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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현장의 필수 아이템, 중장비 

 

공사 현장엔 사람 힘으로 들 수 없는 자재가 많다. 아니,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 물론, 낱개로는 들 수 있다. 하지만 사람 힘으로 하나씩 하나씩 옮겨가며 공사를 진행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안 될 얘기다. 특히나 아파트 현장처럼 큰 현장에선 더더욱.

 

거푸집 짤 때 쓰는 유로폼(일정한 규격의 코팅 합판에 철을 격자무늬로 붙여 만든 거푸집 패널)을 예로 들어보자. 현장에서는 6012(가로 600mm, 세로 1,200mm 사이즈, 600폼이라고도 한다)를 가장 많이 쓰는데, 이것만 해도 한 장에 19kg이다. 6012는 통상 3장씩 15줄, 총 45장을 쌓아 한 묶음으로 만든다. 계산해보면 한 묶음에 무려 855kg이다. 해서, 큰 공사 현장에선 중장비가 필수다.  

 

그럼 어떤 중장비를 쓰느냐. 크게 두 가지다. 타워 크레인과 지게차. 이번 편 주제가 지게차이니만큼 타워 크레인에 관한 얘긴 패스하련다. 

 

그럼 이쯤에서 드는 의문 하나! 자재 이동은 왜 필요한가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자재를 반입하는 화물차가 작업장 바로 앞에까지 와서 자재를 내려놓으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후후, 모르는 소리다. 현장엔 소모성 자재와 재활용 자재가 있다. 철근과 유로폼을 예로 들어보자. 따지자면 철근은 건물의 뼈대고, 유로폼은 건물의 살이 아니라 옷이다. 철근은 그대로 콘크리트에 묻혀 건물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이니까 소모성 자재다. 그러니까, 철근은 화물차가 작업장 바로 앞에까지 와서 내려놓는 게 가능하긴 하다. 상황만 맞으면.  

 

그에 반해 유로폼 역할은 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 모양을 잡아주는 거다. 콘크리트가 굳은 이후에는 해체해서 다시 쓴다. 재활용 자재인 거다. 해서, 유로폼 같은 재활용 자재는 애초에 임대 형태로 현장에 반입해 이리저리 옮겨가며 쓰고, 공사가 끝나면 다시 잘 정리해 반출한다. 말하자면 이런 재활용 자재를 이리저리 옮길 때 필요한 게 바로! 지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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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재활용 자재를 정리하고 관리하는 것 또한 직영팀 역할이다(정확하게는 직영 반장). 이런 식이다. 103동으로 작업장을 옮긴 목수 오야지가 직영 반장에게 전화한다.

 

“반장님, 600폼 세 묶음이랑 450폼 두 묶음, 삿보도(천장 지지할 때 쓰는 쇠파이프. 영어 Support에서 파생) 한 묶음만 보내줘요. 103동으로.”

 

현장을 훤하게 꿰뚫고 있는 직영 반장은 102동에서 쓰고 남은 600폼 한 묶음이랑 101동 옆에 정리해놓은 600폼 두 묶음이 떠오른다. 지게차 기사한테 전화한다.

 

“기사님, 102동에 600폼 한 묶음 있고, 101동 옆에 두 묶음 있거든. 그렇게 세 묶음만 103동 최 반장 팀으로 갖다 줘야 하니까 우선 102동 앞으로 와보셔.”

 

전화를 끝낸 직영 반장이 이번에는 정리팀 반장에게 전화한다.

 

“그~ 해체팀에서 101동 삿보도 털었을 거여. 그거 좀 먼저 정리해서 101동 지게차 들어오는 데 있지. 그쪽에다가 떠갈 수 있게 해놔요.”

 

그러고는 다시 지게차 기사한테 전화한다.

 

“어, 정리팀에서 101동 삿보도도 정리해 놓는다니까, 101동으로 올 때 아예 삿보도도 한 묶음 떠가자고.”

 

 

지게차 기사 꼴리는 대로 정해지는 임대료 

 

노가다판 지게차는 개인택시와 같은 개념이다. 개인택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독점 영업이라는 점이다. 어느 개인이, 자신의 지게차를 가지고 현장에 들어와 공사가 끝날 때까지 모든 자재 운반을 도맡아 한다. 원청, A 하청과 B 하청, 그 밖에 자잘한 하청업체 일까지 말이다. 

 

지게차 기사가 원청과 어떤 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현장을 따내는지는 모르겠다. 뜬소문으로는, 적어도 원청 소장과 사돈의 팔촌, 아니면 원청 임원과 사돈의 팔촌쯤은 되어야 현장을 따낼 수 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내가 직영으로 일할 때, 지게차 기사에게 끈질기게 물었으나,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알아서 뭐하게? 안 알려줘. 현장 하나 따내기 위해 지게차 기사들끼리 피 튀기게 경쟁한다는 것만 알아둬.”

