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2월 16일 세계를 통틀어도 그 엽기성이라면 으뜸 자리를 놓치지 않을 무서운 사교 집단, 백백교가 만일하에 드러났다. 교주는 전용해. 본디 이 종교의 창시자는 전용해의 아버지 전정운이었다. 동학 혁명군의 지도자 전봉준의 먼 친척이었던 그는 세상이 곧 멸망하고 백백교인만 구원받는다고 외치며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첩이 60명이나 되는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1919년 죽었다. 그와 그의 부하들이 여자들 몇 명을 생매장한 사건이 뒤늦게 발각되면서 검거령이 내려지고 백백교 역시 소탕됐다. 경성 한복판에 그 잔당들이 번성하고 있었고 몇 명인지 모를 사람들을 죽이고 암매장하는 등 온갖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 왔음이 밝혀진 것이다.
교주 전용해는 사람 목숨을 파리보다도 더 가볍게 여기는 악마였다. 예배 도중 누군가를 지목하면 그 사람은 쓰러져 죽었다. 물론 이미 그 전에 죽인 뒤 시신만 앉혀 놓은 경우였다. 자신의 능력을 보이고 배신을 방지하려는 의도였다.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거나 재산을 다 바치지 않거나 동요의 움직임을 보이는 신도들은 모조리 죽였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따르면 여인들을 앞에 세워 두고 ‘빤스를 내리라’고 하여 따르지 않으면 자기 신도 아니라 하여 몹쓸 짓을 하였다고도 한다.
한 신도가 수상한 거조를 보여 조사해 보니 백백교 고발장이 나온 일이 있었다. 전용해는 그의 12촌까지 다 죽이라고 명령했고 그의 살인기계인 '벽력사'들은 그 업무를 수행했다. 여신도들은 그의 성적 노리개였고 거기서 태어난 자신의 핏줄들도 다 죽였다. 후일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벽력사'들의 범죄는 이렇다. 170명을 죽인 김서진, 167명을 죽인 이경득,127명을 죽인 문봉조. 그들은 때려죽인 시체를 거적에 말아 자전거 뒤에 싣고 한강으로 가서 던져 버릴만큼 이미 살인에 둔감해져 있었다.
일제도 망하고 세상도 끝장난다는(일제가 망한다는 교리 때문에 신도들은 '보안법'의 적용을 받는다) 말세론으로 얼키설키 짜 맞춘 교리, '백백백의의의적적' 주문만 외우면 무병장수하고, 팔도 53곳에 정해 놓은 백도교의 본소에 가서 살다가 물 심판의 날이 오면 금강산에 있는 피수궁으로 옮겨가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대원님이 하강하셔서 새 세상이 열린다는 새파란 거짓말에 수천 명이 속았고 그 중에 수백 명이 죽어 없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하기사 개명하고 발전했다는 21세기에도 제 자식들에게 마귀가 들렸다는 이유로 구타 끝에 굶겨 죽인 자가 등장하니 그 당시에야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한두 명도 아닌 수백 명이 신도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던 작은 사회에서 명분도, 이유도 빈약한 살육이 이뤄졌음에도 그것이 몇 년 동안이나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 사건은 로이터 통신이 선정한 그 해의 10대 뉴스를 장식했다고 한다.
재판정에서까지 백백백의의의적적적을 읊는 치들도 있었고 그때까지도 그들의 교주에 대해 존대를 잃지 않는 이들도 많았으나 그들 또한 자신이 왜 그렇게까지 교주에 절대적으로 순종했는지 의아해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결국 회의 없는 믿음이었다. 전용해는 말세론과 실질적인 죽음의 공포를 통해 그들의 회의를 없앴고 회의를 잃은 이들은 믿음의 길로 일로매진했다. 그 믿음 앞에서 상식과 합리는 물론 인간성마저도 녹아 없어졌던 것이다.
이 끔찍한 사건은 당시의 언론이 총동원돼 보도했고 온 경성과 조선이 백백교로 떠들썩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에 따르면 전국의 전(全)씨들이 애꿎게 욕을 먹는 가운데 어떤 점쟁이가 “전씨 가문에 두 번의 저주 있으리니 50년 안에 제 나라 백성을 사냥하고 학살하는 망나니 왕이 나고, 또 그 몇 년 뒤에는 전용해만큼이나 미친 야소쟁이 하나가 나리라” 예언했다고 한다. 재판정에서조차 미쳐 돌아가는 백백교 일당과 신도들을 보며 한 선비가 붓을 들어 지은 한시가 일제 총독부 기록에 남아 있다. 작자는 여전히 미상이다. 사진은 계속 잘못 들어간다.
全狂暈相懍色起 전광훈상늠색기
완전히 미쳐버린 무리들 사이 겁난 기색 일어나고
皆騷里歌誅特棄 개소리가주특기
두루 소란한 마을에선 희생자 죽여 버리라 노래하네
刈首裂裸猥置埋 예수열나외치매
목을 치고 발가벗겨 찢은 몸 함부로 팽개쳐 묻으니
士歎宜毒蛇色祁 사탄의독사색기
선비가 탄식하되 마땅히 독사의 기운이 더욱 승하리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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