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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세금에 동반성장으로 돈 벌기 2

 

동반성장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기업은 SK 브로드밴드 만이 아니다. 비슷한 서비스업체인 삼성전자서비스 역시 같은 방식으로 돈을 번다(여기서 잠깐 기억을 떠올리자면 ‘사회적 배려’로 돈 벌기에서 고용부가 “불법파견 아니다”라고 손들어준 바람에 최소 2천억 정도 이익을 본다는 그 삼성전자서비스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불법파견 의혹이 있는 하청업체 직원 교육에도 국가지원을 받았다. 2014년 한국산업인력공단 국정감사에서 지난 4년간 실시된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현황을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확인한 결과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2014년 협력업체 121곳 8천346명을 국가지원으로 교육시켰다. 2013년 128곳, 2012년 102곳 등 매년 중소기업경쟁력 강화 명목으로 수행된 교육내용을 보면 세탁기나 에어콘 수리교육 등 사실상 직무교육이다.

 

도대체 삼성이 국가 돈으로 누구를 교육시킨 것인지를 간략히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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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삼성은 외주화한 사람들까지 교육시킬까?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서비스가 삼성전자서비스의 업무인데 그것을 아웃소싱했으니 서비스 품질관리를 하려면 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다. 그 교육을 '중소기업 노동자'에 대한 직업훈련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기업의 동반성장이라며 시키는 것이다. 그 결과 원래 삼성이 지출해야 하는 교육비를 4년간 146억이나 절감했다.


돈만이 아니다. 동반성장이라는 이미지 제고, 고객서비스 개선, 불법 파견 의혹 회피까지 1석 4조이다.

 

이와 비슷하게 협력업체 교육을 시키는 대기업은 어디일까?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고용보험기금에서 교육을 지원받은 컨소시엄 운영기관 명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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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은수미 의원실, 2014 국정감사

 

참여한 모든 업체가 불법파견 의혹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협력업체에 대한 교육지원을 근거로 운영되는 컨소시엄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 문제 제기를 받은 당시 산업인력공단은 점검을 약속했고 일부는 교육이 중단된 것으로 안다.

 

4년간 25개 기업이 지원받은 돈이 약 4130억이다. 연간 1,000억이고 1개 운영기관(대기업)당 연평균 40억이다. 재벌 대기업 입장에서는 큰돈이 아니지만 이처럼 구석구석 돈 벌기 습관이 오늘날 재벌 사내유보금 800조를 낳은 힘이다. 자나깨나 돈 벌기, 찾은 곳도 다시 찾기! 한국의 재벌답다.


 

열네 번째, 노조파괴로 돈 벌기

 

재벌 대기업은 노조파괴로도 돈을 번다. 심지어 현대자동차는 자기회사가 아닌 협력업체 유성기업 노조파괴를 모의했다는 혐의로 재판중이다. 노조파괴에는 경계가 없다. 

 

유성 사례를 간략히 정리해보자.


유성기업은 창조컨설팅이라는 노조파괴 전문업체와 손을 잡고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2012년경 고소고발되었다. 당시만 해도 유성기업이 창조컨설팅에 의뢰하여 노조파괴를 모의했다는 것은 입증된 상태였으나, 현대자동차 개입 사실은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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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파괴 컨설팅 추진체계 및 방법

출처 - 은수미 의원실, [노조파괴 컨설팅의 실체 그리고, 그 효과-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프로그램을 중심으로-] 2012

 

이후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 간의 대외비 약정서가 확인되면서 노조파괴의 실상이 공개되었다. 약정서에 따르면 유성기업은 창조에 컨설팅 비용 외에 조합원 수가 50%로 감소되면 8천만 원, 조합원 수가 20%로 감소되면 다시 8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유성기업은 창조컨설팅과 법률자문으로 1년간 매월 100만 원, 컨설팅자문으로 1년간 매월 5천만 원을 주는 것으로 계약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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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은수미 의원실, [노조파괴 컨설팅의 실체 그리고, 그 효과-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프로그램을 중심으로-] 2012

