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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동차가 23년 만에 국내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게 된다는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뿐만 아니라 일자리가 필요한 전국 지자체들의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광주 외에도 2곳 정도의 지자체에서 광주형 일자리와 같은 대기업과 지자체가 힘을 합해서 새로운 국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긍정적인 움직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새로 건설되는 공장의 자동화, 기계화율이 어느 정도이고 그에 따라 실제 고용되는 인원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습니다.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만들어질 새로운 생산 시설을 통해 정규직 근로자 약 1,000여 명, 협력사를 통한 간접 고용까지 더하면 약 1만∼1만 2000명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만들어질 현대 자동차의 새로운 공장에서는 1000cc 미만 경량형 SUV가 생산될 예정이며, 연간 약 10만 대 생산 규모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대 자동차 홈페이지에 표시된 각 공장별 생산 규모는

 

중국 - 연 125만 대

 

미국 - 연 37만 대

 

체코 - 연 35만 대

 

인도 - 연 68만 대

 

터키 - 연 23만 대

 

러시아 - 연 20만 대

 

브라질 - 연 18만 대

 

국내 - 연 181만 대(울산 141만, 아산 30만, 전주10만)

 

약 500만 대 생산 규모의 전 세계 공장을 운용 중에 있습니다. 광주에 지어질 연 10만 대 생산 규모의 공장은 현대차의 전 세계 생산 공장 중 가장 작을 것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총 10개의 생산 공장 중 규모가 작은 터키, 러시아, 브라질의 고용 인원이 터키 2,467명, 러시아 2,245명, 브라질 2,486명입니다. 이를 토대로 새로운 광주 공장의 임금과 생산성에 대해서도 유추해 보면, 새로 지어질 광주 공장의 연 10만 대 생산, 1000명 규모의 고용은 적절한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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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공장은 1997년 처음 공장이 지어진 이후 2014년 공장 라인 증설로 인해 공정 대부분에 로봇이 투입되면서 생산성과 신뢰도가 높아졌으며, 잉여 생산 인원을 다른 라인으로 재조정해 공장 전체 가동률을 향상시킨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비슷한 규모의 생산 시설을 갖는 브라질, 러시아에 비해 좁은 공장 부지 내에서도 완성차를 약 3~5만 대 이상 더 생산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터키, 러시아, 브라질 공장은 엔진 생산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임금 수준이 낮은 중국 공장의 평균 임금은 월 95만 원 정도이고, 자동차 1대당 투입되는 시간(HPV)은 중국 공장이 17.8시간으로, 미국 공장 HPV 14.4시간, 인도 공장 HPV 16.9시간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 공장의 생산성은 매우 우수한 편입니다.

 

새로운 광주 공장에서 생산 예정인 1000cc 미만 경량형 SUV의 엔진이 전용 엔진인지, 타 모델과 공유되는 엔진인지에 따라 광주 공장의 엔진 생산 여부가 갈리겠습니다. 현대차를 포함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 모델 간 엔진 플랫폼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미 국내 3곳의 공장에서 엔진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고, 현대차와 엔진을 공유하는 기아차의 광주 공장이 가동 중이기 때문에 새로 지어질 광주 공장에서 경량형 SUV 전용 엔진이 생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계획하고 있는 정규직 1000명과 간접 고용 1만여 명의 고용 보장 여부입니다. 임금은 3,400만 원 수준으로 협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줄이기는 어렵겠지만, 생산 공정에 따른 고용 인원 보장은 협정에서 빠져 있어서 최신 시설을 갖춘 생산 공정에서 1,000명 규모의 인원이 필요하게 될 것인가 반드시 의문을 품어 봐야 합니다.

 

광주시가 고용 보장에 대해 관련 협정에 강제하지 않은 채 현대차의 공장 건설이 이루어지고 완공된다면, 현대차는 새로운 생산 공장의 채용 인원을 광주시의 예상 채용 인원인 정규직 1,000명보다 훨씬 적게 채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생산성은 이미 중국 공장이 훨씬 좋고, 임금도 광주 공장의 예상 연봉 3,400만 원과 비교한다면 중국 공장은 연봉 약 1,200만 원으로 광주 공장이 중국 공장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연봉은 협정에 명시돼 있어 조정이 불가하지만, 고용 인원은 채산성에 따라, 최신 자동화 공정 도입 여부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는 것입니다. 광주형 일자리의 초점은 연봉 3,400만 원이 국내 일자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맞추어져 있지만 현대차 입장에서 고용 인원이 강제되지 않으면 생산 공정 자동화에 따라 1,000명이 아니라 500명, 700명에게만 3,400만 원 연봉을 보장하면서 채산성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현대차에게 연봉 규모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터키 공장의 사례는 남는 인원을 재조정해서 생산량을 늘리는 쪽으로 유도했지만, 이를 비틀어 생각해보면 광주 공장에는 처음부터 로봇 공정을 도입하면서 남는 인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용 인원을 딱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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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독일 라이프치히의 BMW 전기차 공장은 축구장 18개 크기이지만, 생산 공정의 약 97%가 자동화되어 일하는 노동자는 50여 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BMW 공장의 독일 귀환으로 들떠있던 라이프치히 지역 주민들은 실제 공장이 들어오고 완공되었음에도 고용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는 웃픈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는 광주형 일자리에서도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가 캐나다, 멕시코와 맺은 USMCA 협정에서 "자동차 생산의 40~45%를 시간당 임금 16달러 이상인 노동자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규정한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낮은 임금이나 공장 자동화를 통한 저가 생산을 견제하고 고용을 보장하려는 트럼프의 복안이 담겨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더이상 과거와 같은 노동 집약형 산업이 아닙니다. 광주형 일자리의 표본이 되었던 ‘AUTO(아우토) 5000’ 프로젝트는 2001년의 일이고, 광주에 새로운 공장이 들어설 시기는 2020년 이후입니다. 2001년의 산업 환경과 2020년 이후의 산업 환경이 같을 것이라고 전망한다면 큰 오산일 것입니다.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 협정이 마무리된 것 마냥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는 발표와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광주형 일자리 협정문에 최소 고용 인원이 강제되지 않는다면 광주형 일자리는 반쪽, 아니 반의 반쪽짜리인 자랑스럽지 않은 일자리 창출 사례로 남을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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