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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대인가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두고 말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번 방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일종의 '홀대'는 있었으나, 치밀한 계산 위에 행해진 '의도된 홀대'였기 때문이다.


왜 홀대를 자처했냐고? 실리를 얻기 위해서다. 


몇 줄 문장으로 정리하기엔 방대한 내용이니, 차근차근 풀어가 보자. 


 

1. 홀대를 의도했다?

 

한국 대통령이 방문하는데 외교부장조차도 영접하지 않았다. 홀대다. 박근혜가 천안문 행사 참가했을 때 부틴 옆에 세워줬던 성의에 비교하면, 확실히 홀대가 맞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는 의도된 홀대다. 그 의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일정에서 읽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 도착한 것은 12월 13일. 난징대학살 80주년 행사가 있었던 날이다. 청와대가 그리 중요한 행사가 있었다는 걸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첫 일정을 12월 13일에 시작했다. 왜?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악감정은 생각보다 크다. 사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유불리만 따지면 그만이어서, 말을 험하게 할지언정 한국이 ‘이익이 되는 상대’가 되면 상황에 따라 얼굴을 달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것은 중국 사람들의 감정이다. 사드로 생긴 냉각기류는 민간 부분에서 훨씬 크다. 중국 사람들에게 미국과 일본은 우호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전자는 조폭 보스 정도고 후자는 그 밑의 양아치다. 한국이 여기와 얽히면, 중국인이 한국을 가장 멸시할 때 쓰는 표현이 ‘주구(走狗)’인데, 기회주의 회색분자가 된다(아주 많이 희석되었다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는 그걸 뒤집은 ‘뚝심 있는 고집쟁이’ 정도).

 

사드는 한국을 미국의 ‘주구’로 낙인 찍은 대표적 사건이다. 중국은 한국과의 친분을 쌓기 위해서 굉장히 공을 들여 체면을 세워주었다. 시진핑 집권 초기 박근혜 정부에 보였던 친절함은 단기적으론 사드, 장기적으론 중국 중심의 세력 재편을 위한 포석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사드 배치가 결정된 후, 중국은 완전히 얼굴을 바꿔버렸다.


우리는 그걸 박근혜 정권의 탓으로 돌리지만, 중국에서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 한국은 5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나라다. 다른 정권이 들어선 후 이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걸 체감한 것이다. 더욱이 중국은 일본과도 서서히 날을 세우고, 동남아시아 나라들과는 남중국해 분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터다.


중국 정부의 입장과 민간의 정서가 다를 수도 있지만, 불행히도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중국의 언론 보도에 따라, 사람들은 한국이 미국의 작전권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을 너무나 잘 알게 되어 버렸다. 기존에 깔려 있던 한국에 대한 질투, 한국인들이 보이는 민족주의 정서에 대한 오랜 반감 등은 이 불씨의 좋은 땔감이었다.


따라서 중국 정부에서도, 한국과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생각이 있더라도, 이제는 중국 국민들의 정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했다. 시진핑은 자기 권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사람들의 반정부적 의식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베이징의 빈민가 ‘일제소탕’ 명령처럼 국민을 억압하는 일이 있으면, 한편으론 달래주기도 해야 하는 게 독재 권력의 숙제다. 그러니 중국 정부는 사람들의 반한(反韓) 감정에 거스리는 제스처를 취할 이유가 없었고, 오히려 한국의 성의를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홀대를 자처해야만 일이 쉽게 풀릴 수 있었다. 그러나 무조건 홀대를 당한다면 국내에서 십자포화를 맞는다. 상호 모순되는 요구를 어떻게 잘 줄타기 하는가가 중요했다.

 

나는 이 지점에서 국빈 홀대를 택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도 충칭 임시정부 일정 생략하면 하루쯤 늦게 가도 되었고, 중국서도 외교부장 정도가 영접하러 오는 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굳이 난징대학살 기념일을 택해서 지도부가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을 감수하고, 중국도 이를 핑계로 선뜻 영접 안 가주고. 명분 아닌 명분이다. 그러니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이다.