 

하지만 2016년 1월 현대가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개입했다는 이메일이 발견되면서 이 사건은 “재벌 대기업-중소기업-노조파괴컨설팅업체” 3자 연합 노조파괴로 확대되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구동부품개발실 강모 차장은 2011년 9월 20일 유성기업 최모 전무에게 ‘(중요) 유성기업 현안 협의’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 유성기업 유시영 사장 및 창조 측과 유성기업 노조 관련 회의를 주문한다. 현대-유성-창조 3자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또한 현대차 구동부품개발실 최모 이사대우는 같은 날 부하 직원인 황 모 차장, 강 모 차장, 권 모 대리 등에게 ‘유성동향 일일보고(9월 19일)’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 회사 측 제2 노조 결성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신규 가입 인원이 최근 1주일 간 1명도 없는데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점검하라”며 “9월 20일까지 220명, 9월 30일 250명, 10월 10일 290명 목표로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1명도 없는 이유가 뭔지 강하게 전달하라”고 적혔있다.


그는 “매주 1회 회사(유성기업), 창조(컨설팅)을 불러서 주간 실적 및 차주 계획,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토요일 아침에 보고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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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대차는 “금속노조의 현대차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고소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대법원의 재정신청 기각 결정으로 종료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이메일이 나왔으니 하지 않았다 할 수 없고 과거 고소된 사건으로 덮으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노조와 민변 등에서 새로운 사건으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얼마 전 IMF(국제통화기금)는 노조 조직율이 떨어지면 최상위층 소득만 올라가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리고 노조조직율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강력한 노조야말로 재분배와 투표참여의 강력한 수단이라며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노조조직율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노조가 사라지면 최상위층만 돈을 벌어 불평등이 커진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 시장논리를 강요하는 자본주의의 첨병인 IMF가 왜 이런 입장을 발표했을까?


이들은 1%의 최상위층으로 돈이 모이는 불평등이 심화되면 자본주의의 유지가 어렵고 돈벌이가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동차와 비슷하게, 자본주의 작동에는 액셀레이터와 브레이크가 동시에 필요한데 노조가 바로 그 브레이크이며, 이 브레이크가 사라지면 개별 기업의 돈벌이가 국가와 지구마저 잡아먹어 해당 재벌 대기업마저 사라진다는 다는 정말 첨병다운 균형 감각이다. 쥐라기 공원에서 포획자가 모두를 잡아먹으면 결국 자신도 굶어 죽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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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유성기업 등 노조파괴를 경험했던 중견기업의 매출은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결과와도 일치한다. 즉 최상위층으로 돈을 집중하는 데 유리하지만 해당 기업에는 당장의 이익이 없고 사회적으로는 불평등 확대라는 커다란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근시안적인 한국의 재벌 대기업은 돈벌이에 눈이 멀어 임금과 재분배가 대기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었다. 현대차가 유성기업 노조파괴에까지 개입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1, 2억 정도를 들여 노조를 파괴하면 10억 혹은 100억의 이익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1조, 2조의 시장이 무너지고 사회마저 사라진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별 이익도 없이 덩달아 춤을 추는 현대차 협력 업체 유성기업의 모습은 더 안쓰럽다.

 

19대 국회 내내 노조파괴 사업장을 다니고 노조파괴를 멈출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노조파괴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덕분에 한국의 노조조직율은 OECD 최하위 수준이고 1대 99의 불평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재벌 돈벌이에 대한민국이 흔들리는 것이다.

 


열다 섯째, 하청 사랑으로 돈 벌기

 

재벌에게 하청은 황금오리다.


위험작업 외주화로 책임 면피, 산재 은폐, 인건비 절감에 노동조합 없애기, 경기가 나쁠 때 손쉬운 해고수단이며 비자금 통로이다. 더욱이 하청으로 돌리겠다는 위협만큼 정규직 노동자를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하청을 품으면 일석 칠조의 마술이 가능하다.


