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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및 평가]국회 대중음악 토론회

2001. 2.12
딴따라딴지 국회 출입기자  파토

 







  


 


2월 8일 오후 2시. 


대한민국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의 주최자는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줄여서 문화연대)와 본지 지난호 인터뷰의 주인공인 민주당 심재권 의원, 그리고 정범구 의원이었다.


본지는 나름의 역사적 의미를 가진 이번 토론회를 심층 취재하였다. 그 이유는 이번 토론회가 최근 본지에서 절찬리에 연재되고 있는 "우쒸, 줄세우지 마란 말이야" (1) (2)시리즈와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음은 물론, 대중음악의 개혁 문제에 대한 국회의원을 필두로 하는 주류 정치권의 관심이 국회의 물리적 공간 내에서 본격회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번 토론회가 얻어낸 실질적인 성과와 향후의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의견 제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번 행사는 그 자체의 무게를 떠나서 대중음악 개혁이 주류 사회의 과제로 떠오르는 모양새와 향후의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중대한 시점에서 개최된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 이미 이번 토론회에 대해 다루었으나, 그 내용이 그저 소개에 그칠 뿐 전혀 실질적인 내용이나 주장이 없었던 것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다. 이에 본지에서는 토론회의 개괄적인 내용을 열분들에게 전달함은 물론, 제기된 부분에 대한 날카로운 해석과 통렬한 비판을 통해 앞으로의 비젼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럼 가보자.





 토론회 보고


행사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참가자및 일반 사항을 먼저 정리해 드리겠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 폐지, 어떻게 할 것인가


   일시 : 2000. 2. 8, 14:00 17:00 
   장소 : 국회의원 회관 소회의실
   주최 :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정범구 의원실
              심재권 의원실


   주관 :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매체문화개혁위원회


- 행사진행자


  사회 : 원용진 (문화연대 매체문화개혁위원회 위원장, 서강대
                    교수
)
  개회
정범구 (민주당 국회의원)
  발제 : 강헌 (대중음악평론가)
         이송지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간사)
         이동연 (문화연대 사무차장)


  토론 : 신현준 (대중음악평론가)
         김보성 (민음협 사무총장)
         김창남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박해선 (KBS 뮤직뱅크 주임 PD)
         백 강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음반저작권 담당
                이사
)
         심재권 (민주당 국회의원)


 



 


이상과 같은 진용으로 시작된 이번 토론회의 주된 토론 내용은 제목 그대로 가요 순위 프로그램 폐지와 관련된 것이었다.









성공회 대학 김창남 교수, 음악평론가 강헌, 신현준 등 잘 알려진 대중음악 평론가는 물론 새로운 얼굴들도 볼 수 있었던 포럼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음악평론가 강헌 씨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 십대 소비자는 물론 대중음악 전체를 방송의 휘하로 두려는 음모의 소산이라고 지적하고, 음반 판매량 집계등 확실한 객관적 조건이 준비되지 않는 한 즉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순위 프로그램이 사라지면 울나라 대중음악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언련의 이송지혜 간사는 대중음악 관련 프로그램의 실제 모니터 결과를 발표함으로서 실제 독점과 그 폐해를 지적했고, 문화연대의 이동연 사무차장은 대중음악계 전반의 문제와 이와 관련된 가요 순위프로그램의 역기능, 그리고 이에 대한 시민운동적인 접근의 당위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어서 토론자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는 형식으로 행사는 진행되었다. 발제자는 물론 대부분의 토론 참여자가 비슷한 이유들로 순위 프로그램의 폐지 혹은 개선을 주장하였다. 그 내용은 본지의 우씨... 기사와 대동소이하므로 일일히 다루지는 않겠다. 내용을 모르는 분들은 해당 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


한편 백강 연예제작자협회 이사와 KBS 박해선 PD는 직업적 입장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로서는 순위 프로그램이 폐지될 별다른 이유가 없으며 본 토론회의 제목이나 발제 내용, 인적 구성이 불공정하고 편향되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결국 토론회는 각각의 주장을 재확인하며 약간의 반론과 감정을 주고받는 선에서 대충 마무리 되었고, 서로의 논리에 대한 적확하고도 날카로운 지적과 그에 따른 유의미한 토론은 거의 진행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예상대로.


