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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생물학 무기를 디빌링해주마!!

2003.8.7.목요일
딴지 의학부


독자들은 <아웃브레이크>라는 영화를 기억할 꺼다. 이 영화에는 더스틴 호프만과 그의 전 마누라 르네 루소, 모건 프리맨, 케빈 스페이시, 쿠바 구딩 주니어, 도널드 서덜랜드 등등 초호화 출연진이 등장하며 감독도 <특전 유보트>로 독일에서 미국으로 스카우트 된 후 <사선에서>, <에어포스원> 등을 찍어 이름을 날린 볼프강 페터슨이다. 근데 갑자기 웬 <아웃브레이크>냐구? 그건 이 영화가 우리에게 생물학 무기를 가장 잘 알려줬기 때문이다.


생물학 무기를 다룬 영화들은 숱하게 많았지만(내가 아는 것만 해도 <007>, <12멍키스>, <미션 임파서블 2> 등등 30종 넘는다) 생물학 무기 얘기만 나오면 항상 언급이 되어서 본인도 빼 먹을 수 없었다. 이 영화에는 미국 군부가 생물학 무기로 개발한 모타바 바이러스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등장한다.


근데 이 모타바 바이러스는 에볼라 바이러스하고 매우 짝퉁시럽다. 물론 영화 속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로 소개되긴 하지만 우쨌든 에볼라 발생이 확인된 나라인 자이레(현 콩고)가 영화에서 모타바 바이러스가 발생한 나라로 나오고 있으며, 미국에서 실험 목적으로 수입한 원숭이가 에볼라 바이러스 변종에 감염되어 미국으로 들어 온 사례가 있듯이 특징도 에볼라와 유사하고 실제 에볼라의 사례를 소재로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


물론 옥의 티도 있다. 그나마 다른 허접한 영화보다는 과학적인 고증을 많이 거쳤지만 원숭이 잡아서 단시간에 백신을 만들어서 감염된 환자를 치료한다는 터무니 없는 마무리가 결정적 옥의 티 되겠다.(얼마 전 맹위를 떨친 사스의 예를 보아라. 원인 바이러스도 확인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치료제나 백신은 개발되지 못하고 실험실 단계의 연구 결과들만 발표되었다.)


암튼 계속 가보자. 오늘의 주제인 생물학 무기. 과연 그 넘들은 무엇인가?


생물학 무기란 <아웃브레이크>의 모타바 바이러스처럼 사람에게 질병을 유발시키는 미생물과 독소를 말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너무 좁게 보는 시각으로, 보다 확대해서 본다면 사람들에게 필요한(예를 들면 식량으로 이용될) 동물이나 식물에게도 해를 끼치는 미생물과 독소까지 포함한다. 생물학 무기의 범위는 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미국의 경우 현재 탄저균, 천연두, 페스트, 보툴리눔 독소, 야토병, 부르셀라증, Q열, 바이러스 출혈열, 바이러스 뇌막염, 포도상구균 장내독소 B 등 모두 10 종류를 생물학 무기의 범주에 두고 있다.(따지고 들면 골치 아프니까, 그냥 이런 생물학 무기들이 있나보다 하기 바란다.)


생물학 무기 중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인체에 피해를 주는 미생물은 곰팡이, 세균, 리케치아, 바이러스 등이며,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는 독자들도 대강 알 것이니 설명은 생략하고, 리케치아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중간 크기의 미생물로 병원균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각 종류 별로 생물학 무기 분류를 다시 하면 탄저균, 페스트, 콜레라 등 7종의 세균과 티푸스균 등 7종의 리케치아 그리고 뇌염, 황열병 등을 유발하는 14종의 바이러스가 있다.


독소는 동물, 식물, 병원균의 체내에서 추출한 유독성 생화학 물질이다. 독소도 화학 및 생물학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서 여러 생명체에서 분리하여 이용하게 되었고 이 중 일부는 유기합성을 통하여 인공적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보툴리눔 독소 등 8가지의 독소들이 생물무기로 분류되어 있다. 독소는 크게 세포독소와 신경독소로 구분하며, 세포독소는 단백질 합성이나 신진대사 과정에서 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소화기, 호흡기 또는 혈액순환 계통, 피부와 같은 다양한 조직에 영향을 미치며 신경 독소는 신경의 전달물질과 같은 경로를 통하여 신경을 마비시켜서 사망하게 만든다.


