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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어느 조선족이 본 한국, 한국인

2000. 3.20.월요일
딴지 중국 연변특파원 최호

본 기자는 한국사람들이 흔히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재중교포3세다.(법대로 하면 56개소수민족의 일원인 연변조선족이다). 조선족들은 농사나 짓고 살면서 호시탐탐 한국가서 떼돈 벌 궁리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안된 일이지만, 본 특파원은 얼마 전 미국유학을 마치고 연변으로 돌아와 지금은 컴퓨터 관련일을 하고 있다.

 

본 특파원 첫번째 기사로 그간 중국내 한국인들의 알려지지 않은 추악한 행동과 범죄에 대해  디비 보도록 하겠다. 주변에 쌔고 넘치는 게 한국인 추태라 특별히 취재할 필요도 없었음을 밝혀둔다.

 
 

얼마 전 북경, 천진 등에서 <한국인 납치사건>이 잇달아 일어나자, 한국의 신문과 방송은 북경과 연변이 무서운 범죄소굴이며, 조선족은 무시무시한 조직폭력배인양 취급하며 중국여행을 자제하라는 보도를 내 보냈단다. 이게 왠 과부 빤스 찢어지는 소리냐? 언론들의 보도덕분에 졸지에 중국의 조선족들은 고국으로부터 조폭으로 낙인 찍혀버리게 된거다.

 

씨바.. 조선족이 조폭이라면 조폭 등을 쳐 먹는 한국인덜은 야쿠자 오야붕이란 말인가..

 

한국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곳에 있는 한국인들이 벌인 수많은 사기행각과 천박한 추태는 이 곳에선 수도 없이 듣고 보는 일상이다.  중국의 순진한 조선족들이 동포임을 내세우며 접근한 한국인들에게 사기당해 집 날리고 길거리에 내몰렸다는 얘긴 이젠 신물날 정도다. 물론 위에 언급한 납치사건이야 일부 조선족의 삐뚤어진 범죄지만, 한국인들이 이 곳에서 벌인 수많은 범죄, 그것도 동포에 대한 범죄에는 한국언론들이 왜 침묵하는 지 묻고 싶다.

 

그래서, 본 특파원이 이 기사를 쓰는 이유도 날라이 언론들의 선정적인 보도로 인해 상처받은 이 땅의 조선족들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보상받고 진실을 알리기 위함이다.

 

 한국인은 사기꾼이다.

 

88올림픽이 열리던 즈음, 발전된 조국을 TV로 보면서 뿌듯해 했고, 초기 이 곳을 방문한 잘 사는 한국인들을 보며 한 핏줄임이 자랑스럽기도 했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교류가 시작된 몇 년만에 조선족들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지금은 한국인들에게 사기당한적이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조선족들은 한국인은 사기꾼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이 곳에 첨 여행을 온 한국인들이 조선족들이 차갑게 군다동포라고 반갑게 대했는데 섭섭하다는 말들을 하는데, 그동안 워낙 한국인들이 이 곳에서 벌인 죄과가 많기에 조선족들은 기본적으로 한국인이라면 불신할 수 밖에 없는거다. 

 

한국 사기꾼덜의 사기방식은 참 여러가지다. 우리보다 잘 살고 발전한 나라에서 배워서 그런지 사기기술도 참 다종다양하고 교묘해서 사람을 놀래킨다. 그 종류와 방법을 다 얘기하면 배워서 써 먹을 넘 있을까바, 처음으로 우리 조선족한테 살인사기란 단어의 뜻을 가르쳐준 눈물나게 고마운 취업사기를 슬쩍 디벼보도록 하겠다.

 

취업사기란 말그대로 한국내에서 안정적인 취업자리를 알선해 주겠다고 접근하는 사기수법이다. 월급은 얼마니까 수속비같은 건 반년 정도만 일하면 다 갚고 몇 년이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사탕발림으로 5-6백만원을 수속비로 받고는 도망 가버리는 사기수법이다. 이곳의 한달 평균 월급이 4만원 밖에 안 되고, 5백만원이면 40평짜리 아파트 하나 살 정도니 졸라 천문학적인 거금을 사기당하는 거다.