다만 그 고스톱의 목적은 중국의 국내 정서를 누그러뜨리고 지도부의 체면을 세워주는 데 있으니, 우리 입장에선 홀대로 볼 수 있다. 거기다가 주중 대사까지 영접 취소시키고 난징으로 보냈으니, 중국 체면을 세워주겠다는 메시지는 제대로 전해주었다고 본다. 참고로 이날 난징대학살 80주년 행사는 국가 공제일(公祭日)로 지정되어 중국 전국에서 행사를 열었던, 국가창립일에 버금가는 대규모 기념일이었다. 행사 땜에 중국 지도부가 모두 몰려갔다는 게 처음엔 이해가 안 됐는데, 살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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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일인 10월 1일은 요즘 중국인들에겐 휴가시즌이다. 전국적 행사일은 최근 중국에서 거의 사라졌었다. 난징대학살 공제일 행사는 그래서 항일의식보다도 국가적 단합행사라는 면을 훨씬 중요하게 봐야 하며, 중국 지도부 역시 빠짐없이 참석해 단결력을 보여줘야 했다. 생각보다 굉장히 공을 들인 행사였다. 꽤 많은 외국 귀빈들도 여기에 참석했지만, 거의 전직들이었고 현직으로선 한국 주중대사가 결코 낮은 지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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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는 난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학교나 군경 등 중국 전역의 모든 조직단위에서 한날 한시에 실시되었다. 이런 국가 차원의 통제가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다. 중국인들도 당연히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 지도부와 언론은 이 불안요소를 다른 쪽으로 유도하려 한다. 중국이 국제 분쟁에 강경하게 나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국이 그 타겟이 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2. 예상치 못한 잡음


하지만 왕이 외교부장의 ‘팔 두드리기’는 우리의 예상된 홀대일 수가 없다. 석연치가 않지만 의도적 행위는 결코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다. 진짜 홀대는 이런 지점에서 발생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왕이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에도 팔을 두드린 역사가 있는데, 이런 게 인구에 회자될 줄 안다면 주의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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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의하지 않았거나 일부러 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프닝 이상으로 시비 걸 거리가 되지는 못하니 미묘하게 신경을 건드린다. 그런데 이런 사건을 중국이 아니라 청와대에서 언급해 무마해야만 한다는 게, 그만큼 중국을 신경 써줘야 한다는 뜻이니 우리로선 홀대가 아니겠는가.

 

크게 이슈가 됐던 중국 경호단의 한국 기자단 폭행 사건도 있다. 여론상으로는 기자들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꽤 있는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도 우리나라 기자들, 특히 사진기자들의 품행을 경험한 바로는 그런 욕을 먹어도 싸다. 그들은 그런 욕을 감수하면서 좋은 한 컷을 원하는 사람들이니 프로 정신으로 좋게 봐줄 여지도 있다.

 

문제는 기자들의 권위의식이고, 이것이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언론은 통제대상이다. 민간 부문에서야 중국 기자들도 꽤 힘이 있지만, 공적 행사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 기자가 있다고? 중국에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러니 중국 경호원과 한국 기자 서로가 권위의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찰을 빚었을 때 이런 결과가 벌어진다. 해당 행사가 KOTRA 주관이었으니 중국 공관의 경호 인력은 최소한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싸움을 낸 경호원도 공관원은 아니었다고 알고 있다. 당연할 것이다. 정부 경호원이었다면 총을 꺼내는 게 올바른 행위 지침이었을 테니.


요약하자면, ‘중국 경호원은 그냥 기자들을 홀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홀대다. 다만 이 홀대는 한국 정부나 문재인과는 무관한 것이고, 폭행이 잘못이라면 그 경호원과 고용업체의 책임이다. 잘못이 있든 없든 중국 정부에게서 ‘기자를 폭행해서 사과한다’는 소리는 티베트 독립 인정할 때까지 들을 수 없을 것이고, 그 현실을 알기 때문에 대통령이 만만해서라는 둥 청와대에 분풀이하는 게 아닌가 싶다. 박근혜 때는 안 그랬다는 얘기는 정말 이상하다. 그분은 취재의 자유가 없었던 분이었지 않나? 애초에 청와대에서 엄선한 기레기에게 보도지침을 하달했을 텐데 경호랑 싸울 건수가 있겠는가?

 

첨언하자면, 그런 행사를 취재하려고 했다면 행사 주관 측과 미리 말을 맞추고 경호팀도 좀 구슬려 놓았어야 한다. 이게 중국에서 통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미리 이렇게 준비하는 법이 절대 없고 그냥 치고 들어간다. 그리고선 이걸 능력처럼 여기는 풍조까지 있다. 여론이 좋지 못한 이유는 이런 나쁜 행실의 누적 때문일 것이다.

 

 

3. 중국의 반응

 

문재인 정부가 중국 방문으로 원한 것은 양국 관계의 개선이고, 게다가 민간과 정부 영역 모두를 신경 써야만 하는 숙제를 갖고 있었다. 홀대를 감수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성과가 있어야 그 홀대도 보람이 있는 것이다.