한국이 애초부터 하청 사회였던 것은 아니다. 재벌이 처음부터 하청만을 사랑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IMF를 겪고 하청은 재벌에게 경제위기를 호기로 만들 수단으로 바뀌었다.


2014년에 개봉된 영화 ‘카트’를 기억하는가? 아무리 하청을 사랑해도 업계 불문율이라는 것이 있다. 계산대 업무처럼 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업무는 기간제 등 직접고용으로 쓰지 하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랜드그룹은 홈에버를 인수하면서 계산원을 해고하고 하청으로 돌렸다. 무려 500여 명이다. 외국에서도 혀를 내둘렀다. 이에 저항하여 노동자들은 2008년까지 512일간 파업을 했다.


당시 이랜드 노조 부위원장은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를 파업과정에서 지켜보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촛불은 끝내 홈에버 매장으로 오지 않았다. 10년 후 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는 쇠고기 수입반대에는 그렇게 열정적인 시민들이 당장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의외로 차가웠다. 촛불은 아름다웠지만 계급적 문제에 대해선 무력하고 둔감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촛불만이 아니라 SNS로, 포스트잇으로 지지와 연대가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아!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512일은 긴 시간이다. 먹고 살아야 하기에 동료가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결국 수십 명만이 남았다. 2008년 9월 이랜드는 홈에버를 홈플러스테스코에 매각했고 노조와 홈플러스는 노조 간부가 퇴사한다는 조건으로 외주화 금지에 합의했다. 남은 소수의 사람들만 회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 싸움 덕분에 다른 업체의 계산대도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하청을 쓰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하청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병원도 항공사도 선박도 철도도 하청으로 넘쳐났다. 항공기 승무원까지 하청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 당시 항공업계는 조종사 및 객실 승무원까지 파견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했고 국토부는 항공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하청화를 시도하려 했다.


이것을 막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아시아나 항공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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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코노미스21>


아시아나항공 보잉 777-200 여객기는 2013년 7월 6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다음 날인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 앞 방파제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당시 승객과 승무원 307명 중 중국인 승객 3명이 숨졌고 18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형 인명피해가 날 수 있던 사고를 막은 것이 항공기 정규직 승무원들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SNS에서는 응원댓글과 더불어 정규직인 그/그녀들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국토부가 슬그머니 방침을 철회했다.


이처럼 불발로 끝난 경우가 있지만 하청 사회로의 앞으로 갓!을 막진 못했다. 그리고 하청 사회 만들기 전 과정에서 재벌은 돈을 벌었다. 일하는 시민들의 호주머니가 가벼워지는 만큼 그들이 거리에서 싸우는 동안 사내유보금은 늘어났고 재벌가의 재산도 더 쌓였다. 이러면 스토커 할 만하다. 짝사랑이나 외사랑이 외롭다 했던가? 재벌의 하청 사랑은 돈과 함께 하니 외롭지 않다.


재벌이 유달리 하청을 좋아하는 것은 수치에서도 나타난다. 2015년 비재벌의 간접고용 비중은 10.7%인 반면 재벌은 32.2%로 무려 세 배가 높다. 10대 재벌에서는 현대중공업이 63.9%로 가장 높고 포스코(44.0%), GS(36.3%), 한진(31.6%), 삼성(31.2%)의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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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기업 간접고용 비중

출처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슈페이퍼 제8호 9-10쪽, 2015

(*주: 사내하청만을 그것도 대기업의 보고에 의해 작성한 것이라 최소치라 보면 된다)

 

이때문에 죽음은 하청 순으로 바뀌었다. 최근 5년간 주요 30개 기업 중대 재해 사망근로자 245명 중 하청근로자가 212명이고, 특히 작년 재해 사망자의 95%가 하청근로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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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 더 이상 혁신하거나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하청에 재하청의 불평등 조장만으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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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편집장 주


저희도 이런 기사에 부끄럽지 않도록
누군가 파괴시키고 싶은 노조, 곧, 만들어보겠습니다.


 



은수미


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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