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4. 17. 수요일
미디어전략팀장 게으른수다쟁이
1. 벼랑끝에 몰리다.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건설사든 저축은행이든 대한주택보증이든 조합원들의 요구나 협의 사항들을 무시하고 있다. 모두가 저기 가서 이야기해 보라며 핑퐁 게임 중이고, 어느 한 구석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사당동 171번지 지역주택조합원들을 토끼몰이하듯 탈출구 없는 벼랑 끝으로 몰아 넣고 있다. 9억여원에 달하는 분담금도, 이주비 이자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 이제는 조합원들의 통장마저 가압류 되어 버렸다. 집도 날리게 된 상황에 그나마 생계유지를 위해 들고 있던 현금이나 카드마저 사용이 불가능해져 버린 상태, 죽든가 백기를 들어라는 선택지를 던져 놓은 거다.
은행은 절차대로 했을 거다. 이 절차가 지금 현 시점에서 법적으로 타당한가는 잠깐 접어둔다 하더라도, 문제는 일반 서민들에게 통장을 압류하는 것은 그냥 죽어버리란 이야기와 동일하다. 과장이 아니냐고? 난 그들과 매일 이런 대화를 하고 있다.
본인에게 선택사항은 없다.
정말 마지막 동전 한닢, 아니 마지막 영혼까지 강탈 당한 다음에야
비로소 멈출 수 있다.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 나는 괜찮을 것이라고, 우리 현장은 이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마치 철없는 아이들처럼 전쟁이 나도 자신들은 죽지 않고 살 것이라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시작부터 불공정한 게임이다. 부패와 탈선이 예비된 사업이고, 전국의 모든 현장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재건축사업의 일반적인 절차를 살펴보자.
왼쪽은 재건축, 오른쪽은 재개발 사업 추진과정으로 이해하면 무리가 읎따.
복잡한 것 같지만 일단 이것만 알고 있자. 사업준비 단계에서 해당지자체에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정비구역을 지정하면 조합설립에 들어간다. 먼저 주민들이 각자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승인받은 후 창립총회를 거치면서 비로소 조합설립이 이뤄진다. 여기까지 아무런 탈 없이, 그리고 외부적 요인 없이 정말 순수하게 주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추진위원회를 선정하고 조합 설립까지 간다면 그나마 낫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는 순간, 이미 복마전이 시작된다. 이번 이야기는 이 복마전에 관한 생생한 증언이다. 지금부터 각 잡고 디벼보자.
2. 시작부터 끝까지 조합의 이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인터뷰는 2013년 3월 어느 날, 벙커1에서 두차례에 걸쳐 이뤄진 것이다. 전직 업무대행사 직원이었던 그는 그 바닥에서는 'OS요원' 또는 '컨설턴트(CS요원)'라 불린다. 본 기자는 이 제보자를 '요원S'라 부르기로 한다. 워낙 방대한 분량을 이야기해버린 상황이라 일단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전한다.
게수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요원 S) 네. 안녕하세요.
게수다) 일단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요.
요원 S) 2010년에 모 지역에서 활동했던 흔히 말하는 업무대행사 대행원이었습니다. 공식적인 직함은 각 건설사 도시정비사업팀 수주기획과장이라는 명함을 받고 활동합니다. 활동을 하다보니 솔직히 법적으로는 걸리는 것이 없는데, 이건 등쳐 먹는 겁니다. 일은 편한데 사람을 등쳐먹는 짓이고 속여 먹는 짓이라 못해 먹겠더라구요. 그래서 제보를 결심하게 되었어요.
게수다) 어떻게 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요원 S) 대학 때 어찌어찌 알게 된 건설사 이사님이 계셨는데 그 분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파트 분양이나 상가 분양에서 업무대행사까지 모두 경험을 해봤습니다.
게수다) 일반인들에게 OS요원이나 수주기획컨설턴트란 직업자체가 생소한데...
