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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진격의 진보

2012-05-0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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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3.목요일

너클볼러


 


 


총선이 끝난 지 어느덧 3주가 흘렀다. 여전히 슬프고 답답하다. 패배라도 그렇고, 선방한 것이라도 그렇고, 이긴 것이라고 해도 그렇다. 갈 길은 멀어 보이고, 힘은 들고, 표지판도 없고,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상처가 있으믄 '힐링'이 있는 법.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사들이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죄다 멘붕이면 소는 누가 키우냐. 소는...'


 


미안. 잘못 올렸다. 햇갈렸다. 사실은 이분.


 



 


우리. 슬프고 힘들땐 이분의 트윗을 보자. 없던 당위가 막 생기믄서, 의지와 용기가 용솟음 친다. '학벌위주 사회의 폐단' 뭐 이런 것들도 막 피부로 와닿고 그런다. 어디 그뿐인가. 획일화된 사회로 인한 조루의 위험, 동시에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호기심 등 별 게 다 생긴다.


 


이분을 통해 우리의 상처는 치유되고 원기는 회복된다. 게다가 얼마 전엔 절친 전여옥에 대한 '오크' 비유의 오마주로 공지영을 향해 듣보틱한 생얼 공격을 함으로써 강용석, 전여옥, 나경원 등의 절친으로 구성된 지구방위대 언벤저스(말로 후려친다는 의미의 팀. 저작권은 춘심애비님에게 있습니다.)를 관리 통제하는 '멘붕 쉴드'의 초대 국장다운 면모를 다시금 보여주었다. 


 


추후 언벤저스는, 3천만 원으로 외계인을 격퇴시킬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내는 '손수조 박사'와 적의 비밀문서를 모두 복사하여 빼돌리는 스파이 '문대성요 원'이 합류하여 더욱 막강해질 예정이다.


 


이분의 힐링 트윗으로는 뭐 이런 것도 있다.


 


'사회적 발언을 하려면 최소한 1주일에 2~3권 이상의 사회과학서, 인문과학서 책을 읽고, 매일 신문과 잡지의 글을 최소 3시간 이상 읽고, 정부 정책 등에 대한 보고서도 주마다 서너 편씩 읽어라'


 


아... 정말이지 아름답고, 힐링스러운 격문이다. 왠만한 넘들은 다 주둥이 닥치고 '힐링'이나 하라는 배려. 침체에 빠진 출판업계와 종편으로 인해 잘못하믄 조땔지도 모를 조중동의 판매부수까지 걱정하는 구국의 심보까지... 그러나 나는 이분의 트윗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더욱이 시기는 총선 직후. 나도 사회적 발언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6권 짜리 사회과학서를 선택, 1~3권을 읽어 재꼈다. 그 책은 바로... 자짠...


 



 


바로 '진격의 거인'.


 


희재형. 나 3권까지 읽었거든. 이제 말해도 되지. 응.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지금부터다.


 


 


1. 거인 때문에 친 벽, 벽에 갇힌 우리


 



 


얘긴 뭐 이렇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갑자기, 뜬금없이 거인이 출몰했다. 성별도 명확하지 않은, 남자의 체형을 갖춘 거인. 문제는 이놈의 거인이 채식, 아니 인간 생식을 즐긴다는 것. 소스도 없이 말이다. 인류의 대부분은 이 뜬금없이 출몰한 거인의 수라상에 오르고야 만다. 그리고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가 선택한 생존의 방식은 바로 거대한 '벽'이었다.


 



 


인간은 넘사벽을 설치, 생존해 오믄서 거인을 쓰러뜨리는 스페셜 스킬까지 체득해냈다. 그러나 이 만화, 거인을 향한 투쟁의 연대기만을 던져주진 않는다. 거인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벽. 벽 밖과, 벽 안의 이야기로 확장해 낸다. 이쯤되면 희재형의 기준을 만족시키고도 남는 사회과학서적인 것이다.


 


벽 밖에는 거인으로 표현되는 공포가 득시글거린다. 벽 안의 세상. 공포로 인해 만들어진 벽 안의 세상. 공포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벽 안의 세상. 그리고... 거인이 사라져도 여전히 벽 밖을 넘어서지 못하는 벽 안의 세상. 바로 그 모습... 만화가 아닌 2012년 우리 세상에서 벌어진 '통합진보당'의 모습으로 오버랩된다.


 


 


2. 만화가 아닌 현실


 


통합진보당의 모습이 딱 그짝이다. 거인(독재)의 공포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거대한 벽을 둘러 쳤다. 벽 안의 다양한 견해와 상황들은 벽 밖의 거인의 존재를 통해 인정되거나, 부정된다. 그렇게 벽안의 자신들을 지키며 거인과 싸워왔다. 정문이던 개구멍이던 대신 나가서 싸워왔다. 한참 뒤에 거인은 사라졌다. 정말 사라졌거나, 아님 모습만 바꿨거나... 그런데 그 벽은 그대로다. 벽이 그대로니 벽 안의 세상이 바뀔 리가 없다.


