게 기자회견은 했는데, 이제는 그럼 뭐할거냐? 그때까지 하던 얘기는, 국민경선의 연장선상에서 노무현 국민선대위를 만들면 어떠냐, 그래서 민주당 선대위하고 결합하면 어떠냐... 근데 그게 씨도 안 먹히는 거예요. 그러면 민주당 들어가자는 얘긴데, 씨바 그거 해서 뭐하냐 이거야... (웃음)


총 : 민주당 입장에서는 노무현 팬클럽 정도밖에 안 되겠죠..


유 : 그때 지역에서 활동가들이 올라왔는데, 야 이거가지고는 약발이 안 먹힌다, 해서 시나리오를 몇개 만들어 봤어요. 1번 민주당으로 그냥 들어가고 지지선언한다, 2번 민주당이 개혁적 성격을 보여주고 공동 선대위를 구성한다, 3번 둘 다 안 되면 독자창당한다는 거였는데... 그런데 1번 제껴지고, 8월 13일날 2번까지 제껴진 겁니다. 도저히 이걸로 가면 동력이 안 붙는다..


그러니까 창당밖에 길이 없는 거예요. 이게 최선이냐 혹은 가능하냐 하는 질문이 제기됐는데 답이 뭐냐면, 최선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는데 외통수다. 이것 밖에는 선택할 길이 지금 없다. 그리고 가능하지 않으면 어쩔건데? 해보지도 않고 주저앉는 거보다는 실패하더라도 해보고 주저앉는 게 좋은 거 아니냐... 그러니까 이거 아니면 길이 없으니 그냥 하자, 이렇게 된 거예요. 그렇게 결론을 내고, 우리끼리 하면 안 되니까 지역에서 올라오시라고 연락을 하자, 그래서 모인 게 23일입니다. 오후 4시에 YMCA에서. 거기 30명 정도가 모였는데..


총 : 이거 써놔야겠네요. 8월 23일 오후 4시 YMCA에서 정계개편 모의 최초로 이루어지다... (웃음)


유 : 반대의견도 있고 그랬어요. 근데 결론이 뭐냐면, 이길밖에 없다, 빠질 사람 빠지고 할 사람 하자, 그래서 그 자리에서 추진기획단 바로 만들고, 그리고 29일날 토론하자고 박아버린 거예요. 그리고 그 뒤로는 토론회 준비하면서 며칠 보내고... 오마이뉴스 인터뷰 보고 이거 큰일났다 빨리하자 해서 홈페이지 만들고..  


우리는 천천히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막 오니까 그냥 놔두면 안 될 거 같아서 얼른 홈페이지 대충 만들어서 붙여놓고, 그러고나니까 발기인 받지 뭐 해서 발기인 받기 시작하고, 그리고 돈 모이면 그걸로 추진하자고, 이렇게 굴러온 거예요. 왜 왔다갔다 하느냐고들 하는데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는 게, 아무도 달린 흔 적이 없는 적이 없는 길을 달리는데 왼쪽으로 갔다가 어 이게 아닌가봐 하면 조금 오른쪽으로 수정할 수도 있는 거 아녜요? 진짜 벤쳐라구요.


총 : 이런 게 있는 거 같습니다. 노무현이 당선되는데 이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 같거든요.
유 : 그렇게 되면 우리야 좋지.
총 : 그런데 동시에 이런 점도 있습니다. 노무현이 유시민을 옆에 두고 써먹을 수 있는데, 다른 쪽으로 떼내 보내면 노무현의 무기가 하나 없어지는 거 아니냐..


유 : 그럼 우리도 연합해서 내각 절반 달라고 한번 해 볼까? (웃음)
총 : 그게 과연 될까요? (웃음)


유 : 우리가 실력이 안 되니까, 만나자 그러면 결례잖아요. 우리는 국회의원 한 사람도 없고, 쪽수도 아직 만명밖에 안 되니까... 애기 낳는 걸로 보면, 우리는 아직 착상 단계거든요. 이제 착상됐어요. 토론회는 우리 임신하겠다, 하고 선언한 거고, 발기인 대회는 착상된 거고..


총 : 발기했으니까 (웃음)
유 : 그 담에 추진위원회 띄우면 만삭이 되는 거고, 그래서 중앙준비회가 나오면 출산한 거지.


총 : 발기인들의 우발적 사정에 의해서 결국 출산까지 가게 되는군요(웃음).


