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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 트럼프 행정부는 드디어 세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개인 소득세 및 법인세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내용인데, 이는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주장해 온 핵심 공약이기도 하고, 현 하원의장인 폴라이언이 정치생명을 건 안건이기도하다. 본래 트럼프는 세금개혁 법안을 라이언 하원의장에게 맡기고 한 발 물러나 있었으나, 취임후 첫 개혁법안인 의료보험법 개정안이 맥없이 하원에서 부결된 이후, 세금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직접 챙기기에 나섰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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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와 법인세를 나눠서 살펴봐야하는데, 가장 언론에 주목을 받은 부분은 법인세다. 현행 35%인 법인세 최고 세율을 15%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기때문이다. 이는 라이언 의장측이 준비 중인 법안 - 최고 세율을 20%로 낮추고 수입품에 대한 세금을 (Border Adjustment Tax)신설하여 결손분을 메꾸는 내용 – 보다 훨씬 과감한 내용이다. 최고 세율은 15%로 더 낮은 데다가, 수입품에 대한 세금내용도 빼 버렸다. 또한 일각에서 제시된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 혹은 소비세 신설과 같은 내용도 빠진, “순수한” 법인세 감면안이다.


언론의 관심은 조금 덜하지만, 개인소득세 제도 또한 대대적으로 손을 봤다. 현행 7개 (최대 39.6%)로 나뉘어진 과세구간을 10%, 25%, 35% 즉 3개로 단순화 하고, 세금정산 시 사용할 수 있는 일괄공제액(Standard Deduction)을 두 배 늘리는 대신 개별공제액은 없애거나 줄이는 내용이다.


(미국은 연말에 세금보고 시, 'Standard Deduction'과 'Itemized Deduction' 둘 중에 하나를 택일하여 공제를 받도록 되어있는데, Standard Deduction은 말 그대로 모든 납세자들을 일괄적으로 공제를 시켜주고, Itemized Deduction은 지출항목에 비례해서 세금을 공제 시키도록 되어 있다. Itemized Deduction은 국가가 인정하는 부분에 대한 지출인데, 대표적으로 교육, 의료 및 대출금 이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즉, 미국에서는 그동안 절세 전략 중에 하나가 주택구입이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개별공제를 없애고, 일괄공제를 늘린다니, 주택개발업자들의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상속세 폐지와 파트너쉽기업 (Pass-through Entities)에 대한 세금감면 같은 내용도 포함 되는데, 이는 공교롭게도 트럼프 본인의 세금부담도 줄여줄 것 같다. 뭐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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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내용들만 훑어 봤는데 (사실 세부계획은 나오지도않았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중요한 감가상각인정이나 비용처리 인정등에 대한 과세안이 빠졌다), 많은 독자분들께서는 당선된 지 100일도 안 된 트럼프가 집권초기부터 왜 여기에 사활을 거는지 뜬금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맥락을 조금 짚어보기로 하겠다.


미국 보수층에게 지금도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은 단연 레이건이다. 그리고 그의 핵심 경제정책은 감세였다. 신자유주의의 신봉자로 잘알려진 그는, 낙수효과를 적극 홍보했으며, 실제로 최대 70%에 달하던 최고소득세를 28%까지 낮췄다. 그 결과, 혹은 우연으로 미국경제는 레이건 재임기간 중에 호황을 경험했고, 지금도 감세와 레이거노믹스는 미국 공화당 지지자들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공화당 출신 정치인들은 퍽하면 레이건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감세법안을 들고 나오곤 했다.


이런 명목적인 이유말고, 실질적으로도 미국은 조세 개혁이 필요하긴 하다. 미국 법인세 최고 세율이 35%는 케이먼아일랜드 같은 조세피난처는 물론, 윗동네이자 같은 경제 구역인 캐나다에 비해서도 높다. 특히, 국제적인 대기업 입장에서 법인세는 “가장 큰 비용”이기 때문에, 그동안 여러가지 꼼수를 써서 세금을 줄이려고 노력해 왔다.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아일랜드에 지사를 설립하고 지적재산권을 준 뒤, 유럽 각 지사들의 영업이익을 사용료 명목으로 수금한 뒤, 다시 네덜란드에다가 이 금액을 로열티 명목으로 송금, 이를 조세피난처로 보내는 식으로 세금을 아끼는 것이다(주로, 해외 지사들이 번 돈에 대해 세금을 줄이는 방식이다. 옛날에 애플, 스타벅스 등이 비슷한 방식을 써서 문제가 된 바 있다).


요 몇 년 사이에 핫 했던 방법으로는, 규모가 작은 캐나다 회사로 하여금 미국 거대 대기업을 삼키는 방식으로 국적을 세탁하는 Tax Inversion 등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는 버거킹이 캐나다 커피체인점인 팀홀튼에게 인수합병을 당한 사례, Valeant 같은 제약회사들이 국적을 세탁한 사례 등이 있다.


