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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5. 02. 화요일


딴지일보 특별취재팀

죽지않는돌고래 & 한만송


 


 



 


1.


 


<이번 총선에서 조선일보가 보여준 화려한 진두지휘를 통해, 그 진두지휘의 수면에 떠오른 진정한 보스를 통해, 그들이 왜 위대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지난 주 금요일에 올라간 기사의 마지막 문단이다.


 


오늘, 그 썰 푼다.


 


 


2.


 


지난 주말 내내, 많은 인물들과 접촉했다. 법조 관계자에서 조선일보 관계자까지. 핵심을 꼽으라면 부평신문 한만송 취재부장이다. 특별 취재팀을 꾸리기 위해 부평신문사로 찾아가 한만송 기자와 독대했다.


 


그 와중, 오간 말.


 


돌 : ‘이거 시작하면 여기도 한 번 털릴 수 있습니다.’


 


한 : ‘상관 없습니다.’


 


돌 : ‘전 기사에 한 기자님 이름 걸고 시작할 겁니다.’


 


한 : ‘신경 쓰지 마십시오.’


 


하여, 약속대로.


 


 


3.



<문학경기장, 아파트 단지 등 인천 전역에 뿌려진 조선일보>


 


투표 4일 전, 조선일보는 김용민 후보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찍힌 조선일보의 1면 보도 신문을 인천 전역에 무더기로 배포했다. 한만송 기자는 그 현장을 기사화했다.


 


왜?


 


공직선거법 제 95조1항에 의해 대통령 할애비도 이런 짓을 하면 안 되니까. 악의적으로, 특정 인물과 특정 당을 노려서, 삐라 날리듯 그렇게 뿌려 제끼면 안 된다고 법에 적혀 있으니까.


 


물론 이런 법이 지켜질리 없다는 확신을 가졌기에 이 기사를 쓴다. 박근혜와 손수조의 카퍼레이드는 선거법이 알아서 쉴드를 치고 나꼼수의 카퍼레이드는 선거법이 알아서 찍어 누르니까. BBK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두 사람 중, 박근혜는 멀쩡하고 정봉주는 감옥에 있으니까.


 


모월 모일, 한만송 기자의 질문에 경찰청 모씨는 이렇게 답했다.


 


‘경찰청장도 벌벌 떠는 조선일보를 선거법으로 수사할 수 있겠습니까?’


 


‘필요하다면 조선일보 본사까지 수사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필요하게 만든다.


 


 


4.


 


복기 들어가자.


 


조선일보는 4월 7일자 신문 1면에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사진을 대문짝 만하게 박았다. 메인 카피 ‘한국 정치가 창피하다’, 서브 카피 ‘교회는 범죄 집단 … 여성ㆍ노인 이어 종교도 조롱한 제1야당 후보’.


 


훌륭하다. 칭찬 들어간다.


 



 


 


첫째, 누구라도 시선을 뺏길 수 밖에 없는 1면에 초등학교 2학년도 궁금하게 만드는 단순한 메인 카피 100점,


 


둘째, 굳이 기사를 읽지 않아도 하단의 김용민을 메인카피의 주인공으로 인지하게 만드는 계단식 배치 100점,


 


셋째, 전국의 기독교인을 건드리며 여성과 노인들의 대대적인 모멸감을 유발하게 만드는 서브카피 100점,


 


넷째, 사진 왼편에 즉각적으로 연계되는 따옴표 안의 “나꼼수”와 “민주당”, 그 탁월한 연계효과를 고려하여 200점.


 


1편에 농을 치며 말한 ‘이보제보-신문으로 신문을 친다’는 네 번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하나하나의 카피와 배치가 너무나 선명해 의도를 읽기가 수월하다. 다만 김용민 하나만 놓고 해석하면 놓치는 게 많다.


 


특별취재팀은 총 5단계로 이를 분석했고 그 중 3단계는 아래와 같다.


 


1단계, 민주당으로 나꼼수를 치고 나꼼수로 민주당을 친다. 여기서 여론 역전이 일어난다.


 


2단계, 여론을 비집고 나꼼수와 진보의 연결고리를 스스로 끊게 만든다. 여기서 각자 고립이 일어난다.


 


3단계,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앙금이 깊어져 각자 힘이 약해질 때, 주요 인물들을 구속한다.


