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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진짜 머리싸움이 시작되는 타이밍, 이기는커녕 이미 다구리판 벌어질 만큼 벌어진 마당에 무슨 효용이 있나 싶지만 여튼 금지기간입니다.


여론조사는 뜬구름처럼 존재하는 ‘여론’을 주관이 개입된 조사를 통해 수치화한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나 보통 선거에선 후보에 대한 선호도나 지지도 조사에 쓰입니다. 역으로 해당 여론조사(와 보도)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줘 새 여론을 만들어내기도 하고요.


선거 때마다 질리도록 볼 수 있는 여론조사지만, 마냥 받아들여야 할 무언가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그 때 전화를 받은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니까요? 모든 건 뚜껑을 까봐야 안다는 걸 트럼프 때도 잘 보지 않았습니까? 결과예측이 아닌 ‘조사’라는 걸 항상 유념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자체가 여론을 만들고 하나의 도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상식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공표 금지 된 마당에 무슨 소리냐구요? 선인들이 말하길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습니다. 우리 모두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듣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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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여론조사는 후보 본인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주...



여론조사가 어떻게 만들어지를 알아야지 댄다


여론조사를 하는 데에는 3-4단계 정도가 있습니다만, 전혀 간단하지 않게 3단계로 줄여보도록 하겠습니다.


1. 표본추출


여론조사는 전수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샘플을 추출하는데, 이 때 샘플을 ‘표본’이라고 합니다. 전체를 유추할 수 있게 하는 일부분인 거죠. 전수조사에 비해 돈도 시간도 절약할 수 있게합니다만, 여론조사 할 때 가장 먼저 장난질을 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보통 표본은 1000개 정도를 추출합니다. 더 적은 수를 하기도 하고요. 표본의 크기를 증가시키면 정확도가 높아지긴 하지만, 1000~1500개를 넘기면 거기서 거깁니다. 표본을 2천 개 추출한다고 해서 딱히 뭐 효용이 없습니다. 라고 단정 지어서 얘기하지만, 학자들이 그렇게 말한 것 뿐이니 저는 잘못이 없습니다.


표본 수보단 표본추출 방식이 객관성에 더 중요합니다. 사전적으로는 표본을 추출할 때 인구의 특성/다양성(연령, 성별, 거주지역 등)을 최대한 반영해야 합니다만, 솔직히 쉽진 않습니다. 추출법엔 무작위추출, 임의추출, 계통추출, 층화추출, 할당추출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만, 학술적인 용어에 대한 집착은 버리도록 하겠습니다. 버림을 미덕으로 하는 과감한 생활양식을 가집시다.


1) 전화조사


[유형]
- 유선 전화기 (간단하게 집 전화기입니다)
- 휴대전화 ('무선전화'라고도 씁니다)

- 유선+휴대전화


* 임의번호 걸기 (RDD, Random Digit Dialing)
(집 전화 기준) 옛날엔 전화조사를 할 때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번호 중에서 표본을 추출했었습니다. 그러다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아도 ‘지역번호와 국번 이외의 4자리를 무작위로 생성하여 전화조사를 시도하는 방식(허명회, 김영원)’인 RDD가 도입됐습니다. 전화번호부에 없더라도 집전화만 있다면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 유선전화기, 휴대전화 모두 사용가능합니다.


학력과 소득이 높을수록 전화번호부 미등재율이 높아진다는 걸 감안하면, 일반 전화조사보단 RDD가 훨씬 여론을 반영할 수 있겠습니다만, 유선전화 자체를 갖고 있는 가정이 줄어들고 있고(표본에서 아예 제외), 설령 있다고 해도 여론조사 전화를 받을 만큼 집에 항상 있는 사람이 준다는 거겠죠오?


[방식]
- 전화대인면접 : 전화를 통해 면접원(사람) 물어보는 방식
- ARS : 기계음 혹은 녹음된 목소리가 나오고 응답자는 그에 따라 번호만 누르는 방식


2) 대인면접조사


말 그대로 면접원이 맨투맨으로 물어보는 방법입니다. 면접자 트레이닝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공사가 다 망합니다. 질문의 워딩을 바꾸거나 불필요한 뉘앙스를 풍긴다던가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면접원이 아무리 훈련이 잘 됐다고 하더라도 질문 혹은 대답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개입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구요. 반대로 답변자가 면접자의 눈치를 본다던가 하는 생각지도 못했던 역효과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3) 기타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사(인터넷 폴)도 있습니다만, 가격이 저렴하고 많은 수의 표본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만 역시 표본추출의 문제가 있습니다. 아직 숙제가 많아서 애용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2. 설문지 작성


아직도 실전이 아닙니다. 제발 힘내주십시오. 준비가 힘든 거지 원래 본겜은 금방 하지 않습니까?


