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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목차

 

1. 후삼국 시대를 연 두 영웅 - 링크

2. 송악의 잠룡 왕건 - 링크

3. 궁예의 관심법과 왕건의 결심 - 링크

4. 패강의 눈물 - 링크

5. 삼국통일 - 링크

6. 광종의 히든카드 - 링크

7. 고려판 사법고시

8. 고려의 노스트라다무스 최지몽

9. 전쟁의 신 서희

10. 천추태후와 강조의 변

11. 거란의 2차 침입과 몽진

12. 양규와 하공진

13. 강감찬과 귀주대첩

 

 

<지난 편 역사, 한 줄 요약>

 

1. 고려 초기 호족들의 힘은 왕의 권위를 능가할 정도였다.

 

2. 이런 상황에서 고려 4대 왕 광종이 즉위했다.

 

3. 광종은 즉위 초반, 정치는 대체로 신하들에게 맡겨두고 조용히 지냈다.

 

4. 광종은 즉위 7년 후부터 적극적으로 정치에 나서며, 첫 번째 개혁 정책을 시행했다. 노비안검법이었다. 

 

5. 호족들을 향한 다음 공격을 노리던 광종에게 중국(후주)에서 온 사신 쌍기가 눈에 들어왔다.

 

6. 광종의 제안에 쌍기는 고려로 귀화하고 광종과 함께 다음 개혁 정책을 준비했다.

 


 

호족도 시험 봐서 관리 돼라 

 

고려시대 외국인의 이주와 조정 등용은 쌍기 한 명에 그치지 않는다. 학자가 주를 이루었지만, 상인, 승려에서 의료인, 문화예술인까지 다양했다. 역사에 기록된 인물만 40명이 넘는다. 

 

쌍기.PNG

출처-<KBS1 드라마 ‘제국의 아침’>

 

고려 광종 시기 대표적인 외국인 관리는 쌍기였다. 광종이 쌍기와 함께 강력한 고려 개혁 정책을 펼쳤다. 그 첫 번째 정책이 노비안검법이었고, 이어지는 두 번째가 바로 이것이었다.

 

‘과거제도 도입’

 

이는 고려 역사뿐 아니라 한반도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인재 등용 제도였다. 광종 전까지는 왕이 아닌 일반 신하들의 관직 또한 집안 대대로 이어받았다. 

 

고려에서 과거를 주관하는 지공거(관직 이름)로 중용된 쌍기는 자신의 고국 후주에서 시대리평사로 이미 과거를 주관한 경험이 풍부한 자였다. 광종이 쌍기를 천거한 것은 한 편의 잘 짜인 시나리오였다. 후주 또한 왕권 강화를 위해 당나라의 과거 제도를 도입하여 그 효과를 본 바가 있었다.

 

“비록 경이 태어났을 때는 고려가 타국이지만, 이제는 고국이 되어 짐과 함께 신세계를 만들어 봅시다.”

 

과거의 응시 자격은 천인과 향, 소 ,부곡 등의 주민,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자 외에 일반 양인층 이상은 원칙적으로 과거에 응시할 자격을 부여하였다. 과거제 시행을 앞두고 금수저 호족과 흙수저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변고가 있나. 우리 호족들은 자동으로 관직에 등용되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는데, 이제 관직에 나가려면 공부를 해야 한단 말이냐!”

 

반면, 기회가 한정적이긴 했지만, 일반 양인들은 꿈을 꾸는 게 가능해졌다.

 

“내 비록 개천에서 태어났지만, 용이 되어 승천해 보리라!”

 

출세길 열렸다.PNG

출셋길 열렸다~ 폐하 최고~~ 

 

한반도에서 과거 시험이 최초로 열리는 날, 광종은 친히 시험장에 나가 자신의 정책에 스스로 힘을 실어 주었다. 합격자의 이름을 발표하고 연회를 베풀며 자신의 친위대가 될 이들을 격려했다.

 

“짐과 함께 새 나라를 만들어 보자. 부모가 누구인지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하는 자리이니 마음껏 들거라. 거기 자네는 이름이 무엇인가?”

 

“예! 폐하. 저는 서희라고 하옵니다.”

 

그렇다. 외교의 신이라고 불리는 서희도 과거제도의 수혜자였다. 

 

과거사진.PNG

 

광종의 재위 기간 총 8차례의 과거가 시행되는데 호족들의 자제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광종과 쌍기가 의도적으로 합격자 명단에서 그들을 제외한 것인지, 실력이 없어서인지는 하늘만이 알 것이다.

 

“짐이 조금씩 조금씩 네 놈들의 씨를 말려 나갈 것이다.”

 

 

광종 개혁에 힘이 된 신하들

 

쌍기는 고려 문신들의 꿈이라는 한림학사의 관직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한다. 쌍기는 개혁의 실무 경험이 있다는 점 외에도 외국인이라는 것 또한 큰 장점이 되었다. 