요원 S) 업무대행사에서 사업진행상 인허가 문제와 해당지자체 문제, 그리고 대민(조합)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보통은 OS요원,컨설턴트(CS요원)라고 불리우는데, 컨설턴트들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가장 잘 알고 있는 건설회사 소속으로 전체 수주기획에 따라서 움직이는 팀. 두번째는 조합 소속으로 전체 개발기획에 따른 동의서 작성 및 조합원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분들의 서면자료를 만들기 위한 팀. 세 번째는 흔히 있지만 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고 조합원들도 가장 파악하기 힘든 A건설회사 소속이지만 마치 B건설회사 소속인양 다니며 뒷공작을 하는 팀으로 나뉘게 됩니다. 상황에 따라서 세가지 유형 전부 다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한두가지 유형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할 일, 못할 일, 모든 일을 다 한다는 뜻이다.
갑자기, 댓글 달던 국정원여직원이 생각났다.
게수다) 이해하기 쉽게 일단, 직접 일하신 곳부터 시작해보죠. 그쪽 상황은 어땠나요?요원 S) OO동 같은 경우, 세 가지가 모두 진행되었던 현장입니다. 당시에 그 구역에는 가장 노른자위 땅이 A구역과 B구역이 있었는데 A구역은 이미 시공사 선정이 끝나고 철거작업이 진행되던 상황이었고 B구역으로 들어갔죠. 그 지역은 막 조합이 설립되어 활동이 시작되던 단계였습니다. 조합 쪽에 붙어서 CS요원이 활동하게 될 때는 어떤 식으로 활동하게 되냐면, 조합이 최초에 설립될 당시 추진위가 한군데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게수다) 추진위가 한군데가 아니라면?
요원 S) 어느 정도 규모가 있다면, 그 구역 내에서도 추진위가 여러 개, 그러니까 정치세력과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디에 가보면 교회가 중심이 된 세력, 어디는 지역유지가, 또 어디는 어깨들이 와서 만들어진 조직, 이렇게 초기에는 여러 추진위가 각자 활동을 하게 됩니다.
게수다) 그렇다면 조합설립은 어떻게?
요원 S) 추진위에서 조합을 설립하려면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조합원들에게요. 그것을 '징구'라고 표현합니다.
게수다) 징구?
요원 S) 네, 징구라고 합니다. 도장 받는 것을 징구라고 하는데, 이건 법률 용어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수를 끌어들여서 조합설립신청을 하느냐? 이것을 가지고 나중에 조합장이라든지, 조합이사들이 그 안에서 다 나오는 거죠.
게수다) 그렇다면, 추진위가 여러 개라면 업무대행사도 여러 업체가 들어가겠네요?
요원 S) 적지는 않은데, 업무대행사는 실제적으로 간을 많이 보죠.
게수다) 어느 추진위가 가장 유력한지?
요원 S) 그것도 있지만, 건설사랑 업무대행사가 같이 가는 경우가 많아요. 첫번째 기사에서 업무대행사를 떳다방 형식으로 표현하셨는데, 그건 아니고. 업무대행사는 점조직형태로 되어 있어서 건설사에 속해 있는 업무대행사가 몇 개 있고 그 업무대행사는 건설사를 왔다갔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대행사는 지속적으로 활동하는데 사실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을 뜨내기라고 표현해야 맞는 것 같습니다.
대행사 자체로는 단독적으로 움직이기는 힘듭니다. 조합이 최초에 설립되어 운영될 때 운영비가 얼마정도 들어간다고 생각하세요? 좀 작은 지역 같은 경우, 그러니까 사당동 지역조합도 큰 조직은 아닌데, 대충 최초 조합비가 60억 정도 걷힌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건 적은 편에 속합니다. 일년 조합장과 조합이사들 인건비, 인허가 비용 등으로 30억 가지고 일년을 버티지 못합니다.
결국 조합에서는 큰 비용이 필요한 셈인데, 업무대행사가 조합쪽에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일단 타진을 해봅니다. 조합에서 얼마가 필요하다고 하면 업무대행사도 융통할 수 있는 자금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것을 건설사에서 끌어오게 됩니다.
이때부터 조합은 이자와 같은 금융비용을 지게 됩니다.