 

최소한 확인 가능한 사실은,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의도를 중국도 감지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방중 종료, 전문가의 평가

环球网 2017년 12월 16일

원문 http://world.huanqiu.com/exclusive/2017-12/11454358.html

 

(랴오닝 사회과학원 조선-한국연구센터 주임 뤼차오(呂超) 교수)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은 매우 강하고 적극적인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뤼차오는 기자에게,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양국 수교 이후 중한 관계가 냉각기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문 대통령이 이 냉각기 속에서 사드 문제를 놓고 중국과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는가, 이걸 깔고 중국 방문을 진행했으니, 그 의의가 크지 않을 수 없다. 뤼차오는 중한 관계가 반등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렇지만, 한국의 친미세력은 문 대통령의 방중을 기뻐하지 않지요.” 뤼차오는 말한다. “소소한 경호 사건 하나도 한국에선 큰 파장을 일으켜 중국 측이 공개 사과하라는 걸 다들 보았지요.” 뤼차오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건 침소봉대, 또는 주의를 딴 데 돌리려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에 있어선 매우 불리한 일입니다. 한국의 보수세력 내지는 일부 언론들이 이런 사건으로 분탕질을 하는 건 전혀 지혜롭지 못하다고 봅니다.” (하략)



위에 나온 뤼차오 교수는 전문 프로그램에서 꽤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다. 검색해보면 우리나라 언론을 통해서도 뤼 교수의 여러 전망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보수세력 및 언론에 대한 지적은 다들 침묵하길래 여기서 소개한다.

 

중국 사람들의 문재인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좋아 보인다. 이 점도 향후 관계 개선에서는 호재로 작용하리라 본다. 부인과의 러브스토리까지 기사로 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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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도된 사진이다. 용허더우장(永和豆漿)은 중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우리로선 김밥천국 비슷한 곳이다. 대만계 자본이지만 중국 누구도 의미를 두진 않을 거다. 대만 노트북 공장을 갔다면 또 모를까. 이 식당은 대사관 직원들이 자주 가던 곳이어서 선택됐으며, 점장은 당일 아침에야 방문자가 대통령임을 알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저 밀가루 튀김에 토마토케찹을 찍어 먹으면서 ‘이게 대통령식’이라고 우스개를 던졌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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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그런 말을 해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 점포에서는 이날 먹은 밀가루 튀김, 두유, 훈둔, 소룡포를 묶어 ‘대통령 세트’로 팔 것이라고 한다. 케찹 발라 먹은 것도 써먹을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민적 행보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보였던 바다. 중국 사람들에게도 일단 호감을 주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그러나 확대해석은 금물이다. 한국에 대한 불신은 꽤나 뿌리 깊고, 이제 겨우 한 발을 뗀 것뿐이다.



이 말, 시진핑은 문재인에게 세 번이나 했다

新浪新闻   2017년 12월 14일

원문 http://news.sina.com.cn/o/2017-12-14/doc-ifyptfcn0447879.shtml

 

(…) 오늘(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문재인과 회담을 가졌다.

중앙방송 연합보도에 따르면, 시진핑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과 한국은 우호적인 이웃이자 전략적 동반자다. 수교 25년 이래, 양국은 각 영역에서 교류와 합작으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왔으며, 서로에 거대한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얼마 전, 다들 알고 있는 이유로 인해, 중한 관계에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고, 이는 서로의 핵심적 이익을 존중하는 선상에서 어떻게 양국간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것인지에 대해 돌이켜보고 주의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 측도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으며, 한국 측과 같은 길을 걷길 바라고 있다. 양국이 수교를 맺은 초심을 기억해, 양국 국민의 복지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서로의 핵심적 이익과 중대한 관심을 존중하는 기본 원칙 하에, 서로를 성심껏 대하는 이웃 간의 도리를 지켜나가야 한다. 상호 이익과 윈윈이라는 협력의 철칙을 굳건히 하여, 중한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실한 발전의 궤도 선상에서 안정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사실, ‘서로의 핵심적 이익과 중대한 관심을 존중(尊重彼此核心利益和重大关切)’ 한다는 이 말은, 시진핑이 문재인에게 세 번째로 한 말이다.

