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군사] 영화로 본 전쟁이바구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2003.8.4.월요일
딴지 군사부

 ◀이전 페이지로


 
 유쾌한 지구 멸망극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조종한다는 B-52 폭격기. 1952년 개발되어 2003년 지금까지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어엿한 현역 폭격기.... 지금도 B-1, B-2와 함께 미국 폭격기 3총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이 녀석은 한때 10만 불짜리 화장실을 달고 다니는 녀석으로도 유명했었다. 어쨌든 이 녀석이 공중급유기로부터 급유를 받는 장면으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B-52


"50메가톤의 핵폭탄을 각기 탑재한 폭격기들이 페르시아만에서부터 북빙해까지 포진해 있다.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러시아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50메가톤의 화력은 2차 세계대전 사용하였던 모든 폭발물의 16배에 달하는 위력이다...."


대충 이런 나레이션과 함께 장면은 버펠슨 공군기지, 우리의 쥔공 맨드레이크 대령이 콧수염을 붙힌 채 리퍼 장군의 전화를 받는다. Wing attack plan R을 명령하는 우리의 리퍼 장군. 시가를 씹으며, 공산당이 물에다가 전분질을 타고 있다며 빗물과 증류수 그리고 위스키만 마신다는, 약간 맛이 간 리퍼 장군.


여기서 잠깐, 영화 속 리퍼 장군은 실존 인물이었던 커티스 르메이 장군을 패러디한 인물이다. 언제나 잘근잘근 시가 빠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미 전략공군 사령부 사령관 커티스 르메이는 요즘 우리가 잘 쓰는 표현으로 수구꼴통이란 정의에 어느 정도 근접한 인물인데, 이 양반은 1944년부터 인도, 중국에 B-29폭격기대를 지휘해서 폭격을 했고, 1945년 1월엔 마리아나 제도 폭격, 그리고 1945년 8월엔 그 유명한 히로시마 원폭투하를 선두에서 지휘한 주인공되겠다.


1948년 10월, 냉전 에피소드 중 최고로 흥미진진(?)했던 베를린 봉쇄 때 역시 수송기 부대를 진두지휘하며 베를린에 석탄과 물자들을 공수하기도 했었다. 이 아저씨는 쿠바 위기 때에도 군부(이란 영화에서 케네디 압박하던 놈들)를 이끌고


"쿠바에 선제 공격을 합시다!"


라며 케네디 옆구리 찌른 걸로도 유명한 놈이다. 이후 공군에서 제대한 뒤에 부통령으로 출마할 당시에 베트남전을 어떻게 해결하겠느냐의 질문에,


"베트콩에 폭격을 가해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


란 대답으로 좌중을 쏴- 하게 만들었다는 스토리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어쨌든 이 커티스 르메이 사령관을 그대로 패러디하여, 시가를 빨면서 공산주의자들의 음모에 대한 편집광적 과대망상으로 우리 맨드레이크 대령을 가치관의 혼돈 속으로 끌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리퍼 장군을 보며 우리는 웃지 않을 수 없다.









생긴 것도 꼴통이다...
(커티스 르메이 장군)


하지만, 50년대 60년대의 시대상황에서 이런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른단 생각도 든다. 메카시가 빨갱이를 때려잡자고 설레발치던 게 불과 몇 년 전이었던 그 시기에 미국 국민들은 서로를 믿지 못했고, 소련이 미국의 핵과학자들을 빼돌렸다는 의심을 하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리퍼 사령관은 부대에 비상을 걸고, 신속하게 라디오를 수거하라는 지시와, 부대 내 200야드 이내로 접근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사살 명령을 내린다. 언제나 그렇지만, 뭘 휘어잡기 위해선 외부와의 단절과 정보의 차단이 최우선이란 상식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 상황에서 맨드레이크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정규방송을 듣고 이 상황이 리퍼 장군의 독단적 판단 때문인 것을 확인하고 장군에게 상황 해제를 요구한다.


