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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4. 17. 수요일

독투불패 Athom






미리 밝혀두는데 저는 웰빙족 절대 아닙니다. 라면을 매우 사랑하고 밤이면 밤마다 술에 쩔어 사는 사람입니다. MSG 안들어간 음식을 내놓는 식당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러는 놈임에도 음식을 입에 넣을 때 빡치는 경우가 요즘 들어 종종 생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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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는 장사꾼들이 많아지면서 같잖은 재료로 음식이랍시고 내놓는 음식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학가 주변은 어린것들 호주머니 털어먹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기는 하다마는 해도 너무해서 새끼를 10배는(10번 새끼를 낳은 돼지) 낳은 늙은 돼지를 구이로 판다거나 딸딸이 2500번은 쳐준 수소를 한우로 내놔 안그래도 알코올에 절어있는 내 이빨을 아작내는 경우들이 허다하고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순두부찌개의 국물맛이 일관된, 무엇을 먹으나 그맛이 그맛인 김밥천국류의 음식점들에 경종을 울리고자 ‘알고나 먹자’ 시리즈를 올리는 바입니다.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좃도 있으나 마나 한 놈들이 가는 식당 음식이 거기서 거기겠지만 무슨 재료가 어떻게 들어갔는지 알고라도 먹으면 억울하지는 않을 것 아니겠습니까?(사실 알고먹으나 모르고 먹으나 빡치는건 마찬가지... 아니 알고 먹으면 더 빡치나?) 무튼, 짜장면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다보면 사천성, 자금성, 홍콩반점의 맛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듯이 재료의 본색을 알아가다 보면 김밥천국은 라면스프로 국을 끓이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될 터. 알고 한 번 먹어보도록 합시다.




주의


1. ‘알고나 먹자’는 레시피를 알리는 글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레시피의 레시피라고나 할까요?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된장이니 두부, 파, 마늘, 육수에 대해 심도있는 분석을 하는 글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된장찌개 못 끓이는, 한 번도 끓여보지 않았는데 된장찌개를 끓여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적당한 글이 아니란 뜻입니다. 유사 주부가 아닌 사람들은 개소리로 들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주의하세요.


2. 된장만 하더라도 전국 팔도 읍, 면, 동, 리 마다 다르고 통, 반 마다 다르고 집집마다 다르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소금을 더 넣냐 덜 넣냐를 두고 옥신각신하다 결국 시어머니 뒷목잡고 쓰러지는 일들이 허다한데 어찌 내 방법이 옳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까. 허니, 얼추 이만하면 쓸만하다 싶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정 꼴보기 싫고 개 풀뜯어먹는 소리다 싶을 때 한 마디씩 거들기 바랍니다.



참고


식재료 편이 마무리 되면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나의 인내와 끈기는 개도 안먹을 정도로 미약하여 위에서 했던 말이 개소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함 시작해 보겠습니다.

개만도 못한 세상에서 개밥 보다 못한 밥 먹고 사는 개만도 못한 여러분, 개처럼 일해도 밥은 알고 먹읍시다. ‘알고나 먹자’ 시작합니다.



 




된장부터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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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입니다. 메주콩이라고도 하고 노란콩이라고도 하죠. 벼 심을 때 함께 심고 벼 벨 때 함께 거둬 말리면 메주콩이 됩니다. 어릴 땐 이 콩이 설익었을 때 따서 콩국을 해 먹기도 했습니다. 이 백태로 된장도 만들고 청국장도 만들고 간장도 만들고 고추장도 만듭니다. 이거 없으면 한국 음식... 어렵습니다.



이 백태를 하루정도 물에 불립니다. 마른 콩을 하루정도 불리면 3배정도 커지는데 하루이상 불리면? 싹이납니다.

시렁에 짚을 깔고 싹이난 콩을 그곳에 담고 검정포로 덮어 두고 시시때때로 물을 주면 콩나물이 자라납니다. 


쉽죠? 