사실, 이 시기는 건설사가 도급관계를 맺기 전의 일이다.
그런데 업무대행사는 건설사에서 돈을 끌어다 조합에도 꽂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야 조합설립 이후에 도급건설사를 공정한 경쟁에 의해서 선정해야 하지만
이미 업무대행사의 요원들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게임은 끝난 상황이다.
게수다) 이자율은 얼마나?
요원 S) 은행이자보다 확실히 높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지만, 그게 몇 %이자라는 것을 명확하게는 알 수 없습니다. 당시에 사용된 비용이 얼마이니 얼마가 나갔다는 형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진행시 추가비용이 계속 붙게 되잖아요? '임금상승요인이 있다, 물가가 올랐다'는 등으로 공사비 중에 다 포함되어서 날아오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게수다) 사실상 찾아내기 힘들다?
요원 S) 네, 돈을 주고 받았다는 문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이 정확하게 입출금된 내역이 없을 거라서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게수다) 아까 얼핏, 건설사와 업무대행사가 함께 간다고 하셨잖아요. 사당 현장 역시 최초 업무대행사에 LIG와 관련된 박부장이라는 사람이 있었지만 아무리해도 찾을 수가 없더군요. 이런 사람은 어떻게 봐야 하는 건가요?
요원 S) LIG 건설 사람은 아니고 아마도 그쪽 관련 선수였을 겁니다.
게수다) 듣기로는 LIG건설에 있다가 퇴임한 사람으로...
요원 S) (건설사 명함을 꺼내며)저도 이렇게 다니면 건설사 사람인데요. 아마도 관계가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취재 중에 입수한 실제 건설사 직원과 업무대행사 직원의 명함.
한 자리에 놓으면 약간 다른 점들이 발견되는데, 일반인들은 그 차이를 알 수 없다.
게수다) 아... 네...(웃음) 이런 식이군요. 그래서인지 아무도 이 분의 풀네임을 아시는 분이 없더군요.
요원 S) 그럴 것입니다. 저도 제 위의 팀장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그 사람들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같이 일을 해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도 발생한다.
여러 추진위에서 원하는 추진위를 조합으로 만들기 위해서 온갖 영업 속 약속이 오가지만,
사후엔 당시의 일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을 찾기는 불가능한 거다.
게수다) 그렇다면 업무대행사의 업무범위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요원 S) 관공서와 외부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업무를 대행한다고 보면 됩니다.
게수다) 원래는 조합의 업무를 대행하는 곳이지 않나요?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원 S) 법률적으로 따지면 조합이 업무대행 맞습니다.
게수다) 그런데도 실상은?
요원 S) 돈이 조합에서 나오지 않으니까요.
게수다) 업무대행사가 조합업무에 관여하는 시기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인가요?
요원 S) 조합설립 시기부터 조합청산까지 입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빨아먹을 것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게수다) 그러면 조합 업무대행외 업무대행사가 일반 분양에도 관여를 하나요?
요원 S) 그렇죠. 일반 분양도 업무대행사가 빼먹기 딱 좋죠. 실제로 분양대행사(필자 주: 일반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면 모델하우스 등 현장에서 실제로 판촉, 영업을 진행하는 회사로 이쪽도 건설사 명함을 파고 활동하나 실제로는 건설사 직원은 아니다.)에서 업무대행사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힘들어도 업무대행사가 분양대행사 업무를 하는 것은 쉽습니다.
게다가 업무대행사의 대행원들은 부동산 법률상의 문제나 업계에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워낙 잘 알고 있어서 일반분양으로 아파트를 파는 것은 더 쉬워요.
여기서 잠깐. 업무대행사가 단순히 업무대행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에 혈안이 되는 이유는 이렇다. 기본적으로 업무대행사는 일들이 꾸준히 있는 게 아니다. 프로젝트별로 3~4개의 건설사 소속(또는 관리 하의)업무대행사가 돌아가면서 현장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꾸준히 수익을 보장 할 수 없으니, 한 번 맡게되면 그 현장에서 뽑을 수 있는 것은 다 뽑아야 한다는 계산이 설 수 밖에. 게다가 그들은 이런 일에는 이미 수 많은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다.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는 다른 일을 하면서 이들을 감시하고 관리하고 감독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사실, 조합장이나 임직원들이 해야 하는 업무지만 이들이 제일 먼저 구워삶아 놓는 대상도 바로 이들이니 말이다.