유: 이게 된다고 생각하는게, 보름전만 해도 사람들 얼굴이 죽상이었어요. 근데 지금은 얼굴이 다들 반짝반짝해요. 지금은 비록 하꼬방이지만 방도 하나 마련했고 비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총 : 지금은 어떤 분들이 일하고 있습니까?


유 : 굉장히 다양해요. 나같은 lonely wolf, 어떤 조직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같이 뭐 해보자고 뛰어다는 사람들도 있고, 노후보 국민경선 과정에서 노후보 캠프에서 뛰었던 사람들도 일부 있고, 노사모도 개별적으로 섞일 수 밖에 없고, 그리고 자치연대라고 해서 주로 영호남지역의 무소속 정치인들, 그러니까 호남에서는 일당지배체제 때문에 못 뛰었고 영남에서는 민주당을 하고 싶은데 그 당 이름으로는 도저히 안 되니까 무소속으로 뛰던 분들, 그런 사람들이 꽤 많아요. 그담에 청년단체들이 있어요. 준정치조직들이죠. 전대협동우회, 제3의 힘...


우리는 조직을 연합해서 정당을 만들 생각이 없어요. 기존 조직은 네트워크로만 두고, 결단은 각자가 한다, 어떤 조직에서 집단 참여를 결의하든 안 하든 상관없다, 정당 가입 여부는 결국은 개인이 결정하는 거기 때문에 개인들이 결정하고 오라는 겁니다. 그리고 70년대부터 지속돼 온 재야의 비공식적인 조직들이 있어요. 노동계도 아마 앞으로 성과가 있을 거구요.


총 : 그럼 전부터 다들 개인적으로 알아오던 사람들이 실무진으로 뛰고 있는 건가요?
유 : 아니에요. 처음 보는 사람 엄청 많아요. 대부분 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고..


총 : 사기꾼일 수도 (웃음)
유 : 사기꾼은 우리가 금방 알아봐요. 준비위원회 뜰때까지는 월급 없다 해도 국회의원 보좌관 비서관 하다가 때려치고 오는 사람들도 있고..


총 : 계속 여쭤보는 이유가 뭐냐면, 오케이, 유시민이 하니까 내 믿어주겠다, 근데 내가 돈을 내기까지 하게 되려면, 도대체 이 사람들이 누군지 사람들이 궁금할 거라구요.


유 : 그럼 이렇게 합시다. 5일날 부산이 제일 먼저 지역추진위원회가 생깁니다. 거기 부산변협회장 하는 조성일 변호사가 짱으로 들어갈 겁니다. 그리고 추리소설작가 김성종 선생, 그 밑으로 부산지역의 웬만한 개혁세력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은 대충 망라가 돼 있거든요. 그거 한번 보시고... 기획위원들을 얘기하자면, 정책담당 기획위원은 지금 신분상 문제 때문에 당장은 공개할 수 없는 비밀당원이고.. 국책연구기관에 계시기 때문에..


총 : 하나도 안 궁금합니다 (웃음)


유 : 그리고 조직담당은 유기홍 기획위원이 하고 있고. 민청련 출신이죠. 청년운동하던 분이고. 총무담당 조직위원은 이용철 변호사. 그 양반은 노무현 지지를 했던 노변모 출신이고.. 민변 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이버 담당 기획위원은 문영식 나우컴 대표이고..  그리고 각 지역별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있고.. 지금은 좀 두서가 없어요. 제각각이고 질서가 없어요.


총 : 10만명이 모일까요 근데?


유 : 최소 10만명이라니까요.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상층부를 구성하면 만만찮은 진용이 될 거예요. 예컨대 이런 겁니다. 정몽준을 민주당에서 영입하려고 하다가 결국 안 되니까 결국 외부 인사들을 영입해서 신당을 구성하자는 얘기가 나왔쟎아요. 근데 거기 영입될 시민사회 지도자가 누가 있어요. 지금은 민주당에 와서 당수하라 그래도 안 가려고 할텐데.. 지지율 13.5%짜리 정당에 누가 가냐구요. 그건 죽은 정당이고...


정몽준씨 쪽에서도 사이버 정당은 틀림없이 나올 거예요. 근데 우리가 먼저 침발라놨으니까 거기 갈 사람도 적고... 또 거기는 (사이버) 마인드가 없는 곳인데 우리하고 경쟁하면 게임이 안 되리라고 보는 거고.. 정몽준 신당은 그래서 잘 안 되리라고 저희는 봅니다. 근데 민주당 쪽에서는 아마 잘 모를 거예요. 자기들도 안 되고 정몽준 신당도 안 되는 이유가, 우리가 있기 때문에 안 되는 측면이 굉장히 강해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장난하는 거 아니기 때문에... 걱정마세요. 만원씩 내 주시면 뭐 다 됩니다 (웃음)


총 : 약장수 같습니다(웃음)


총 : 어떤 게 제일 어려운 난제라고 보십니까?


