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고찰] 사회적 금기에 대한 과학적 분석

2000.3.20.월요일
딴지 엽기청 부설 언어문화 연구소



 
 



 
 

한국의 사회적 금기에 대한 과학적 분석

(Scientific Analysis about Social Taboos of Korea)

 

     

 

- 서론 (Introduction)

 

 연구 목적

 

1. 범사회적으로 널리 인지되어 있고, 현재에도 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금기 (Social Taboos) 에 대한 과학적이고 계량적 분석을 통해 실제 생활에서의 영향을 밝혀낸다.

 

2. 분석 과정을 통해 각 금기의 신빙성 유무를 확인, 분류한다.

 

3. 신빙성이 결여된 금기를 폐기를 통해 전 국민의 똥꼬발랄한 사고와 행동에 제약요인을 제거함으로써 신속한 명랑사회 도래를 유도한다.

 

 

 

 정의와 실례 (Definition & Examples)

 

본 연구가 대상으로 삼는 사회적 금기의 정의는 아래과 같다.

 
 

사회적 금기 : 한 사회 내에서 관습적, 종교적, 문화적 이유로 인해 구성원들 간의 압묵적 동의하에 금지되어 있는 특정한 행동양식 

 
 

예) 밤에 휘파람 불지 마라, 다리 떨지 마라, 밤에 손톱깎지 마라, 문지방을 밟지 마라, 왼손으로 술따르지 마라 등 일반적으로 부정어미 사용한 명령형(청유형) 문장들.

 

상기 예시한 전통적 금기들은 가정 생활규범이 주를 이루었다. 이후 상공업의 발달에서 파생된 여자가 첫 손님으로 들어오면 재수없다와 식생활의 다양화 결과 등장한  접시에 놓인 생선은 뒤집지 않는다(생선이 뒤집어지면 배가 침몰한다고 함) 등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금기들이 계속적으로 창안, 공급되고 있다.

 

 

 

 배경 : 사회적 금기의 확산및 개인화
(Background : Spreading and Pesonalization of Social Taboos)

 

이러한 사회적 금기는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대 이후 각 문화권의 교류 속에서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서구에서는 자본주의와 개인화의 영향으로 일반적인 행동규제를 담고 있는 전통적 금기에서 개인형 금기"징크스(Jinx)" 로 변화하였다고 본다.  영구차를 보면 시합에 이긴다거나 머리를 감으면 시험을 망친다는 등 주로 심리적 부담감이 큰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개인적 믿음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 널리 퍼진 <하지마라>류 금기의 창궐은 강력한 규제성과 실제적인 처벌(주로 졸라 맞기)을 통해 민족의 호연지기와 똥꼬발랄한 창의력에 큰 걸림돌이 되어 왔다. 이에, 21세기 하이테크 정보화시대의 접점에서 본지는 이러한 사회적 금기에 대해 치밀한 과학적 검증과 실험을 통해 그 타당성을 밝혀내기 위해 나선 것이다. 

 

 

 

 분석 대상 (Objects of Scientific Analysis)

 

사회 곳곳에 매설된 수많은 금기를 찾아내는 일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조사에 근거하였다. 본 연구는 사회적 금기 중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현재 많이 거론되는 금기들을 이번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 대상 금기 

- 밤에 휘파람 불지 마라.

- 다리 떨지 마라.

 

- 문지방에 앉지 마라.

 
 
 
 


본지에서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상기 항목 외에 다양한 금기들을 대상으로연재해 나갈 계획이다. 
 

 

 실험 순서  (Sequence of Experiment)

 

1. 실험자 선정

예상되는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험자는 집안에서 호적 파갈 날만을 기다리는 문제아들로 구성함. 주로 니같은 애들만 뽑았다는 소리임.

 

2. 금기 행위 시행

실험자들로 하여금 대상 금기 행위를 직접 시행하도록 함.

 

3. 계측 및 분석

행위의 결과 발생하는 현상을 과학적 장비를 통해 계측, 검증함.