게수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조합 내에서 업무대행사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죠. 일을 진행하다보면 의견이 갈리거나,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조합원들이 있을테고 자금집행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하는 조합원도 있을텐데 사실 그 관리를 업무대행사가 한단 말이죠. 어떻게 이런 부분들을 관리해 나가게 되나요?
요원 S) 담배 하나 피워도 되나요?
게수다) 아... 그럼요. 저희는 그냥 핍니다. 나도 하나 피울까? 이거 금연 중인데... 이거. 으하하하 (둘다 웃음) 듣다보니 점점 답답해져서. 이거 참. 이러면 안되는데... (요원의 담배를 뒤적뒤적)
요원 S) 이게 답답한 문제라서. 하하 (웃음)
10분간 휴식 후 다시 시작.
게수다) 자 그럼 일단 하셨던 현장을 중심으로 말씀 좀 해주세요. 시작이 언제였나요?
요원 S) 2009~10년 즈음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까 현장은 시공사, 설계사 선정 이후의 일이었는데, 당시에 본계약 들어가고 이주비 지급한 후, 철거하고 공사를 시작하면 되는 시점이었어요.
저는 주로 반대하시던 분들을 담당했었는데, 그 분들이 조합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주업무였어요. 조합원들이 회의에 참석을 안해도 무조건 조합회의는 굴러가게 되어 있거든요.
실제로는 조합원들 50%의 찬성이 있어야 조합안건이 의결이 되는데, 저희 OS요원들이 무조건 50%를 넘기게(서면의결을) 받아 오도록 되어 있어요. 그러니(조합원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회의는 굴러가게 되죠.
진짜 심한 경우에는 주민보다 대행사 요원이 더 많을 수도 있어요. 주민 한 명당 요원들이 대여섯명씩 붙는 거죠. 그러니 그거 한 장씩 빼오는데 50% 못 넘기겠어요? 그것은 반대쪽에서 아무리 해도 못 막아요.
게수다) 부정적인 조합원들 관리도 그렇게 다...
요원 S) 굉장히 체계적이죠. OS요원들은 기본적으로 크게 2종류의 팀으로 나뉘어서 움직이게 됩니다. 조합원이긴 하지만 재건축, 재개발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조합원들을 상대하는 '외지'팀과 지역에 거주하는 '내지'팀으로 나뉘게 돼요. 그 중 내지 팀의 경우 일반적인 조합원을 상대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지만...
전체적인 반대자들만 상대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팀과 조합이사장부터 시작해서 간부급만 상대하거나, 조합지역내 지역 영향력있는 지역유지들만 상대하는 'VIP'팀으로 세부적으로 나뉘게 됩니다.이 블랙리스트팀과 VIP팀의 경우, 외모가 준수하거나(특히 젊고 몸매, 외모가 되는 여성들 위주) 말을 잘하는 사람들만으로 구성해서 사람들을 각 건설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게 하는데, 이들의 경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수당이 더 붙게 되죠.
블랙리스트 같은 경우, 가서 이야기만 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게수다) 불만 사항이라든지
요원 S) 뭐가 불만인지, 어떤 사항이 있는지, 가서 '아 그러시냐'고 이야기를 들어주게 돼죠. 저희 같은 경우는 일부러 상대 건설사로 위장해 들어가서 이야기를 들어주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블랙리스트에 접근 할 때는 자신들의 소속(?) 건설사가 아닌
다른 건설사로 접근하게 된다. 일종의 위장요원인데 이건 뭐 간첩도 아니고...
점점 이야기는 접입가경이다.