유 : 정당이라는 말 자체에 대한 거부감, 정치는 더럽다는 고정관념... 개개인이 어떤 정당에 입당한다는 것, 그것도 돈 만원을 내고 입당한다는 것... 200만원 내고 입당한 사람도 있어요. 지금까지 최고액인데.. 


우리는 그래서, 정당원이 된다는 거를 사람들이 쪽팔려 할거라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굉장히 공을 들여서 논리도 세우고 그랬는데, 실제로 보니까 사람들은 그게 아니고, 내가 당원이라고 자랑할 만한 정당이 있으면 내 정당 하겠다 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더라는 겁니다. 결국 내가 이 정당의 당원이라는 거를 남들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정당이 되면 우리는 성공한다고 봅니다.


독일 같은 경우를 보면, 어떤 젊은이가 "우리 집안은 3대째 사민당이야"라고 얘기한다는 건 곧, 그 집안의 할아버지가 당시 노동자 중에 굉장히 의식이 깨어 있는 사람이었다는 일종의 증거입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공산당원이었고, 우리 아버지는 사민당원이었고 나는 녹색당원이야, 이런 계보가 일종의 가문의 자랑입니다. 이렇게 되면 당이 성공하게 돼 있습니다.


우리가 프로세스를 중시한다는 건, 사람들이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게 기본적으로 프로세스밖에 없다는 겁니다. 만원을 내고 가입하고.. 한달에 만원이면 일년에 십이만원이니까 적은 돈이 아니거든요, 이 반대급부로 무엇을 줄 것인가, 이게 프로세스라는 겁니다.


총 : 한달에 만원입니까?
유 : 지금은 발기단계니까 그냥 만원이고, 정당이 정식으로 만들어지면 매월 받을 겁니다.


총 : 비싸네...
유 : 학생은 할인이 있어요 (웃음)
총 : 그런 거 말고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게 뭡니까?



유 : 제일 어려운게 뭐냐면요, 이런 정당이 필요하다는 거에는 다 오케이인데 막상 하자고 하면 다 망설인다구요. 실제로 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으면 돼 버려요. 다 안 된다고 믿으면 안 되고. 그 확신을 전염시키는 게 가장 어렵고.. 과거에는 당을 만든다고 하면 지역 맹주들이 돈을 풀어서, 수하에 있는 국회의원들 쫙 풀어서 사람들 조직하고 그랬는데, 지금 우리는 지역맹주도 없지, 국회의원도 없지 돈도 없지 하니까, 과연 되겠냐 하는 생각들이 있어요. 그런 관념과 싸우는 것이 어렵습니다.


또 오프라인에서 더뎌요. 전통적인 방식이라는 게 직접 사람을 만나서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해 줘야 돼요. 한 사람 만나는 데만 두세시간 걸립니다. 아무리 피라미드 조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한참 걸릴 거라구. 그래서 저는 누가 오라 그러면 안 가요. 취지에 동의하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그냥 그 자리에서 뛰어라. 지금 수작업으로는 할 수가 없고 대량생산을 해야한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못간다고 해요. 그게 제일 어렵지 다른 건 크게 어려운 게 없어요.


지금 민주당이나 기존 정치권에서도 우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이거 불과 6일만에 만명을 만들어냈으니까 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야 이거 대단하거든? 우리는 조금 부진하니까 더 박차를 가하자는 거고... 제가 보기엔 추석 전에 오륙만 정도까지만 만들어 내면 여기에 올라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겁니다. 사람들이 다 계산기를 들고 있쟎아요. 흑자가 된다고 하면 그때부터 뛰어들거든요. 지금은 실제 숫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객지에 여행가면 어디에 밥 먹으러 갑니까? 사람 많은 데 들어가쟎아요. 손님이 많은 식당에 들어가면 실패가 없어요. 신장개업을 했는데 사람이 많으면 맛있나보다 하고 오게 되죠. 아직은 사람들이 보는 단계예요.


총 : 다 듣고 나니까 최종적으로 남는 의문은, 다 좋다, 재미도 있을 거 같고 잘 됐으면 좋겠고 의미도 있는 거 같은데, 그런데... 노무현과의 관계는 뭐냐? 하는 겁니다.