한편 전략 사령부에선 리퍼 장군이 843연대 폭격기들이 열심히 소련으로 가고 있는 상황을 가지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데, 여기서 터기슨 장군이 나서서 대통령에게 기왕 이렇게 된 거 쓸어버리자고 말하기 시작한다. 1천만내지 2천만 정도 죽는 거야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여기서 대통령은 터기슨 장군에게 언제 핵무기 사용권한을 리퍼에게 주었는지에 대해 묻고 터기슨은 대통령이 사인을 했다고 말한다. 인류의 멸망에 관한 위임장을 써 주고도 기억을 못하는 대통령...실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핵무기에 대한 대응의 사전위임이라고 불리는 이 핵무기 사용권한은 1950년대부터 미국에서 시행되었던 정책인데, 1957년 미 의회의 양원합동 원자력 위원회(Joint Committee on Atomic Energy)에 처음으로 보고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핵 공격이란 절대 절명의 상황에서 선참후계를 한다고 봐야 할까?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재가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동안 이미 전쟁은 끝나 버릴수도 있는 상황 하에서 미국은 북아메리카 항공 방위 사령부(NORAD)사령관이나 바르샤바 조약군의 위협속에 앉아 있던 유럽주둔 미군 사령관들에게 사전 핵사용 권한을 넘겼던 것이다.


미국은 50년대부터 지금까지 6~7명의 3성장군이나 4성장군에게 핵무기 사용권한을 넘겨왔었다. 국제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 인원엔 변동이 있었으나, 사전위임이 사라지진 않고 있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장군 몇 사람의 손에 지구의 운명이 결정 쥘 권한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어쨌든 대통령은 터기슨의 말을 쌩까고, 소련 대사를 부른다. 하바나산 시가를 고집하는 소련 대사, 자메이카산 시가에 대해 농담 한마디 던진다.


"제국주의의 물건은 사양하겠다!"


아무리 공산주의자라도 인류의 일원이라는 걸 증명해주는 한마디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무르익는다. 서기장의 행방을 찾을수 없게 되자 자신만만하게 번호를 알려주는 소련 대사.


"인민의 지도자지만, 역시 남자지요."


참으로 가슴에 와닿는 대사가 아닐수 없겠다.


자 다시 리퍼 장군이 있는 버펠슨 기지를 보자. 이 영화의 공간 이동을 보면, 크게 3군데를 두고 그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걸 알 수 있다. 킹콩 소령이 기장으로 있는 B-52폭격기 안, 리퍼장군이 있는 버펠슨 공군기지, 그리고 대통령과 스트레인지러브 박사가 앉아 있는 전시 상황실.









당 영화에서의 전시 상황실 세트 모습


리퍼 장군은 섹스하고 난 뒤에 밀려오는 공허감과 허탈감이 공산주의자의 음모 때문이라며, 맨드레이크에게 지금의 상황에 대해 말한다.


"국방성의 전시 상황실에 모인 대통령과 합동 참모들이 공격 명령 취하의 불가를 인지하는 순간, 취할 결정은 단 한 가지 뿐이네...철저한 파괴지."


정신 이상자치고는 나름의 계산이 깔려있는 행동이었다는 게 보인다. 이 짧은 문장 속에서 스탠리 큐브릭은 60년대 미국의 전략 핵무기의 사용에 대한 기본 인식을 응축시켜 놓고 있었다. 핵 시대는 섣불리 전쟁을 할 수 없는 공포의 균형을 기본 축으로 움직이는 시대이지만, 일단 그 공포의 균형이 무너지면 멸망만이 존재한다는 걸 단적으로 표현해 준 대사인 것이다.


이어지는 리퍼의 대사는 상당히 시니컬하면서도 다시 한번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정치가 클레망소가 이런 말을 했었지. 전쟁은 군인 손에 맡기기엔 너무 중요하다. 그 말을 한 50년전엔 옳은 말일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정치인에게 맡길 순 더더욱 없네. 정치가에겐 시간도, 훈련도, 전략적 머리도 없으니까."


마치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인들 들으라고 하는 말 같기도 한데....
 