생물학 무기로 유명한 것들은 대부분 인류 역사에 큰 악영향을 끼친 것들이다. 흔히 많이 아는 병들인 천연두, 흑사병은 물론이고 티푸스, 콜레라, 독감 같은 것들로 학교 다니실 때 생물 시간이나 보건과 관련된 과목에서 많이 들어 보셨을 것이다.


집중적으로 디빌링해보자.
 


 탄저균


탄저병을 일으키는 탄저균은 대표적인 생물학무기다. 탄저균은 바실러스 안트라시스(Bacillus anthracis)라는 공식 명칭을 갖고 있는 흙 속에 서식하는 세균이다. 이넘들은 세균 중에서도 생명력이 뛰어난 넘들로 주변 환경조건이 나쁘면 포자를 만들어서 건조상태로도 10년 이상 생존한다. 질긴 넘덜. 또 이넘들은 가열, 일광, 소독제 등에도 강한 저항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탄저균에 오염된 것은 모두 소각하든지 아니면 철저하게 소독해야 한다. 탄저병은 탄저균의 포자를 섭취해야 일어나며 주로 소, 양 등의 초식동물에게 발생하고 육식동물이나 사람에게는 발생 빈도가 적은 편이지만 발생하기는 한다.



탄저균


 감염경로


사람이 탄저균을 접촉하게 되는 경로는 주로 동물의 배설물이나 사체 또는 흙을 통해서이며, 피부나 호흡기를 통하여 체내로 들어오거나 곤충에 물려서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탄저균의 포자에서 생성되는 독소가 혈액내의 면역세포에 손상을 입혀서 쇼크를 유발하며, 심하면 급성 사망을 유발시킨다. 탄저균을 섭취하면 초기에는 병이 잠복한 상태로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고, 이어서 폐에 울혈이 발생한다. 그러다 일정 시간이 경과하여 엄청난 수의 병원균이 자라면서 생명체를 죽음으로 이끌게 된다.


 역사


탄저균을 무기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그 역사가 깊고 여러 나라에서 가장 많이 연구가 되었다. 우선, 제1차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가축을 몰살시키려는 목적으로 독일에서 연구를 진행하여 실전에 이용한 적이 있다. 별로 효과를 보지는 못했지만. 2차 대전 당시에는 미국, 일본, 독일, 소련, 영국 등이 경쟁적으로 탄저균을 개발했었다. 특히 유명한 건 영국이 스코틀랜드 북부의 그뤼나드 섬에서 탄저균 폭탄을 이용하여 실시한 실험과 일본 731부대의 인체 대상 실험이다. 썩을 넘들... 이후 1978년 구 소련에서는 탄저균 유출 사고로 수많은 가축과 70여 명의 사람들이 사망했었다. 이라크 및 일본의 오움 진리교에서도 탄저균을 이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었고, 2002년에 일어난 9.11 사태 이후 미국에서는 우편 테러에 이용되기도 했다.


 효과 및 치료법


그렇담 탄저균은 왜 생물학무기로 인기..아니 각광을 받을까? 일단은 살상능력 땜시롱이다. 탄저균에 감염되어 발병한 후 하루 안에 항생제를 다량 복용하지 않으면 80% 이상이 사망한다. 천연두의 사망률이 30%인 것에 비교하면 이거 매우 높은 수치다. 그 뿐이냐. 탄저균 100Kg을 대도시 상공 위로 저공비행하여 성공적으로 살포한다면 100~300만 명을 죽일 수 있으며, 이는 1메가톤의 수소폭탄에 맞먹는 살상 규모다. 끔찍타. 게다가 이 탄저균이라는 넘은 분말 형태로도 제작이 가능하여 보관과 이용이 편리하기까지 하다. 당근 각광받을만해 보인다.