 



 


만화 속 벽 안의 세상은 그러하다. 거인 출몰 이전의 세상과 다를 바 없이 부패하고 비열하다.  난 통합진보당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그 벽의 존재를 부정할 것이냐?'고. '벽을 부정하고, 벽 안에 깊숙히 자리잡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결국 책임자 몇 명을 벽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냐'고 말이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화두는 벽 안의 진영을 지키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용인되었던 시대도 있었다. 벽은 그들이 쳐 놓은 것이다.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많은 이들이 쳐 놓은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확인된 많은 지지자들에게 던질 이 엄청나고 오래된 문제에 대한 답이라는 것이 고작 벽 안에 숨어 대표 외 몇 명 포승해 벽 밖으로 내몰며 벽 안에 숨어 '얘들 때문이에요'라는 외침이라믄 이참에 그냥 자폭해라. 정말이지 '진보'한 삶을 살아온, 쉬지 않고 투쟁하고 싸워온 많은 이들 싸잡아 욕먹이며 패배자로 만들지 말고 말이다.


 


 


3. Cellulitis


 


지금의 문제는 사실 전문적 의학용어로 Cellulitis 상태다. 쉽게 풀어 말하자믄 바로 이거다.


 


봉.와.직.염


 


봉와직염은 걸린 이로 하여음 '왜 이 지경을 만들었냐' 욕을 처묵게 하거나, 그가 처해있는 드러븐 환경에 대한 원망이 쏟아지거나 하는 참으로 웃기는 질병이다. 암튼 다리에 작은 상처 하나가 났다. 괜찮겠지. 당장 걷고, 뛰어야 하니 나중에... 뭐 이런 생각으로 방치했다. 간지럽다 싶으면 긁었고, 상처가 좀 커진다 싶으면 좀 더 큰 사이즈의 반창고를 갖다 붙여댔다. 그러다 통합진보당이 결국 얻게 된 것. 바로 봉와직염이다.


 


조중동과 새누리당과 MB는 상처를 향해 독재보다 더한 민주주의 해악이라 몰아붙이며 공격할거다. 그리고 치료는 개뿔, 다리를 잘라내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세상이 조금씩 바뀌길 바라는 많은 이들을 절름발이로 만들려 할 테고, 그리고 조금 지나면 결국 절름발이라는 이유로 주저앉히려 들 것이다. 하지만 다리를 잘라버리라는 조중동, 새누리당, MB의 의견과는 달리 대부분의 의학전문가들은 봉와직염에 대해 이렇게 견해를 밝히고 있다.


 


'여러분 걱정 마셔요. '상처 들어내고' 잘 치료하믄 됩니다. 저희 병원에 방문해 주셔요.'


 


여기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2가지를 써머리 할 수 있다.


 


하나. 상처입은 다리를 잘라 버리자는 듣보적 의견. 


둘. 치료하지 않고 환부를 대충 덮어 버리자는 얼빠진 의견.


 


이 두 가지를 견지한다믄,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걷고 뛰게 될 수 있다. 이건 내 사견임과 동시에 지식인에 등록되어있는 많은 의학전문가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4. 진격의 진보


 


힘든 순간, 아니 힘든 기회가 눈 앞에 다가왔다.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손가락 틈 사이로 한눈만 빼곰히 뜨고 본다고 해서 환부가 작아지지 않는다. 엄한 내 눈만 짝짝이가 될 뿐이다. 어줍잖은 진영논리로 엄한 쉴드 치지 말고, 상처를 정확히 드러내고 아프더라도 소독하고, 주사 맞고, 약 묵자는 말이다.


 



 


구.분.하.자


 


말 그대로 힘든 기회다. 난 사실 이정희 대표가 물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정희 대표와, 주사파던, 당권파던, NL이던, 경기동부던 누가 되었던 상처를 드러내고 치료하는 책임을 져 주길 바란다. 내가 똥 싸놓고 친구놈에게 '미안하다. 니가 좀 치워줘' 이라믄 한 대 맞을 거 두 대 후려 맞는다. 그것도 '딱콩' 맞을 거 '귓방망이' 후려 맞는다. 사퇴를 하던 강호를 떠나던 그건 치료가 끝나고 슬슬 걷기 시작할 수 있을 때 할 일이다. 그렇게 이 힘든 상황을 기회로 만들어 주길 빈다. 도망가지 말란 말이다. '당사 진격투쟁' 이런 거 하지 않고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힘겨움을 감안할 때 더욱 그리해야 할 일이다.


 


진보정당의 꿈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의미있게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라믄 통합진보당은 지금부터라도 솔직하고, 진심어린 책임감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라믄 이제 나도 힐링캠프에 나온 연예인이나 보믄서, 변희재의 트윗이나 보믄서 힐링하거나, 만화를 통해서나 희망을 찾지 않고 진심으로 지켜보겠다.


 


 


벽을 넘어가던, 아님 때려 부수던 '진격의 진보'가 필요한 때다. 부탁한다.


 


 


너클볼러

트위터 @knuckleballer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