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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진짜라면 얼마나 좋을까?

2003.7.28.월요일
딴지 의학부



 
 세포기억


조선시대 수필집에 실려있는 한 야담중에, 한 사람이 눈을 잃게 되어 개의 눈을 재빨리 끼워넣었는데, 그 후로는 지저분한 것만 찾아다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뭘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신체의 일부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은 후에 성격이 변했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두뇌에만 어떤 사람의 기억등이 기록되어 있고 그 사람의 특징이나 성격이 모든 세포에 기록된 것은 아니라는 일반 과학적인 상식과는 달리, 인간의 모든 세포 하나 하나에 각 개인의 인격,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 그리고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이 모두 담겨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생각을 처음 한 사람들은 이것에 무슨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을 소설로 발표했고, 또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그 영화는 당연히 괴기 호러 영화였겠죠.









영화 <Body Parts>


앞서 말했지만 이러한 이야기중 오래된 것은 국내의 야담집이겠지만, 초기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모리스 르나르 (1875-1939)의 <Les Mains dOrlac> 일 것 같습니다(불행히도 영어가 아니라서 제목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내용은 아주 유명합니다. 팔을 잃어 버린 피아니슨트가 범죄자의 팔을 이식받자, 갑자기 살인 충동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소설을 모티브로 영화까지 만들어졌는데, <Orlacs Hände(1935년 오스트리아의 무성영화)>, <Mad Love (1935)>, <Les Mains DOrlac (1960)> 그리고 <Hands of a Stranger(1962)>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이와 유사한 소설이 또 있었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명작 <현기증(Vertigo)>의 원작자인 피에르 브알로(Pierre Boileau)와 나르스자크(Thomas Narcejac)도 1965년에 <et mon tout est un homme> 라는 제목의 소설을 썼으며, 이것은 1991년 <Body Parts>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습니다. 같은 제목으로 여러 영화가 나왔으니까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작 연도를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좀 옆길로 새는 느낌이지만, 저 두 사람은 좀 특이하죠. 추리소설을 쓰던 사람은 원래 브알로 혼자였는데, 나르스자크와 공저로 소설을 쓰면서 또 한번 유명하게 되었죠. 아시겠지만 추리소설계에서 2명이 한 작품을 쓰는 경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엘러리 퀸일 겁니다. 엘러리 퀸은 2명이 썼음에도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착각하도록 했고, 또 다른 필명인 버나비 로스를 사용하여 마치 두 사람이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죠.









엘러리 퀸


엘러리 퀸과 버나비 로스가 같은 인물(그것도 2명)이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로는 버나비 로스란 필명으로 발표된 작품도 엘러리퀸이라는 이름으로 통일되는 느낌입니다. 사실 버나비 로스의 이름으로 발표된 대표작 <Y의 비극>은 개인적으로는 SS 반다인의 <그린 살인사건>과 더불어 최고의 추리소설이라고 생각되는데, 저자가 최근에는 엘러리 퀸으로 수정되어 있습니다.


브알로와 나르스자크의 소설의 내용도 사실 그 전에 발표된 이야기들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형무소를 담당한 정신과 의사가 팔을 잃게 되자 처형된 사람의 팔을 이식받고, 결과 처형된 사람의 생각이 그를 서서히 지배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두 괴기소설적이죠.


이러한 엽기적이고 괴기소설적인 내용을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양자 파동의학을 한다는 똑똑한 사람들 몇명이 정리해 놓은 글을 읽어보면, 심리학자인 폴 퍼잘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서 인용하는데, 제가 다시 그들의 글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퍼잘(P. Pearsall)[23] 및 실비아(C. Sylvia)[23] 등은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은 장기를 기증한 사람의 개성이 나타나는 수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평소 맥주와 통닭을 싫어하는 사람이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난 후, 갑자기 맥주와 통닭이 먹고 싶게 된다고 하였다. 정보-에너지 의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은 이식된 심장 내에 기증자의 정보-에너지장이 내장되어 있어 장기 이식과 더불어 같이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출처)


퍼잘의 주장은 좀 특이하죠. 퍼잘은 <쾌락원리:건강에 이르는 새로운 방법의 발견(The Pleasure Principle: Discovering a New Way to Health)>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쾌락원리라는 것은 아마 프로이드 심리학에서 따온 것 같습니다.