유 : 노무현은 우리 당과 친화성이 매우 강한 민주당의 후보다...
총 : 노무현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거나 밀어준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 스토리가 만들어질텐데, 그건 아니다?


유 : 그렇죠. 사실 사람들이 믿고 싶지 않으면 뭔 말을 믿겠어요? 있는 거를 입증해 보이는 건 쉽지만, 없는 거를 입증하기는 어려우니까.. (웃음) 없는 거라고 말만 하지 말고 없다는 걸 증명해라(웃음). 부작위에 대한 증명은 할 수 없는 거쟎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 길을 묵묵히 갈 겁니다.






 


지나가면서 이회창 후보 아들 이정연씨 병역비리 의혹에 대해 물었다. 과연 지지율에 어떤 변수가 된다고 생각하는지.


편 : 정국전망에 대한 견해를 좀 묻고 싶은데.. 병풍 때문에 아무리 저래도 결국 이회창 찍을 사람은 다 찍는다, 지지율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거든요.


유 : 그건 그렇지 않아요. 지금 여론조사해 보면 병역기피가 있었을 것이다 라는 의견이 점점 많아지고 있쟎아요? 한나라당에서 아무리 공작이라고 강변해도, 근거가 없는 걸 공작한 건 나쁜 거지만 근거가 있으면 공작 할 수도 있지, 기본적으로 이런 거거든. 정치적 지지를 바꾸느냐 이전에 실제 비리를 저질렀다는 심증이 굳어져 가는 거예요.


그럼 이게 어떤 현상을 가져오냐면, 바닥 민심이, 노무현에 대해서 좋게 말하면, 치아라 마 민주당 아이가? 이래서 정치토론이 안 돼요. 똑같이 이회창에 대해서도, 아들 둘 다 군대 안 보냈는데 왜 대통령 찍어준단 말이고, 하면 항변이 나오는게, 야 진짜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 우예 아노? 그러면, 민주당이 기획수사하고 나쁜놈들이기는 하지만 없는 거 하는 건 아니쟎아? 이회창이도 결국 마찬가지 아이가...? 


그러니까 바닥 여론에서, 밥 먹으면서 하는 얘기에서, 이회창 지지자가 말빨이 밀리게 돼 있어요. 노풍이 뜰 때는 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막 신나서 떠들다가, 이런 저런 얘기들이 나오면서 노무현을 지지할 근거가 약해지고 쫄리게 되고 밀리게 되니까 바람이 죽는 거예요. 똑같은 이치로 말빨이 밀리면 이회창 지지도도 내려가게 돼 있어요.


그게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려면 한참 걸리는데 그 과정이 진행중이라고 봅니다. 한나라당으로써는 아주 고약한 거예요. 지지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져 버리면 당이 깨지거나 후보교체하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이게 야금야금 내려가서 대선 직전에 바닥을 치게 되면 그때가선 수가 없는 거거든요.10월말 11월초에 지지율이 바닥으로 내려갔다고 하면 그땐 대책이 없는 겁니다. 그게 한나라당으로썬 최악의 시나리오인데, 그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어요.


총 : 여론조사에 반영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유 : 그렇죠. 지금 이미 내려가고 있쟎아요. 맞대결에서 40% 밑으로 떨어졌고, 3자 대결에서 정몽준에게 밀린다는 거, 이건 안티창이 늘어났다는 건데... 이게 뭐냐면 처음에 노무현이다 해서 와 그쪽으로 올라갔다가, 어 이 산이 아닌개벼 하고 내려와선 저쪽 산으로 다시 와 올라가 있는 상태거든 지금.


정은 지금 한나라당 밑에서 입 벌리고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요? 왜 한나라당에서 전화 안 오지? 하면서...(웃음) 계속 시간을 끌어서 검증기간을 최소화하려고 할 거라구요. 정은 출마선언 하면 지금 산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이, 이 산도 아닌개벼 아까 그 산이 맞았나봐 하면서 다시 올 수 밖에 없어요.


지금은 반창이 투기자금 몰려다니듯이 여기저기 몰려다니는 형국이라구요. 어떤 사람들은 노는 그냥 대통령 되겠네,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왜냐면 정은 저거 꺾어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꺾어져요. 그러면 후보는 세사람인데, 창은 멍들고, 정은 꼬나박고, 그래도 어렵게 검증절차를 거치고 살아남은 건 노밖에 없지 않냐, 뭐 이런 얘기인데... 아직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총 : 병역비리가 결국은 아킬레스건이 된다고 보시는 거네요.