물론 치료법도 있다. 우선 탄저백신이 있는데, 이라크와의 걸프전 당시 미국 군인들부터 시작해 군무원들까지 확대 접종되었지만, 일반인들에게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지는 않으며 백신의 부작용도 많이 보고 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항생제인 시프로가 있으나(이때 미국에서도 이 약 사재기 하느라고 난리였다) 탄저균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늘어나고 있으며 환경변화 적응력도 강해서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천연두









천연두 환자


천연두를 모르시는 독자는 없으실 거라고 본다. 예전에 비됴 인트로에 "호환, 마마... 우짜고 저짜고"하면서 나왔던 그 마마가 바로 천연두다. 예전에 울나라에서는 이 천연두를 두고 귀신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으로 생각해 왔지만, 실제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질환으로 선사시대부터 내려온 인류에게 가장 큰 재앙 중의 하나였다. 뭐 영국의 제너가 종두법을 개발하고, 우리나라에는 지석영 선생님이 종두법을 전파하여 여러 아이들의 생명을 구했다는 사실은 초딩들도 다 아는 이야기일 꺼라 생각해서 생략한다.


 감염경로


공기나 사람의 타액을 통하여 감염된다. 감염되면 2주 이내의 잠복기를 거친 후 갑자기 발열과 두통 및 요통이 발생하고, 2일 후에는 붉은색의 피부 병변(피부에 이상한 것들이 생기는 것이다.)이 온 몸에 나타난다. 시간이 경과한 피부 병변은 수포(물집)가 되고 1주 정도가 되면 수포는 고름이 차는 농포로 바뀌며 이 무렵 폐혈증, 폐렴, 후두염, 늑막염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역사


이 넘 유래가 쫌 길다. 그니깐 기원전 1만년 전 인류가 처음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아프리카 북동쪽에 정착할 무렵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걸로 추정하고 있다. 그 증거는 이집트의 미이라에서 발견된다. 천연두로 생각되는 피부 병변은 이집트의 18~20대 왕조(기원전 1570~1085) 시대의 미이라에서 보여지고 있고, 기원전 1157년에 젊은 나이에 죽은 람세스 5세의 미이라도 역시 천연두의 흔적을 보이고 있다. 또 기원전 13세기 이집트와 히타이트 간의 전쟁 중에 천연두가 유행했다는 최초의 역사 기록이 남아 있다. 서기 180년경 로마제국 쇠퇴의 시작은 천연두의 대유행의 시기와 일치하며, 당시 천연두로 인하여 350~7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천연두는 십자군에 의해 아랍세계로 전파되었으고 신대륙을 찾아 나선 탐험자들을 통하여 서인도 제도에도 천연두가 확산되게 되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이 넘이 전세계의 역사에 엄청 큰 족적을 남긴 적이 있더랬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정복자들이 신대륙에 천연두를 전파시킨 일이다. 천연두는 신대륙의 원주민 인구를 급속히 줄였으며, 아즈텍, 마야, 잉카 제국을 멸망시키는데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이와 비슷한 인구의 감소가 북아메리카의 동부 해안에서도 발생했다. 천연두는 1614년 유럽에서 다시 대유행을 하였고, 1666년에서 1675년까지 영국에서, 17세기 중에 아메리카 식민지에서도 발생했다. 또 영국군은 북아메리카에서 천연두 수포나 농이 묻은 모포를 이용하여 인디언들에게 천연두를 전파시킨 일도 있다. 북아메리카에 팔려온 노예들 역시 아프리카에서 유행된 천연두를 아메리카에 전파시켰다.


천연두에게 똥침을 먹인 건 제너의 종두법이었다. 그 후 천만다행 천연두가 발병하였다는 보고는 줄어든다. 그러던 중 196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를 완전히 근절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에서 집중적인 천연두 근절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1980년에 개최된 WHO 총회에서는 천연두가 근절되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였으며, 발표 이후 천연두 바이러스를 단계별로 폐기하였다. 현재 천연두는 미국의 질병관리센터(CDC)와 러시아의 바이러스 대책 연구소에 고도의 보안 체계 속에서 보관되고 있다.