 

“우리가 남이가? 같은 고향 출신 아이가!”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사돈의 팔촌의 당숙 아니신가?”

 

사돈의 팔촌.jpg

사돈의 팔촌의 당숙을 여기서 뵈다니

참으로 반갑소!

 

쌍기는 고려에서 학연, 지연 등에 얽매일 일이 없었다. 고려에서 광종과 함께 개혁 작업을 진행하는 건, 쌍기 개인의 입장에서도 밑지지 않는 장사였다. 당시 중국 본토는 혼란의 시기였고, 광종의 대접은 후했다. 급기야 쌍기의 아버지까지 고려에 귀화하여 한 자리를 차지한다. 

 

“아버님 전상서. 아버님 먼저 고려 황제 폐하께서 저에게 전권을 주시니, 일할 맛이 나옵니다. 또한 생활적인 면에서도 어느 것 하나 불편함이 없이 살기 좋은 곳이 고려입니다. 아버님도 저를 믿고 어서 귀화를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쌍기의 아버지뿐만이 아니었다. 광종은 여러 나라에 걸쳐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재를 귀화시켰다. 갑작스럽게 많은 수의 귀화인이 몰리다 보니 주거 문제가 발생했다. 광종은 필자가 보기에도 조금 지나친 방법으로 그들의 집을 마련한다. 고려의 신하들에게서 해답을 찾았다.

 

“경은 지금 식솔이 몇이나 되시오?”

 

“얼마 전 출가한 딸과 부인, 그리고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폐하”

 

“그럼 집이 허전하겠소이다. 근동에 좀 더 작은 집이 있던데, 식솔이 단출하니 이사도 금방 하겠구려.”

 

“네? 집을 빼라굽쇼?”

 

광종이 고려 신하들의 집을 빼앗아 귀화인들을 입주시켰지만, 나서서 반항하는 신하는 없었다. 광종이 그렇게도 꿈꾸던 강력한 왕권이 갖추어진 것이다.

 

호족 상의.png

 

“이건 너무 한 거 아니오? 귀화인에게 관직을 주는 것도 모자라 우리 집까지 뺏어 가다니! 이건 역차별 아닙니까?”

 

“그러게나 말이오. 한 마디로 좋은 시절 다 갔다고 봐야지요. 음서제도가 있어 공부할 필요가 있었나. 한 다리만 건너면 왕실의 친척이니 그간 편하게 살긴 했지요.”

 

그러나 한 명, 카리스마 왕 광종 앞에서 불만을 표출하는 신하가 있었다.

 

“폐하! 소신의 집이 너무 크니, 이번 기회에 재상인 저의 집도 귀화인들에게 넘겨줄까 하옵니다. 그들에게 빼앗기기 전에 미리 폐하께 바치겠습니다.” 

 

자리에 함께 있던 신하들은 모두 놀랐다. 

 

“서필! 저 자는 목숨이 두 개란 말인가? 아주 대놓고 폐하께... 속은 시원하다만.”

 

광종도 매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광종 노려보는 눈.png

 

서필이 평소 품성을 바르게 하지 못했다면 광종도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나, 그렇지 않았기에 광종은 서필을 용서했다. 그리고 이날 이후 고려 관리들의 집을 이상 건들지 않았다. 광종이 서필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에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서필이 신라계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광종 개혁의 인적 자원은 쌍기를 비롯한 귀화인과 과거 급제자 등의 신진 세력이었지만, 기존 세력 중에서는 신라계 인사들의 지지가 필요했다. 때문에 광종은 신라계 인사들에게 좀 더 유화적으로 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서필의 아들은 아버지보다 더 총명하고 담대했는데, 그가 바로 앞서 언급했던 외교의 신 ‘서희’다.

 

 

관복을 입어라

 

왕권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 광종은 신하들의 군기 잡기에 나선다. 고려 건국 40년이 지났지만, 정해진 관복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신라계는 신라계대로, 귀화인들은 그들의 풍속대로, 독실한 불교 신자는 승복 느낌의 옷을 입고 입궐했다. 이뿐만 아니라 어떤 이들은 왕보다도 화려한 차림으로 궁궐에 출근했다. 

 

이에 광종은 관복 제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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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열받는다...

 

“이게 도대체 나라냐? 옷 입는 꼬라지들 하고! 앞으로 모든 대신들은 지위 고하에 따라 네 가지 (보라, 빨강, 연두, 자주) 색상으로 나눠진 관복을 입고 입궐하도록 하라.”

 

신하들은 불만이 있었으나 뒷담화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제 하다 하다 옷 가지고 꼬투리를 잡네. 아! 참으로 갑갑하구나.”

