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연재할 이야기는 제가 미국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늘 그렇듯 재구성 상에 약간의 과장이 있을 수 있으니 그 점은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발가락이 튀어나온 샌들, 제 몸보다 훨씬 큰 회색 트레이닝복 바지, 민무늬 검은 티셔츠, 검은 안경, 검은 머리가 삐죽삐죽 삐져나와 있고 반 밖에 가리지 못하는 작은 모자. 캐나다와 국경 사이 도랑을 하나 두고, 긴 금발 머리의 여자와 고개를 숙인 채 걷고 있던 난.
"Just run."
'아 씨, 다시 돌아가? 어쩌지?'
"Hey. Come over here."
"빨리 가줘, Let's go""400불 줘, 안 그럼 안 갈거야. 현금으로"
"아니 아저씨(블록)한테 돈 다 줬는데 무슨 소리야? 미쳤어? 일단 가자고….""안 주면 안 가. 내려""아 미치겠네... 나 캐나다 달러 200불 있어 가서 찾아줄 테니까 가자."
"어디로 가? 왼쪽? 나 길 몰라."
"아 미친것아. 아. 나도 몰라... 일단 왼쪽"
"후... 지나간 거야? 빨리 가자, 도착하면 500불 줄게""저기 표지판 시애틀 보인다. 오른쪽"
"그냥 달려"
"제발 제발..."
'제발 이쪽으로 오지 마라...'
'제발 지나가세요.'
"I got you."
"내가 잡았어. 내가 잡았어 테러리스트. 내가 잡았어. 차에서 내려 테러리스트."
“헤이, 차량 수색 좀 부탁할게.”
내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근처에 있던 수비대들은 빠른 속도로 내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고, 이미 날 에워싸고 있었으며, 도착하자마자 차량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날 잡고 있던 수비대는 내 주머니에서 제일 먼저 휴대폰을 꺼내들고 자기 주머니에 넣고. 저 쪽에서 차를 수색하던 수비대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왓더뻑!!! 너네 머하는 새끼들이야???!!!"
‘하... 이년이 그래서 지가 먼저 울어버렸구나...’
“옷 입어. 일단 서로 가야겠다. 차에 타”
“준비는 다 했어요? 비행기표는 끊었나요? 제가 앤디 씨 잘 아니까 최대한 싸게 해주는 거야~ 이 가격에 했다고 말하지 마요”
"네. 문자로 비행기표 보내드릴께요. 근데요 아저씨... 혹시 잡힐 확률 있나요? 거의 다 넘어가죠? 제가 괜한 걱정 하는거죠?"“그럼, 그럼~ 나만 믿고 따라오기만 하면 돼. 멕시코처럼 몇시간 걷고 강 건너고 그런 거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요~”
“오빠아~ 미국 가니까 좋냐? 어? 헬로우 맨날 연습하냐? 커커커커 좋냐? 좋냐?”
“아 내가 너처럼 자유로우면 내가 간다 미국. 근데 오빠 쩜프 뛰면 잡히는거 아냐? 혹시 잡히면 전도현 나오는 영화처럼 그런데 잡히는 건가? 느히~ 호호호. 그런 일은 없겠다 끄치?”
"야 너 그냥 집에 가라. 짜장면 값도 내가 냈으니까."“오빠아~ 우리 오랜만에 영화보러갈까??? 오빠….. 근데 어차피 가는 거고 꼭 일찍 안 가도 되는 거면 며칠 더 놀다가 갈래??? 나도 연차도 조금 남았는데~ 에이 아니다…. 그냥 빨리가라…”
“앤디 씨~ 인천공항에서 태풍때문에 비행기가 취소되는 게 많다고 하는데, 취소됐어요 혹시?”"아뇨. 전 취소 아닌데요. 제 날짜에 가는데요"
"아니 딴 게 아니고, 넘어 가려면 여러 명이 한 번에 가야 하는데... 다른 분들이 비행기가 취소가 됐다고 하네요. 뭐 앤디 씨랑 하루 이틀 차이나게 오는 사람들인데, 앤디 씨 것만 취소가 아니네..."
"그럼 취소 가능한지 전화해 보고 말씀드릴게요."
"전 정해진 날짜에 가야할 것 같습니다. 그냥 쉬더라도 그쪽에서 쉴게요. 구경이나 하고 그렇게 있지요 뭐.""아 그럴래요? 그럼 캐나다서 봅시다~"
"오빠~ 내일 오빠 가는데. 내가 배웅해주면 안될까? 나 인천공항패션 모자 샀거덩. 반차 냈으니까 내일 리무진정류장에서 봐.""마음대로 해."
"잘 가고. 넌 사교성도 좋고, 세일즈 잘 하니까. 가서 그쪽으로 일해. 휴대폰 쪽으로. 몸 건강하고.""아빵~ 키 여기 있어~ 주차장에 놨으니까~ 아빠 좀 타다가 버리세요. 알잖아요. 나~ 기가 맥히게 일하잖아요~"
"흑흑... 우리 큰아들 뭐든지 잘 할 수 있지? 엄마는 큰아들 보러 꼭~ 갈거야. 아빠 밥차려 주고 아빠는 당장은 못 가시니까. 엄마 꼭 갈테니까, 잘있어~""어, 엄마... 나 알지?"
‘아들, 언제 볼 지 모르지만, 아빠는 아들을 사랑한다. 표현 못해서 미안하고 건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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