 


 KBS 박해선 피디의 관점에 대한 비판


본지와 뜻을 같이하는 대부분의 참가자에 대해서는 달리 논평할 부분이 없고, 기성 가요계의 주요 종사자인 박해선 피디의 관점에 대해서는 철저한 비판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취재 사진기술은 아직 본지의 취약부분인 듯 하다. 몰래 카메라도 아니고.띠바...


이번 토론회의 최대 수확은 토론 자체보다는 박피디로 대변되는 - 적어도 그 토론장 내에서는 - 기성 가요계의 시각이 우리의 상상만큼이나, 혹은 그것을 뛰어넘을 만큼 저열하고 자기모순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참고로 지금부터의 비판은 박피디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를 현재 주류 대중가요 시스템 내부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시각의 소유자로 보고 그 단편성과 닫혀있음 전반에 대해 비판하기 위한 것임을 밝혀둔다.


그의 주장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지금의 토론이 대중문화 전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등, 총론 정리가
  안 되어 있다.


대중음악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시경의 예를 봐서도 그렇
  고, 남녀 상열지사에 관한 주제가 주류인 것은 당연한거다. 


 순위 프로그램은 명백히 청소년용 프로그램이고, 성인용 음악프로는 계
  층별로 엄연히 존재하는데 순위 프로그램이 10대 위주라고 강변하는 건
  말이 안된다.


 서태지가 순위에 없었던 것은 지가 넣지 말라고 해서 없는 거다. 이소라
  나 이승환도 글타.


 들국화등 언더 가요계도 엄연히 존재한다. 나도 그들의 팬이다.


 문화연대도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첫번째와 마지막, 즉 토론회 자체에 대한 의견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루고, 일단 가운데 네가지 문제에 대해 짚어보자.


 


1. 시경과 울나라 가요


중국 사서오경의 하나인 시경의 예를 들었다.


시경도 결국은 주로 사랑 이야기니까, 같은 주제를 다루는 울나라 대중가요도 결국 그 가치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 논리 대로라면 세익스피어의 주옥같은 소네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맥락에서, 이별 이라는 주제를 다룬 다음 두 곡을 비교해보자.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편에 빨간 석양이 물들어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집으로 하나둘씩 돌아가는데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저 석양은 나를 깨우고 밤이 내앞에 다시 다가 오는데
- <사랑한 후에> 전인권 사, 노래.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같은 인생사 
- <도로 남> 조운파 사, 김명애 노래.


추가 설명이 필요한가.


두 노래의 대상이 되는 청중은 다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두 곡이 보여주는 깊이와 진지함, 감동의 엄연한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랑을 다루던 뭘 다루던, 전자 같은 노래가 지금보다는 많이 - 모두 다 이렇게 되어야만 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 보편적인 대중의 정서속에서 더욱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대중음악의 진보일 것이다.


그와 동시에 풍부해진 감성과 창의성을 통해 주제와 소재의 한계 역시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2. 순위 프로그램은 원래 10대용 프로그램이다.


이 주장은 자가당착의 극단을 보여준다. 토론회장에서도 물론 많은 반론이 터져 나왔다.


지금의 모든 티비 순위 프로그램이 원래 십대용이라면 모든 세대를 포괄하는 실제 대중음악의 순위 프로그램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결국 순위의 허구성과 편중성이 그의 입을 통해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만약, 공정한 순위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박피디의 뮤직뱅크나 기타 프로그램들이 십대용 음악 차트 임을 밝히면서 운영되고 있다면 비판의 여지가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물론 현실이 아니다.








십대전용 지맘대로 차트라는 점을 우측상단에 명시하던가.


본인의 입으로 인정하는 이 십대용 순위 프로그램들이 전체 순위로 행세함은 물론, 사실상 음반 판매, 라디오 방송등 가요계 전체 수천억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 이것이 대중음악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박피디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도대체 어차피 애들용이니 너무 진지하게들 그러지 마쇼라는 식의 주장이 무슨 해명의 수단이 될 수 있단 말이냐.


토론회 말미에서 한 패널이 던진, 이 토론회에 나온다니까 다른 피디들은 뭐라더냐 라는 질문에 그는 순위 프로그램은 그냥 원래 십대 애들용이니까 그렇게 이해해달라고 말하라고 하더라 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기도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다른 피디들 전반의 인식 수준 또한 여실히 증명되는 것이다.


암담하다.