 

“저같이 녹봉으로만 먹고 사는 사람은 옷 걱정 안 해서 좋습니다만…”

 

그래 이렇게.PNG

333.PNG

그래, 이렇게 해야지

보기 좋구만!

 

광종의 재위 기간(949~975)을 초기 7년과 노비안검법, 과거제를 도입한 중기로 나눈다. 그리고 재위 11년이 되는 960년부터 말기라 한다. 광종 재위 말기 시기는 ‘공포정치의 시대’라고도 불린다. 성종 대에 이르러 크게 중용되는 최승로는 광종의 말기를 아래와 같이 서술하기도 했다.

 

“경신년(960년, 광종 11년)에서 을해년(975년, 광종 사망)의 십육 년은 자식이 부모를 거역하고 종이 그 주인을 고소하기까지 하여 상하가 마음을 합치지 못하고, 옛 신하들과 이름난 장수들이 차례로 죽임을 당하고 골육이나 인척도 모두 멸하였다. 혜종과 정종의 아들마저도 그 생명을 보전치 못하게 되었으며, 말년에 이르러서는 자기(광종)의 아들까지도 의심하고 꺼렸다. 그런 까닭에 경종은 태자로 있을 때 항상 불안에 떨다가 다행스럽게도 왕위를 계승하게 되었다.”  

 

광종의 광기는 하위 관리 권신이 공신인 준홍과 왕동 등을 역모로 고발하며 시작되었다. 어딘가 조작의 냄새가 후각을 강하게 자극한다. 

 

즉위 후 11년 동안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을 것이며, 알게 모르게 손에 피도 묻히게 된 광종. 권력을 찾고 지키려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는 극도에 달했을 것이다. 그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집권 말기의 광종은 관심법의 궁예처럼 아들까지 의심하고 선왕들의 아들을 죽이며,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가두고 죽였다. 감옥은 더 이상 사람을 가둘 공간이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광종의 집권 말기는 이런 공포의 시대였다. 그러던 975년 광종은 갑자기 병환을 얻었다. 그해 5월에 몸져눕게 됐고, 며칠 뒤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향년 51세였다. 

 

집권 말기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한 그였지만, 그가 해놓은 개혁 정책은 신생 국가 고려를 안정화했고 이후 한반도 역사에 굉장한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그의 치세 어느 시기를 더 집중해서 보냐에 따라 개혁 군주로 평가받기도, 피의 군주로 평가받기도 한다. 

 

광종이 눈을 감으며, 경종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재위 말년 왕권 강화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광종의 역모 의심은 걸핏하면 일어났는데, 그 대상이 아들에게까지 뻗쳤다. 그가 바로 경종이다. 왕위에 오르기 전 경종은 가뜩이나 자신을 의심하는 아버지 광종의 의심을 조금이라도 덜 사기 위해 모든 행동거지를 조심하며 살얼음판 위에서 살아왔다. 그런 그가 이제 왕이 된 것이다.

 

이제 그의 치세하에 고려는 어떻게 될까.   

 

<계속> 

 

 

 

<오늘의 역사, 한 줄 요약>

 

1. 쌍기를 주축으로 개혁을 진행한 광종은 노비안검법 이후, 두 번째 개혁 정책을 내놓는다. 과거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2. 이전에는 음서제로, 사실상 세습 관리제도였는데, 이제는 시험을 본다는 것이었다.

 

3. 광종 재위 중 8차례 과거가 열렸지만, 대부분 호족의 자제는 합격하지 못했다.

 

4. 광종 개혁에 힘을 보탰던 신하는 쌍기를 비롯한 귀화인, 과거 급제자들과 기존 세력 중 하나였던 신라계 인사들이었다.

 

5. 광종은 관복 시스템도 도입하여, 신하들의 옷을 통일했다.

 

6. 그러나 광종 집권 말기가 되면서, 왕권 강화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광종은 과도한 의심병이 생긴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고, 옥에 갇혔다. 왕권 위협 의심 받는 사람 중엔 광종의 아들 경종도 있었다.

 

7. 975년 광종의 죽음으로 공포시대가 막을 내리고, 경종이 즉위했다.

 

 

※ 역사의 빈틈은 개연성을 고려하여 작가의 상상력으로 메꿨음을 알린다.

 

 

 

 

 

 

슈퍼팩토리공장장이 이제와서(?!?!)

유튜브를 시작했다.

 

기나긴 역사 중 흥미로운 주제를 집어

한 편 한 편 이야기로 엮는다. 

 

필요할 때는 스스로 재연(?!)하는데,

가서 허접한 연기를 비웃어주자...!

 

유튜브 채널 <역사킹> 링크

 

 

 

 

 

 

필자의 지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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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찌라시 한국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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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찌라시 세계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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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 아직 안 죽었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