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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당당함뒤에 숨겨진 처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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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EPA>

 

지난 9월 14일 현지시간 새벽 4시, 예멘 후티반군이 운용하는 공격용 드론이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소유의 석유시설을 폭격합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예멘 후티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였고, 이번 공격은 3~4kg 폭탄이 장착된 드론 20여대와 순항미사일 10대가 동원 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4일 토요일 새벽에 폭격이 있었으니 16일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장 시작과 함께 배럴당 최대 19.5%(약 12달러)나 오른 71.95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걸프전이 있었던 1991년 이후 하루 상승분으로는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이 개장 후 약 2분만에 7% 이상 급등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었고 이후 WTI 가격은 최대 15.5% 가까이 뛰며 배럴당 63.34달러까지 상승합니다.

 

이란과 예멘 후티반군의 갑작스러운 사우디 석유 시설 폭격은 어떤 숨겨진 의도를 담고 있는지 추론해보면 이란에게 너무나 가혹하고 처절한 결론에 도달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부터 산유국들의 인위적 석유 생산량 조절로 석유 가격의 변동폭을 키우면서 미국의 물가, 인플레이션 수치를 농락 하는 것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된 후 대체 에너지 정책을 폐기하고 셰일 가스로 대표되는 미국산 석유 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미국을 석유 생산 1위 국가로 만들면서 마침내 석유 시장에 대한 절대적 지배력을 갖게 됩니다.

 

이는 석유 거래 시장에서 중동 산유국이 아니라 오로지 미국의 의지에 따라 석유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으로, 더이상 중동 산유국들이 생산량 조절을 무기로 미국 경제를 농락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트럼프 임기 초반에 산유국들의 미국을 겨냥한 석유가격 조절 시도가 있었으나 미국은 이미 석유 시장에서 절대적 위치에 올라있던 터라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산유국들의 시도는 미국의 석유시장 지배력만 확인해 주는 꼴이 되었습니다.

 

석유 시장에서 절대적 지배력을 확보한 트럼프는 자신과 적대적 관계에 있으면서 에너지 자원 보유 1위국인 이란의 에너지 자원 수출을 원천적으로 막는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며 이란의 국가 경제가 아사상태에 빠지게 만듭니다. 이란의 목을 움켜쥐고 산유국들에게 더이상 에너지 거래 시장을 교란하며 미국을 흔들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지요. 

 

 

무력 도발을 통한 대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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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이후 석유 거래 가격은 50~60 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가격은 미국의 셰일 가스 업체에 따라 19~45달러 정도면 유지 되는 채산성을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고, 미국의 물가상승률에도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면 전세계는 전쟁의 공포에 떨며 국제유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과 달리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석유 가격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가격 안정화 기조는 아이러니하게도 중동 산유국들의 국가 수익 구조의 경직을 불러 일으켜 경제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큰 위기로 다가 옵니다.

 

사우디를 예로 들면, 2018년을 기준으로 석유 매장량 세계 2위 (1위 베네수엘라), 생산량 세계 2위 (1위 미국)입니다. 전체 GDP에서 석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0.1%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일반제조업(12.8%)의 2.5배에 달합니다. 또한 사우디의 정부 수입 중 약 72%가 석유산업에 의존하고 있고, 전체 수출액의 약 75%가 원유 수출 금액입니다. 

 

지표에서 볼 수 있듯이 사우디 경제는 말 그대로 국제유가의 가격 변동폭에 종속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나마 사우디가 국가 수익 구조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다른 산유국들의 석유를 포함한 에너지 자원 의존도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유추가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란은 앞서 밝힌대로 석유+천연가스로 세계 최대 에너지 자원 보유국입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대 이란 경제 제재로 지난 1년간 거의 유일한 돈줄인 에너지 수출이 완전히 막히면서 이란은 큰 경제적 위기를 겪게 됩니다. 이를 탈피해야 하는 이란과 트럼프의 일본 패싱을 극복해야 했던 아베가 만나 머리를 맞대고 내 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계획이 바로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부르기 위한 '인명 피해없는 무력도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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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아베는 이란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두 가지 사건이 터집니다. 첫번째는 일본 회사가 운영하는 노르웨이 선사 소속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 오만해 초입에서 공격 당하는 일이 일어났고, 미국은 배에 기뢰를 부착하는 증거영상을 공개하면서 이 사건의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했습니다. 두번째는 이란 혁명 수비대의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남부 쿠흐모바라크 지방 영공을 날고 있던 미군 무인기 'RQ-4 글로벌 호크'가 격추됩니다. 

 

중동해역에서 유조선을 공격하고 미군 무인기를 격추하면 트럼프가 크게 놀라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트럼프는 이란의 도발을 단순한 실수로 묵살해 버립니다. 결과적으로 이란은 아베와 만남 직후 무리한 무력 도발을 강행했다가 미국과 대화 테이블에서 더욱 멀어지게 된 것이지요. 그 후 3개월, 이란 경제의 위기 임계치가 깔딱깔딱 넘어가기 직전에 갑자기 트럼프로 부터 "이란이 핵을 포기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라는 유화적 발언이 나오게 됩니다. 이란은 이번 기회야 말로 경제 제재를 완화시킬 수 있는 두번 오지 않을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미국한테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트럼프의 이란에 대한 유화책이 현실화되면 이란의 경제 제재는 해제될 것이고, 이란이라는 거대 산유국이 시추를 재개하면 반드시 석유 가격은 크게 떨어질수 밖에 없습니다. 안정적으로 관리 되던 석유 가격은 트럼프의 바람과 달리 50달러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셰일 가스 업체들의 채산성도 나빠지고 트럼프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의 민심도 나빠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격 변동이 없어서 국가 수익구조 개선을 걱정하고 있는 사우디에게도 악영향, 돌고 돌아 영국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게 되고요.