 


3. 서태지, 이승환, 이소라의 순위 배제


다른 문제를 다 떠나서, 이것 역시 순위 프로그램의 무효함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책이던 그림이던 음악이던 일단 작품이 완성되어 발표된 후에는 내손을 떠나는 거다. 그러고 나면 순위는 거의 자동으로 매겨져야 한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속성을 인정했을때 그나마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순위 책정 방법은 음반 판매량이다. 제대로 집계만 된다면 주관적인 판단이나 조작이 개입될 여지가 가장 적은 방법이 이것이기 때문이다.








피디들의 회의에 의해 순위 제외가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의 문제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마이클 잭슨이 빌보드 차트가 싫다고 자기만 제외해 달라고 말하는 것이 미국적인 차트 시스템에서는 아예 불가능한 것이듯, 울나라의 순위도 사정상 이정도가 안되더라도 최대한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하는거다.


그런데 이것이 어떤 이유로든, 본인의 부탁이던 방송사의 판단이건 간에, 마음대로 변경된다는 것은 그 순위가 실제 대중음악 씬을 전혀 객관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의미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박피디가 이 문제의 본질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지적이 토론회장에서 제기되자 이렇게 대답한 것이다.


"딱 그 세명 뿐입니다." 


 


4. 언더 가요계는 나름대로의 모습으로 엄연히 존재한다. 


이 대목에서, 본 기자는 의자에 계속 앉아있기 위해 많이 참아야 했다. 조금 감정적으로 흘러도 독자 열분들의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그는 십대용의 현재 울나라 주류 딴따라판에도 불구하고 자기 음악을 지켜나가는 언더 음악인들은 엄연히 존재하고, 그건 다른 영역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스스로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심지어는 자신 역시 들국화의 대단한 팬이며 방송 녹화중 사인을 받았다는 등의 실례를 들기도 했다.


그렇다. 언더 음악계는 존재해왔고 지금도 존재한다. 박피디가 잊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는 부분은, 그들이 뛰어난 음악성이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한다는 엄혹한 현실이다. 그리고 사실상 그 상황의 유지를 위해 박피디 자신이 일선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도 예를 하나 들고 싶다.


6,7 년쯤 전이던가. 이름만 들으면 다 알 80년대의 명밴드 멤버중 한 사람과 여럿이서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다. 들국화의 팬이던 박피디와 마찬가지로 기자 역시 그의 열렬한 팬으로, 밤새도록 술잔을 함께 기울였다. 그는 별로 말이 없었고 지쳐 보였다.


다음날 아침녂 술집을 나와 각자 뿔뿔히 집으로 향했다. 개인적인 일로 근처에 들렀다가 한시간쯤 후에 그 자리에 돌아와보니 그는 아직도 그곳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차비가, 버스값마저 없었던 것이다...









전인권의 아들 전진환 군. 아버지가 위대한 뮤지션임을 사회 전체가 그에게 실감 하도록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예는 기자의 직간접적인 경험속에서만도 부지기수로 찾을 수 있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C 씨의 일화, 키보디스트 K, 보컬리스트 J 등... 이들의 실명은  공개할 수 없지만 모두 한때 울나라 음악계의 희망이자 최고의 진정한 음악적 스타였던 분들이다.


그러나 그런 재능과 노력, 업적의 댓가로 돌아온 것은 가난과 협잡, 망각, 절망, 그리고 퇴행이었다. 번 돈을 흥청망청 쓴것도 아니다. 언제나 그들은 그런 처지였을 뿐이다. 


혹자는 이런 그들의 모습들에 대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건 본인이 자기 관리에 소흘했거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나는 이렇게 말한다.


"좆까라..." 


그런 소리나 해대기 위해 우리가 문명을,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는게 아닐 것이다. 불합리하고 썩을대로 썩은 울나라의 대중음악 시스템의 일부인 티비의 작태가, 박피디의 우상이기도 한, 들국화로 대변되는 진정한 뮤지션들의 삶과 존재의미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단 말인가?


암담하다 못해, 그저 슬플 뿐이다.


그들은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 이상의 대우를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


 


 토론회에 대한 쓴소리 몇마디


두에서 밝혔듯이, 본지는 이번 토론회의 개최 의미에 깊이 공감하고, 이를 이루어 낸 문화연대와 두 의원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본 기자의 눈으로 직접 확인한 바, 행사의 실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방향의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껏 마련된 의미깊은 행사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지난 세월동안 반복되어온 대중음악 관련 토론및 포럼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적되어야 할 부분들이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토론회가 한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 한해동안 4회에 걸쳐 계속되는, 소재를 바꾸어 가며 대중음악계 전반을 다루는 정기 포럼인 만큼 앞으로의 성과를 위해서는 여러가지로 문제들을 되짚어 보아야만 할 것이다.