게수다) 다른 건설사라니...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요원 S) 그렇게 일부러 상대 건설사 이름으로 만나보면 더 쉽게 이야기가 진행되니까. 이쪽 이야기를 조금씩 흘리면서 이야기를 하면, 이제 편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블랙리스트가 확실하게 구분되는 사람들도 보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그 중에서도 이쪽에 호의적인 사람들이 비로소 보이게 됩니다.
게수다) 완전히는 아니고 일부 부정적인... 그러니까 잘 관리하거나 설득하면 충분히 가능한 사람들...
요원 S) 그렇죠. 저희같은 경우에는 사람들과 만나서 커피 몇 잔 마시고,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했고, 이런 이야기들을 매일매일 서면으로 보고를 합니다. 거기에 갔더니 조합원 누구누구가 있었고 이런 것들을 보고하는데, 그렇게 되면 일이 이렇게 진행이 됩니다.
만약에 언제 조합회의가 있다고 한다면 요원들이 붙어서 그 블랙리스트라고 판단되는 조합원들은 회의에 참석을 못하게 합니다. 어디 데리고 가서 밥을 먹는다던지, 아니면 버스를 대절해서 관광을 간다던지, 노래방에 간다던지.
그래서 VIP쪽과 마찬가지로 블랙리스트들에게도 젊고, 이쁘고 몸매되는 여자 요원들이 많이 붙는데, 이유가 여기 있는 거죠. 가진 것은 없는데, 그냥 집 한채 가진 나이드신 남자분들이 많으니까. 젊고 이쁜 여자들이 옆에 붙어 관리하면서 그 사람들을 마음껏 요리하는 거죠.
관리나 설득이 아니라
접대와 기만술이 횡행한다.
웃기는 일이다.
게수다) 어이가 없어서. 하하. 이거 참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겠군요.
요원 S) 대행사 요원들이 사업승인이나 징구나 이런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뒷작업까지 다 하는 거죠. 실제로 부부싸움도 많이 하는 걸루 알고 있어요.
게수다) 당연히 그렇겠군요. 후후 (둘다 웃음)
요원 S) 저 같은 경우에도 그 지역에서, 그 때는 젊었으니까, 젊은 친구들 몇명을 붙여주더라구요. 그래서 블랙리스트들을 싸악 정리해서 그분들이 다른 조합원들을 만날 기회를 없애 버리는 거죠.
게수다) 그렇게 되는 군요.
요원 S) 게다가 이 지역 같은 경우에 원래 A건설사가 먼저 선점해서 들어간 겁니다. 그 지역이 원체 넓어서 몇몇 건설사들이 나눠먹기식으로 사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A건설사가 사업자로 지정되어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이미 알아버린 거에요. '아 이 건설사가 여길 먹으려고 하는구나'라고 말이죠.
그래서 사람들이 총회를 열어서 A건설사 사업을 무산시켜버렸어요. 그래서 조합장이 A사와 이야기하고는 '상황이 그렇다면 우린 컨소시엄(편집자 주 - 건설 공사 따위의 수주에서 여러 기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 또는 그런 모임.)형태로 하겠다.'고 해서 A사가 B사 함께하고, C컨소시엄과 D컨소시엄이 함께 들어가는 등 3파전이 된거죠.
그런데 사실 A-B사 컨소시엄에는 건설사 직원과 함께 쟁쟁한 업무대행사들이 다 붙었던 반면, C컨소시엄은 저희 같은 현장요원만 20명 안팍으로 달랑 들어갔구요. 저쪽은 200명이 넘는데 D컨소시엄은 아예 한명도 안들어갔구요.
게수다) 일종의 담합...
요원 S) 네. 일종의 담합이죠. 사실은 A사가 다 조종을 한거죠. 그런데 저희쪽 (C건설사 컨소시엄)의 임금도 C사가 아니라 A사에서 지급됩니다. D컨소시엄은 이름만 빌려준 거고.
사업설명회 당시, 가 보면 A-B사 컨소시엄에서는 제대로된 사업계획서가 들어갑니다. 어떻게 지을 것이고, 어떤 혜택이 있고 등등 모든 것이 딱 맞춰 들어가는데 C사는 사실 업무대행사 직원이(그것도 A사 업무대행사직원이 위장한) 대충 브리핑을 하게 되는 거죠. D사는 아예 참여도 안하고 말이죠. 계약서만 내밀고.
