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광음여전(光陰如箭)”


세월은 화살 같이 빨리 흐른다는 뜻이죠. 올해도 눈을 반짝이는 사이에 지나가버린 것 같습니다.


되돌아보면 꽤 많은 뉴스가 세간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났죠.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 이에 이어진 “적폐정산”, 사드 배치와 중국과의 갈등, 세월호 인양, 포항 대지진 등은 온 국민이 주목한 뉴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외에도 사람마다 큰 관심을 가질 만한 일도 꽤 많았을 겁니다. 일본도 마찬가지. 크고 작은 뉴스가 세간의 관심을 모은 1년이었죠.


웬만하면 세간의 주목을 모은 “큰 화제”를 되돌아보고 싶기도 한데 필자 자신이 일본 보도기관이 떠들어대는 대목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무엇보다 그런 화제는 이미 언론에 많이 쏟아져 있어서 한국에도 이미 아는 분이 많이 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세간의 큰 관심은 못 받았어도 필자가 개인적으로 주목한 뉴스를 한달에 하나씩 뽑으며 올해를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대목의 선택 기준은 딱 하나, 필자의 관심입니다. 달마다 아무 맥락 없이 이야기가 왔다갔다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어주면 합니다.



1월


츠키지(築地)시장의 하츠세리(初競り : 시장에서 그 해 처음에 치러지는 경매)에서 참치 한 마리가 7,420만엔(약 7억4,000만원)에 낙찰


01.jpg


츠키지는 도쿄에 있는 11군데 공설도매시장의 하나이며, 시장에 있는 식당가가 유명세를 타서 요새는 관광명소로도 유명하죠. 거래금액 기준으로 세계최대의 도매시장이기도 하다네요. 그 츠키지 시장에서 올해 첫 경매에 참치로 유명한 오오마(大間 ; 아오모히현 소재 어촌)산 참치가 출시되었는데, 그 낙찰가가 무려 7,420만엔. 한국돈으로 한 7억4,000만원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이른바 “고슈기 소오바(ご祝儀相場); 축의 값어치)”이기는 하지만요. 주식거래시장이나 도매시장에서의 첫거래 액수는 그 해의 경제 상황을 예감시키는 만큼 큰 화제가 되었죠. 낙찰자는 스시잔마이(かしざんまい)라는 스시 체인점이었습니다.



2월


호화침대 열차 “미즈카제(瑞風(みずかぜ))” 선보임


02-1.jpg


2월에는 JR서일본(西日本)이 종전 특급 침대열차 “트와일라이트 익스프레스”(2015년3월에 운행종료)를 대신하는 침대열차로 개발한 “트와일라이트 익스프레스 미즈카제”를 첫공개했습니다. “주유(周遊)형” 침대 열차로서 오사카・교토 지방을 기점으로 서쪽 지방(山陰(상인 ; 동해 측), 山陽(상요 ; 세토나이카이 측))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운행된답니다. 운행 중 수시로 정차해서 승객들은 열차를 내려서 관광을 즐길 수 있다네요. 고급호텔을 방불케 하는 설비와 서비스, 그리고 레스토랑도 큰 화제가 되었죠. 올해 6월부터 운행을 했는데 인기도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참고로 2017년 12월 시점에 2018년 7월~9월 분 추첨(!)예약 신청을 접수하고 있답니다. 자세한 것은 공식 사이트(링크)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02-2.jpg


철도하고 관련해서 5월에는 호화침대 열차 “트랜스위트 시키시마(四季島)”가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저가항공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철도업계가 철도에 새로운 가치를 부가하려 애쓰고 있는 셈이라 풀이할 수도 있겠죠. 철도여행에는 비행기 안에서 맛볼 수 없는 여행의 정취가 있죠.



3월


기운 찬 아저씨의 활약


03.jpg

카사이 노리아키(좌) / 미우라 카즈요시(우)


3월은 아저씨 스포츠 선수들의 활약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먼저 스키점프의 카사이 노리아키(葛西紀明) 선수. 그는 1972년생 만 44세 9개월로, 노르딕 스키 월드컵 점프 종목으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시상대에 올라간 사상 최고령 선수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카사이 선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은 선수 수명연장과 월드컵 우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답했고, 평창올림픽에도 출장할 예정입니다. 실제로 출장하게 되면 만 45세가 됩니다. 일본 선수로서는 최다인 8번째 올림픽 출장이 된답니다. 독자 여러분도 카사이 선수를 비롯한 우리나라 “국가대표”에게 성원을 보내줬으면 고맙겠네요.