설문지를 작성할 차례입니다. 문장을 만드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퀘스트이기 때문에 작성법 같은 디테일은 생략하겠습니다만, 질문의 글자 하나 토씨 하나가 답변과 결과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매우 신중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옳은 질문지 작성법은 친절한 누군가가 가르쳐줄 터이니, 우리는 질문지 작성 오류만 몇 가지 보도록하겠습니다.


문1) ‘이해찬이 상왕이 될 지도 모릅니다만’ 당신은 문재인이 대통령에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보십니까?

1) 매우 그렇다

2) 그렇다

3) 아니다

4) 매우 아니다

5) 모름, 무응답



“문재인이 대통령이 적합한 사람이라고 보는가?”에 대한 질문에 ‘이해찬이 상왕이 될 지도 모릅니다만’과 같은 불필요한 수식을 붙여 부정적인 답을 유도하는 케이스입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이런 식으로 질문을 만들면 깜빵 갑니다.


문2) 어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시 가장 직무 수행을 잘 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1) 심상정

2) 레드준표

3) 챙타쿠

4) 유승민

5) 모름, 무응답



이건 답변에 장난친 케이스입니다. 하나, 문재인이 보기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둘, 홍준표의 이름이 잘못 기재되어있고, 셋, 뜬금없기가 세상 이를 데가 없이 챙타쿠가 포함되었습니다. 서울구치소의 스타가 되고 싶으신 게 아니라면 이러면 안 됩니다. 늘 그렇듯 오류가 많아질수록 깜빵에 갈 가능성 또한 많아진다는 걸 기억합시다.



3. 실사


이젠 정말 대중을 만나는 단계입니다. 사전에 준비만 제대로 했다면 실사는 (비교적) 쉽습니다만 준비단계의 미흡한 부분이 드러나기 또한 쉽습니다.


실사과정에선 다음과 같은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무응답 오차

표본 내의 응답자들이 응답을 거부함으로써 발생(모름/무응답 대답 비율을 일컫음)


응답 오차

응답자가 정확하지 않거나 왜곡된 답변을 할 때 생기는 오차. 응답자가 고의적으로 다른 답을 말할 수도 있지만, 질문을 부정확하게 이해하거나 적절한 응답을 하지 못했을 때도 일어남


응답률 또한 높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만 낮은 응답률은 여론조사에 전체에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1000명 조사 / 응답률 20%


물론 응답률이 20%라고 해서 달랑 200명을 조사했다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응답률의 기준은 ‘초기 1차로 추출된 표본의 크기 비율’입니다. 그러니까 처음 표본 삼은 1000명 중 200명만 대답했다는 거고, 나머지 800명을 채우기 위해 다른 4800명에게 졸라게 전화했다, 입니다.


* 응답사례

비적격사례 : 결번/사업체/팩스/해당 아님/할당초과
접촉실패
접촉 후 거절 및 중도 이탈

응답완료


이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할당을 못 채울 수 있습니다. 이는 전산처리 단계에서 가중치(할당을 맞추지 못하거나 너무 넘쳤을 때, 조사결과를 원래 할당에 맞게 수정)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합니다.


조사를 다했으면 다음은 전산처리를 위한 코딩을 할 차례입니다. 모두가 아는 그 코딩 말입니다. SPSS 좀 만져봤던 통계 관련 학과 분들을 눈물을 훔치실 테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이 구역의 핑계왕입니다.


마지막으로 (코딩한) 데이터를 안정화하기 위해 가중치를 주는 등 사후보정을 합니다. 사후보정까지 거치면 하나의 여론조사 결과가 탄생합니다. 이야.



적용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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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나온 여론조사들입니다. 같은 날, 혹은 하루 차이인데 조사기관/매체마다 퍼센트가 조금씩 차이가 나지요? 우리는 여론조사 읽는 법을 배웠으니 퍼센트도 퍼센트지만 다른 정보들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 신뢰수준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95%정도 확실하다는 말. 신뢰 수준을 높이려면 오차를 더 넓게 잡아야 함. 여론조사는 보통 95%


<프레시안>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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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2,053명
숫자가 애매한 이유는 실사 때 원래 수보다 좀 더 많은 표본을 삼음


4월 30일~5월 2일

조사기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ARS, 휴대전화 RDD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 휴대전화 임의번호 걸기를 하였다


응답률 9.7%
1차 표본 2000명 중 9.7%만 대답하였다. 위와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결론적으로 약 2만 명에게 전화를 하였다... (단순계산법 사용. 이하 동일)


신뢰수준 95% ±2.2%
내가 95% 확신해서 말하는데 문재인의 지지도는 43.2%에서 ±2.2%다


<SBS>
201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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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23명


5월 1~2일
조사기간


전화면접, RDD, 유선50% 무선50%
사람이 물었으며 / 임의걸기 방식으로 / 집 전화 50% 휴대전화 50%


응답률 17.8%
1차 표본 1000명 중 17.8%만 대답하였다. 약 5600명 정도에게 전화


신뢰수준 95% ±3.1%
내가 95% 확신해서 말하는데 홍준표의 지지도는 16.2%에서 ±3.1%다.