금번 토론회의 의미가 큰 만큼이나 그 실질을 이백프로 확보하기 위해서 철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 독자 열분들도 그런 시각에서 받아들여 주시기 바란다.


 


1. 행사의 공정성?


국회라는 장소에서 국회의원들의 주최하에 행해진 토론회의 한계였을까, 아니면 무의미한 공정성의 명분에 함몰된 또다른 시행착오였을까.


백강 씨와 박해선 피디의 참가는 발제자와 대부분 토론자들의 주장에 대한 기성 가요계의 반론권을 담보해 주기 위한 것이었음에 분명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는 민주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원칙론 이전에 지금이 과연 이같은 형식적인 반론권 부분에 - 실제 토론회에서도 이 부분은 철저히 서로 겉도는 논의로 일관되었음 - 신경을 쓸 상황인지 묻고 싶다.


이미 5,6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중음악 개혁론에 대한 수많은 논의, 포럼, 토론, 저작, 운동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가요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런 노력은 거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채 시행착오의 교훈만을 안고 2,3년전부터는 실질적인 소강상태로 들어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결과가 빚어진 원인은 과연 무엇이었던가?








백강 이사와 박해선 피디의 참가는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반론권 및 공정성 담보에도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했다.


솔직히 이유는 절라 많지만 가장 큰 원인은 안티 가요계 세력이 전혀 집결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돈과 권력, 미디어를 거머쥔 현 스타 시스템의 강고함은 어느누가 개별적으로 움직여서 바뀌어질 수 있는 부분이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5년전 인디레이블 운동이 시작될 때보다도 더욱 강력해져 있는 이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사분오열되어 있는 현 안티 진영 내부에서의 허심탄회한 논의와 의견 조율, 결속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후에 한층 정비된 모습으로 기성 가요계 관계자들과의 공정한 토론을 열때만이 실질적인 논의가 오고갈 수 있음은 당근이다. 토론회장에서 보여진 일부 패널들의 피로하고 지친 모습은 이 부분의 필요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토론회에서 박해선 피디가 한 말 몇마디를 옮겨 보자.


"(평론가들과 문화연대를 가리켜)당신들은 문화권력자들이다. 그 권력이 공정하게 쓰이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동료 피디들은 아무도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모든 공격의 타겟이 내가 되고 있는 불공정한 토론회다" 


이 말들이 이른바 공정성 을 담보하려고 했던 이번 토론회의 한계와 패착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문화권력? 강헌이나 신현준의 책 열권이 과연 뮤직뱅크 한회 방영분보다 더 실질적인 권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 박피디의 이 비판은 사실 자기 스스로를 향해야 하는 것임에도 전혀 엉뚱하게 적용되고 있다. 물론 이는 기본적으로 사회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는 그 자신의 문제지만, 자리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주장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실제 사회에서 엄청난 힘을 갖고 초유의 불공정한 힘을 휘두르고 있는 기성 가요계가 이 토론회에서는 역으로 마치 탄압받는 소수, 약자인양 의미지워졌다는 사실은 주최측이 담보하려 했던 공정성이 얼마나 형식에 치우친 무의미한 것인지 증명해 주고 있는거다. 이런 불공정에 대한 항변의 입장은 백강 연예제작자 협회이사에게서도 나타났다.


동료 피디들은 왜 나오려 하지 않았을까. 인지상정이지만, 공격을 받고 싶지 않아서일거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 다일까? 만약 안티 가요계 세력이 실질적으로 힘을 갖고 정말로 무게 있는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이들이 이런 식으로 피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결국은 귀찮아서 피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거다. 이런 귀찮음의 결과 박해선 피디가 총대를 매고 나옴으로 인해 당연히 혼자 타겟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 모양새가 과연 주최측이 고려한 공정성을 실제로 조금이라도 얻어낸 것인지, 아니면 실존하지도 않는 역전된 불공정성만 오히려 부각시켜 버린 것인지는 생각해 보아야만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공정성은 토론회에 한두석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형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어느정도라도 현실에서의 힘의 발란스에 기초할때만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뼈아프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후의 토론회 일정속에서는 이 부분이 철저하게 연구되고 반영되어야 마땅할 것으로 생각된다.


  


2. 아마추어리즘, etc.  