또 한 명의 대단한 아저씨는 축구 선수입니다. 독자 분들은 미우라 카즈요시(三浦知良)라는 이름을 들어봤나요? 축구에 관심이 없는 필자도 알고 있을 정도 일본에서는 잘 알려진 선수입니다. 10대의 젊은 나이에 브라질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도 이제 50세. 프로 선수를 계속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데 일본 프로 축구 2부 리그(J2) 경기에 출장해서 골을 넣었다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탑리그는 아니지만 50세 나이에 과혹한 경기에 출장해서 득점을 얻기 위해서는 프로선수로서의 자각과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니까요. 그의 별명이 “킹 카즈(King Kazu)”인 것도 이유가 있나 보죠.



4월


야마토운수, 27년 만에 요금 인상


04.jpg


일본여행을 할 때 어디든지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택배트럭입니다. 특히 야마토운수(“쿠로네코 야마토”로 유명하죠)는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일본 대표 택배업자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야마토운수가 4월에 택배비 인상을 발표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10월 초부터 인상요금 적용). 인상폭은 택배 박스 사이즈에 따라 140엔에서 180엔 수준인데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 이유였죠. 어디까지나 회사측 공식 발표이긴 한데 “임금 인상과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겁니다.


요금인상 요인은 여러 개가 있답니다. 하나는 사가와급편이 넷쇼핑업체인 아마존의 배달사업에서 손을 뗀 바람에 야마토운수가 처리할 짐의 량이 급증한 것. 또 하나가 아마존 프라임서비스 출시에 따른 배달 서비스의 확충입니다. 일정한 회비를 내고 프라임서비스에 가입하면 “당일배달”이나 “날짜・시간 지정 배달”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은 배달 업무를 맡은 야마토운수 배달기사님한테는 부담 증가에 틀림없죠. 배달 요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 작업 환경의 개선 등 능률화가 꼭 필요했던 거죠. 야마토운수는 임금이나 노동환경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판이 있어 일단 회사측이 해명한 요금 인상 이유를 믿어볼까 싶습니다. 다만 그렇지 않아도 일본의 택배 서비스는 지나치게 “친(親)소비자적”이라고 생각해 왔던 필자로서는 애초 아마존의 과도한 “고객 맞춤형” 배달 서비스 방침부터가 문제 아닌가 생각하기도 하는데 말입니다.



5월


헤이세이 시대(1989년~)에 태어난 첫 오제키(大関)

05.jpg

타카야스


일본 전통 격투기인 스모(相撲). 지금 스모계는 요코즈나(横綱 ; 리키시(力士), 즉 스모 선수의 최고위. 유일하게 성적과 상관없이 지위 박탈/격하가 없음) 하루마후지(日馬富士)의 폭력사건과 그 사후처리를 둘러싸고 떠들썩한데 밝은 뉴스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올 5월 타카야스(高安) 제키(関 ; 리키시를 부를 때에 붙이는 경칭)가 헤이세이(平成) 시대에 태어난 일본인 리키시로서 처음 오제키(大関)로 승진한 것입니다. 사실 지금 일본 스모계는 몽골 출신 리키시가 이끌어가는 상황이고 일본인 리키리의 활약을 기대하는 심정도 있지만 이제 국적을 문제삼을 시대도 아니죠. 오히려 헤이세이 시대의 오제키가 탄생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합니다. 오제키는 요코즈나에 버금가는 직위(?)이며, 이른바 상야쿠(三役 ; 오제키(大関), 세키와케(関脇), 코무수비(小結)를 가리키며, 반즈케(番付 ; 스모 리키시의 직위표) 상 특별한 취급을 받음)의 필두격입니다(다만 오제키를 특별한 지위로 여겨 상야쿠에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도 있음). 말하자면 스모계 주역의 일단을 맡게 되었는데 일본 사회는 아직까지 쇼와(昭和)시대 출생자가 사회의 중심적 위치에 있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런 일본사회에 있어서 헤이세이 시대에 출생한 리키시의 오제키 승진은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를 느끼게 한 일이었습니다. 스모계 입문 당시엔 자주 도망치곤 하던 리키시가 오제키로 승진했다는 것도 인간의 가능성을 믿게 해주는 흥미로운 삽화죠.