쉽지 않습니다. 울 할머니는 “콩나물 지르는 거시 애린것 키는 것 보담 애렵다”고 하셨습니다. 빛 들어가면 파래지고 물 안주면 안자라다 썩어 문드러지고 추위라도 타면 비실거라다 몽땅 말라 죽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콩나물 쉬운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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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하루를 넘기지 말고 물에서 건져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물에 불린 콩을 삶습니다. 콩이 물컹해질 때까지 오래 오래 삶습니다. 이렇게 삶은 콩의 온도가 약 65도 정도 되었을 때 함지박에 담아 아랫목에 두고 담요를 겹겹이 씌워 사흘정도 뜸을 들이면 청국장이 됩니다.



청국장이 되는 콩은 너무 뜨거워도 안되지만 다 식어버리면 발효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80도에서 65도 사이에서 재빠르게 따뜻한 아랫목에 옮겨 담요를 덮어주어야 맛있는 청국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흘정도 지나 담요를 걷고 콩을 주욱 당겨보면 기다란 실이 따라올라옵니다. 그러면 청국장이 잘 된것입니다.



실이 안나온다, 그러면 담요를 잘 덮고 아랫목에 불을 더 때 주세요. 그러면 맛있는 청국장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담요지요. 날도 추운데 울 엄마가 빨래를 하겠어요? 청국장 만들고 남은 담요는 내가 덮기 마련이죠.

겨울 내내 저는 구수했습니다. ㅜ.ㅜ;;;



여기까지 청국장였습니다.






다시 삶은 콩으로 돌아가지요. 콩이 무르게 익으면 잘 식히세요. 식은 콩을 믹서기에 돌리던 절구에 빻던 콩이 똥이 되게 만드세요. 이렇게 똥이된 콩을 네모 반듯하게 치대 짚으로 엮어 바람이 잘 통하고 해가 안드는 곳에 걸어두세요. 이게 메주입니다.



어릴때부터 저는 메주가 저렇게 예쁜데 왜 메주같은년 메주같은놈 하는 소리를 하는지 통 이해를 못했습니다. 예쁘지 않나요...




메주2.jpg


그림과 같이 메주를 말리세요.



속까지 마르려면 한 달은 걸어둬야 메주가 마릅니다. 메주가 속까지 마르지 않으면 다음 과정에서 썩게 되니 메주를 바짝 말리세요. 한 달 정도 지나 메주가 마르면 다시 아랫목과 담요가 필요합니다. 겨울의 저는 구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메주가 다 마르면 아랫목에 메주를 놓고 담요로 덮어주세요. 따뜻한 방에서 메주는 곰팡이를 피워내는데 일주일 쯤 지나면 요 모양이 됩니다.



발효된메주.jpg

 



곰팡이 핀 메주입니다. 하얀곰팡이만 보이지만 속에는 검정곰팡이도 있어요. 걱정마세요. 두 곰팡이 모두 매우 소중한 곰팡이입니다. 이 곰팡이를 얻고자 이 개고생을 한 겁니다. 이 콩에 핀 곰팡이가 간장 된장 고추장의 초석이 되는 것이죠.



이리하여 메주가 완성되면 이 메주로 간장을 담습니다. 항아리 안쪽을 불에 그을려서 잡것을 물리치고 물을 담고 소금을 풀어줍니다. 보통 계란으로 소금의 양을 잡습니다. 소금을 푼 물 위에 계란을 띄워봐서 100원짜리 동전크기 만큼 떠오르면 적당합니다. 여기에 메주를 넣고 넓적돌로 지그시 눌러주세요. 잡내를 없애기 위해 숯도 넣고 고추도 넣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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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세요. 간장을 담고 대나무로 눌러놨죠. 저렇게 대나무로 눌러도 되고 돌을 얹어도됩니다. 항아리 둘레로 금줄을 걸었네요. 잡귀를 쫒아야죠. 잘 생각해 보세요. 저렇게 많은 간장을 담았는데 부정이라도 타서 군내나고 찝찝한 냄새가 나면 못먹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시어머니 등살에 수명단축은 불 보듯 뻔했을 것입니다.



하... 애처롭다. 울 엄마 할메들...