 

처음은 독일 베를린에서다. 신화사 보도에 따르면, 올해 7월 6일 시진핑이 처음 문재인을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쌍방은 대국적 면을 보고 자리를 잡아야 하고(입족대국), 눈을 들어 먼 곳을 보아, 서로의 핵심적 이익과 중대한 관심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11월 11일, 시진핑은 베트남 다낭에서 문재인과 두 번째 만나 재차 강조했다. “현 시국에서, 중한 관계는 관건이 되는 시기를 맞았다. 쌍방은 서로의 핵심적 이익과 중대한 관심을 존중해야 하고, 정치적 신뢰를 유지하면서 소통과 협조를 강화해야 한다.”

 

세 번의 회담에서, 세 번이나 ‘서로의 핵심적 이익과 중대한 관심을 존중’하자고 했고, 오늘의 회담에선 이를 ‘기본 원칙’이라고 불렀으니, 이 짧은 말의 배후에 숨은 의미가 심상치 않다.

 

상하이 대외무역대학 조선반도연구센터 주임 잔더빈(詹德斌) 교수는, 이 말은 시 주석이 줄곧 강조해 오던 말이라고 한다.

 

“중국의 최대 관심사가 뭔지는 다들 알고 있잖아요.” 잔더빈은 말한다.

 

당연히, 사드 문제를 제외하고도 이 말은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하다. 잔더빈은 이렇게 말한다. “이 말은 많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 측에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죠. 중국이 관심 갖는 문제가 어떤 것들이 있지? 이렇게 해서, 한국에서도 중국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게 되겠죠. 중국이 해줄 수 없는 것들이 무엇인가, 어떻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가를 말입니다.”

 

(중략- 문재인 대통령이 송혜교, EXO, 김연경 등을 행사에 초청해 만남)

 

“이렇게 정성 들여 방중 준비를 한 모든 것들이, 양국 사이의 ‘한류(寒流)’를 ‘난류(暖流)’로 바꾸려는 한국 측의 바람을 보여주고 있다 봅니다.”

 

잔더빈은 대규모 경제사절단이든, 중량급의 스타들을 대동한 것이든 중한 관계를 하루빨리 개선하고픈 한국 측의 의도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사드 문제는 중국과 관계 있는 모든 한국 기업에 영향을 끼쳤다. 그들 역시 이번 방중을 기회로 삼아 중국 시장에 진입하거나 안정적인 입지를 다지길 바란다. 잔더빈은 한편으로,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한국 측이 더욱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어느 정도의 호감으론 충분하지 않다. 중국은 뭔가 확실한 답을 원한다. ‘같은 길’이란 표현은 추상적이고, 그 다음에 나온 ‘양국 국민의 복지’가 목표라면, 계속 강조한 ‘핵심적 이익과 중대한 관심’이 구체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이 역시 모호하기 때문에 해석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이 중국과의 관계(정부든 민간이든)에서 참 중요하고도 힘든 영역이다.

 

위의 말을 놓고 보면, 중국은 사드 문제에서 결코 손해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 손해는 미국에 의한 군사적 위협이다. 북한의 위협을 방지하는 따위는 맞든 틀리든 자기네와 상관 없는 일이다. 우리 쪽에 문제가 없게 확실하게 방지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는 절대 양보할 뜻이 없음도 알아달라는 것이다.

 

이 부분을 구체화하면, 우리가 내놓은 ‘3불’, 즉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위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3가지 사항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확실히 지키라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나는 중국이 대통령의 입에서 확약을 듣고 싶은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한국이 ‘3불’을 확실히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해 중국도 회의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방중에 대한 퇴역 중장의 반응

环球网 2017년 12월 17일

원문 http://mil.qianlong.com/2017/1217/2257555.shtml?s=zixun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 국빈 방문한 일은, 냉각기가 꽤 오래 된 중한 관계에서 청신호가 되었다. 하지만, 난징군구 부사령관을 지낸 왕홍광(王洪光) 예비역 중장은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생길 변동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왕홍광은 문재인의 이번 방중이 끼칠 영향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는 중한 관계가 사드 이후 냉각 추세에 접어 들었다고 했다. “한국이 얼마 전 제기한 ‘3불’에 더해, 문재인의 방중으로 중한 관계는 다시금 가열되기 시작했고, 이런 조치는 매우 좋은 겁니다. 중국은 포용적으로, 한국도 적극적으로 하여, 양국 관계가 한발 다가선 것은 크게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

 