 

생각해 바바라. 먹고 살기도 빠듯한 생활인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빚덩이을 어떻게 감당하나. 그러니 빚은 고사하고 이자갚기도 벅차 허덕일 수 밖에 없다. 한달 벌어 이자 갚으면 또 뭘 먹고 사나. 그러니 사기당한 조선족 중 가끔 자살하는 사람까지 생기는 형편이다.

 

이처럼 한국에서 온 사기꾼들은 지금까지 사기가 아닌 간접살인을 해 온거다. 물론 이 한국인들이 살인죄로 잡혀 사형 당하지는 않는다. 한국으로 도망가 버리면 모든게 끝나기 때문이다.

 

사기친 한국인들이야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거액을 사기당한 채 실의에 빠진 이들을 하릴없이 지켜보며 가슴 아파하는건 조선족 이웃의 몫이다.   얼마 전 <연변 텔레비죤 방송국>에  부탁해 한국인 사기사건에 관한 비됴테이프를 빌려봤다. 밤새 이 테이프를 보면서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 옷이 다 젖어 버리는 바람에 감기에 걸렸다.

 

아들 먼저 세상을 떠난 후, 며느리마저 취업사기를 당하고 절망하다 세상을 등진 얘기를 하면서 통곡을 하는 조선족 할머니와 아무 것도 모른 채 따라우는 2살짜리 손녀딸.

 

이들에게 한국은 어떠한 모습으로 남겨질까..
한국인들은 과연 이런 일을 상상이나 하고 있을까..

 

 한국인은 조선족을 무시한다.

 

현재 연길에는 2,000명정도의 한국인이 살고 있으며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요즘은 심심찮게 버스안에서도 서울 말씨를 쓰는 한국여학생들을 만닐 수 있다.

 

한국인들이 많아지자 연길엔 한국인만을 대상으로만 외국인학교라는게 생겼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한국애들을 위해 한글학교 등을 꾸려서 한글공부 시키는 건 봤다.

 

하지만 연변은 미국이 아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한글을 가르키는 학교에 보낼 수 있는 곳이 연길이다. 백번 이해해서 한국의 교육제도때문에 어쩔수 없이 한국인 대상 학교를 만들었다고 치자.

 

그런데 교회마저도 한국인 전용 교회를 만든 건 또 몬가. 한국인이 믿는 하나님과 조선족이 믿는 하나님은 다른 하나님인가?   

 

한 민족이면서도 결코 동화하지 않고 지들끼리 뭉쳐 다니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이러한 처사는 조선족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글고 이 곳에 오는 관광객들도 문제는 많다. 돈 많으면 유럽이나 미국으로 갈 일이지 겨우 중국에 와서는  왠 돈자랑은 글케 하는거냐?  아무나 붙잡고   월급 얼마냐고 묻고 그걸로 어떻게 먹고사냐고  조소하는 넘들도 있고.. 언제부터 한국이 그렇게 선진국이 됐는지 모르지만, 여기도 다 먹고 살만 하니까 제발 조선족들 자존심 좀 긁지 마라. 씨바..

 

한국비자 문제도 그렇다.

 

한국에서 미국비자 받기 힘들다는 건 딴지기사를 통해 알고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한국비자 받는건 더더욱 힘들다. 한국인들도 미국비자 받을때 무시 당한다고 하니까 어느정도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하지만 이 무시라는것도 그 레벨이 있는것이다. 외국인들한테 당하는 무시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조상들의 뼈가 묻힌 곳에서 살고 있는 동포들에게, 그 것도 자식같은 사람들한테 당하는 무시는 도저히 같을수가 없는것이다.

 

평생소원이던 고국방문을, 죽기 전에 꼭 한 번 해 보려는 이들에게 조국 대사관이 주는 건 따뜻한 환영이 아니라 꼿꼿한 자세와 싸늘하고 차가운 눈쌀이다. 대사관 업무가 과중하고 어렵다고 하지만, 한국에 가려는 조선족들을 같은 동포가 아닌, 불법체류 위험자로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미국의 그 것보다 나을 게 없는거다.