이들 마지막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하여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영구 폐기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WHO의 이사회 구성원간의 이견으로 연기되고 있다. 바이러스 파기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1)추후에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기회가 사라진다. 2)두 곳의 천연두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것으로 천연두 바이러스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근절된다는 보장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이다.


근데 살떨리는 건 그거다. 천연두는 치료법은 엄꼬, 백신만이 유일한 대비책이다. 하지만 천연두가 근절되었다는 WHO의 선언 이후 20년 째 천연두의 백신 접종은 실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천연두가 생물학무기로 사용된다면?


1992년 구 소련의 미생물학자인 캔 알리벡이 미국으로 망명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는 자신이 소련의 생물학무기 프로그램의 최고 책임자였으며, 서부 시베리아에서 천연두를 이용한 생물학무기를 개발하였다고 밝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가 천연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변화시켜서 보다 강력한 천연두 바이러스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다. 또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는 소련에서 개발된 천연두 바이러스가 북한과 이라크로 전해졌다고 언급하고 있다. 아직 천연두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페스트


페스트는 울나라에는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애덜한테는 엄청시리 두려운 전염병이다. 이 페스트는 부스럼으로 시작되며 전신의 피부가 검게 변하며 죽기 때문에 흑사병(黑死病)이라고 불렸다. 글타. 흑사병... 중세 유럽을 싹쓸이 했다는 그 넘. 기억덜 나지? 또 페스트를 옮기는 쥐를 없애 주었지만 수고비를 안주어서 아이들을 없애버린 피리부는 사나이 이야기(송창식 노래 아니다..)나 데카메론... 페스트와 관련해서 이거뜰도 기억들 하고 계실 꺼다.



독일 하멜른시에서 재현하고 있는 피리부는 사나이 이야기


 역사


페스트의 원인균은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a pestis). 페스트의 주된 증상으로는 감염된 환자의 림프절이 부어오르며 고열이 동반된다. 페스트는 전신성 출혈로 피부가 검게 되는 선 페스트와 페스트균이 폐로 감염되어 발생하는 폐 페스트가 있다.


이 페스트가 얼마나 독했는지 1347년부터 4년간 페스트의 발병으로 유럽의 인구 7천 500만 중에서 3분의 1이 죽었다고 하며, 이후 8년에 1번꼴로 발생하여 유럽 전체 인구의 4분의 3을 휩쓸었다고 한다.


역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에 페스트를 일으킨 페스트균은 아시아의 중국에서 시작되어, 비단길을 통하여 인도, 페르시아, 시리아, 이집트로 확산되었고 1347년에 유럽에 도달했댄다. 1347년 10월에 시칠리아 섬에 페스트에 감염된 사람들이 도착하면서 유럽에 페스트가 시작되었으며, 이후 튀니지, 프랑스를 거쳐서 전 유럽을 휩쓸게 됐다는 거다. 그러나 역사를 더듬어서 과거로 들어서면 페스트가 유럽을 강타한 것은 14세기가 처음이 아니었다. 6세기 경에 동로마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에도 발생하여 전 유럽을 휩쓸었고, 그 후에도 두 세기에 걸쳐서 국지적으로 발생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페스트의 유래에 대해서는 많은 가설이 존재하지만 확실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저 확인된 사실은 전세계의 검은 쥐나 다른 설치류들이 페스트균의 1차 보균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감염된 쥐의 피를 빨아먹은 벼룩이나 이 등이 다른 개체에 페스트균을 옮기며, 페스트균은 벼룩이나 이의 위장이나 쥐의 혈액 속에 살고 있다가 벼룩이나 쥐가 사람을 물 때 인간에게로 옮겨간다는 거다. 페스트균의 유럽 전파에도 이들 생물들이 큰 역할을 하였지만 당시에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생물이었기 때문에 페스트균의 매개체로 의심하지 않았었다. 실제로 페스트균은 페스트가 발병한 지 500년이 지난 19세기 중엽에서야 발견되었다.