6월


텐노 퇴위특례법 제정


06-1.jpg


현직 텐노(천황(天皇)의 일본식 호칭)는 1933년 12월 23일 생, 만 83세입니다. 일반인이면 이미 은퇴하고 유유자적하게 사는 나이죠. 그런데 텐노만큼은 자신의 은퇴시기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법률상 살아 있는 한 그 직무를 집행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텐노 본인의 은퇴하고 싶어하는 의향을 받아 올 6월에 국회가 퇴위를 인정하는 특별법을 제정했습니다.


06-2.jpg

참의원 회의에서 전원 찬성했다


그 결과 2019년 4월 30일 부로 현직 텐노가 퇴위하고 익일에 현재 황태자가 텐노로 즉위하게 되며, 동시에 새로운 연호를 정합니다. “연호(年号)” 내지 “원호(元号)”라함은 일반적으로는 권력자가 특정한 시대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가리키는데(예를 들어 조선의 “홍무(洪武)”부터 시작해서 “융희(隆熙)”까지 이어지는 시대 호칭이 연호라 할 수 있음) 일본에서는 근대에 접어들면서 메이지(明治)로 연호를 정하고 나서는 텐노(천황)의 재직기간 내내 같은 연호를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2017년이 헤이세이29년이니까 헤이세이는 31년이 마지막이 될 셈이죠. 개인적으로는 연호를 즐겨쓰는 편이 아니지만 연호가 바뀌는 것 자체는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것 같아 역시 주목해 버렸네요. 



7월


인스타바에(インスタ映え)


07.jpg


내가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에 간단한 설명을 붙여서 인터넷 상에 공개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스타그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아니, 있답니다). 필자는 쓰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일본에서도 꽤 많은 이들이 이용하고 있답니다. 화제가 된 말로 "인스타바에(インスタ映え)"가 있습니다. "인스타"는 "인스타그램"의 준말, "바에(映え)"는 일본어 동사인 "하에루(映える)"의 명사형입니다. "하에루"가 "빛난다"는 뜻이니 "바에"는 "빛나기" 정도의 의미가 될 겁니다. 그래서 "인스타바에"를 통째로 한국어로 옮기면 "인스타 빛나기" 정도가 되겠고, 명사이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할 때에는 "하다"에 상응하는 동사 "스루(する)"를 붙여 "인스타바에 스루(インスタ映えする)"가 되죠. 그리고 이제 "인스타바에"는 인스타그램으로 사진을 올릴 것을 전제하지 않고 그냥 "사진으로 찍어 잘 빛날"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네요. 여태 "야~, 여기서 보는 야경은 사진으로 찍으면 되게 아름답겠다"고 했었다면 이제 "야~, 여기 야경은 '인스타바에'하겠네"로 이야기하는 친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말이죠. 아직까지는 유행어 취급받는 말인데 앞으로 과연 일반어휘로 받아들여질지, 그 전파력이 주목되는 바이죠.



8월


국민연금 수급자격 부여 기간이 25년에서 10년으로


08.jpg


국민연금은 쉽게 말해서 회사의 후생연금이나 공무원연금에 가입할 수 없는, 주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분들이 가입하는 연금입니다. 그러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분들 중에는 반다시 형편이 좋지 않은 분도 있고 게다가 정부의 연금 운영에 대한 깊은 불신감 때문에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한때 80% 정도였던 가입률(국민연금을 내는 사람의 비율)이 지금 약 60%까지 떨어진 상황이랍니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줄어들면서 이른바 "무연금문제", 즉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계속 지적되어 왔었죠. 정부로서도 기초생활비 예산은 골치 아픈 대목입니다. 어떻게 해서 연금가입자를 늘려야 되는데 그 방법 중 하나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가입기간(연금을 납부한 기간)의 단축입니다. 8월 초부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가입기간이 종전 25년에서 10년으로 단축된 겁니다. 예를 들어 23년간 꼬박꼬박 부금을 납부해 온 사람이 형편이 어려워지자 부금을 내지 못하게 되었을 경우(납부기간 23년) 연금을 받을 수 없었으나 수급자격 기간이 10년으로 단축됨에 따라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한 번도 국민연금 부금을 납부한 적이 없는 50대 초반의 사람이 있다고 치면, 종전 제도 하에서는 연금수급 연령(65세)까지 부금을 내봤자 납부기간이 짧아서 연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연금 가입을 포기한 사람도 꽤 많답니다. 이번 제도 개정으로 이런 사람도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길이 열려진 셈입니다. 20년 후에는 제2차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 연령을 맞이하게 됩니다. 노후대비를 못하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다고 하죠. 일본 정부(국민)가 복지국가 이념에 등을 돌려 신자유주의로 매진한 실수를 어떻게 메워줄지 궁금하네요.