유 : 그럼요. 그거는, 티비토론이 시작되면 창이 할 수 있는 논리가 없어요. 나는 옷가게에 이걸 비유하는데... 선거는 기성복을 사는 거예요. 맞춤복은 없어요. 그런데 브랜드가 세개라구. 창 브랜드, 노 브랜드, 정 브랜드 세개가 있는데, 매장이 다 달라. 1층은 창, 2층은 노, 3층은 정 이렇게 따로 있어요.


사람들이, 한동안은 창 브랜드가 뜬다더라 하면서 거기 몰려갔다가, 노풍이 부니까, 아 요즘 노 브랜드가 멋지다더라 나도 가서 보자 하면서 노 브랜드 매장으로 몰려간 거예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화 여론조사 하면 분위기에 휩쓸려서 나도 노 지지한다고 얘기한 겁니다. 내가 보기엔 지지율 60%까지 올라간 거 중에 20% 정도는 거품이예요. 지금 원래 지지율에서 10% 정도가 빠진 거고, 20%는 거품이 빠진 겁니다. 정 지지도는 40% 이상 나오는데 내가 볼때는 반 이상이 거품이예요.


근데 대선이 시작되면 그때부턴 한 매장안에 세개를 같이 진열하는 겁니다. 이제는 구매해야돼요. 그전까지는 아이쇼핑이지만.... 실제 구매행위를 할 때는 브랜드를 눈여겨 보게 돼 있어요. 박음질이 튼튼한가, 양복 호주머니하고 그 밑에 원단하고 줄무늬가 맞냐, 뭐 이런 세세한 것까지 본다구요. 근데 노는 결함이 뭐가 있는지 이미 다 드러나 있어요. 창은 수리할 수 없는 결함이 드러나 있는 거고. 정은 결함이 없는 것처럼 소문이 돌았는데, 상호비교를 해 보니까 디자인만 말끔하지 기능이 떨어진다든가 뭐 그런 결함이 발견되게 돼 있어요.


그렇단다. 실제로 그런지 함 지켜보자구들.






 


지금 이삼십대 중에는 <거꾸로 읽는 세계사>라는 그의 책을 읽은 사람들도 많고, 게다가 100분토론 사회자까지 했었기 때문에 유시민 한 개인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느닷없이 어느날 갑자기 정당 하겠다고 튀어나오니까 더더욱..


총 : 저도 대학때 유시민씨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 보면서 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했었거든요. 사실 저희는 정당도 관심 있지만 유시민이라는 개인에게도 관심이 많습니다. 다른 매체들은 당 얘기만 할텐데 저희는 개인적인 얘기도 좀 했으면 합니다.. 개인적 야심은 없으십니까? 나는 민주화의 괴벨스라든가, 무슨 자리를 하겠다든가.. 
편 : 학생운동 출신이시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하던 걸로 되돌아가신 듯도 한데..


유 : 저는 한번도 지도자였던 적이 없어요. 작은 모임이라도 제가 이끌어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학교다닐때 써클을 열심히 하니까 선배들이 조직에 넣어줘가지고 유인물 돌리고 다니다가, 3학년 돼서 10.26 나고 학생회 만든다고 하는데, 원래 내정된 애가 있었는데 걔가 약간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다고 해서 아웃됐고, 이상하게 나보고 하라고 해서.. 하라 그러니까 해야지 뭐. 그래서 총학생회 대의원회 의장이 됐는데, 나중에 전대협 한총련 의장들은 떠가지고 오빠부대도 생기고 그랬는데 우리땐 그런 거 아니고, 학생 식당에서 찌그러져서 담배피고 있으면 누가 와서 불쌍하니까 빵하고 우유하고 사주고 가고, 뭐 이런 거였어요(웃음).


총 : 앵벌이.. (웃음)
유 : 그땐 오픈된 지도부라는 건 기본적으로 소총수예요. 진짜 핵심인물들은 지하에 다 있고, 우리는 차출돼서 총알받이로 나간 놈들이니까 지도자가 아니죠.


그담에 민통련 할때도 맨날 하던 게 건물주가 밤에 집기 다 꺼내놓으면 아침에 전화받고 나가서 집기 다시 올리고 문짝 뜯어내고, 그거 하던 군번이예요 우리가. 그러다가 징역 잠깐 갔다오고... 민가협 쪽 지원활동도 좀 하고.. 맨날 뛰기만 했지 제가 조직을 만들거나 이끈 적이 없어요. 복학해서는 복학생 협의회인가 뭐 이상한 거 하나 있는데, 그것도 애들 몇명 모여 노는 데지 조직은 아니고.. 그러다가 외국 유학가고 프리랜서로 살았으니까..