 

지금부터, 내가 직영으로 일했던 현장의 지게차 기사를 최 기사라 칭하겠다. 최 기사 지게차는 13톤짜리였다. 정식 명칭은 ‘페이로더’라는 특수장비차량이다. 공장에서 과일 상자 옮기는 귀여운 지게차 상상하면 안 된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엄청나게 크다. 엄~~~~~~~~~~~~청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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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이렇게 컸다.

 

최 기사 말로는 최대 하중이 6톤이라는데, 말하자면 앞서 설명한 600폼 일곱 묶음을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힘이다. 이렇게 설명해봐야 실감 안 날 테니까, 쉽게 말해 강호동(100kg쯤 나간다 치고) 60명을 한꺼번에 태울 수 있는 거다. 그 얘기인즉, 현장의 어떤 자재든 거뜬히 옮길 수 있단 얘기다. 더욱이 바퀴 힘도 좋다. 비가 와서 질척거리는 땅이든, 가파른 경사든, 어디든 왔다 갔다 했다. 한 마디로 불가능한 미션이 없다.

 

중요한 게 돈인데, 공식적인 지게차 임대료는 시간당 9만 원이었다. 그럼 비공식은 뭐냐. 두 건 당 9만 원.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때에 따라 지게차를 한두 번만 부리고 마는 상황도 있다. 30분만 부렸으니, 4만 5,000원만 내겠다? 안 될 소리다. 5분이든 10분이든 우선 지게차 시동 걸었으면 9만 원부터 시작하는 거다. 근데 지게차 기사도 양심이 있으니 오전에 1건, 오후에 1건 했으면 묶어서 1시간으로 계산해주는 식이다. 이건 또 뭔 말이냐 하면, 한마디로 지게차 기사 꼴리는 대로 임대료가 정해진다는 얘기다(이 부분은 지게차 기사마다, 현장마다,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이것 때문에 늘 싸움이 났다. 퇴근 무렵, 직영 반장은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한다.

 

“중간중간 깔짝깔짝 부리는 식으로 오전에 한 서너 번, 오후에 너덧 번, 총 일곱 번에서 아홉 번 정도 부렸으니 이런 거 저런 거 생각하면 넉넉히 잡고 4시간짜리 영수증 올라오겠구나.”

 

웬걸. 6시간짜리 영수증이 떡 하니 올라온다. 황당한 직영 반장은 영수증을 움켜쥐고 지게차 기사한테 간다.

 

“어이, 최 기사. 아니, X발 장난하나. 오늘 자재 몇 번 떴어? 오전에 한 서너 번, 오후에 너덧 번밖에 더 떴어? 어떻게 6시간짜리 영수증을 올려?”

 

“뭐 X발? 그래 X발. 따져봅시다. 오전에 나눠 가지고 두 번씩 세 타임 떴슈. 오후에도 한 세 타임 떴고. 거기다가 목수 오야지가 따로 전화 와서 한 번 더 떠주고, 중간에 쓰레기 마대도 떠다가 버려줬잖아요. 그럼 X발, 6시간이면 딱 떨어지는고만.”

 

이런 식으로, 직영 반장과 최 기사의 싸움은 하루가 멀다고 이어졌다. 직영 반장 입장에서 더럽고 치사해도 최 기사 아니면 방법이 없으니 부리긴 부리는데, 가끔 해도 너무하다 싶었던 거다. 여느 때처럼 최 기사랑 한바탕하고 씩씩거리며 들어오는 직영 반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반장님, 아이고. 어차피 회삿돈이잖아요. 한 시간 더 쳐준다고 반장님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도 아닌데 좀 가라앉히세요.(웃음)”

 

“저기, 송군 말이여~ 노가다판에서는 호구 잡히면 끝이여. 아닌 말로, 최 기사가 다른 데 가서, A 현장에 있을 때 호구 직영 반장 만나서 30분 일해주고 두세 시간씩 받았다고 떠들고 다녀봐. 와전돼가지고 나중에는 내가 지게차 기사랑 짝짜꿍해서 뒷돈 챙겼다는 소리 듣는다니까. 나는 어떻게든 한 시간이라도 깎을라고 맨날 드잡이하는데, 나중에 그걸 누가 알아주냐고. 안 그려? 그래서 일부러 더 싸우는 거여. 아휴 X발, 빨리 지게차 기사를 구하든가 해야지. 송군, 이참에 지게차 자격증 안 따볼텨? 지게차 별 거 읎어~”

 

그랬다. 우리 하청에는 작고 귀여운 3톤짜리 지게차가 한 대 있었다. 지게차 기사를 못 구해, 멀쩡한 지게차를 놀리는 참이었다. 마침내, 그 작고 귀여운 3톤짜리 지게차가 대반전을 이뤄냈으니…….

 

지게차 이야기, 다음 편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