 
 
 





 
Object 1
야간 휘파람 연주에 의한 뱀/귀신 호출 실험              
(Experiment on Night-Whistle to call Snakes or Ghostes)
 


 배경 (Background)

 

이 실험이 첫번째로 선정된 데는 전국 각지에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위반시 주변에서 가혹한 린치를 가하는 중차대한 금기사항이라는 점이 고려되었다. 일부 해안지방에서는 배에서  휘파람을 불면 바람을 불러온다는 금기로 확대 재생산되어 어업계에서는 밤에만이 아니라 낮에도 절대 불지 못하게 하는, 탄탄하게 정설로 굳어진 대표적인 금기사항이다.

 

 

 

 가정 (Assumption)

 

본 실험은 다음 두 현상의 실현 여부를 요체로 한다.

 

1.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
2. 밤에 휘파람을 불면 귀신이 나온다.

 

그 밖에 휘파람 연주가 바람난 처녀 가슴 울렁거리게 만든다 입술이 두꺼워지게 만든다이라는 소수견해도 있으나 본 실험에서는 생략한다.  

 

 

 

 실험과 결과 (Experiment and Results)

 
 



 
- 주거지역 실험 (Experiment at Residental Districts) 
 

본 실험은 국민 대다수의 주거형태인 아파트, 양옥주택(단독형과 연립형) 및 전원주택에서 실시되었다.

 

선정된 실험자들이 각 지역에서 야간에 휘파람을 부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때 야간은 해가 완전히 진 8시 이후부터 12시까지로 규정했다. 이튿날 1, 2시는 꼭두새벽, 그 이후는 새벽이라는 다른 명칭이 있는 시간대이므로 실험의 정확성을 위해 배제하였다.

 

실험장 주위에는 갑작스러운 뱀 및 귀신의 출현에 대비하여 땅꾼 20명과 퇴마사 10명, 앰뷸런스및 소방차를 대기하도록 함으로써 실험자의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실험결과 >

 
 



































 
장소 및 시간 8시~10시 10시~12시
아파트 거실 TV 시청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욕먹음. 30초를 초과하자 방에서 부친이 나와 후두부를 가격함.
베란다 별다른 이상징후 없음.     옆집 남자가 담배피러 나왔다가 말 없이 들어갔으나 실험과의 인과관계는 불명확. 담배피던 옆집 남자, 휘파람을 잘 분다고 하더니, 계속 불자 동공확대증상(눈깔 부랄림)을 보임. 인상착의로 보아 귀신은 아님.
복도 소리가 크게 울려 실험자  놀람. 옆집에서 문을 열고 아래위로 훑어 봄.
단독 주택 집안 TV 시청 방해된다며 졸라 항의받음. 수면 준비중이던 실험자의 부친이 잠옷차림으로 나와서 "잘 자, 내 꿈에 나오면 너 죽어!" 라고 말함. 일상적인 상황.
마당 이상징후 없음. 옆집 강아지 짖어댐.
연립 주택 아파트와 결과 동일 아파트와 결과 동일.
전원주택 단독주택과 결과 동일 귀뚜라미 소리가 그치고, 동네 개들이 일제히 짖어댐. 뱀 짖는 소리는 들리지 않음.
 

휘파람 소리는 소음측정기로 측정한 결과 평균 66~71dB로 사무실 평균 소음수치(45~55dB)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었다.






 
실험에 사용된 소음측정기
 

TV 소음으로 인해 평균 소음수치가 71~78dB에 달하는 거실에서는 휘파람이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그러나 아파트 계단에서는 최고 84dB가 기록되었다. 공명 현상이 그 원인으로서, 이는 버스가 다니는 도로에서의 소음수치에 육박하는 것이다.

 

전원주택을 선정한 이유는 뱀의 출연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은 뱀이 출현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하여, 경기도 용인의 모 전원주택에서 실험을 행하였으나 위의 도표에서처럼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실험과정에 참여한 일부에 의해 제기된 겨울잠 으로 인한 뱀 출현 불가설 은 상식에 기초한 것으로서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이나, 이 경우라면 우리가 들어오던 금기의 문구가  "봄여름가을에만 밤에 휘파람을 불지 말아라." 의 형태가 되었어야 한다는 예리한 지적에 의해 폐기되었다.