이렇게 담궜으면 두 달에서 세 달을 기다리세요. 두 세 달을 기다리면 거무스름한 간장이 만들어집니다. 이게 말하자면 국간장, 다른말로 조선간장입니다. 이렇게 간장이 만들어지면 메주를 꺼내야 합니다. 안그럼 군내가 나고 여름을 나면서 간장이 못쓰게 되버리거든요. 간장에서 꺼낸 메주가 된장의 주 재료가 되는겁니다.



된장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이렇게 간장에서 꺼낸 메주로 된장을 만들던지 말린메주로 바로 된장을 만드는데 우선 간장에서 꺼낸 메주로 된장을 만드는 방법부터 알아봅시다.






콩타작부터 여기까지 몇 달입니까? 적어도 네 달은 이 지랄을 해야 된장을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이게 돈이다 싶으면 이런 개지랄이 얼마나 한심하겠습니까. 좀 빨리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해서 수작들이 나오는거죠. 조장하게 되는 겁니다. 조장은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된장으로 넘어가죠.(혹시 ‘조장’을 장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간장에서 메주를 잘 걸러내세요. 두 달동안 메주는 불고 퍼져서 흐물흐물할거니까 면보에 잘 받쳐서 건더기만 걸러냅니다. 간장이 빠지게 잘 받쳐두고 다시 콩을 삶으세요. 메주를 만들 때 처럼 무르게 삶은 콩을 잘 식혀서 간장에서 건진 메주와 함께 섞어주세요. 이 때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를 넣어도 되고 감칠맛을 더하고 싶으면 멸치육수를 넣어도 좋습니다.



자, 이렇게 하면 된장이 되는데 여기부터 무서운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간장을 담고 봄 무렵에 된장을 담가두면 파리가 꼬여요. 그럼 구더기가 생기겠죠. 해서 된장 위에 소금을 하얗게 올려주는 겁니다. 그리고 볓이 좋을 때 볕을 쬐이고 바람이 좋을 때 바람을 쐬여야 비로소 맛있는 된장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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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서 처음부터 살펴보면 된장을 담그는 과정에서 수 많은 변수들이 발생합니다. 지방마다 콩이 나는 땅도 다르고 물도 다르고 집집마다 볓이 더 들고 덜 들고, 어떤 집은 콩을 더 삶기도 하고 덜 삶기도 하고 소금을 더 넣기도 하고 덜 넣기도 합니다. 콩을 삶다 태워 일년 내내 누린내가 나는 된장을 먹는 해도 있을 테고 말이죠.



그런데 이 시대는 이런 다양성, 변수들을 통제해서 올곧한 식재료만을 생산해 냅니다. 슈퍼에 나와있는 어떤 된장 간장을 비롯해 야채들 마저도 그 맛이 대동소이합니다. 저는 그 올곧은 맛이 너무 답답합니다. 미원국? 훌륭하다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훌륭함이 답답합니다. 너무 똑같습니다. 항상 이 좋은 감칠맛 뿐입니다.



미원을 넣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맛이 그맛이더군요. 장국을 국물로 내주는 집에 가면 미원을 넣고 끓였건 안 넣고 끓였건 레시피가 대부분 통일돼 있어서 보쌈집이든 삼겹살 집이든 내 놓는 장국이 거기서 거기지요. 계란을 풀어 넣은 된장국 먹어본 적 있으십니까 들? 갈치로 끓인 미역국은요? 소고기 무국을 메뉴로 해서 판매하는 집은 군산의 한일옥 말고는 찾아 볼 수가 없더군요. 



사과를 예로 들어볼까요? 예전에는 사과의 종류가 정말 많았습니다. 겨우 20년 전만 해도 그랬어요. 홍옥, 부사, 후지, 홍로, 아오리, 서광, 선홍... 제가 알지 못하는 많은 종류의 사과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부사, 후지 정도만 시장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제작년에 춘천에 갔을 때 홍옥을 발견하고 어찌나 반가웠던지. 그래서 과일가게 아주머니에게 왜 홍옥은 많이들 팔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맛도 없고 상품성도 떨어지는 이걸 뭐하러 키우겠냐고 그러대요. 그래서 먹어봤더니 정말 맛이 없더라고요. 시고 푸석하고. 어릴 땐 정말 맛있다고 생각 했는데.