투표를 하면 당연히 A사로 몰빵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거죠.
말이 좋아 경쟁입찰이지.
남의 재산을 가지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담합을 넘어서 협잡까지 불사하는,
온갖 불법과 편법이 판치는 세상이 되어버린다.
이게 재건축 시장에서 굉장히 일반적인, 그리고 관행적인 일이라는 것에
더욱 충격을 받았다.
게수다) 참...뭐라고 말을...
요원 S) 조합과 건설사 사이에 대행사가 있는데, 조합에서 나온 정보가 대행사를 통해서 건설사로 들어갑니다. 건설사의 의도가 대행사를 통해 조합으로 가기도 하지만.
게수다) 안가는 예가 더 많죠.
요원 S) 네. 안가는 이야기가 더 많죠. 돈뿐만 아니고 정보도 마찬가지구요. 하여튼 건설사 입장에서 대행사에 요구하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그냥 너희는 수주만 해와' 이거 거든요. 조합에서 대행사를 통해 건설사에게 하는 요구사항은 거의 전달이 안됩니다. 대행사에서 건설사로 들어가는 정보는 이런 겁니다.
'수주가 될 것 같습니다. 아닐 것 같습니다. 돈이 얼마 필요하고 이번에 어떤 지원이 필요합니다.' 딱 여기에서 멈춥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발뺌하기 딱 좋은 구조죠. 이주비든 평대평 교환 방식이든 그건 대행사에서 약속한 것이고 건설사와 관계없는 것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사당동도 가망이 없어 보인다는 거구요.
게수다) 그렇게 건설사가 비용을 대고 업무대행사를 부리고...
요원 S) 사실 건설사의 돈이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다 조합원들 돈이죠. 어차피 그렇게 돌고 도니까요.
게수다) 그 돈으로 밥솥도 돌리고...
요원 S) 밥솥의 경우도 재미있는 게 많아요. 밥솥도 홍보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한 5톤 트럭에 가득싣고 일부러 큰 길로 갑니다. 사람들 보는 사업지 공터에 다 내려놓고는 요원들이 보는 앞에서 조합원들에게 가지고 가는 거죠.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말합니다.
"아 이번에 총회가 있는 데, 총회 참석을 못하실 것 같으면 여기에 서명만 해주시면 되요. 그러면 저희가 이것도 선물로 드리고..." 뭐 이런식으로 접근을 하죠. 혹시라도 조합원 중에 "무슨 안건이냐?"고 물어와도 "어차피 이걸 빨리 하셔야 사업진행이 빠르게 진행 되고 더 좋은 집에 사니까..."
게수다) 오오 이야기가 막 똑같은 데요.
요원 S) 네. 그래서 '더 좋은 집도 집이지만, 빨리 진행이 되어야 추가분담금이 적어지니까 찍으시라고 하면서 다니죠. 고생하시는데 이 밥솥도 받으시구요.' 하면서 서명받고 밥솥주고 그러고 오는 거죠. 이런 식으로 해서 이뤄지는데 사실 밥솥은 굉장히 약소한 판촉행위죠.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관리하고 시공사 선정이 마무리되고 난 후, 재산평가 후 부터는 그렇게 일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 이후는 다 정해진 과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개입할 여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죠.
대행사 활동이 가장 피크인 시기가 추진위 시절부터 조합설립 이후, 설계사 및 시공사 선정까지 입니다. 이주, 철거 단계에서는 용역업체들이 주로 활동하게 됩니다. 하여간 시공사 선정 이후부터는 최소인원만 상주하게됩니다.
이렇게 되어 애초에 온갖 약속을 하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는 건설사와 헛된 약속을 믿은 조합원들만 남는다.
누군가는 이익을 챙기겠지.
게수다) 보통 그렇게 일을 하시면 대우는 어떻게 되나요?