총 : 국민학교때 반장도..
유 : 반장도 한 적 없어요.
총 : 사실 그 시절 반장했다고 지금도 잘 나가는 놈들 있습니까? (웃음) 개인적으로 어떤 목표나 그런 게 있으시다면..


유 : 그런 게 없어요. 저는 정치하기 부적합해요. 정치를 잘 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봐요. 첫번째 애국심이 있어야 되고, 두번째는 정치인 마누라가 되기를 좋아하는 마누라가 있어야 돼요. (웃음)



총 : 그 두 개가 안 된단 말씀이신가요?
유 : 나는 두 번째도 어렵고.. 물어봤더니 우리 마누라가, 혼자 하고 싶으면 하래요. 그러니까 좀 곤란하고.. 애국심에 관해서도, 저는 좀 개인주의적이고 리버럴해요. 내 모든걸 바쳐서 조국과 겨레를 위해서, 뭐 이런 거 별로 없어요 저는. 또 성공하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권력의지가 있어야 돼요. 권력을 즐기는 태도 있쟎아요. 남들이 앞에서 절하면 기분 좋고...


총 : 가오잡고..
유 : 예. 나는 모르는데 저 사람이 날 아는 체 하면 기분이 좋고, 어디 가서 대접 받는게 마음이 편하고.. 저는 어디 좋은 호텔에 가면, 새마을 운동 지도자가 패티김 디너쇼에 온 거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정치보단 다른 걸 하는 게 더 맞죠. 글 쓰고 공부하고.. 아니면 돈 많으면 아예 땡땡 놀든가...


총 : 유권자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얘기하신 것처럼, 정치인도 전환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정당의 구조와 프로세스가 바뀐다면 전통적인 정치인이 아니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유 : 국회의원 같은 건 하고 싶지가 않아요.
총 : 국회의원 아니고 당수 하고 싶으신 거죠? (웃음) 
총 : 결국 모든 일에는 핵심 역할을 하는 인물이 있게 마련이고, 사람들이 보기에는 유시민씨가...
유 : 저는 삐끼예요.


총 : 그렇지만 사람들이 보기에는, 지금은 어쨌거나 유시민당이 되어 있단 말입니다. 공식적인 직책은 무엇이건 간에.. 지금 뭐라고 돼 있더라..
유 : 공보담당 기획위원.
총 : 보기에는 이게 유시민이 만든 당인데..


유 : 전 이건 확실해요. 지금 집을 짓고 있는 거예요. 집을 다 지은 다음에 서로서로 그 집에 살려고 한다 하면 난 또 딴 집 지으러 갈 거예요. 다른 정당 만든다는 얘기가 아니라 정당 말고도 집은 많으니까..
총 : 일단은 거기까지만 생각한다?
유 : 집 다 지을 때까지는 책임지고 한다. 그거조차도 안 하면 전 나쁜놈이죠.


총 : 돈 들고 튀면.. (웃음)
유 : 지금 계좌도 내 이름으로 돼 있어요. 원칙은 총무담당이 계좌를 내야 되는 건데, 그래도 사람들이 돈 보낼때 아는 이름으로 하는 게 낫다고 해서 그럼 내 이름으로 해라고 했어요. 근데 돈 들고 튀고 싶어도 도장도 줘 버리고 통장도 없어서 튀기도 어려워....


총 : 그래도 유시민씨 외에 지금은 당을 대표할 만한 얼굴이 없으니까...
유 : 그렇게까지 진행됐어요? 아이구 그럼 공보담당 사퇴해야겠네.. (웃음) 근데 지금 누가 나서주면 참 좋거든요. 50대 60대에서도 좋고, 국회의원 중에서도 좋아요. 씨바 난 민주당 존나 맘에 안 든다, 내 탈당해서 저기 가겠다고 해서 오면 그 사람 완전히 뜨거든요. 근데 내 민주당 국회의원들 보면 답답해요. 창당 전까지는 이중 당적이 문제가 안 돼요. 그때까지는 여기 와서 뛰면 돼요. 내가 가서 저거 함 해보겠다, 이런 야심을 가진 국회의원이 없다는 게 정말... 내가 민주당 국회의원이면 난 여기 와요. 여기 와서 내가 당수 하지...


총 : 누구를 오라고 꼬실까요?
유 : 한번 꼬셔 보세요(웃음). 근데 딴지일보에서 유시민이 당수 어쩌구 하면 이거 곤란합니다(웃음). 아니 진짜로, 농담으로 처리해 주세요.