후지와 부사의 뛰어난 맛에 홍옥은 뒤로 사라진 겁니다. 후지와 부사가 매우 뛰어난 사과이긴 하지만 홍옥이 근 20년 동안 내 눈에서 사라지지 않았더라면 홍옥이 맛없다고 생각했을까요? 어떤 사과보다 어여쁜 그 홍옥을? 후지와 부사에는 없는 어떤 새콤달콤함이 있는 그 홍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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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원리에 맏겨야 할 것들도 있지만 그러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는겁니다. 해서, 알고나 먹자를 씁니다. 우리는 밥 마저도 강요받고 있습니다. 대략 20개 정도의 메뉴 안에서 아침과 점심, 저녁, 회식, 야유회를 즐기고 있잖습니까. 그것들 만이라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나 먹읍시다.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 봅시다.






다시 된장으로 돌아와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또 다른 된장 담그는 방법입니다. 말려 놨던 메주가 있죠. 그 메주를 방앗간에 가서 빻던 집에서 절구에 빻던 곱게 빻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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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메주가루에 삶은 콩과 멸치육수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이 된장은 만든 지 2~3일 안에 먹을 수 있는데 만든 된장을 통에 담에 따뜻한 아랫목에 60도 이하로 숙성하면 집장이 됩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된장은 이 집장으로 생각하시면 무난합니다. 이렇게 빨리 먹을 수 있으니 소금은 적게 넣어도 됩니다.



장 담을 때 말린 시래기나 무말랭이, 호박말랭이를 물에 불려 함께 넣고 담가뒀다 찌개로 끓여먹어도 좋습니다.

봄에 나는 털게나 새우를 넣어 장을 담가도 좋지요. 하지만 이 된장도 오랫동안 숙성시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장독에 오래 보관하려면 소금을 많이 넣어 숙성시키면 됩니다.



앞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된장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가정용으로 나오는 많은 된장들은 전통방법으로 생산해 낸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업소용으로 판매되는 된장들은 저렴하지 않으면 업주들이 쳐다도 안보기 때문에 속성으로 만들어낸 된장이 주를 이룹니다. 집장 처럼 만들어낸 된장에 산분해 효소를 더해 속성으로 숙성시키는데 맛은 분명 떨어집니다. 해서 업주들은 두 세 가지의 된장들을 조합해 사용합니다.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봐! (유엠씨...ㅎㅎ)



진미된장은 숙성을 많이 시켜 된장 색이 검고 콩이 낱알로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발효를 덜해 색이 희고 완전히 콩을 갈아 죽처럼 보이는 신송된장과 값이 좀 비싸지만 맛이 그런대로 좋은 샘표된장을 3:2:1의 비율로 조합해서 사용합니다. 이 정도 애를 썼다 싶으면 사람들이 맛있다고 합니다. 가장 비참한 건 찌개용 된장을 따로 판다는 겁니다. 비닐팩에 10Kg씩 담겨 있는데 이걸 사용하는 집은 전국 팔도 맛이 똑같습니다. 식재료상에 가면 이와같은 제품들이 즐비합니다.



키위 드레싱, 딸기드레싱, 불고기고추장등 소스류는 물론이고 장조림에서 계란 후라이까지 내 손을 거치지 않은 완성된 요리들도 식재료 상에서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됩니다. 이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요? 사실 저도 이 유혹을 때때로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많은 주방장들의 레시피에는 위와 같은 조합을 통해 그럴싸한 맛을 찾아내는 방법들이 많습니다. 수익은 남겨야 하고 맛은 내야하니 궁여지책으로 찾아낸 방법들이고 소중한 자산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제 스스로 쪽팔리기도 했던 게 사실입니다. 한 때 케이터링 회사에서 실습 나온 조리학과 학생들에게 이런 트릭들이 대단한 비법인양 가르쳤던 제가 한심하다 여겨졌었습니다. 



여기서는 그러한 방법들을 비법입네 하지 않고 ‘알고나 먹어라’는 뜻으로 하나씩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음회에는 고추장과 양조간장, 일본된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알고나 먹읍시다.

 






Ath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