그의 최신간 <The Hearts Code>는 세포 기억을 다루는 책입니다만, 아주 웃기는 주장을 합니다. 즉 심장이 생각을 하고 기억도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괴기소설을 너무 많이 봤나 봅니다. 글에 대한 논평을 읽어보면 그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마 가장 중요한 경험은 클레어 실비아가 제공했을 것입니다. 안 읽어봐도 뻔하죠.









클레어 실비아의 회고록


클레어 실비아의 이야기는 매우 유명합니다. TV에도 그녀의 인터뷰 등은 흔하게 나왔고, 책으로는 당연히 나왔으며, 영화화는 <부드러운 자비>라는 영화로 두 번째 오스카를 품에 안은 샐리 필드 주연으로 시도된다는 말이 있었으나 IMBD에 수록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니 취소된 것 같습니다.


그녀의 이야기가 TV극으로는 작년에 나왔습니다. <타인의 심장(Heart of a Stranger)>라는 제목이었는데, 저자 자리에 두 사람이 나와있는 걸로 보아 완전히 실비아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종의 각색한 내용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혹 미국에서 보신 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심장을 이식하는 경우 이식받은 사람이 이식을 해준 사람의 마음을 갖게 된다는 모티브는 최근에 시작된 우리나라 드라마 <여름향기>에서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웃기는 설정이지만, 그나마 괴기 엽기 호러 영화가 아닌 로맨틱 미니 시리즈라는 것이 다행입니다. 스토리텔러와 극본을 담당하는 분들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는 저로서는 누가 이러한 발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클레어 실비어는 심장과 폐를 이식받았습니다. 그녀는 인생은 정말 감동적이죠. 그녀는 원래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전직 무용수였던 그녀는 심장도 같이 나빠져서 방 안에서 움직이는 것도 무척 힘들었다고 합니다. 기존의 치료법이나 대체의학 치료법 모두 효과가 없었고, 결국 사망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뉴잉글랜드주 최초의 심장과 폐 이식을 받게 됩니다.


그녀에게 심장과 폐를 이식해 준 사람은 모터사이클 사고로 사망한 18세의 소년이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그녀는 자신이 생각보다 좋은 심장으로, 그동안 할 수 없었다고 생각했던 일도 어느정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뉴 잉글랜드 주의 최초의 폐, 심장 이식수술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따라다녔습니다. 그녀는 최초의 인터뷰에서 놀랄 만한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 뭐가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지금 맥주를 마시고 싶어 죽겠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사실 그녀는 중환자실에서 회복하는 중에도 자신안에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녀는 예전에 오렌지 색이나 빨간색을 좋아했으나 수술후에는 청색 계통을 좋아하게 되었음, 또한 식성도 바뀌고 마치 젊은 사람처럼 리비도도 강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장기를 이식해준 사람을 팀이라고 불렀고 결국 팀의 가족을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팀의 가족과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변한 모습이 팀의 원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A change of Heart>라는 책으로 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가 널리 퍼지자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디팍 쵸프라가 아마도 이론화시켰다고 생각되는 세포기억설이 과연 적절한 설명이 될 수 있는가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죠. 디팍 쵸프라는 아유르베다 의학을 좀 개선해서 양자의학이라고 헛소리 하고 다닌, 사이비죠. 물론 우리나라에 신봉자들이 몇몇 있기는 하지만.









디팍 쵸프라


디팍 쵸프라는 하바드 의대를 나온 후에 초월 명상의 리더로, 결국은 아유르베다 의학을 양자로 포장했고, "우리는 각자 에너지와 정보가 한곳에 모인 장이며 이것은 한곳에 집중되지 않은 에너지와 정보의 장과 사이버네틱한 피드백 작용을 한다."라는 알 듯 모를 듯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디팍 쵸프라의 말에 현혹된 실비아 브라운(Sylvia Browne)은 정신만으로 세포안의 기억을 수정하여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세포기억요법을 창시했습니다. 최근에는 도린 버쳐의 천사요법에 관심을 가진 것 같더군요.