<조선일보>

201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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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147명


5월 1~2일


유선 41.5% 무선 58.5%, RDD
임의걸기 방식으로 / 집 전화 41.5% 휴대전화 58.5%


응답률 13.6%
1차 표본 1000~1100명 중 13.6%만 대답하였다. 약 7300~8000명에게 전화를 돌렸다.


신뢰수준 95% ±2.9%
내가 95% 확신해서 말하는데 안철수의 지지도는 15.7%에서 ±2.9%다



<갤럽>
201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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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5명


5월 1~2일


전화면접, RDD, 휴대전화
"전국 유권자 대표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휴대전화 RDD를 기본 표본 프레임으로 합니다. 단, 휴대전화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여성, 고연령대 등을 보완하기 위해 일부 집전화 RDD 조사를 병행하며 반영 비율은 평균 15%(한국갤럽)"


응답률 25%
1차 표본 1000명 중 25%만 대답하였다. 총 통화 4044명


신뢰수준 95% ±3.1%
내가 95% 확신해서 말하는데 심상정의 지지도는 8%에서 ±3.1%다.


제 막눈에는 조선일보 빼고는 안철수가 2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대부분 홍준표와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조선일보만 무응답 비율을 높게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조선일보의 질문지 내용이 왠지 보고 싶어지는 게 제가 민족정론지에 근무하고 있어서인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질문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볼 수 있읍니다)



물론 젤 중요한 건 투표


“여론조사에 참여하게 되는 응답군은 선거에 참여하는 투표행위자와는 성격부터 다르다(여론조사의 대표성, 김지윤·강충구)”


열라게 설명해놓고 할 말은 아니지만, 이 글의 결론은 “여론조사고 뭐고 내 조때로 투표를 하자.”입니다. 여론조사는 선거 예측조사가 아니잖아요. 현시점에서 여론조사가 주는 건 일종의 정보일 뿐입니다. 이미 끝난 판에 일희일비해서 나의 뜻을 소신을 바꾸진 말기로 해요. 여론조사에서 월등히 높은 지지도가 나오니까 다른 동네 가서 거의 당 대표급 행보를 보이다가 민간인 된 오세훈(무직인)처럼 그저 ‘조사’를 믿어버리면 안 된다구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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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여론조사 방송보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 중 발췌

그리고 그 정보가 단순 흥미 위주로 보도되는 경우도 많다구욧


여론조사의 효용을 무시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정치 정보 전달에 있어 많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정보는 전달되는 것 이상의 마법을 부리지 못합니다. 여론조사도 그저 정보 아니겠습니까? 여론조사는 거들 뿐이란 걸 인지하고 진짜 투표를 하자 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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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찌요?



참고문헌
여론 / 이동근 / 커뮤니케이션북스
여론조사의 비밀 / 유우종 / 궁리
여론조사 : 대중의 지혜를 읽는 핵심 키워드 / 프랭크 뉴포트 / 휴먼비즈니스


여론조사의 대표성 - 표집과 조사방식에 대한 연구 / 김지윤, 강충구 / 평화연구 2014년 가을호
선거 여론조사 이해를 위한 5가지 조건 / 배종찬 / 관훈저널 2017.3
여론조사의 함정 / 홍영림 / 관훈저널 2012.3
여론조사보도에 대한 제3자 효과 연구: 19대 총선 기간 대학생 집단을 대상으로 / 김대경 / 사회과학연구 2013.4
선거 여론조사 보도에 대한 제삼자 인식이 정치적 참여 의향에 미치는 영향 / 김현정 / 한국언론학보 2013.8
외주민주주의 시대의 여론조사: 여론조사가 투표선택에 미친 영향 / 정한울 / 한국정당학회보 2016.3
선거여론조사 방송보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 지상파와 종편채널의 제18대 대선 방송뉴스를 중심으로 / 정일권, 장병희, 남상현 / 한국방송학보 2014.9
텔레비전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영향에 대한 수용자 인식이 정치적 행동의향에 미치는 영향 / 김현정, 이수범, 김남이 / 한국언론정보학보 2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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