총 : 그러면 뭐.. 유시민 당수 인터뷰라고 제목을 뽑죠 뭐(웃음)
유 : 사실 누구라도 괜찮아요. 어느 정도 지명도만 있으면, 여기 와서 이 프로세스를 거치면 뜰 수 있거든요. 근데 50대가 나서주는 사람이 없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죠. 그런데 혹시 김어준 총수께서는 우리 당에 가입하셨습니까?(웃음)


총 : 정당에 가입을 안 하기 때문에.. (웃음)
유 : 섭섭한데. 나는 남로당 당원인데.. (웃음)
총 : 그건 무료 아닙니까 (폭소)


남로당 당원이란다. 여담이지만, 남로당 동지들이여 우리가 웬만큼 이름 아는 사람들 중에 남로당 당원이 많다는 거.. 알고들 계시남..?


유 : 근데 제가 앞으로 나선 게 일장일단이 있어요. 지명도 면이나.. 제가 쓴 책 읽은 사람도 있고.. 그런 점에서는 도움이 되었고, 반면에 신문에 나듯이 노무현 지지자인 유시민씨 등이 나서는 신당 하니까, 그게 참 아픈 거예요. 당에 폐도 끼치고 기여도 하고, 그걸 제가 아는데.... 바람직한 거는 노무현 2중대로 보이지 않을 수 있는 지도부를 빠른 시간 안에 구성해야 합니다.


총 : 그래도 유시민씨가 앞으로 나서야...(웃음)
유 : 아니 도대체 어떻게 하란 얘기요? (웃음) 만약에 그렇게 하면 딴지일보는 지지선언 해 줄 거요?
총 : 그건 또 모르는 거죠 (웃음). 우리야 뭐 그냥 대선후보 일망타진 인터뷰 껀수 하나 더 생기는 거죠(웃음).


유 : 아 근데 딴지일보 일망타진 인터뷰는 진짜 재미있더라구. 근데 왜 이회창씨가 거짓말했는데 암말도 안해요?
총 : 인터뷰 한번 더 해야죠.
유 : 딴지일보는 언론도 아니야 뭐야..
편 : 저희도 저희가 언론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폭소).


유 : 이게 바로 정체성 문제네.
총 : 우리야 뭐, 세상이 잘 돌아가든 말든 뭐... 재미있으면 되는 거 아냐? (웃음)


유 : 아.. 재미라는 게 참 중요해요. 우리가 정당 만들면서 중요한 게 재미예요. 만드는 과정도 즐겁게, 가입도 즐겁게, 활동도 즐겁게....



마지막으로 개인 유시민을 물었다. 철저히 개인이었다가 갑자기 어마어마하게도 정당 하나를 만들어 버리겠다고 나선 그를 이해하자면 개인정보를 조금 더 아는 것도 좋을 듯 싶었다. 


총 : 댁은 어디세요?
유 : 일산.
총 : 자녀는 어떻게 되십니까?
유 : 큰 아이는 6학년. 딸. 지금 독일 가 있어요. 친구집에 놀라간다고 한달째.. 제가 거기서 7년반을 살았으니까. 둘째는 20개월.
편 : 20개월이요? 굉장히 나이차이가..
유 : 11년 터울인데, 나는 IMF 터져서 중도귀국하고, 와이프는 2년반 더 있다가 와서 좀 있다가 다시 논문심사 받으러 갔는데 그 사이 어영부영하다가 애가 턱 생겨버린 거예요.


편 : 어영부영하다가 (웃음)
유 : 미필적 고의지. 낳아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중이었거든요. 하나만 있으면 애가 심심할 거 같아서, 같은 동성으로 딸 하나 있으면 좋겠다 했는데 머슴애가 나와버렸네...
총 : 꼭 아들 낳으려고 낳은 거 같이 보이겠네요.
유 : 웃기는 게, 산부인과를 갔는데 의사가 낳을 거냐고 물었대요.


편 : 사모님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유 : 우리 집사람이 그때 마흔. 그래서 내가 딴 병원으로 옮기라고 했더니 의사선생님이 막 야단을 치더라구. 아니 말야, 큰아이가 지금 열한살인데 뭐하다가 이제와서 낳냐구 하는거예요. 그래서 내가, 아니 누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냐... (웃음) 암튼 그래서 낳았는데, 귀여워요. 재미있어요. 힘들긴 한데..