대체로 사이비의학이나 초능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어려운 용어로 사람들은 현혹시키는 것과는 달리 이들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성격이 변하는 것은 오래전부터도 쉽게 관찰된 사실들입니다. 1968년 이후로 900 여건의 심장 이식 수술이 행해진 스탠포드 메디칼 센터의 죤 슈뢰더 교수는 "장기를 이식한다고 그 사람의 인생 경험이 전달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장 이식을 담당했던 슈뢰더와 사회복지사들은 약물 치료가 음식의 기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인생에 대한 안도와 새로운 희망으로 생활 습관이나 관심사가 변화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제 뭐라고 할까요? 혹시 과학이 틀릴 수도 있지 않나라고 말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으며, 새로운 과학이 나타나면서 기존의 상식이 틀린 것으로 바뀔지 누가 알 수 있냐고 말하겠죠. 항상 듣는 뻔한 이야기, 이젠 졸릴 지경입니다.


 


 DKL의 Life Guard


혹시 톰 클랜시와 LA 경찰청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아, 톰 클랜시를 잘 모르신다구요? 톰 클랜시는 테크노 스릴러라는 장르를 개척한 소설가입니다. 밀리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이 사람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톰 클랜시


저 개인적으로 이 사람 원작의 영화는 거의 다 봤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말 나온 것은 다 봤는데, 최근에 나온 <썸 오브 올 피어스>는 못봤군요. 하지만 이것은 오래 전에 책으로 나왔었거든요, <베카의 전사들>이라는 제목으로. 그때 전부는 아니고 좀 읽었었습니다. 최근 들어 개인적으로 바빠서 영화를 거의 못봤네요.


하지만 저는 톰 클랜시의 대표작은 아무래도 <붉은 10월호 잠수함 사냥(영화로는 <붉은 시월>이었습니다)>이라고 생각합니다. 못보신 분들은 한번 보실만 하지요. 음악도 좋습니다. 이래도 톰 클랜시를 잘 모를 것같은 젊은 층에서는 뭐를 말하면 알아들을까요? 아마 게임으로 만들어진 소설, <레인보우 식스>를 말하면 알겠군요.


톰 클랜시의 책을 읽다보면, 정말 해박한 지식에 놀라게 됩니다. 어쨌거나, 이러한 톰 클랜시와 LA 경찰청의 공통점은 바로 다이엘렉트로카이네틱 연구소(DielectroKinetic Laboratories, DKL)의 LifeGuard 입니다.  톰 클랜시는 자신의 책에서 이 장치를 소개했고, 인터넷을 뒤져보면 레인보우 식스 게임관련 사이트에도 소개되어 있으며, LA 경찰청은 이것을 구입했습니다.


잠시 이 장치에 대해 알아보면, 이 장치는 최대 20 m 밖에서 사람의 심장 소리를 탐지하여 살아있는 인간을 찾아내는 장치입니다. 꼭 수맥찾기 봉처럼 생긴 이 장비가 사실은 실재로도 수맥봉에 불과한 것이었고, 그들의 주장은 아마도 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산디아랩에서는 이것을 이중맹 실험으로 검증한 결과 아주 재미있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수맥탐지에 쓰인다는 L로드


플라스틱으로 만든 큰 상자를 5개 준비하여 30피트마다 하나씩 일렬로 나열하고, 오퍼레이터는 DKL사의 LifeGuard Model 2를 사용하여, 5개중 어느 상자에 사람이 들어가 있는지 맞히는 방식이었는데, 오퍼레이터는 DKL 대표자였습니다.


오퍼레이터가 상자에 사람이 있는것을 알고 있는 경우, 10회중10 회 모두 탐지에 성공했습니다. 미리 결과를 알려주고 시험을 하여 기기적인 조건을 잡은 후에 오퍼레이터는, 탐지기가 정상적으로 동작하고 있다고 동의하고 제2 단계의 이중 맹검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25회중 겨우 6회만을 맞추었습니다. 그런데 이정도는 우연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입니다.