 Doomsday machine


R작전 명령을 수신한 킹콩 소령의 B-52의 기체 안, 어떠한 송신도 불가능하고 오직 리퍼 장군이 설정한 암호로만 수신이 가능한 상황 하에서 B-52 폭격기 승무원들은 충실히 맡은바 임무에 몰두한다.









오른쪽이 킹콩 소령


킹콩은 승무원들에게 생존 장비를 나눠 주는데, 45구경 권총이나 4일분 식량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이어지는 성경책, 콘돔과 껌 9통, 립스틱 3개에 나일론 스타킹 3개 등등...소령의 말처럼 라스베가스에 가서 거하게 놀만한 물건들이 들어있는 생존키트를 보면서 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때쯤, 전시 상황실에선 소련 대사의 공포어린 눈초리를 지켜 봐야만 했다.


Doomsday machine의 등장이었다. 더 이상의 핵 군비 경쟁에서 버티지 못할 거 같기에 같이 죽자는 취지에서 만들어낸 "최후의 날"기계를 보면서 우리는 냉전의 시대를 관통하던 MAD 전략의 실체를 확인 할 수 있게 된다.


극중에 등장하는 이 최후의 날이란 기계는, 핵공격 상황이 벌어지면 자동으로 작동하여 공격한 자든, 공격을 당한 자든 다같이 사이좋게 멸망하자는 공멸 보장의 히든카드처럼 등장하는데, 실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영화를 보신 분은 설마~ 하는 생각과 함께 미국의 음모론을 떠올리며 이것도 그저 그런 음모일 것이라 생각 하실 분도 있겠다만, 인간의 운명을 쇳쪼가리에게 맡긴 적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아마도 소름이 쫙 돋을 것이다.


신냉전의 시작을 알리던 1980년의 시작 - 그러니까 1979년 1월에서 1980년 6월 사이에 북미 항공 방어 사령부(NORAD)의 컴퓨터 경보체제는 20개월이 채 되지 않는 이 기간동안 무려 3,804회의 경보를 울렸다. 그 경보 내용이 뭐냐면


"소련의 핵공격이 시작되었다!"


라는 경보였다. 이 기간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스크램블이 공군기에게 전해진 건 물론이거니와 핵 공격 대비태세에 들어가 MAD전략에 충실한 같이 죽자 작전에 발동되기 직전까지 상황이 악화되었던 경우도 수차례나 되었다.


다행히 경보 체제에 대한 인간의 컨트롤이 있었기에 최악의 상황까지 가는 건 막았지만, 말 그대로 최후의 날기계에 진배없는 눈부신 활약을 했던 건 사실이다.


지구 멸망의 순간이 바로 코 앞에 닥친 상황에서 지구의 운명을 손아귀에 쥔 리퍼 장군은 골프채 사이에 숨겨 놓은 LMG 30기관총을 응사하며, 공산주의자들(?)과 싸우고, 버펠슨 공군기지 내에서 벌어진 총격전 와중, 부대 안에 설치된 간판에 적힌 구호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의 임무는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에 사용했던 모든 폭발물의 양보다 더 위력적인 핵무기를 폭격기마다 달고 다니는 전략 공군기지의 구호 치고는 좀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실제 B-52 폭격기 부대의 캐치프레이즈로 많이 쓰였던 구호가 바로 이것이다.


어쨌든 리퍼 장군은 암호를 머릿속에 집어넣은 다음 권총으로 자기 머리를 갈긴 사이 맨드레이크는 리퍼 장군의 암호를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낸다.







여기서 다시 큐브릭은 절대 핵공포 시대에 지구의 멸망이 얼마나 우습게 벌어지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코카콜라 자판기를 등장시킨다. 대통령에게 수신자 부담으로 전화를 걸려고 하지만 거절 당하고, 동전은 없고, 자기를 연행하러 온 장교에게 총으로 콜라 자판기를 부셔서 동전을 꺼내라 하지만,


"콜라 회사에서 항의 들어올 텐데..."


라는 장교의 말 한마디에 상황은 말 그대로 블랙 코미디로 치닫게 된다.