9월


장수만화 "하구레구모(浮浪雲)"가 연재 종료


09.jpg


자타가 인정하는 만화왕국인 일본에는 이른바 "장수만화"도 많습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다룬 만화가 아니라 만화 작품의 연재기간이 길다는 뜻인데요. 만화는 잡지에 연재되다 단행본이 되는 것이 일반인데 2017년 12월 기준 단행본이 100권 째 이상 간행된 만화작품이 무려 12개(특별판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지죠). 전인미답의 200권을 기록한 "코치라 카츠시카쿠 카메아리 고엔 마에 하슈츠쇼(こちら葛飾区亀有公園前派出所 ; 약칭 "코치카메")"는 필자도 즐겨 보던 만화입니다(연재기간 1976~2016). 그 외에도 받은 의뢰는 절대 완수하는 암살자를 그린(읽다가 국제정세를 배워 버린다는 부작용(?)이 있는) "고르고13(써틴)"은 187권(연재기간 1968~현재). "미나미노 테이오오(ミナミの帝王)"가 145권(연재기간 1992~현재), "쿠킹그 파파(クッキングパパ)"가 143권(연재기간 1985~현재), "하지메노 잇뽀(はじめの一歩)"가 119권(연재기간 1989~현재) 등 단행본이 100권을 넘는 만화도 적지 않은데 조오지 아키야마(ジョージ秋山) 작가에 의한 "하구레구모(浮浪雲)"도 단행본 111권을 발간, "비그코미크 오리지나르(ビッグコミック・オリジナル)"지에서 1973년부터 연재되던 장수만화였습니다. 그 "하구레구모"가 올 9월에 같은 만화잡지에 실린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무려 44년에 이른 연재를 마쳤답니다. 이 만화는 에도(江戸)시대를 무대로 한 시대극. 여인숙이 모여 있는 동네에서 도매가게를 영위하고 아내와 아들, 딸을 하나씩 둔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에도시대의 서민생활을 웃기고 진지하게 그린 작품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은 한 번 봐 보면 어떨까 싶네요.



10월


카즈오 이시구로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10.jpg


영국에서 영어로 소설을 쓰고 있는 소설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던데 작가 이름이 일본 이름인 것 같아 필자도 "응?" 해서 뉴스를 봤습니다. 나라별 수상자 수를 셀 때에는 출생지도 감안된다며 카즈오 이시구로 작가는 영국의 수상자인 동시에 일본의 수상자이기도 하답니다. 출생지가 무슨 상관이야? 싶기도 한데 필자가 개인적으로 일본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럴지 모르겠습니다(수상이 유력시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도 필자의 일본어 능력이나 감성을 가지고서는 도저히 이해가...). 필자는 약간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인지, 카즈오 이시구로 작가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해야 사람들이 서점에 몰려가는 모습을 보고 흥 깨진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화제를 부른 작품을 하나의 오락이나 이야기 거리로 읽어보는 것도 반드시 나쁘지 않겠다 싶더라고요. 계기가 어쨌건 소설을 접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 사람의 인생은 그만큼 풍요로워졌다는 셈이기도 하니까 말이죠. 다만 예술작품에 대해 순서를 매기거나 상을 주는 것은 좀 그렇네요. 