요원 S) 사실, 최초에 조합설립 때까지는 징구, 그러니까 도장 받는 일을 주로 하게 되고, 시공사 선정과정에서는 홍보일을 주로 하게되는데, 가장 돈이 많이 풀리는 단계는 바로 이 홍보일을 진행할 때입니다.
보통 CS요원들은 일당 10만원에서 그 이상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매일 매일 받는 건 아니고 보통 어떤 단계가 끝나게 되면 일괄적으로 지급받게 됩니다.
게수다) 월급제가 아닌 성과급 형태로...
요원 S) 이게 길어지면 달마다 끊어 줄 수도 있지만, 저희가 월급만 받는 건 아니고, 여기 들어가는 사람들은 사실 돈 없으면 들어가지 못합니다.
저희가 징구를 받으러 가게 되거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원래는 법적으로는 선물로 못하게 되어있죠. 그런데 어떻게 조합원들 만나러 가는데 빈손으로 갈 수도 없고 해서 뭐라도 사서 갈 수 밖에 없죠. 여튼 식사를 하든 물건을 사든 모두 다 지역내에서 사야 하는데, 이렇게 지출해도 돈 나오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돈이 없으면 하기 힘든 직업입니다.
게수다) 일 10만원이라면 평균적인 임금수준이 300 정도?
요원 S) 한 달에 평균적으로 300~400 수준인데, 하는 것에 따라서 다르긴 해요. 평균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고, 예를 들면 징구를 할 때, 어째든 조합이 건설사가 원하는 쪽으로 설립이 되어야 하는 거거든요. 무조건.
추진위가 가장 많은 징구를 해오는 쪽이 조합설립이 되다 보니까, 이 징구 때가 되면 조합원들이 거꾸로 물어봐요. 이 때가 되면 마치 이승만 정권 때 선거행태랑 비슷해요. '작대기 하나 찍으라는거야? 두개짜리 찍으란 거야?' 이렇게 물어보시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저희가 원하는 쪽으로 유도하게 되는 거죠. 그러고는 백지에 도장을 받아가는 거에요. 어느 쪽이다, 어떻게 한다, 이런 건 없고 그냥 백지에요. 그걸 가지고 가서 원하는 대로 대행사에서 써먹는 거죠. 하여간, 이런 징구에는 한 장당 수당이 붙어요. 장당 삼십만원, 오십만원 이렇게.
예로부터 1번찍을까? 2번찍을까?라고 묻는거.
그런 투표가 성공한 예는 없다.
게다가 백지에 날인이라니.
다음편에 쓰겠지만 사당동 이주비 문제도
이렇게 찍어준 일종의 백지위임장이 불리하게 작용해버렸다.
게수다) 일종의 성과급이군요.
요원 S) 성과급이죠.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게 CS요원끼리도 어느 건설사가 더 짜더라. 나중에 약속을 안지키더라 이런 이야기도 나돌곤 해요. 하여간 이 때는 거의 목숨걸고 하죠.
게수다) 음...그럼 유령조합원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건가요?
요원 S) 그런 건 너무 많아서요.(웃음) 재건축 같은 경우는 건물뿐만아니라 대지지분이 있어야 조합원 자격을 갖추게 돼요. 그런데 사당동 같은 경우에는 외부에서 조합자격을 사고 팔 수 있으니까 조금 더 쉬울 수는 있겠네요.
게수다) 그래서 연립같은 경우는 방단위로 쪼개더라구요.
요원 S) 방뿐만 아니라 대지도 이렇게 저렇게 쪼개서 파는 경우가 많아요.
게수다) 이것들이 저희가 일반적으로 보는 조합원 자격을 판다는 플랜카드나 기획부동산들에게서 전화오는 유형인 거죠?
요원 S) 네. 그런 방식인 거죠. 뉴타운같은 재개발 사업은 법리적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기 힘들어요. 왜냐면 공공사업이니까 조금 까다롭게 되어 있어요. 물론 안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재건축에서는 민간사업이라 자기들끼리 규약을 고치면 되니까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죠. 심지어 건설사직원들이 조합원 자격으로 들어와서 주요 의결 때 권한 행사를 하고 빠지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게수다) 재개발의 경우에도 관리, 감독이 사실상 없는 것 아닌가요?