 

그래서 이란은 시장 재진입시 일어날 수 있는 석유가격 하락분에 대해 책임지고 가격을 방어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이란의 사우디 아람코 정유시설 폭격으로 인해 석유가격은 갑작스레 15%넘게 올랐습니다. 석유 가격 폭등은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텍사스지역 셰일 업체들, 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대한 선물과 같습니다.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가격이 크게 올랐으니까요.

 

사우디는 이번 폭격으로 인해 수백 명 규모의 미군 병력, 지대공 패트리어트 포대, 고성능 레이더까지 들여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 또한 이번 폭격을 계기로 사우디에 미군과 무기 배치를 순차적으로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난 9월 18일 빈살만 왕세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방공망 강화에 대한 논의를 했으며, 사우디는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한 저고도 방공 방어용 무기 후보로 우리나라의 'K-30 비호'와 저고도 미사일 '신궁'을 탑재한 'K-30 비호복합'을 강력한 도입 후보로 여기고 있다 전해집니다.

 

- K-30 비호는 북한 구형 공격기의 저공 침투에 대비해 개발, 배치되었으나 전투 무기의 고도화로 효용성에 대해 의문이 깊어가던 중 저고도 드론 공격이 현실화 되면서 사라져가던 효용성이 폭발적으로 재발현 되었습니다. -

  

 

사우디는 이란을 보고 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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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갈등의 골이 깊은 이란의 폭격으로 인해 전력 무장의 명분이 생겼습니다. 그 동안 다른 중동 국가들 눈치 보느라 돈을 쌓아두고도 할 수 없었던 전투기, 방어무기, 나아가 전략 무기 도입과 기술 이전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란은 과거 트럼프와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서 아베를 믿고 유조선을 공격하고, 미국 무인기를 격추했다가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3개월 후 일어난 드론 공격으로 인해 사우디가 전력을 강화 할 수 있는 뼈아픈 명분만 스스로 내준 꼴이 되었습니다.

 

트럼프의 유화책에 급해진 이란은 반드시 미국과 접촉해야 했지만 미국에 직접 미사일 날릴순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화가 아니라 미국과 전면전을 하게 될테니까요. 그래서 결국 지원해오던 예멘 후티반군을 통해 트럼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우디의 석유시설을 타격해 미국과 반드시 대화하고자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란의 바람대로라면 석유 가격은 폭등한 가격에서 이란의 경제 제재가 풀리기 전까지 일정 기간 유지되야 합니다. 그래야 이란이 다시 시추를 시작했을 때 그 동안 상승분이 하락하면서 과거와 같은 50~60 달러 선이 유지 될것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석유 시장은 이란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사우디 석유 생산 능력의 50%가 손실 되었다는 주요 언론의 보도가 있었고, 사우디가 이번 폭격에 따른 피해를 빠르게 복구하지 못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오히려 사우디를 자극하면서 폭격 이후 불과 10여일 만인 지난 9월 25일, 폭격 이전의 원유 생산량 하루 1130만배럴을 완전 회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는 드론 공격 이전으로 빠르게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국제 유가 폭등으로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주식공개) 가치 상승보다는 석유 생산 능력 손실에 대한 의심을 빠르게 지우는 쪽을 선택한 것 입니다. 미국도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직후 전략 비축유를 대대적으로 풀어 빠르게 가격 안정화에 나선 바 있습니다. 사우디가 석유 생산 우려를 완전히 불식 시킬 수 있는 빠른 복구 능력을 보여주었고, 미국이 석유 시장 안정화에 힘쓰면서 이란이 기대했던 폭격의 효과, 조공용 가격 상승 효과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란의 잘못 된 '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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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경제 제재를 풀기 위한 노력은 어디에서 부터 잘못된 것일까 원인을 찾아보면, 트럼프가 별로 탐탁스러워 하지않은 상황에서 아베가 이란을 만나러 가면서부터 문제는 시작됩니다. 아베가 제시했을 법한 일본 회사 소속 유조선 기뢰공격, 미군 무인기 격추는 결과적으로 트럼프를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지 못하며 이란과 미국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두가지 사건이 일어났던 6월 이후 트럼프의 이란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나온 9월까지 3개월 동안 이란은 잊혀져 있었습니다. 이 기간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징벌적 성격을 담아 이란을 무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징벌적 무시 기간이 끝나고 트럼프의 유화적 발언이 나오자 급해진 이란은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으로 드론을 이용한 새로운 공격 방식을 노출할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사우디는 새로운 국가방어체계 구축과 전력 강화 명분을 얻었습니다. 아울러 미국 셰일 업체들은 이란의 사우디 폭격으로 앉아서 석유 가격 상승에 따른 보너스를 챙기게 됩니다.  그런데 정작 이란이 바라는 미국과의 빠른 대화 절차 착수는 이제 온전히 트럼프의 입만 처다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트럼프의 유화적 태도, 이란의 대화 테이블 마련을 위한 석유 가격 상승 조공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경제 제재는 당장 풀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이었고,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는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과 강력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을 철회하지 않으면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도 불가능 한 것 입니다.

 

이란은 아베를 믿었던 만큼 트럼프도 반응해 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결과적으로 아베와 이란의 더러운 무력도발 공조는 처절하게 실패했습니다. 이란의 경우를 통해 우리는 국제 정세의 기류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부적절한 국가간 외교라인의 잘못된 국제 공조가 얼마나 거대한 국가적 피해로 되돌아 오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