지구의 운명이 콜라 자판기에 걸려 있었고, 지구의 운명이 수신자 부담 전화 거절로 멀어져 가는 이 아이러니컬한 상황 연출 속에서 우리는 60년대 절대 핵공포 아래의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된다.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스탠리 큐브릭의 장난인지 간에 킹콩 소령의 B-52는 미사일에 피격되어 암호 수신을 못하고, 결국 핵공격 준비는 착착 진행된다. 그 사이에 미국 대통령은 소련 전투기 전부를 동원해 예정 공격 지점에서 방어하라고 서기장을 닥달한다.


소련 전투기들이 전부 라푸타의 대륙간 탄도탄 기지로 몰려간 사이 미사일 공격으로 연료가 떨어진 B-52 는 다른 목표로 공격 목표를 전환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멸망의 시간들...


마지막 순간,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최고의 장면이 등장하게 된다.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쓴 킹콩 소령은 폭탄 해치를 수동으로 열기 위해 30메가톤짜리 수소폭탄 위에 앉아서 해치를 조작하다가 결국 핵폭탄과 함께 떨어진다. 마지막 순간까지 환희의(?) 괴성을 지르며 떨어져 나가는 킹콩소령과 수소폭탄, 그리고 <우리 다시 만나리(Well meet again)>란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언젠가 다시 만나리~ 언제, 어디서가 될지 모르지만..."


스탠리 큐브릭은 영화 끝까지 이 핵공포 시대의 인류를 비웃었던 것이다.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는 왜 안나오는 거야?


스트레인지러브 박사 - 본명은 운베르티히리베(Unwertigliebe)였으나 미국으로 건너오며 스트레인지러브라고 개명했다는 이 녀석. 한쪽 팔이 의수였지만, 과거에 놀던 가락을 못 버려 "하일 히틀러!"할 때마냥 곧게 뻗은 손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스트레인지러브 박사 등장


그는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남자 1명당 여자 10명의 비율로 성비를 맞춘 후 지하 갱도로 내려 보내 생활을 시키면 된다고 말한다. 그 절박한 상황에서 스트레인지러브는 통솔과 전통의 유지를 위해 주요 정부인사와 군 수뇌부를 이 노아의 방주에 태워야 한다며 역설했고, 소련 대사마저도 그 탁월한 성비의 균형에 대해서


"대단히 훌륭한 견해!"


라며, 그를 추켜세운다.


영화 속에서 스트레인지러브 박사의 모습이 어떻게 보였든 간에 본 우원이 독자제위 여러분들께 말하고 싶은 한 가지는 바로 그가 나치였었고, 그를 나치에서 미국 시민권을 가진 훌륭한 과학자로 만들어 준 페이퍼클립작전에 관한 것이다.


Operation paperclip...이 작전의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은 과학자들을 징병하지 않았지만, 과학도들의 징병은 허용하였다. 그 결과로 1942년부터 1945년까지 미국은 1만여명의 과학도들을 잃고 만다.


그리고 이어진 소련과의 총성 없는 전쟁, 냉전의 시작에서 미국은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된다. 바로 그때 연합국의 진격에 맞춰 독일로 진입한 과학 첩보부대는 독일의 과학적 업적에 놀라고 마는데, 실상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과학력이 독일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상황에서 독일의 엄청난 하이테크놀로지에 기가 죽은 것이다.


미국은 핵무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 분야에 있어서 수십년 이상 독일에 뒤떨어져 있었다. 슈노켈 잠수함, 대륙간 탄도탄, 잠수함발사 탄도탄의 원형이 나와 있었고, 공대공 미사일, 공대지, 공대함 미사일에 지대공 미사일같은 각종 미사일 계통은 이미 한 두 번 정도 실전에 사용 했었으며, 독일에서 출격해 뉴욕까지 날아가 폭격하고 돌아오는 대륙간 폭격기는 이미 실전 테스트까지 거친 상태였다.


미국인들은 경악했다. 그리고 이들을 소련에게 뺏기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에 더해, 만약 이들의 기술과 정보를 미국측이 흡수할 경우 세계의 패권은 어디로 향할지에 대한 답까지 찾게 된 것이다.