하지만 왕홍광은 한편으로 한국에서 변동이 생길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이 ‘3불’이란 마지노선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본다. “사드는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죠. 중국의 원래 입장은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한다는 거였잖아요. 이 부분에 있어, 중국은 굉장히 큰 양보를 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전략과 이익을 놓고 생각할 때, 이런 양보가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왕홍광은 사드 문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이상, 양국 관계가 순탄하게 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한국에서 이젠 이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다시 이리저리 흔들리게 되면, 그럼 생각처럼 안되겠죠. 민간 부문의 냉랭함은 정부 쪽보다 훨씬 큽니다.” 왕홍광은 또한 ‘3불’이란 게 사실 알맹이가 없다고 말한다. 한국이 뭐라 말하든 미국이 직접 사드를 조작한다면, 근본적으로 한국이 개입할 여지는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북한의 핵 도발을 막는 중국의 역할이 있으면, 그 급부로 사드를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논의가 많다. 중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드가 북한 핵을 막을 수 있든 아니든, 그게 중국과 걸쳐지는 게 문제이고, 그걸 배치한 한국이 선빵을 날렸다고 생각한다. 중국과의 관계가 냉랭해진 것은 그 부작용이다. 게다가 ‘배치 용인’ 자체가 중국에겐 커다란 양보였으니, 관계 개선의 성의는 한국이 먼저, 그리고 제대로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선상에서, 사드와 관련된 정상회담의 어떤 선언문이나 공동의 입장 표명이 왜 없었는지를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중국은 우리 쪽의 확실한 무언가, 성의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시진핑은 문재인에게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3불’의 확실한 약속과 그에 걸맞는 후속 조치, 그게 없이는 정부 차원의 협력적 성과물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앞서 본 ‘新浪新闻’의 기사에는 일반인들의 이런 반응이 소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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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하다 했다. 한국 측은 관련 부서를 없애 사드가 쌍방에 가져온 부정적 영향을 없애야 한다. 지역 평화 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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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중한 우의를 위해 현실적인 일들을 더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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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었으면 그 행동을 보라고 했다. 중한 양국 관계와 미래 발전 방향은, 한국이 얼마나 약속을 확실히 지키고 사드 문제를 타결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로써 중한 관계가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돌아갈 것이다.



4. 그리하여 방중의 성과는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정부 차원의 확실한 실효성은 거두지 못하고 돌아갔다. 중국이 어떤 입장인지를 재차 확인했을 뿐이다. 사실, 그건 방중 이전에도 실무자 차원에서 이미 보고되었을 내용이다.

 

그럼에도 방중을 해야 했던 것은, 중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반한(反韓) 정책기조를 없애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민간 차원에서의 반한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한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리란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만한 근거가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4대 원칙은 모양 갖추기란 느낌이 강한데다 공동성명 형식조차 갖추지 못했다. 앞서 말한 정부 차원의 협력적 성과물로는 보기엔 내용도 추상적인 수준이다. 또 지금까지 중국 당국은 한번도 반한(反韓) 정책 내지는 비스무리한 명령도 인정한 적이 없다. 인정한 적이 없는 걸 가지고 사라졌거나 완화됐다고 증거를 내밀 순 없다. 그러나 무형의 성과가 있다고 하면, 중국 관광과 소규모 무역이 다시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날 거라고 본다. 평창올림픽과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이 좋은 평가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민간 차원에서의 반한 감정 완화, 관계 개선의 희망 또한 나아졌다고 할 근거는 없을 것이다. 블로거나 웨이보의 일부 반응이 좋은들, 혹은 나쁜들 그것만으론 알 수 없다. 이 점에서, 방중 성과가 미미하고 홀대 받았다고 평가해도 잘못은 아닐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알 수 없는 무형의 목적들이 있으며, 그게 장기적으로는 한중 관계 개선의 중요한 첫걸음이 된다는 점에서,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그렇게 기대되는 요소를 밝혀주고 첨언해주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은 경제인과의 회동과 충칭 임시정부 방문을 통해 경제, 역사 방면에서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공유하는 역사를 이용하는 방법은 이미 미국 방문 때 장진호 전투 연설을 통해 써먹었다. 중국과는 항일이란 공통분모가 있고, 충칭 임시정부는 첫 방문이었던데다 난징대학살 기념 기간이어서 여러모로 중국에 좋은 인상을 주었다고 본다.


나는 그렇게 문화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방법이 특히 중국에 먹히는 고급 술책이라고 생각한다. 혼밥 횟수나 세는 수준과는 다른.

 

그리하여 첫머리에 말했듯 나는 이번 방중이 관계 개선의 첫걸음에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아홉친구


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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