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쌕정남녀>의 신문광고를 디비주마 | |||||||||
2000.3.18.토요일 딴지 말초 영화부 부장대우 한동원 쌕 정 남 녀. 오호.. "쌕정"만해도 대충 필 꽂힐려구 하는데, 거기에 "남녀"로 확인사살꺼정. 영문 제목으로는 "Viva Erotica". 게다가 주연은 장국영, 서기가 아니더냐. 오랜만에 봄을 맞이하여 빠굴무비팬들의 가슴이 설레일 만한 영화가 개봉되는거 같다. 어헝헝.. 하지만, 관객들의 발기심에 편승하여 아닌빠굴무비를 슈퍼빠굴무비로 포장하여 한탕치고 빠지는 전술이 횡행하고 있는것이 작금의 현실. 아무런 사전정보없이 광고만으로 부푼 조슬안고 극장으로 달려가는 일은, 너무나 무모하다. 해서 본 기자, <쌕정남녀>의 정체를 발켜내고저 또다시 검을 들어 신문광고를 도려내었다. 그리고 본 기자,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하는 허준의 심정으로 광고의 부위별 세부분석에 착수하고자 또다시 분연히 일어섰다. 자, 보라.
메인사진 물론 보시다시피 위는 장국영, 아래는 서기다. 여기에서 서기의 홍콩 중심가로 간듯한 표정(저 실감 표정연기.. 꼴까닥..)과 "나 잘하구 있어?"라고 묻는 듯한 장국영의 표정에 주목하시라. 하긴, 주목 하지 말라구 해도 알아서들 주목하실 줄로 안다. 이 사진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거렇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에로 영화다"라는 거다. 이 표정 뿐만이 아니라 흐트러진 서기의 머리카락, 소프트 필터를 달고 노출을 크게 줘서 에로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촬영, 웃도리를 입지 않았을 것이라는 심증을 굳힐 수 있는 서기의 모가지 부분등은 이 영화가 에로틱 일색이라는 것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다.
하지만 아니다. 이 영화는 에로영화가 아니다. 이 광고속의 장면은, 본의아니게 빠굴무비 감독이 된 장국영(영화감독 아성역)이 개념없는 빠굴무비 여배우 서기(에로배우 몽교역)를 더듬는 꿈을 꾸는 장면이다. 물론 앞 문장의 더듬는이라는 표현엔 비유나 시적은유 같은건 전혀 개입되어 있지 않다. 본 기자, 적어도 빠굴에 대해 언급할 때는 그런거 안한다. 본 기자가 더듬었다면 기냥 말 그대로 더듬기만 했다는 걸로 알아주시라. 어쨨든, 이 장면은 장국영이 뭔 모기장 같은걸 뒤집어쓰고 있는 서기의 홀딱벗은 몸을 더듬는 장면인데, 이거 서기 몸매 구경하기에는 약간 편리하다만, 별로 에로틱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홀딱벗었다는데 별로 기대를 거시지는 말기 바란다. 이 장면 뿐만이 아니다. 몇 번 나오지도 않는 그 빠굴씬들, 거의 꼴림과는 거리가 멀다. 그나마 서기의 빠굴씬은 정식 빠굴씬도 아니다. 어쨌든 독자 제위의 기대와는 다르게 이 영화에서 장국영과 서기는 단 한번의 빠굴도 뜨지 않는다. 그거 비슷한 것도 안한다. 실망이 크시리라 믿는다. 본 기자 역시 그랬다..
장국영, 서기의 이것이 이 광고의 헤드카피다. 부위별로 진실을 파헤쳐보자. "장국영, 서기의"라는 대목은 맞다. 얘덜 주연인거 맞다. 문제는 영화의 성격을 설명해주는 그 다음 "현기증 나는 포르노그라피...!"라는 대목인데, 좀 더 상세한 분석을 위해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세 부위로 쪼개서 생각해보도록 한다.
우선 "현기증나는"(1번). 이 대목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절라 쏠려서 현기증나는" 아니면 "절라 졸려서 현기증나는". 원래 남성의 발기과정이라는 것이 좃두박근에 피가 쏠림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지나친 혈액이 해당근육에 집중되면 당연히 뇌에 일시적 빈혈 현상이 일어나 "현기증"이 날 수 있다(상세한 내용은 지난 기사를 참고하라). 아마도 주최측에서는 "현기증"의 의미를 이런식으로 해석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허나 본지 영화부는 후자의 의미로 이해해 줄 것을 공식 권장하는 바이다.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장국영과 서기의 본격 빠굴씬만을 목빠져라 기다리지 않는다면, 이 영화는 훨씬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이 영화의 줄거리가 "장사 안되는 영화만 찍던 감독이 난생 처음 에로영화를 찍으면서 겪는 경험들"이라는 걸 알고 극장에 간다면 크게 실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정확한 사전지식 대신, 엄한 기대를 가지고 극장에 간다는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엄한 기대는 헤드카피의 "포르노그라피"(2번)라는 대목에서 가장 극대화된다. 이 대목 하나로 <쌕정남녀>는 빼도박도 못하게 장국영과 서기의 본격 빠굴 무비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영화, 빠굴무비가 아니라는건 이미 위에서 얘기한 바와 같다. 서기가 벗는 대부분의 씬들도, 장국영이 감독하는 영화속 영화(이 영화속 영화의 제목 또한 "쌕정남녀")를 촬영하는 대목에서 나온다. 그나마 영화 전반부에서 서기의 연기는 말 조또 안듣고 연기력마저 제로인 대가리 탱탱 빈 여배우를 코믹하게 묘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가뜩이나 안이쁜 서기가 절라 찐따같은 표정으로 "아아, 고만, 아아, 제발, 아아"를 지루해 죽겠다는 듯이 반복하는 연기를 보여준다는 얘기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관객들의 꼴림이 유발될리는 만무하다.