이 장비가 사기성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죠. 하지만 이 장비가 사기라는 것을 증명한 것은 산디아랩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습니다. 누굴까요? 바로 제임스 랜디였습니다. 어메이징 랜디는 아예 이것을 수맥봉이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렇게 부를만 하지요. 대개의 사이비 장치들은 어떠한 패턴을 가지고 동작을 하면 안됩니다. 무작위적으로 동작하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그래야만 인간이 알아서 이유를 설명해내고, 변명을 만들어내죠. 초기의 Lifeguard는 그렇기 때문에 복잡해 보이는 구조와는 달리, 전원이 필요없었습니다. 웃기죠. 전원이 없이 돌아가는 기계라...


최근 버전에는 전원은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샌디아랩의 보고서를 보면 전자공학적으로는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2000년도에 국내에 이 기계가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인용해 보겠습니다.






이 제품은 미 버지니아에 설립된 벤처기업인 DKL(Dielectronic Kinetic Laboratory)사에서 개발된 것으로 지난해까지 미국 정부에 의해 신기술로 분류되어 미 국무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온 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인명탐색장비이다.


‘dielectrophoresis’라고 불리는 현상을 이용하고 있는 이 장비는 나침반이 자기장에 의해 북극점을 가리키는 것과 같이 기계의 센서가 살아있는 사람을 가리키도록 하는 기술을 응용한 것으로 흙이나 돌, 물, 강철 등 대부분의 장애물에 상관없이 사람의 존재여부를 확인함은 물론, 안개나 폭우 등 악천후 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명 구조 및 수색 활동에서의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제품의 주요특징을 살펴보면 탐지거리는 최소 20미터에서 최대 600미터까지이고, 특수편광필터를 사용해 사람의 심장이외에서 발생하는 모든 전기장을 제거하기 때문에 동물(오랑우탄)과 사람의 심장박동 주파수를 정확하게 구분해 낸다. 또한, 적용에 있어서 인체에 전혀 해가 없으며 손잡이식 휴대형 제품으로 0.8kg 의 무게에 측정각은 180도로 군이나 경찰에서의 수색 및 해안초소 경계경비는 물론, 테러진압, 국가주요인물경호, 광역지역 경비 순찰은 물론 기존 외곽감지시스템이 설치된 곳에서의 실상황 대처 장비로 다방면의 활용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이 제품의 특징은 수맥봉에 불과하면서도 별 희안한 이론을 갖다 붙였다는 것입니다. 다이엘렉트로포레시스라는 아주 듣도 보도 못한 이론인데, 이 이론은 1960년대에 나오긴 나왔던 이론입니다. 이 이론의 원문을 읽어본 사람들은 이 현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수백 볼트 이상의 전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리가 대충 짐작은 되지만 어차피 원리에 대해서 굳이 알아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개의 이러한 장치들은 원리를 매우 복잡하게 만들어서, 반론을 하려면 공부를 상당히 많이 해야하고 전문가만이 알 수 있도록 하죠. 그리고 나서 결국 전문가가 반론하면, 다시 알 듯 말 듯한 말로 농락하죠. 사실 산드라랩에서 기계 뜯어봤는데 별 게 다 들어있더군요. 사람의 머리카락도 있고.


이것의 가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6천 달러에서 만4천 달러나 되기 때문에 일반 개인이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정부기관이 구입했습니다. 미국의 정부기관 특히 LA 경찰청에서 구입을 했는데, 톰 클랜시가 레인보우 식스에서 이 장비를 소개했기 때문에 더 유명해졌었습니다.







