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펜더 추천16 비추천0

 

 

1.

 

maxresdefault.jpg

출처 - <MBC>

 

 

잊을 만하면,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럴 때마다 우리나라 전투기들이 비상 출격을 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이다. 날아가서 중국 항공기를 격추했다는 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는다(이번 러시아 군용기의 경우 방공식별구역을 넘어 독도 영공까지 들어왔고, 그래서 우리가 대응사격을 했어).

 

“우리나라 영공이 침범당했는데, 공군은 뭐 하고 있는 건가?”

 

라며, 호통치는 어르신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이 방공식별구역에 관해 설명드렸다가 쌍욕만 먹었다. 

 

일단 이 방공식별구역(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이란 게 뭔지 알아보자. 

 

 

2. 

 

downloadItemFile.jpg

출처 - <동북아역사넷>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가 ‘영공=방공식별구역’이란 등식인데, 절대 아니다. 영공은 해당 주권국가의 영해와 영토 위에 있는 ‘대기’를 의미한다. 

 

영토는 딱 구분이 가지? 우리의 주권이 미치는 ‘땅’이니까 그럼 영해는? 보통 해안선으로부터 12해리까지니까 이 영해의 위가 영공이라 볼 수 있지. 땅 같이 딱 선이 그어져 있으면 분쟁이 없겠지만, 영해와 영공은 애매해. 실제로 계측 장비로 면밀히 살피지 않으면, 

 

“쟤들이 넘어 온 건가?”

 

확인하기도 힘들지. 중요한 건 영해와 영공 밖은 국제법상 통항 및 비행의 자유가 인정 돼. 중국이 남중국해의 암초에 시멘트를 쏟아부어서 섬을 만들고, 거기에 병력 파견하고 지대공 미사일 올리는 이유가 여기 있어. 인공섬을 영토로 만들고, 남중국해를 통째로 먹겠다는 거지, 이걸 막겠다고 미국은, <항행의 자유 작전>이랍시고, 군함을 밀어 넣는 짓을 계속하고 있어.

 

“응, 여긴 공해(公海)야. 네들 섬 아냐.”

 

라는 걸 공식화하려는 거지. 미국이 군함 밀어 넣을 때마다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이거야.

 

 

3.

 

“영공이 있는데 이걸 왜 만든 거야?"

 

간단하다.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게 됐고, 항공기의 속도가 무지막지하게 빨라졌기 때문이야. 

 

“눈 한 번 깜박이면, 바로 영공 넘어오네? 저것들 저거 어떻게 하지?”

 

“딱히 영공 침범하는 것도 아닌데...”

 

“그럼? 영공 넘어와서 우리 본토 폭격할 때까지 멀뚱멀뚱 쳐다보라고?”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참 불붙던(아직, 미국까지는 불똥이 튀기 직전인) 1940년 미국은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이란 걸 지정해서 선포했어. 그러다가 1941년 진주만 폭격당한 뒤에는 이게 상식이 돼 버렸지.

 

“봐봐! 이것들 영공 넘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간 완전 쑥대밭 돼! 영공 넘어오기 전에 경고해야 해!”

 

까놓고 말해서 이건 국제법 위반이라 볼 수도 있어(방공식별구역 선포는 국제법에 있는 ‘자위권’을 근거로 들지만...). 방공식별구역 자체가 공해의 자유를 제한하는 거니까 말이지. 

 

 

4.

 

1024px-JADIZ_and_CADIZ_and_KADIZ_in_East_China_Sea.jpg

 

 

우리나라 방공식별구역은 한국전쟁이 한참이던 1951년에 미태평양공군사령부가 선포했어. 그러다가 62년이 지난 2013년 12월에 마라도, 이어도, 홍도를 포함시킨 새로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해.

 

가만히 있는데, 우리가 혼자서 난리 친 게 아니라 ‘누가’ 건드려서지. 

 

이 당시 중국이 일본이랑 한참 센카쿠 열도 문제로 옥신각신하던 때였어. 이 때문에 중국이 동중국해의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했어. 

 

중국방공식별구역 안에 우리나라 이어도가(해양관측기지가 설치돼 있어. 수중 암초에 올린 건데, 정말 신의 한수야!)끼어 있어. 우리나라도 이어도가 포함된 새로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는데, 여기가 좀 문제야. 2013년 연말에 선포한 새로운 방공식별구역에는 한국, 일본,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돼 있다는 거지. 

 

(중첩된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중국기들이 슥슥 들어오지. 한중일 3국의 공군, 공자대 끼리 핫라인을 서로 연결해 놓고 ‘우발적 충돌’을 막도록 사전 조율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실제로 한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핫라인이 깔려 있어. 덕분에 서로 날아가서 미사일 날리고 하는 ‘심각한 상황’까지는 안 갈 거 같은데, 제는 중국 애들이 사드 배치 이후에 화가 났는지 슬슬 여기를 넘나들고 있다는 거야)

 

 

5.

 

원래 방공식별구역이란게 국제법상 딱히 그 권리를 보장해 주는 규정 같은 게 없어. 그런데도 다른 나라 방공식별구역 안에 들어가려면, 설정국에게 사전 통보를 하고 동의를 얻어야 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방공식별구역 안에 들어오려면, 24시간 전에 합참에 통보해야 하지. 아니면? 요격기 날아가는 거야. 

 

문제는 한-중-일이 요 7~8년 사이에 미묘하게 힘 싸움을 한다는 거야. 뉴스 보면 중국, 일본이 우리나라를 툭툭 건드린다는 느낌을 받게 돼. 

 

여기서 나름 의미 있는 게 한국 정부가 현명한 처신을 하고 있다는 거야. 

 

한국은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불거지는 걸 가급적 피하는 쪽으로 머리를 굴렸는데, 새로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때 비행 정보 구역(FIR : flight information region)과 일치시킨 거지. 

 

safe1_06d_01.jpg

 

비행정보구역... 또 새로운 용어지? 이건 간단해. 국제 민간 항공 기구(ICAO)가 항공 교통 관제를 위해 각 나라가 담당하는 공역을 나눈 거야.

 

“야, 여기서부터 저기까지는 너네 나라가 책임지고 담당해 알았지?”

 

“알았어.”

 

이렇게 된 건데, 이걸 설정하는 건 비행기들이 날아다닐 때 안전하게 다니라고 해당 국가에서 담당 지역의 정보를 제공해 주고, 혹시나 항공기가 추락하거나 하면 담당구역을 책임져야 하는 거야. 이 구역 안으로 외국 민간항공기가 들어오면, 한국이 책임지고 담당하는 거야.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는데, 결국 방공식별구역이란 건 주변국과의 상황이 괜찮으면 별문제 없지만, 주변국과 문제가 생긴다면 제일 먼저 충돌이 일어나는 지역이라 말할 수 있어. 

 

제일 좋은 건 역시 이웃 나라랑 친하게, 말썽 없이 지내는 거지만, 옆집에 사는 얘들 면면을 봐봐. 당최 좋아질 구석이 보이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