나치의 전범으로 분류된 대부분의 독일 과학자들은 미군으로부터 두가지 제의를 받게 된다. 하나는 그들의 전범딱지를 떼 준다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미국으로 건너와 윤택한 삶과 풍족한 연구 활동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여기엔 덤으로 미국 시민권까지 얹어준다는 단서 조항이 있었다. 나치의 과학자들이 이런 솔깃한 제의를 그냥 넘길리 없었고, 미국은 이들 덕분으로 1969년 달나라에 미국인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이같은 미국의 범죄행위(!)는 1945년 5월에 이어 8월에도 이어진다. 바로 731부대의 관련자들을 넘겨받은 것이었다.


여기서 페이퍼클립 작전이란 이름은 어떻게 붙었냐고? 아주 간단하다. 나치 과학자들의 신상명세서를 종이클립으로 찝어 놓은 다음 전범 기록에서 빼버리는 작전이었기에 작전명이 그렇게 붙은 거다. 미국은 세계 패권을 얻기 위해 도덕적 정당성을 포기하였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 스트레인지러브 박사의 이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언제나 지멋대로 움직이는 팔 한쪽은 과거를 잊지 못한 듯 계속해 하일 히틀러를 외치고 있고, 입으로는 대통령의 자문답게 냉철한 과학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결국에는 자신의 의수를 물어 뜯는데도 사용하지만 말이다.









폰 브라운(Von Braun) 박사


스탠리 큐브릭은 스트레인지러브란 인물을 냉전시대 괴물들을 조합하여 창조했고, 냉전의 한가운데를 내달려 왔던 인물들의 역사를 한명으로 응축하였다.


스트레인지러브라 할 만한 실존 인물로는, 앞에서 언급한 페이퍼클립 작전의 가장 큰 수혜자였으며 인류의 우주시대를 개척해 낸 폰 브라운 박사와, 반전 운동가들이 1970년도에 선정한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상의 수상자로 맨하탄 계획의 일원이자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에드워드 텔러, 그리고 미국 현대 외교사에서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이자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남 지도부에게 핵 위협을 가해 덜 쪽팔린 철수란 외교적 성과를 끌어낸 헨리 키신저의 세 인물을 짬뽕한 거라 볼 수 있겠다.
 


 마치며....


핵무기의 개발은 인류에게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보여 주었다. 그것은 바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멸망할 힘을 갖게 된 시기"


인류는 멸망의 공포로 전쟁을 회피하는 공포의 균형이라는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신개념의 평화수단을 발견했지만, 이 공포의 균형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균형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일단 깨어진 균형은 곧바로 인류 멸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스탠리 큐브릭은 이런 공포의 최극단을 달렸던 1960년대의 시간들을 그 만의 시각(상당한 조소와 중간 정도의 냉소, 그리고 아주 약간의 동정)으로 담아낸 이 한편의 부조리극으로, 당시 공포에 떨고 있던 인류에게 쓴 웃음을 짓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2003년 - 그의 작품이었던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 제목보다도 2년이나 흐른 지금의 시선으로 이 작품을 보던 본 필자의 지인들은(요즘 EBS에서 판권을 샀는지 수시로 틀어주고 있다),


"야, 이거 골때리게 웃긴다! 얘가 스탠리 큐브릭이야?"


뭐 웃긴 거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단순히 웃고 넘기기엔 그 안에 담고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보고 난 다음에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뭐 보고 난 다음엔 누구라도 한번쯤은 느껴봄직한 감정들이겠지만 말이다.


P.S 본 우원 생계의 곤란을 느껴 결국 책 한권 찍어내게 되었다. 뭐 본 우원이 다른 거 내겠는가?  전쟁관련 책이니까 걍 생각 있으신분들 있음 한권씩들 사서 봐주시라...책 내용은 장담못하겠는데, 종이질은 조타...책 제목은 <펜더의 전쟁 견문록> 되겄다.



딴지 군사 전문우원
펜더 (jagdpante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