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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 소식을 들은 지인들의 최대 걱정거리는 미세먼지였다. 미세먼지 때문에 5살배기 딸의 피부가 뒤집어졌다, 사람들이 비슷한 증상의 감기를 달고 다닌다, 예정되어 있던 야외 활동을 취소했다, 다른 나라였으면 휴교령 수준이다, 영유아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쏟아지는 말들에 유아용 마스크를 검색하며 근심이 깊어졌다. 아기와 함께하는 첫 장기 여행이었다. 10개월 아기와 타지에서 2주간 외부활동을 하려면 짐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난다. 비상약, 체온계, 아기용 워시 제품, 로션, 발진 크림, 이앓이 젤, 손톱깎이 같은 기본 용품 외에, 매일매일 대여섯 개의 기저귀, 물티슈 한 통, 입/손 전용 물티슈 한 통, 기저귀 처리 봉투, 기저귀 교환 매트, 가재 수건, 턱받이, 하루 세끼의 시판 이유식, 간식, 물컵, 숟가락, 이유식 그릇 등 일상용품을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 모유 수유가 이 정도인데, 분유 수유라면 상상이 가는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아 소모품은 현지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한국 도착 하루 만에 정말로 빨간 트러블이 아기의 뺨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대 난항은 미세먼지가 아니었다.


아기 엄마이자 여행자 신분으로 다시 찾은 한국은 ‘내국인 미혼 여성’으로서 경험했던 공간과 사뭇 달라져 있었다. 한국을 묘사할 때 관용어구처럼 따라붙는 수식어들, 예를 들면, ‘편리하다’든가, ‘빠르다’든가, ‘정이 많다’든가 하는 장점들은 무용해졌다. 한국은 아기와 여행하기에 무척이나 불편한 나라였다. 꼭 여행자로서가 아니더라도, 아기 엄마들 고생이 많겠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마음을 울렸다. 출산 직후부터 쭉 시간을 보냈던 호주의 시드니를 기준선으로 잡아도, 한국 체류 직후 건너간 일본 도쿄와 나란히 놓아도 그 격차는 명백했다. 모두 도시 최대의 번화가였다. 서울의 명동, 시드니의 ‘시티’ 및 역세권, 도쿄의 신주쿠/오모테산도/긴자/이케부쿠로 정도면 해볼 만한 비교가 될 것이다.



특급 미션: 시판 이유식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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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먹성이 좋은 편이라 170그램짜리 휴대용 이유식을 열 팩 이상 들고 갔는데도 하루 반나절 만에 동이 났다. 이유식을 공수하는 여정은 눈물겨웠다. 공교롭게도 도착 둘째 날이 대형마트 전체 휴무일이었다. 편의점에서 산 햇반, 김, 고구마 말랭이나 숟가락으로 부순 과일 따위를 먹이면서 가까스로 하루를 버텼다. 날이 밝자마자 명동 지역의 소규모 마트를 돌았지만, 시판 이유식을 취급하는 곳은 없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으로 향했다. 지하 식품관 마트에는 어스베스트(Earth’s Best) 등 두어 개의 수입 브랜드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가짓수가 너무 적었고, 무엇보다 비쌌다. 삼천 원 대의 7개월용 이유식(110~120g)과 육천 원 대의 9개월용 이유식(170g), 아기 과자 몇 개를 섞어 이틀 치 식량을 장바구니에 담으니 오만 원이 우스웠다. 유기농이라 그러려니 했다.