11월


일본 첫 최고시속 100km/h를 넘는 고속도로 구간 시행


11.jpg


일본 고속도로의 최고속도는 도로의 구조나 주행차량의 종류에 따라 80km/h 혹은 100km/h가 일반적인데 올 11월부터 신토메이고속도로(新東名高速道路 ; 2012년에 새로 개통된 도쿄-나고야 간 고속도로) 신시즈오카(新静岡)IC-모리카케가와(森掛川)IC 구간에서 시험적으로 최고속도를 110km/h까지 높였습니다. 일본에 처음 고속도로가 개통된 것은 1963년. 그 이래 처음으로 제한속도가 100km/h를 넘은 셈이 되죠. 단 대형트럭이나 트레일러 등 무게가 아주 큰 차량은 종전 최고속도인 80km/h가 적용된답니다. 제한속도 차이가 큰 차량들이 함께 달리므로 사고 발생을 우려하는 소리도 나고 있답니다. 경찰청이 사고 방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던데 어떻게 될지 궁금한 바이죠. 일본은 400cc 이상 배기량의 오토바이도 고속도로를 주행할 수 있어 그 면에서도 걱정이 되네요. 솔직히 고속도로에서 속도제한을 지키고 주행하면 앞지르는 차가 많아 약간 무서울 정도입니다. 최고속도를 10km/h 올렸다해서 고속도로 풍경이 그리 크게 바뀌지는 않겠죠. 실질적 걱정거리는 "제한속도가 인상되었다"가 방심으로 이어져 더 심하게 속도를 내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죠. 일본의 전통적 교통표어에 "狭い日本、そんなに急いでどこへ行く"라는 것이 있습니다. "좁은 일본, 그렇게 서둘러 어디 가냐"라는 뜻입니다. 



12월


난바 그랜드 카게츠(なんばグランド花月)가 신장 재오픈


12-1.jpg


일본의 오와라이(お笑い ; 코미디, 희극 등 관객을 웃게 해주는 일) 업계를 선도하는 거두 중 거두가 오사카에 본거지를 둔 요시모토 코교(吉本興行)입니다. 일본에서 "요시모토"하면 사람들이 이 요시모토 쿄교를 떠올릴 정도 잘 알려지는 회사인데 오사카・반나센니치마에에 가장 중심적인 극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름해서 "난바 그랜드 카게츠(なんばグランド花月)"이죠. 필자도 가끔 공연을 보러가는 "웃음의 전당"인데 올 9월부터 내부개장(改装) 공사에 들어갔다 올 12월 21일 예정대로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12-2.jpg


요시모토가 제공하는 공연은 만자이(漫才 ; 2인조로 웃기는 이야기를 하는 만담의 한 형식), 라쿠고(落語 ; 일본 전통 예능. 라쿠고카(落語家) 혼자 나와 이야기함), 만담은 물론 콩트, 희극 등등 엄청 다양한데 기본이자 핵심은 "본공연(本公演)"입니다. 전반에 연예(演芸 ; 만자이나 라쿠고 등)를 보고 후반에 요시모토 명물이기도 한 신희극(新喜劇)을 보는 형식. 수많은 요시모토 게이닌(芸人 ; 개그맨) 중에서도 일선급으로 인정받은 게이닌만 등장하는 무대입니다. 요시모토가 보유하는 극장은 전국에 14군데가 있는데 본공연을 볼 수 있는 극장은 단 3곳 밖에 없고(난바 그랜드 카게츠가 공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난바하고 기온의 2곳), 그 중에서도 난바 그랜드 카게츠는 출연진의 격이 뛰어난 요시모토 오브 요시모토라 할 수 있겠죠. 관람료가 4,700엔(약 47,000원)으로 결코 싸지는 않은데 관람하고 나서는 비싸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아요. 극장 안에서 음식도 가능하고 캔맥주를 마시며 2시간 반 동안 계속 웃고 웃습니다. 평소 쌓인 스트레스도 싹 사라지고요. 거기서는 표준어가 오사카벤(大阪弁 ; 오사카말)이기 때문에 도쿄말 위주로 일본어를 배운 분한테는 좀 어려울 수 있으나 주로 도쿄말을 접하고 있는 필자의 한국친구도 본공연(그때는 교토 소재 기온카게츠에서 봤는데)을 보고 '완전히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는 소감. 공연을 안 봐도 로비(입장권 필요없음) 매점에서 요시모토 풍미 가득 찬 여러 상품을 팔고 있고 간식집도 있으니 관광삼아 찾아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정말 시간 가는 속도가 빠릅니다. 올 1년을 되돌아보면 독자 여러분도 가슴이 반성과 희망으로 가득 찰 겁니다. 서투른 글을 읽어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다가오는 무술년을 기운차게 지내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번에 보는 딴지 2017 결산 기사





누레 히요코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