"포르노그라피"의 존재이유는 기본적으로 관객의 꼴림을 유발하는 데 있으므로, 이 영화는 절대로 "포르노그라피"라고 부를 수 없는, 오히려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영화다. 근데 주최측 니덜, 뭐 믿고 "현기증나는 포르노그라피"라는 말을 갖다 쓴거냐.. 이거 사기 아니냐.. 는 항의를 무마하고저 준비된 것이 바로 "...!"(3번)이다. 특히 "..." 부분은 곧장 "!"로 넘어감으로써 생길 사기성 여부에 대한 논란과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한 완충장치라 사료되는바, 상업적 요구와 도의적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최측의 절절한 고뇌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결국 헤드카피는 "?"도 아닌 "!"로 마무리를 되고 말았다. 고뇌의 시간도 잠시, 상업적 요구에 의해 주최측은 <쌕정남녀>를 "포르노그라피"라고 광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영화속에서 서로 빠굴 한 번 뜨지않는 "장국영, 서기" 주연의 뽀르노 영화로 말이다.
사실 <쌕정남녀>가 보여주는 빠굴무비계에 보내는 따뜻한 애정과 빠굴무비를 쓰레기로 보는 시각이야말로 쓰레기다라는 주제의식은 훌륭하다. 하지만 영화 그 자체에 특출나게 신선한거나 뽕나게 재밌는 건 별로 없다. 제작자 빽으로 주연맡은 배우뇬은 절라 말 안듣고, 제작자하구 스탭들이랑은 절라 싸우고, 마누라는 내 직업을 직업으로 인정 안해주고.. 등등의 영화판 얘기들. 소위 영화에 대한 영화들에 항상 나오는 전형적인 얘기들이다.
영화찍는 거 어렵다. 예기치 못한 난관도 많다. 그래도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영화 한 편 완성하면, 감동적일 만큼 뿌듯하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머 이런 얘기들, 최근 <망각의 삶>부터 <부기 나이트>까지, <죽이는 이야기>부터 <세기말>까지 어디서 많이 들은 얘기들이다. 후반으로 가면서 영화는 그 나름의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그것도 너무 도식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어 남사스럽다. 특히 영화 스탭들이 텅 빈 축구장 스탠드에 패잔병들 마냥 모여있던 장면을 보라. 오뉴월 엿가락마냥 늘어져 있다가, 꼴 들어가는 거 보고 갑자기 "아! 저것을 보아라! 내일에는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른다.."필로 환호해버리는 장면.. 오바의 절정이었도다. 어쨌거나, 영화를 찍고 시나리오를 쓰고 하는 일이 너무나 힘든 일이라고 하소연하는 영화들이 여기저기 등장하고 있는 지금이지만,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요즘 어떤 영화들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은 영화판에 다 몰려있는 거 같다. 그나마 <플레이어>처럼 영화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제대로 하거나, <바톤 핑크>처럼 희한한 얘기를 들려주거나, <망각의 삶>처럼 기발한 시나리오로 삶의 고단함과 즐거움을 재밌게 느끼게 해준다면 또 몰라.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관객들이 영화판에 이넘저넘 꼬운 넘들 많다 영화쟁이질 후달려 죽겠다 등등의 영화 만드는 사람들 신세타령이나 딸따리 보려구 극장에 가는 건 아니지 않은가.
우쨌든 각설하고, 결론을 말하자. <쌕정남녀>는 무척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형편없는 정도도 아닌 그런 영화다. 그저 평균에서 19%정도 모자라는 느낌이랄까. 참신함에서나 재미에서나. 하지만 이 영화에게 화끈하고 수준높은 빠굴씬들을 기대하고 갔다가는 심각한 배신감에 봉착할 것이다. 그리고 그 빠굴에 대한 배신감이 영화 자체에 대한 배신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무척 농후하다. 별로 그렇지도 않은 영화가 허벌 짜증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여기에 대한 책임이, 신문광고에서부터 홈페이지까지 어떻게든 아닌빠굴무비를 슈퍼빠굴무비로 포장해보려는 주최측에게 있는건 앞서 디벼본 바와 같다. 머 이 영화의 마케팅 포인트는 빠굴에 있다는 생각으로 이런 광고를 하는 거겠지만, 마케팅에도 관객들과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도의라는 것이 있다. 본 기자, 우리나라의 영화홍보계에게 마케팅 하나만 믿고 개기다 아작이 나버린 <고질라>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볼 것을 권장하는 바이다. 관객이 사기 당했다 씨바..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의 터무니없는 홍보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이젠 눈치깔 때도 되지 않았나.
- 딴지 말초 영화부 부장대우 한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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