 

<소결: 뱀이나 귀신 출현하지 않음>

 

 

 
 



 
2. 캐시로비 실험 (Experiment at the Cash Lobby)
 

이 실험은 귀신의 출현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보다 주도면밀하게 시행되었다. 또한 귀신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식별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 주 출몰지역을 선정하여 출현 여부를 알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을 강구하였다. 

 

장소는 여자 고등학교와 은행 캐시로비 중 하나를 선정하기로 하였다, 여고의 경우 영화 <여고괴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최근 귀신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 라는 강점이 있었으나 지역이 너무 넓고, 폐쇄회로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치명적 단점이다. 또한 실험의 의의를 이해하지 못한 여고 관계자들의 비협조가 예상되었다.

 

이에 반해 캐시로비는 운영시간 외에는 첨단 방범 장치가 가동되므로 귀신 출현을 식별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점이 있음은 물론, 저승길에도 노잣돈이 필요하다는 속담을 근거로 귀신의 잦은 출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첨단 장비가 설치된 실험장소

 

귀신 출현은 귀신이 낸다는 유일한 소리로 공인된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감지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

 

바닥에 준비한 볍씨를 뿌리고 녹음장치를 설치하였다. 감시카메라와 적외선 센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휘파람은 직접 부는 방식이 아닌, 사전에 녹음해놓은 소리를 틀어놓는 방법을 택했다. 본지가 특별히 제작한 첨단 탐귀(探鬼)장치도 가동하였으나 보안상의 문제로 인해 기기의 원리는 공개하지 않는다.

 





 
감시 카메라와 적외선 탐귀(探鬼)장치
 

실험은 은행 이용객들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운영 외 시간에 실시되었다. 모든 캐시로비가 밤 10시까지 운영되는 이유로 실험시간은 10시부터 이튿날 9시까지였다.

 

다음날 설치한 데이터를 수집, 검색하여 실험결과를 분석히였다.  감시카메라의 경우, 안으로 들어오려다가 돌아가는 사람들과, 창문밖에서 안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이 녹화되어 있었다. 재생결과 이들중 귀신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탐귀 장치 역시 인위적인 차단이나 전자적 방해를 받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근거리에서 대기중이던 경비회사 소속의 3분 출동조에서 아무런 이상신호를 접수하지 못했음을 보고해왔기 때문이다. 바닥의 볍씨 역시 뿌려진 자리에서 조금도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대부분의 장치에서 귀신의 어떠한 징후도 발견할 수 없었으나,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감지하기 위해 설치된 고성능 녹음장치의 외부 패널에 특별한 형태의 음성신호가 녹음된 것은 이번 실험의 작은 소득이라 할 것이다.  

 

다음은 녹음된 음성 신호 중 일부분이다.

 
 

"우왝... 아으, 십세덜, 낼 만나면 쥬금이야..어욱~"

 

휘익~(녹음된 휘파람 소리)

 

"자기, 저기서 이상한 소리가 나..." 

 

"뭐야?, 이 시간에 거기 컴컴한 델 뭘 들여다봐... 빨랑 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덜 말고... 전철 끊겨..."

 

휘익~......(계속되는 휘파람 소리)

 
 

<소결: 귀신 출현하지 않음>

 

 

 

- 결론 (Conclusion)

 

이상과 같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결과, Object 1 "밤에 휘파람을 불지 마라"는 아파트 복도에서 이웃간의 분쟁을 촉발할 다소간의 위험은 있으나, 뱀 및 귀신의 출현과는 어떠한 인과관계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전원주택 실험 결과에서처럼, 과거 주택간에 상당한 거리가 있던 시기라면 이웃 분쟁의 주범은 휘파람 자체가 아니라 휘파람 소리로 자극된 동네개들이었을 것으로 유추된다. 캐시로비에서의 실험 역시 첨단기자재의 운용에도 불구하고 귀신과 관련된 어떠한 데이타도 획득할 수 없었다.

 

실험 후, 야간 휘파람 연주가 뱀과 귀신의 출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실험결과를 관련학회 및 유관단체에 발표하였다. 그러므로 독자제위는 야간 휘파람 연주를 사회적 금기 목록에서 제외시키는 후속조치 취해야 할 걸로  사료된다. 이상.

 

 

 

 

- 온갖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는
딴지 엽기청 부설 언어문화연구소장
( djjang@netsgo.com )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