사실 이 기계에 대한 자료는 인터넷에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어차피 잘 모르는 기계를 가지고 너무 많은 말을 해야 재미도 없죠. 앞서도 말했지만, 이 기계를 검토하고 사기라고 생각한 사람들 중에는, 바로 얼마전에 SBS에서 백만불을 걸고 초능력자를 찾던 제임스 랜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랜디는 이 회사에, LifeGuard를 이용해서 정말로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100만불을 주겠다고 도전을 요청했습니다. 물론 이 회사의 사장은 아직 그 도전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이 엉터리 같은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이러한 기계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몇몇 외국 바보들의 일화를 모아 소개하면서 이 제품은 생각보다 널리 판매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의 또 한가지 특징은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기 보다는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법적인 소송을 건다거나, 혹은 위협을 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것은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만 법률적으로 볼 때는 자신이 틀리다는 것을 상대방이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아주 유리하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이비들은 과학 포럼에 참가해서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기 보다는 법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죠.


이러한 제품을 정부에서 구입하면 누가 손해를 볼까요? 당연히 납세자들이겠죠. 하지만 드러나지 않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바로 사고 현장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경찰이나 소방관이 과학적인 장비를 이용해서 그들을 찾아낸다면 혹시 찾을 수 있는 상황에서 L-로드나 점술을 쓰고 앉았다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죠.









"씨바, 과학수사를 해야지 말이야..."


이러한 일은 아직은 먼 나라의 미국에서 일어난 것이니까, 우리는 다행히 안심할 수 있죠. 그리고 그들이 설마 저에게 소송을 걸지는 않겠죠. 하지만 잘하면 국내에서도 이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장비를 국내에서 도입하기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으니까요. 어떻게 이러한 기기를 알고 구입하는지도 놀랍지만, 겨우 2000만원도 안되는 이 기계를 7천만원이 넘게 구입하는 것도 황당할 따름입니다. 저도 어느 부서에서 구입하는지 궁금하지만, 그것까지는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참고로 이 기계에 대한 특허는 1999년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서 그달의 엉터리 특허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합니다(Science 1999;284:1252-4).


혹시 영어에 능숙하고, 산드라랩에서 발표한 DKL사의 LifeGuard 모델 3에 대한 평가를 읽어보시고 싶다면 여기를 눌러 보시길 바랍니다.


 


 맺음말







오늘은 2가지 소재를 다루어 봤습니다. 그 중 하나는 <여름향기>에서 소재를 찾은 것이죠. 사실 드라마는 드라마인데 너무 민감하게 다룬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드라마 자체를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고 그냥 호기심 차원으로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왜 사람들은 그토록 비과학적인 설정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한 번의 일상적인 만남이라는 지극히 식상한 설정보다는 뭔가 운명적인 뭔가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많은 사람들이 점을 친다고 합니다. 호기심 반으로 치겠지만, 그 내면에는 자신의 인생에서 뭔가 회피하고 싶거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그런 심리가 깔려있는 경우도 종종 있는 법이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대개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는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치고 여자가 적극적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경우는 참 드물죠.


그저 여자는 이쁜척 하고, 남자는 젊은 나이게 성공한 멋진 남성으로 그려지며, 비현실적인 우연, 내용보다는 영상에 치중하는 그런 드라마가 되기 쉽죠.


그리고 앞으로 긴급 구조 사건이 발생할 때 Lifeguard를 들고 뭔가를 찾는 척 하는 소방대원을 보게 되면, 저게 폼만 멋있는 것이지 실제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므로 그 사람이 지나갔다고 해서 안심하지 말고 한 번 더 자세히 찾도록 부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참 세상은 다양하고, 별 희안한 일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에 제가 Lifeguard에 대해서 알 게 되었을 때 이러한 제품이 설마 우리나라에 들어올까 했는데, 꿈은 이루어지는 군요. 참 환상적인 나라입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일들이 덜 생겼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글을 쓰다 보니 더 많은 소재를 다루기엔 1주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LifeGuard만 가지고도 일주일은 부족합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1주일에 한편씩 글을 쓰는 것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오래전 딴지가 2주 혹은 3주마다 갱신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제가 게으른 것은 아니죠. 혹시 그 동안 대체의학에 대해서 궁금하신 것 있으면, 제게 메일 보내시지 마시고 건강과 과학 게시판에 올려주시면 많은 분들이 읽고 답변해 주실 겁니다.


그럼 다음에 ...


 
딴지 의학부
김진만(jeank@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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