복잡한 얘기를 했는데, 요약하자면, 요 몇 년간 법인세를 아끼기 위해 국적을 세탁하거나 해외 자회사에 현금을 쌓아두는 식의 꼼수가 미국기업들 내에서 굉장히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치권에서는 현행 과세 제도의 헛점을 보완하고, 법인세를 경쟁력 있게 낮추어 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법인세 개혁 논의가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개인소득세 제도역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별 공제 내역이 추가되거나 각종 Credit이 생기는 등의 작은 땜빵이 너무 많이 생겨서, 이를 단순화 하기 위한 개혁이 논의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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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논의되던 조세개혁을, 트럼프는 가장 급진적인 방식으로, 1) 법인세는 걍 15로 고정시켜버리고, 2) 개인소득세는 구간 단순화하고 3) 일괄공제액은 2배로 늘려서 실 세금율을 낮추자고 주장하였다.


여기서 첫번째 관전포인트. 트럼프는 이 계획에서 복잡하거나(세부 사항),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소비세 신설 혹은 수입세 신설)은 쏙 빼버렸다. 그냥 순수하게 세금을 줄여서, 경제를 살리겠단 달콤한 얘기만 넣었다. 이에 민주당은 트럼프의 계획을 세금개혁이 아닌, 단순한 부유층을위한 세금 감면안으로 평가절하 했는데, 사실 정확하다.


트럼프는 애초에 오바마처럼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통해 여러 이해관계를 정밀하게 조율하여 합의를 도출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대중이 원하는 것만 넣어서 발표를 한 뒤, 나머진 의원들이 알아서 하란 식이다. 근데 다시 생각해 보면, 여기에 대응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 법안으로 인해 당장 세금을 더 내야 할 미국인은 없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트럼프의 말대로 경제가 성장하면? 대중입장에선 좋은 것 아닌가? 겉보기엔 모두가 해피한 법안에, 정치인으로선 소신있게 반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두번째 포인트는, 협상과 수정이다. 이번 계획안은 어디까지나 트럼프 본인의 희망사항일 뿐, 아마 본인도 이대로 통과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상하원을 거치면서 수 많은 손질을 거칠 텐데, 문제는 트럼프가 너무 우편향 되게 법안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 균형이 잡힌 법안이라야 왼쪽과 오른쪽이 모여서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할 텐데, 이번 계획은 애초에 완전 오른쪽에서부터 시작을했으니, 타협점을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다.


세번째는, 상원 통과 방식이다. 세금 개혁안이 법제화 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있는데, 하나는 공화당이 민주당쪽에서 이 법안에 협조해 줄 상원의원을 찾아서 60% 찬성으로 통과시키는 방법과, 다른 한 가지는 그냥 과반수 투표로 밀어 부치는 방법이 있다.


당연히, 후자, 즉 다수결 투표로 통과하는 방법이 훨씬 쉬운데 (이미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과반을 점하고있다), 이 경우 문제는, 이 법안이 10년 짜리 유통기한 딱지를 달게 된다는 점이다. 상원에서 과반으로 통과된 법안은 한 가지 조건을 달고 입법화 되는데, 그 조건이란 재정적자를 발생시켜선 안된다는 점이다. 즉, 만약 해당 세금개혁안이 입법된 지 10년이 지났는데 계속해서 재정적자를 발생시키면, 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그래서, 이번 세금개혁안이 만약 과반수로 통과 된다면, 이 법안은 딱 10년간만 유효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공화당이 민주당 일부의원을 끌어들여 60% 의원이 해당법안을 찬성하면, 그 법안은 별도의 무효조항이 없이 입법화 된다.


그래서 과연 트럼프의 세금개혁이 10년 짜리로 끝날 단기 개혁이 될지, 아니면 본인 말대로 레이건 이래 최대의 세금개혁이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이번 세금개혁안이 끝내 통과되지 못하면, 미국정치는 혼돈의 카오스로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장 첫 개혁안이자, 악법으로 꼽아왔던 오바마케어 개정안이 부결 되었는데, 두 번째 법안인 조세개혁마저 실패한다면, 트럼프 리더쉽에 아주 엄청난 기스가 날 거다. 당장, 하원의장 폴라이언은 책임지고 정계를 은퇴해야 할 테고, 법안 통과를 저지시킨 극우성향의 티파티는 트롤로 낙인찍혀 출당 당할지도 모른다. 즉, 모두가 사력을 다해 이 법안 통과에 매진할 텐데, 과연 민주당은 어떻게 나올것인가. 트럼프의 세금감면안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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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퐈


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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