가격은 그렇다 치고, 어스베스트 제품은 퓌레 입자가 고운 편이었고 무엇보다 아기 입맛에 맞지 않는 듯해 계속 먹일 수가 없었다. 다음 시도에는 명동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마트인 서울역 롯데마트를 찾았다. 롯데마트에서 판매되는 국산 브랜드(맘마밀, 베비언스)의 경우 100g 팩이 이천 원 대로 수입보다는 저렴한 편이었지만, 이유식 여섯 팩에 요거트, 주스, 과자 등의 보충식을 곁들이면 역시 하루 만오천 원은 아기 뱃속에 들어간다. 국산 시판 이유식으로 사흘가량을 버틴 뒤에는, 시간과 동선이 따라주지 않아 가까운 롯데백화점 본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입 브랜드 이유식 한 가지와 아기 쌀국수가 전부였다. 계산 실수로 그마저도 못 먹이게 된 날 밤에는 명동 지역 내의 죽 전문점을 수소문해야 했다. 홈페이지 메뉴판에서 아기 죽을 발견하고 전화를 건 본죽 매장에서는 해당 메뉴가 폐지되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기가 굶을까 몇 번이나 발을 동동 구르면서, 도대체 시판 이유식을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이유가 뭔지 생각했다(‘이곳 아기들은 집에서 만든 이유식만 먹나?’). 뒤늦게 발견한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한국 엄마들은 온라인 주문을 통해 이유식을 배달 받아보고 있었다. 배달 이유식, 좋다. 하지만 양육자가 아프거나,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인터넷을 사용할 환경이 아니라든가 하는, 아이를 키우는 가정들의 수만 가지 상황과 변수들을 생각해 보자. 한국의 시판 이유식은 분명히 접근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다양성이 떨어진다. 쇼핑몰마다 대형마트 ‘울워스(Woolworths)’, ‘콜스(Coles)’, 어린이용품 전문점 ‘토이저러스’ 등이 입점해 각종 브랜드 시판 이유식을 1~3달러 내외로 구할 수 있는 시드니에서는 생각해보지 못한 난관이었다. 일본에서도 헤맬 필요가 없었다. 번화가에 두세 개씩 간판을 드높이고 있는 전자용품 전문점 ‘LABI’만 가도 유아용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와코도(wakodo)사의 9~12개월용 이유식은 한 팩(100g)에 100엔이었고, 마파두부, 크림스튜, 미소맛 등 메뉴 배리에이션도 좋았다. 참고로 호주의 최저시급은 17.70호주달러, 일본의 최저시급은 822엔이다. 한국 최저시급(6,470원)으로는 9개월용 유기농 이유식 단 한 병만을 살 수 있다.



여기서 못 갈면 끝이다


신세계 본점의 유아 휴게실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무심코 기저귀를 교환하러 들어갔다가 푹신한 교환대마다 달린 모빌, 쾌적하게 돌아가는 가습기, 무상으로 제공되는 물티슈, 쓰기 좋게 수납된 기저귀 처리 봉투를 발견하고 서울 온 시골 쥐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명의 엄마들과 아기들이 마주 앉도록 고정 하이체어를 설치한 이유식 피딩 룸이나, 아기 수면실, 수유 쿠션이 구비된 수유실도 호주에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고급 시설이다. 서울 신라호텔 파크뷰의 수유실 및 기저귀 교환실도 나쁘지 않았다. 여자 화장실 내부에 위치해 엄마 혼자서만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후진적이기는 했지만,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피지오겔 로션, 면봉, 물티슈 등 소모품을 제공한다. 그러나 묵었던 호텔 로비의 기저귀 교환 공간, 신세계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롯데마트까지 줄을 세우고 나면 더는 할 얘기가 없다. 기저귀, 기저귀, 기저귀! 어딜 가든 기저귀 생각에 집착적으로 공간을 스캔했지만, 아기 사인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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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왜 굳이 유아 휴게실을 찾아다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남의 아기 오줌 기저귀 똥 기저귀 보면서 밥 먹고 싶은 사람은 없겠고 화장실로 가야 할 텐데, 기저귀 교환을 위한 공간은 반드시 평편하고 안정적(넉넉하면 더 좋다)이어야 한다. 특히 기기 시작한 아기의 기저귀 갈기는 진 빠지는 전쟁이다. 열에 다섯 번은 몸을 비틀고 뒤집고 굴러다니며 발버둥을 치고, 양육자는 애교도 부리고 완력도 써 가면서 바지를 벗기고, 기저귀를 떼고, 오물을 닦고, 기저귀를 입히고, 옷을 정리한다. 이미 비행기 화장실에 딸린 교환대에만 올려놓아도 엉덩이가 아슬아슬하게 걸쳐질 만큼 커버린 아기의 기저귀는 아무 데서나 갈려고 해도 그럴 수 없다. 성인 변기 위에 아기를 올려놓고 기저귀를 교환하기란 불가능에 수렴하며, 실제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아주 구슬픈 상황이다. 아기에게도 위험천만함은 물론이다.