 


검찰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나꼼수를 만나고 싶어하는 지금, 통화한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총수의 통화내용과 메일들이 족족 밖으로 새어나가는 지금, 관계자 외에는 알 수 없는 딴지일보 내부 정보가 새나가는 것도 모자라 본지와 관련이 있었던 사람까지 차례대로 방송에서 퇴출되고 선관위가 꾸준히 찾아와주는 지금,


 


반타작은 했다고 본다. 이에 대한 평가,


 


욕봤다.


 


다만 이 정도로 대한민국 최고부수를 자랑하는 조선일보를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하진 않겠다. 김대중, 노무현 때도 이 정도는 했으니까.


 


 


5.


 


본론 돌아간다.


 


1면 기사에 인용된 발언의 시기와 장소, 짚고 넘어갈 필요 있다.


 


첫째, 작년 말 나꼼수 미국 순회공연 중 인터뷰,


둘째, 올 2월 10일 나꼼수 방송,


셋째, 지난 3월 모 일간지 파업 집회.


 


종합하면 작년 말부터 지난 3월까지 일어난 사건이다.


 


하지만 이 기사를 읽는 사람은 ‘6일 교계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에 갇힌다. 기사에 소개된 모든 인용발언이 마치 어제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게 만드는 마법의 인용구다.


 



 


그렇다면 이 핵심포인트를 살린 지원사격은 누가 했나. 마침 6일에 논평을 거하게 내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다.


 


김용민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어떤 사이인지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다만, 김용민이 이전에 한 더욱 악랄한 만행을 본지에서 먼저 까발린다.


 


첫째, 과거에 실린 모 신문사의 김용민 관련 기사.


 


<검찰에 따르면 김용민씨는 당시 오피스텔에 함께 있던 김모(34, 여)씨의 남편(40)이 간통 현장을 급습하기 위해 문을 두들기며 들이닥치자 몸을 피해 베란다 XXX에 10여 분간 매달려 있다가 떨어졌다.>


 


둘째, 김용민씨가 기천명이 모인 목회자 부부세미나에서 한 발언이다.


 


“이 성도가 내 성도 됐는지 알아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옛날에 쓰던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래도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 또 하나는 인감증명을 끊어 오라고 해서 아무 말 없이 가져오면 내 성도요. 어디 쓰려는지 물어보면 아니다.”


 


이런, 이런, 실수가 있었다. 조선일보에서 인용한 ‘김용민 후보와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규탄하는 단체’들과 기사의 주인공들이 정.확.히. 겹쳐 있던 탓에 나답지 않은 실수를 했나 보다.


 


정정보도 들어간다.


 


첫째 기사는 인천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이자 한국장로교총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장 목사의 기사였으며 둘째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통일선교대학 이사장인 전 목사의 발언이다.


 


김용민의 발언에 대해 앞뒤 맥락을 구질구질하게 설명하며 쉴드쳐 줄 생각, 없다. 그런 식으로 논란을 확장시켜 공론화 시키는 게 이 기사의 목적이였으며 이미 재미 좀 봤으니까. 그렇다고 김용민이 잘했다고 칭찬해 줄 생각도 없다. 아닌 건 아닌 거니까.


 



 


다만 김용민을 쏘기 위해 조선일보에 인용된 교계의 막말, 만행에 대한 비판, 그 비판의 선봉에 섰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생각하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리라 본다.


 


조선일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골이 깊은 둘을 적절하게 이용했으니 이 또한 100점 만점에 100점 준다.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6.


 


하필이면 왜 4월 7일로 포지션을 잡았나.


 



 


기독교계에 가장 중요한 날이 두 개 있다. 하나, 크리스마스, 하나, 부활절. 그리스도가 태어난 날과 그리스도가 부활한 날이다.


 


부활절에는 당연히 부활절 예배와 미사가 열린다. 교인인 동시에 유.권.자.인 수십만의 사람이 교회로 향한다. 조선일보가 목사옷을 입은 김용민 사진을 대문짝 만하게 걸고 기독교를 조롱한다는 내용과 함께 무더기로 신문을 뿌린 박애주의 실천의 기적이 일어난 그 날, 그 날이 바로 부활절 하루 전이다.


 


김용민과 철전지 원수가 된, 막대한 신도 수를 자랑하는 교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분노게이지를 풀로 채운 교인들이 부활절에 만나 그 분노를 어떻게 극대화시키고 확장시켜 나갔을지는, 각자 상상하자.


 


기가 막힌 배부의 타이밍에 100점 만점에 100점, 이 모든 것이 무료였다는 박애주의에 100점 만점에 200점 준다.


 


계속 간다.


 


특별취재팀이 ‘조선일보판 인천상륙작전’이라 명명한 전투의 현장으로.