 치료법


맹위를 떨쳤던 페스트는 지금은 항생제의 발달로 인하여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페스트에 대한 백신은 개발된 적이 있지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서 이용되지 않고 있으며, 초기 발견 시에는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다. 페스트균을 에어로졸화하여 공중 살포할 경우 폐를 통하여 감염되고 침이나 기침을 통해 급속히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테러범들이 생물학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 최근에 미국 질병통제 센터는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페스트균을 발견하였다고 보고했다. 이 항생제 내성 페스트균은 페스트에 이용되는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냈다. 다행히도 다른 항생제인 트리메트로프린을 이용하여 제압할 수 있었지만 약간의 유전자 변이로도 중세 흑사병을 유행시킨 페스트균과 같은 변이종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티푸스


티푸스는 리케치아 프로바제키(Richettsia prowazekii)에 의하여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포유동물의 몸에 기생하며 피를 빨아먹는 이나 벼룩 등이 이 균을 옮긴다. 티프스균의 모습은 세균과 비슷하지만 크기는 바이러스와 비슷하고 증식을 위해서 바이러스처럼 살아 있는 세포 안으로 침입한다.


리케치아 프로바제키라는 티푸스균의 이름은 이 균을 연구하던 두 명의 과학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들은 미국인 하워드 리케츠와 체코인 스타닐타우스 폰 프로바제크이며, 두 분 모두 연구를 하다가 티푸스균에 전염되어 목숨을 잃었다.(요사이처럼 다양한 안전 장치가 없던 시절이었고, 미생물의 특징들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전염성 미생물을 연구하던 학자들 중에는 연구하던 미생물에 감염되어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 이후, 프랑스의 미생물학자인 샤를 니콜은 사람의 몸에 서식하는 이가 티푸스를 전염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192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감염경로


티푸스에 감염된 이가 사람에게 붙어서 병원균이 들어있는 배설물을 분비하면 사람은 가려움을 느껴서 긁게 된다. 결국 몸에 상처가 나면 티푸스균들은 상처를 통하여 사람의 체내로 들어가서 병을 일으킨다. 10일에서 14일 정도의 잠복기가 지나면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고열과 두통이 발생하고, 이어서 오한과 구토가 뒤따르며, 전신에 근육통이 일어난다. 이후 폐렴이 발생하고 몸의 여러 부위가 썩게 된다. 티푸스는 60세 이상에게는 치명적이고 40세 정도에서는 10~15%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역사


티푸스도 수세기 동안 전쟁을 할 때마다 따라다니던 질병으로 천연두나 페스트와 함께 역사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전염병 중 하나다. 1489년 스페인 영토 회복 전쟁 중 마지막 남은 진지인 그라나다를 포위한 스페인 군대, 1582년 나폴리 성을 공격한 프랑스 부대, 1552년 메츠를 봉쇄한 신성로마제국 군대, 1556년 오스만 제국의 공격에 대항하던 헝가리 군대들이 티푸스의 희생자가 되었다.


그러나 티푸스가 전쟁에 영향을 끼친 최악의 상황은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때 일어났다. 50만 명 이상의 프랑스 젊은이들이 원정길을 나선 곳은 티푸스가 퍼져있던 곳이었다. 혈기왕성한 그들은 티푸스 앞에 하나 둘씩 쓰러지기 시작하여 6개월간의 원정에서 프랑스는 패퇴하고 말았으며 결국 나폴레옹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후 제1차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티푸스는 2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고, 제2차세계대전 중에는 독일의 수용소에서도 발생하였다. 티푸스는 공산주의 혁명이 한창 진행되던 러시아에도 번져 레닌이 "사회주의가 티푸스를 물리치거나 티푸스가 사회주의를 좌절시키거나 둘 중 하나다"라고 선언했을 정도였다.


또 티푸스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에 일본과 독일에서 생물학무기로 개발이 진행되었다.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안네 프랑크는 흔히 알려지기론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서 죽어갔다고 하지만 실제는 소련군에 의한 유대인 해방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티푸스에 감염되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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