한 마디로 공간 경험의 편차가 극단적으로 큰 것이다.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거나, 시설이 없다. 럭셔리한 유아 휴게실은 아니더라도 기저귀 교환대 정도는 갖춰져 있어야 할 일이다. 기저귀 때문에 교환실이 ‘있을 법한’ 건물을 들락날락하며 허탕을 치거나, 결국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기 엄마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가? 명동 눈스퀘어처럼 아기를 위한 시설이 전무한 쇼핑몰도 있다는 사실은 좀 놀랍다. 호주는 쇼핑몰이라고 하면 유아 휴게실이 100% 보장되고, 웬만한 일반 음식점 성인용 화장실에도 기저귀 교환대가 딸린 나라니 말이다. 도쿄에서는 육아 친화적인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규모 있는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즐비해 맘만 먹으면 십 분 내로 필요한 시설을 찾을 수 있고, 건물 입구부터 붙은 층별 안내도에 유아휴게실 유무 여부가 표시되어 있어 긴가민가하면서 헛수고할 일이 없다. 휴게실 내에는 기본적으로 싱크대와 온수 정수기 등이 구비되어 있고, 여성용 화장실 칸 안에도 아기 거치대를 설치해 엄마 혼자서도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쉽도록 배려해 놓았다. 한국 백화점 베이비라운지 수준의 시설을 갖춘 신주쿠 ‘도큐핸즈’의 유아 휴게실 수유실에는 SPA브랜드 피팅 룸처럼 커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적으면 한 개, 많아야 네 개의 룸 앞에서 하염없이 차례를 기다리며 서 있던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빠르게 수유를 하고 나왔다.



아기 엄마는 만만하다


아기 엄마가 되면 대인 경험도 변화한다.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아기는 높은 확률로 낯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데, 아기를 귀여워하거나 아기의 나이를 묻는 선에서 그치는 스몰토크마저도 한국 버프를 받으면 불유쾌한 어떤 것으로 변모한다. 중년 여성들은 너무 많이 참견한다. “아기 춥겠다”는 걱정을 가장한 훈수가 가장 대표적이다. 아기는 무조건 따뜻하게 키워야 한다고 있는 우리네 어머니들은 지나가는 아기 엄마에게도 툭툭 한 마디씩 던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로 서울에서 지내는 열흘 동안 모르는 사람에게 “아기 춥겠다”는 말을 이틀에 한 번 꼴로 들었다. 아기를 안아 올리느라 말려 올라간 바짓단을 보고 어찌나 걱정들을 하는지, 수시로 옷을 고쳐 입혀도 종아리가 삐져 나왔다 싶으면 득달같이 일러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아기 옷 매무새를 지적하거나 피부 상태가 어떻다는 둥 하는 이래라 저래라를, 친엄마나 시어머니가 해도 싫은데 길 가는 사람들에게 듣는 게 일상이라니! 이 중년 여성들은 늘 엄마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검사하려 한다. 말하는 사람은 어쩌다 한 번일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한 번이 아니다. 나중에는 억지로 웃어넘길 기력도 없어서 “나도 아니까 신경 쓰지 마시라”고 일축해버렸다.


반면, 중년 남성들은 대놓고 불친절하거나 고압적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택시 기사가 가장 심했다. 아기와 유모차와 짐을 끌고 나타나, 유모차를 트렁크나 앞 좌석에 실어보려 끙끙대고 있어도(유모차가 한국 기존 유모차보다 약간 컸다), 90%의 택시기사는 운전석에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정말로 필요할 때에만 정중히 도움을 요청하면 자리에서 일어나기는 하는데 얼굴에 짜증이 묻어난다. 짐 싣기를 도우러 나왔던 한 택시기사는 나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들어가 있으라”고 두어 번 종용하더니, 내가 유모차를 접느라 여전히 얼쩡거리는 듯하자 “아줌마는 들어가 계시라고요!”라고 역정을 냈다. ‘Ma’am’이나 ‘Darling’이라는 호칭에 익숙했던 나는 아줌마라는 멸칭에 당황한 나머지 대꾸도 못 하고 좌석으로 기어들어 갔다. 하지만 차츰 화가 났다. 귀찮게 오라 가라한 데 대한 화풀이 상대로 남편보다는 나를 얕잡아 본 그 수가 훤히 들여다보였기 때문이다.