 


 


7.


 


조선일보는 왜 전국의 수 많은 곳 중, 굳이 인천에 집중적으로 무료 배포하는 전략을 택했나. 왜 김용민의 지역구가 아닌 인천이었냐는 말이다.


 


전략적으로 두 개의 포인트로 나눌 수 있다.


 


중간목표와 최종목표.


 


중간목표는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특임장관실 특임실장 때문이고 더 정확히 말하면 전 월간조선 편집장이다. 이 셋은 동일 인물이다.


 



 


전 월간조선 편집장인 김연광은 조선일보가 박애주의 실천의 기적을 보여준 인천 부평을에 공천됐고 선거법을 무시한 엄청난 집중 지원을 받았음에도 떨어졌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됐으면 선거법의 선자도 오르내리지 않았을 텐데. 감히 지역구 경찰과 선관위가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을 건드릴 생각은 꿈에도 못했을 테니까.


 


다만 더 중요한 건 최종목표되겠다.


 


여기서는 인천이라는 지역의 배경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만송 기자가 수집한 꼼꼼한 자료를 요약한다.


 




 


첫째, 인천은 전국 8도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로 분단 전후나 6.25전쟁 때 월남한 이북5도민 중 상당수가 정착한 도시다.


 


둘째, 해방 후 북한 정권에 재산을 빼앗기고, 기독교가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게 되자 남으로 내려온 이들 중 상당수가 인천에 터를 잡았다. (인천제일장로교회와 중부감리교회 등)


 


셋째, 북에서 내려온 목회자들은 반공의식이 상대적으로 투철하다. 인천 샘터교회 김성복 목사는 <부평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인천 보수의 주류는 이북에서 내려온 기독교인들이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조선일보>가 김용민 막말 사건을 전면에 배치한 신문을 무료로 배포한 것은 인천 기독교계를 겨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돌아간다. 앞서 말했던 조선일보의 의도.


 


민주당으로 나꼼수를 치고 나꼼수로 민주당을 친다.


 


조선일보의 전략적 최종타겟은 김용민이 아니다. 김용민은 상징적 존재요, 주요 전략 포인트다. 허나 최종목표는 대선까지 이어지는 야권연대 전체의 붕괴에 있다.


 


1단계가 벌어지는 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밍기적거렸고 내부에서 분열음이 들렸으니 이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100% 성공하지 못했지만 두고두고 책임론을 들먹이며 싸우게 만들 씨앗을 뿌렸으니 '손 안 대고 코 푸는 꽃놀이패 완성'되겠다.


 


이 꽃놀이패로 전체를 붕괴시키기 위해 공략한 두 개의 심장 중 하나가 ‘나꼼수’의 멤버이며 ‘민주통합당 후보’인 김용민, 그리고 또 하나는

 


선관위와 유권자의 눈이 서울보다 느슨하면서 서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곳, 교계의 분노를 더욱 효율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곳, 빨갱이 콤플렉스의 추억을 연계해 전국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곳, 자체 판세 분석에서 우세했던 전 월간조선 편집장이 승리했을 시 이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이 모든 곳의 교집합,


 



 


인천 되겠다.


 


 


8.


 


아직, 안 끝났다.


 


갈 길, 멀다.


 


여기서 끝내면 조선일보를 ‘미래권력’에 봉사하기 위한 몸빵에 불과한 존재로 격하시키는 일이요,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터닝 포인트를 입맛대로 요리한 전략가님들께 크나큰 결례가 아닐 수 없다.


 


하여, 3편에서 계속 썰 푼다.


 


청와대에서 민간인 불법 사찰이라는 100% 하야감 핵폭탄을 터뜨리고도 대한민국 메이저 언론들이 스리슬쩍 넘어가게 지원사격을 해주니 특별취재팀도 이에 용기를 얻어 대한민국을 쥐고 흔드는 권력가와 전략가들, 그 대뇌(大腦)사찰 함 해보려 한다.


 


꼬우면 '같은' 기준으로 선거법 적용해서 ‘같이’ 검찰청 가서 조사 받으면 된다.


 


오늘은 여기까지.


 


특별취재팀 대표기자


부평신문 취재부장 한만송(@mansong2)


딴지일보 취재팀장 죽지않는돌고래(@kimchangkyu)


Profile
딴지일보 편집장. 홍석동 납치사건, 김규열 선장사건, 도박 묵시록 등을 취재했습니다. 밤낮없이 시달린 필진들에게 밤길 조심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가족과 함께 북극(혹은 남극)에 사는 것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