 

더구나 친지방문은 50세 이상만 가능하니, 젊은 조선족은 친척들이 보고 싶어도 아예 잊고 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본인은 한국행을 아예 포기하고 산다. 사랑하는 형님, 누나들이 살고 있는 곳이지만 형님, 누나들보고 중국에 놀러 오라고 할 뿐 한국으로 가진 않는다. 더러워서..

 

 한국인들에게 너무 큰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조선족들은 한국인과 한국이라는 나라한테 너무나도 큰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한국인들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진 않을거다.

 

한국에 일본으로부터 전쟁피해보상을 요구하는것처럼 우리도 한국에 사기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일본이란 말만 나오면 쪽빠리쉐이라고 욕하는 것처럼 조선족들도 그렇게 한다.  

 

그러면서 맨날 우리의 소원은 통일.. 어쩌고 하는거 보면 구역질난다. 10만 한국체류 조선족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하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2천만 북한동포는 어떻게 대할 지는 뻔하다. 우리보다도 훨씬 못 사는 북한주민들 무시하는 거야 일도 아니겠지. 

 

불법체류문제도 그렇다. 방글라데시니, 스리랑카니 이런 중국보다도 못한 나라의 인력을 떼로 들여다 쓸 꺼면 그 인력을 조선족으로 충당하겠다. 말 통하는 조선족이 스리랑카니 방글라데시니 이런데서 온 사람들보다 머가 못 하단 말인가..

 

진부한 얘기지만,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십시일반하는 게 한민족의 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의 뼈가 묻힌 곳이며,  핏줄나눈 동포들이 사는 조국이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부자가 되려는 회망을 안고 갔던 사람들이 같은 민족한테 인간취급도 못 받으며 가슴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금 못 살고 어렵다고, 차별하고 냉대하는 한국인들을 보며 진정 그들이 우리를 같은 민족으로 생각하는 지 의문이 든다.

 

중국정부조차도 우리들한테 "니네는 여기서 자치를 하면서 살아라" 하고 연변 조선족 자치주라는 걸 만들어 주었다. 한국인들이 맨날 떼놈이니 짱깨니 하며 우습게 여기는 중국인들이 말이다. 그런데 한 핏줄인 한국인들은 우릴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한국과 한국인들에게서 비난과 매도, 무시밖엔 우린 받은게 없다.  그 것이 우리가 조국과 동포에게 받은 전부다.

 

요즘들어 많은 맘씨 고운 한국인들이 사기피해자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래서 조선족들의 머리속에 절대적으로 자리잡고 있던 한국인은 사기꾼이다는 생각이 많이 없어지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없어지기까진 아직도 우리가 당한 피해는 크고 엄청나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진정한 한민족이기 위해 서로 돕고, 감싸주고 사랑해 준다면 이런 문제들이 멀잖은 앞날엔 다 풀리고 뒤돌아보면서 웃을수 있는 지난 얘기가 될것이다. 북한과의 통일보다 중국조선족과의 통일이 더 우선적인것이다. 우리마저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런 좁은 생각과 마음으로 북한동포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거냐는 말이다.

 

우린 당신들과 똑같은 단군의 후손이다. 수천년을 같은 땅에서 살아 왔고,  같은 조상을 섬기며 살아 온 한 민족이란 말이다. 불과 수 십년 떨어져 살아 왔다고 우리가 바로 중국인이 될 수는 없는거다. 우리는 지금까지 조선인임을 자부하면서 타향에서 열심히 살아왔고, 현재도 민족존심을 꾿꾿이 지키며 살아 가려고 한다.

 

이러한 우리들의 가슴에 못질하고 거기다 소금 뿌리고 고추장까지 발라야 하겠는가.  

 

 

딴지일보 연변 특파원 최호
(hoho118@21c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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