시드니에 도착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낯선 사람들의 쏟아지는 친절은 한국이 어떤 곳이었는지 실감하게 했다. 한 번도 요청한 적이 없는데 전철을 오르내릴 때 유모차를 들어주고, 엘리베이터를 잡아 주고, 짐 내리는 것을 도와주고, 심지어 횡단보도에서 캐리어를 끌어주기까지 하는 환대에 수십 년을 산 한국보다도 호주가 더 집처럼 느껴졌다. 물론 짐을 실어주고 내려주는 것이 택시기사의 업이 아님을 안다. 내키지 않으면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 이해하지만, 기왕 개인을 강조하는 사회를 지향할 거라면 아기 엄마가 군소리 들을 일도 없었으면 한다. 멋대로 참견할 땐 ‘정’이고 호의가 필요할 때는 천덕꾸러기 취급이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옥의 난이도: 아기와 외식하기


전에는 불편한 줄 몰랐던 것들, 아이를 낳고서야 비로소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 중 하나가 ‘아이 없는 손님’만을 위해 꾸며진 식당 인테리어다. 1인용 의자뿐이거나, 테이블이 너무 작거나, 간격이 좁은 식당에 가면 부모 입장에서는 고생문이 열린다. 특히 기고 서기 시작한 아기들은 하이 체어나 유모차에 조금만 가만히 앉아있어도 지루해하기 때문에, 끝내 보채는 아기를 안고 허겁지겁 밥을 먹거나 2인이 교대로 식사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 십상이다. 식사시간은 한없이 짧거나 한없이 길어진다. 지옥의 식사를 마치고 나면 기진맥진해서 맛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20~30대 싱글 손님을 타깃으로 한 레스토랑을 피하고, 파인 다이닝도 제외하고 나면 가능한 외식 장소는 뷔페, 패밀리 레스토랑, 대형 프랜차이즈, 온돌이 있는 한식당 정도로 좁혀진다. 그래서 또(!) 백화점에 간다. 가족 단위 고객’도’ 고려한 공간 설계가 만들어내는 차이는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할 수가 없다. 소파 좌석이 있고, 공간이 넉넉하고, 아이용 식기나 하이 체어가 준비된 환경, ‘아이가 있는 손님도 환영 받는’ 분위기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신세계 본점의 한 음식점의 경우 내부 통로로 연결되는 옥상 공원을 손님에게 개방해 아이들이 뛰어놀거나 산책할 수 있게끔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니 외칠 수밖에. 오, 백화점 만세.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펍, 파인 다이닝, 아주 작은 아시안 레스토랑이 아니고서야 늘 가족적인 분위기가 살아있는 시드니나(사실 이 나라 사람들은 공간 인테리어 자체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하다) 원체 외식 산업이 발달해 갈 곳이 차고 넘치는 도쿄에서의 식사 난이도는 월등히 좋은 편이었던 것이다.



아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그러나 누군가는 ‘낮 시간대에 고급 유모차 몰고 백화점 나가서 커피 마시고 수다 떠는 아줌마’들을 질시한다. 상상 속 ‘맘충’과 ‘된장녀’ 사이에서 탄생한 이 교배종은 끊임없이 기혼 유자녀 여성들을 향해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생활하는 네 주제를 알고 분수에 맞게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어쩌란 말인가? 아기 엄마들은 ‘꿀 빨고 싶어서’ 백화점에 가는 것이 아니라, 달리 갈 곳이 없어서 백화점에 간다. 양육자이기 전에 인간이라 남이 지은 밥 먹고 바람도 쐬고 싶고, 볼일도 보고 사람도 만나야 하는데, ‘엄마가 편하게 식사할 수 있을 것’, ‘기저귀 교환 및 수유가 어렵지 않을 것’, ‘아기용품을 구할 수 있을 것’, ‘친절하게 응대해주는 직원이 있을 것(무례한 행인을 만날 가능성이 작을 것)’, ‘유모차를 밀고 다니기에 길이 좋을 것’ 등의 조건을 겹쳐 보면 백화점만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그것이 지겨워도, 비싸도 백화점에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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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설이 있는 거의 유일한


그래서 한국에서 아기 키우기는 더 많은 돈이 들고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노동이 된다. 온전한 성인의 몸을 기준으로 모든 환경을 설계해 놓고, 아기 같은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위한 시설은 잉여자본으로 시혜하는 고객 서비스쯤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한국 어머니들은 고생으로 정성을 증명하는 존재여서, 길 가는 아기 엄마 옷차림이 말쑥하고 몸이 편해 보이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나 아기와 보호자를 위한 사회적 장치는 물론이고 시민의식 차원에서의 배려조차 미비한 상태에서 출산율, 출산율 부르짖어 봐야 닦달밖에 되지 않는다. 뉴스에서는 출산율 저하가 나라 근심이라고 떠드는데, 국공립 유치원 입학은 바늘구멍인 아이러니가 판치는 나라니 오죽하겠는가. 아이를 키울 환경을 만들어 주든가, 아이 낳으라는 강요를 말든가, 한 가지만 하도록 하자. 한국은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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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