총 : 애기랑 잘 놀아주는 편이세요?
유 : 잘 놀아주긴 하는데, 지금 내가 미친놈처럼 뛰어나와 가지고... 우리 집사람이 불만이 많죠. 서로 맞벌이하는데...


근데 좋은게, 우리 집사람은 명색이 박사인데 지금 임시직을 전전하거든. 근데 7월말로 계약갱신이 안 되고 백수가 돼 버렸어요. 난 얼마나 좋아. 겉으로는 야~ 너 취직 안 돼서 어떡하니... 그래도 속으로는.. (웃음)


 


총 : 사실 토론 주재자 유시민, 혹은 칼럼니스트 유시민은 잘 알지만 개인 유시민에 대해서는 저희도 잘 모르거든요.


유 : 내가 잘 말을 안 해요. 제 집사람이 누구 아내로 이름이 나가는 걸 극히 자존심 상해하기 때문에 인터뷰에서도 집사람 이름을 얘기 안 해주고.. 누구 만나서도 누구 아내라고 소개가 되면 속으로 좀 티꺼운가봐요 (웃음).


총 : 원래 결혼한 남자들은 여자들한테 무시당하쟎아요(웃음).
유 : 원래 선지자들은 집과 고향에서는 밖으로 나도는 존재들이죠(웃음). 어제밤에는 갑자기, 원래 우리는 어색한 얘기는 독일어로 하는데..


총, 편 : 오오~~


유 : 독일어로, 너 행복해? 하고 묻더라구요. 내가 미친놈처럼 지방으로 돌아다니고 집에 안 들어오고 밖에서 자고 오고 그러니까... 좀 한심해 보이나봐요. 사실 정당을 보면 룸펜집단 비슷하쟎아요. 당신 거기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이 뭐야? 하고 묻더라구요(웃음). 짜장면이나 축내고 담배피우고 바둑이나 두고 있는 거 아냐? 하면, 내가 얼마나 바쁜데, 하고 얘기를 하는데.. 어제밤에는 갑자기 너 행복해? 하고 묻더라구요. 속으로는, 내가 행복해지려고 이거 하냐, 하고 생각했는데 그냥 웃고 말았죠. 가끔 내가 나를 생각해도 미친놈처럼 생각될 때가 있는데...


총 : 근데 행복해 보이십니다.
유 : 원래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흥분이 되쟎아요.
편 : 사실 자기 아내 앞에서야 행복하다고 얘기 못하죠. 혼자 돌아댕기면서..
유 : 그럼. 근데 까짓거 뭐, 한번 사는 인생인데 뭔들 못하겠어요..  


이러면서 분위기는 슬슬 파장이 되었고, 몇마디 덕담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한 얘기가 조금 더 오간 후에 인터뷰는 끝이 났다.






 


유시민은 시대의 글쟁이다. 유신정권이 끝나고 막 다시 부활된 총학생회 조직의 연합체 의장을 지냈기 때문에 활동가라는 인상이 남지만 그는 글쟁이에 더 가까웠다. 85년 옥중에서 쓴 그의 <항소이유서>는 아직도 명문장으로 평가 받고 있는 글이다. (그의 생각이 이제는 변했을 수도 있고, 또 당시의 시대상황과 지금은 많이 다르지만, 그러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그런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노무현을 대놓고 지지해 오던 그가, 노무현을 살리기 위한 운동을 하다가 운동 자체의 동력에 의해 결국 맞닥뜨리게 된 것은, 가칭 개혁적 국민정당이라는 신당이다. 그는 한사코 자신이 당의 지도자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이 당의 얼굴마담이요 삐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삐끼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라는 의미에서 본 이너뷰에서는 당의 정체성 못지 않게 유시민 개인에게도 촛점을 맞추었다.


사실 본지, 이 신당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 유보다. 이 실험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지, 지금으로서는 판단 불가다. 일부에서 폄하하듯이 사람 먼저 끌어 모으고 보는 대중정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것인지, 노무현 2중대로써 민주당 신당 창당을 위한 사전 포석 혹은 노사모 동호회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유시민이 지금까지 길게 썰 푼 것과 같은 혁명적 발상의 혁명적 정당이 될 것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정치적 실험은 논리적으로 말이 된다는 것. 그리고 이 실험이 어떤 형태로든 성공하게 된다면, 그런 가정이 실제가 된다면, 그야말로 정치가 혁명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는 것.. 정치가 그 뿌리부터 뒤집혀 버릴 수도 있다는 것..


건투를 비는 바이다.



딴지일보 정치이너뷰 제 1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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