행사장에서 배포된 자료집(발제문 포함)을 토론 참가자들 조차 불과 하루이틀전에 받아봤다는 사실은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 이상이다. 왜냐하면 백강, 박해선씨 등 기존 가요판의 질서를 대변하는 - 적어도 토론회장에서는 - 사람들에게 이 부분이 토론회 자체의 평가절하를 위한 근거이자 구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박피디의 경우 그 참가 섭외 자체도 아주 늦었던 듯 하다.


기타 전반적인 준비 상황이나 내용에 있어서 급조된 분위기가 여기저기에서 배어나온 토론회였다. 또한 발제및 토론자로 참여한 패널중 일부에게서는 관련 문제에 대한 깊은 인식과 경험이 부족한 듯한 아마추어의 분위기가 풍겨나오기도 하여, 이 분야에 대한 지난 수년간의 성과를 올바로 계승할 수 있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준비와 통찰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95~98년 경)의 대중음악 개혁 운동을 되짚어 보았을때, 주로 지식인 계열, 기존 운동세력이나 문화비평가등 이 분야의 비전문가들이 주체가 된 결과 아마추어리즘과 현실인식 및 전략의 부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본 기자 역시 그 시대 각종 토론및 관련 운동에 발제자, 토론자, 기획자, 그리고 뮤지션으로도 참여했기 때문에 그 현실과 한계를 잘 알고 있고 일정 부분의 책임도 있다고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는 더 이상 유사한 시행착오를 반복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편 일부 패널들의 경우 늦게 오거나 토론 중간에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뜨거나 불참하는 등 집중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 주최자인 두 의원이 모두 행사 중간에 자리를 떴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의원들의 경우 바쁜 일정상 어려움이 있었겠으나, 그들이 자리를 뜬 이후 토론회가 뭔가 무게를 잃은 듯한 인상을 지을 수 없었다. 행사의 의미 자체가 사실상 이들 의원들의 개입에 크게 의존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때 절라 아쉬운 부분이다.


 


3. 토론회 자체로서의 가치


토론회로서 자체의 가치는 결국 논의된 내용과 얻어진 결론의 질에 의해 평가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시각에서 보자면 이번 토론회 역시 과거의 수많은 유사한 토론회와 그 내용적인 측면의 차이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앞서 제기한 인적구성의 문제등으로 인해 자연스러운 의견 교환이나 의기투합의 장이 되지 못했음은 물론, 토론이라기 보다는 각자 주어진 순서에 한마디씩 하는 가운데 입장차이에 따른 시각의 간극만을 확인한 자리였다. 당연히 아무런 결론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대중음악 개혁문제가 주류 정치권의 관심사가 되었다는 점, 그에 따른 어느정도의 홍보효과, 최근 끊어져 있던 대중음악관련 토론의 맥을 잇는다는 점, 박해선 피디와 백강 이사를 통해 기존 대중음악계의 의식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등의 의의가 적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간 산재되어 있던 관련자들이 국회라는 새로운 차원의 장에서 만나게 되는 역사적인 의미가 참가자들 스스로에게조차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것은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이 행사가 새로운 대중음악 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조종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마지 않았던 개인적인 바램으로 보자면 더욱 그렇다.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열술밥에도 배부르지 않다면 그때는 제대로 된 밥인지 속빈 강정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거다. 지난 수년간 탁상공론에 가까운 포럼과 토론은 반복되어 왔다. 문화연대가 해나갈 이후의 토론회및 기타 활동이 이를 그대로 계승한 열한번째의 헛 숟가락질이 될 것인지, 아니면 빈속을 든든하게 채워가는 뜻깊은 것이 될지는 앞으로에 달려 있다.


딴따라딴지는 계속될 토론회 일정에 매번 참가하여 독자 여러분들께 그 내용을 전달함은 물론, 나름대로의 해석과 평가작업을 심도깊게 진행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유일의 대중음악 정론으로서는 물론,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는 각종 활동을 통해 지난 세월의 경험을 거울삼아 21세기의 새로운 대중음악 개혁운동의 신바람나는 - 이 부분이야말로 성공의 열쇠다 - 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앞서 강조한 바 대로 모든 관련자들의 총결집을 끌어내기 위한 가장 진취적이고 생명력있는 주체로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오래 기다리셨다. 마징가 발진의 그날이 이제 정말로 며칠 남지 않았다. 암.




딴따라딴지 국회 출입기자 파토 (pato@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