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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벗은 경박한 원숭이 - 수양제를 고발한 시

 

중국이 하나가 되면 이웃나라는 불안하게 마련이다. 진나라가 멸망한 뒤 5호 16국 시대와 남북조 시대를 아우르는 수백 년 동안 주변 국가들은 초강대국이라 할 대륙의 통일 왕조 공포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었다. 고구려의 최전성기를 이룬 장수왕도 남북조의 대립을 교묘히 이용했고 본격적인 남하 정책을 펴면서 백제, 신라를 위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양상이 달라졌다. 북조의 수나라가 남조의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통일 왕조를 이룬 것이다. 근 300년 만에 통일 왕조가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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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나라를 개창한 문제 양견은 영걸이었다 ‘개황(開皇)의 다스림’이라 하여 혼란의 수습과 새 나라 건설에 필요한 여러 정책을 실시했다. 3성 6부 제도나 과거 제도의 원형 등이 모두 수나라에서 나왔고, 후대의 당나라는 이를 고스란히 받아안으며 3백 년 왕조를 열게 된다. 그 부인인 독고도 여걸이었다. 남편 양견이 북주 왕조의 실권자였을 때 모시던 황제가 죽자 독고는 이런 편지를 보낸다.

 

“큰일이 이에 이르렀으니 짐승 등 위에 올라탄 형국입니다. 내릴 수 없습니다(大事已然 騎獸之勢 必不得下).”

 

양견은 이에 힘을 얻어 허수아비 황제를 끌어내리고 자신이 황제가 됐다. 기호지세(騎虎之勢)라는 말이 나온 연원이기도 하다. 독고는 질투가 매우 심했다. 애초 양견이 장가들 때부터 “나 외에 다른 여자에게서 자식을 보지 말 것”이라는 조건을 걸고 약속을 받은 뒤에야 혼인했던 그녀는 평생 남편의 첩 꼴을 보지 않았고 신하들이나 심지어 자기 아들들이 첩을 얻는 것도 극도로 싫어했다.

 

장남 양용이 본처 외의 여자에게 정신을 팔고 그 상처를 못 이긴 본처 원씨가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버린 일이 발생하자 독고황후는 자신의 장남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이 독고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외려 기름을 붓는 사람이 있었다. 둘째 아들 양광이었다. 그는 능숙한 연기로 어머니 독고의 총애를 얻어냈다. 절대로 사치하지 않았으며 부정부패와 연루되지도 않았다. 어머니 앞에서 의관은 항상 허름했고 무엇보다 여자 보기를 돌 보듯 하여 어머니의 환심을 샀다.

 

“그래. 양광 네가 진짜 남자다.”

 

사실은 정반대였다. 양광은 속임수에 능했다. 아버지 문제가 자신의 거처에 행차할 때 어여쁘고 젊은 여인들은 죄다 숨겨놓고 나이 들고 평범한 여인들을 앞세워 시중을 들게 했다.

 

“허어 우리 광이 이렇게 여색을 모르는 군자란 말인가.”

 

그는 끊임없이 태자였던 형 양용과 부모 사이를 이간질했고 급기야 양용을 내쫓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식이었다.

 

“어흐흑 말씀드리기 참담하오나 형님이... 아버님이 어서 돌아가셔야 한다고... 어흐흑.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아무리 자기가 황제가 되고 싶어도 그렇지.”

 

주 공략 대상은 어머니였다. 멀리 길 떠날 일이 있을 때 어머니 독고황후를 찾아뵙고는 어찌 어머님을 두고 떠날 수 있으리오라는 듯 펑펑 울며 일어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감동할 수밖에. 어머니 코맹맹이 소리가 날라치면 어김없이 고해바치는 형의 험담.

 

“형님이 저를 얼마나 핍박하시는지... 어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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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자가 된 뒤 태자궁에서는 화끈한 주지육림이 펼쳐졌고, 궁 안의 사람들은 양견이 어떤 인물인지 짐작하고 있었지만 황제 부부만은 그걸 까맣게 몰랐다. 독고황후가 병들어 죽었을 때 새 태자 양견은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통곡했고 피눈물까지 흘렸다. 밥도 안 먹었을 것이다.

 

아버지 황제가 슬픔 가운데에도 흐뭇하도록. 그런데 장례식도 끝나지 않았는데 태자궁으로 물러 나와서는 질탕한 잔치를 벌였다. 그러다가 다시 어마마마를 부르짖으면서 통곡하는 일을 되풀이했다. 야사에 따르면 그 간격이 다섯 시간 반 정도 됐다고 전한다.

 

후일 아들의 정체를 파악한 수문제가 다시 태자를 바꾸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중국을 통일한 영걸 수문제는 아들이 보낸 자의 손에 목 졸려 죽는다. 황제가 죽은 날 그 아들이자 차기 황제 양광은 아버지의 여자를 범하고 있었다. 희대의 연기파 악당. 수양제가 제위에 오르던 날 한 선비가 이를 한탄하며 남긴 시가 후대에 전해지고 있다. 작자는 미상이다. 사진은 본문과 관계없다.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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揷嫉慢放何蠱煽 삽질만방하고선

시기심 꽂아넣고 오만함 퍼뜨리니 그 독기 얼마나 자심한가

 

歪詔弄廨裂內奈 왜조롱해열내내

어명도 왜곡하고 관아를 희롱하여 속을 찢어발기니 어이할꼬

 

豈愚習多裸輕猿 개우습다나경원

어찌 어리석은 자가 배움이 많으랴. 발가벗고 천박한 원숭이일 뿐

 

契束端蝕何時開 계속단식하시개

언약은 묶이고 바른 도리 좀먹었으니 세상은 어느 때에나 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