요원 S) 뉴타운, 재개발의 경우 대지지분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어요. 그래서 쪼개서 들어가기가 가능하기도 한 거죠. 그래서 오세훈시장 시절 준공영제라고 공공감리 제도를 도입해서 감시를 하겠다고 했던 건데, 재미있는 건 제가 말씀드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 공무원들이 모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게수다) 아, 모르나요?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요원 S) 공무원들 같은 경우, 추진위에서 조합설립하겠다고 서류가 오면 서류가 구비된 것만 확인해요. 서류에 문제가 없으면 굳이 문제 삼을 이유가 없는 거죠. 확인하고 도장만 찍으면 끝인 거니까요. 굳이 공부할 필요가 없는 거죠.
다음편에 이야기될 내용인데,
청주의 한 현장에는 1평 땅을 십수명이 소유하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졌었다.
문제는 지자체의 입장인데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지만,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건설사와 업무대행사가 마음만 먹는다면 조합원들이 아무리 힘써봐야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다.
요원 S) 준공영제할 때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나면, 아예 업무대행사 실적이나 투명성을 점수 매겨서 합법적으로 활동하게 해줬는데 이게 오히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게 된 거죠.
게수다) 오히려?
요원 S) 네, 오히려. 예전에는 업무대행사가 암암리에 활동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것을 완전히 끄집어냈어요. '이제 마음대로 활동해, 단 법리 안에서만.' 이렇게요. 기존에 음지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할수 있는 건 다 할 수 있었는 데, 이제 운동장을 깔아주니 양지에서 할 수 있는 것에 기존의 활동까지 얹어서 진짜 뭐든지 할 수 있게 된 거죠.
게수다) 하아~.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건 악순환인데, 그렇다고 도시정비사업이라고 하는 재건축, 재개발을 진행 안할 수도 없는 거고, 이런 감시와 관리가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무슨 특수기구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하나?
요원 S) 그게 될까요?(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해요. 지금 사업진행되고 있는 것들 중에서 진도가 많이 나가지 않은 것들, 그러니까 매몰비용이라고 하죠? 그런 비용들이 크게 들어가지 않은 것들은 특히나 시공사 선정 이후에 자산평가하고 이주가 시작되기 이전 것들은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매몰비용도 결국 고스란히 지역민,
그러니까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해결된다는 것도 또 다른 문제이긴 하다.
게수다)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하더라도 똑같은 절차와 시스템 하에서 운영되다 보면 역시 또 똑같은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까요?
요원 S)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미 부동산 거품이 한 번 꺼졌고, 추진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예전 사람들의 시각과 지금의 시각은 차이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박원순시장님께서 일단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것, 굉장히 잘하신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곳에도 맹점이 없진 않아요. 올해까지 한 번 다 보겠다고 하셨는 데, 건설사든 은행이든 아쉬울 것이 없어요.
게수다) 그러게요. 공사지연에 대한 피해는 결국 조합원들에게 다 부담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요원 S) 네, 시공사든 은행이든 자기들이 책임질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결국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집도 다 넘어가 있을 상태인데 결국 그분들 책임만 가중되겠죠.
게수다) 마지막으로 조합장이란 위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죠. 사당동도 전 조합장이 현재 재판 중인데...
요원 S) 항상 그렇습니다. 실제적으로 가장 많이 다치는 쪽이 조합장이에요. 결국 다 뒤집어 쓰게 되어있죠.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조합장 정도 했으면 고생했으니까 아파트 한 채정도는 인정해주겠다. 이런 분위기인데 사람들 욕심이 보통 3채에서 4채정도를 바라니까. 조합장과 대행사의 관계가 횡령과 배임문제 등으로 혼탁해지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게 조합장부터 시작해서 조합조직 내에서 먹는 것, 중간에 떼어먹는 것, 쓸데없는 이유로 사업이 연기되고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 때문에 조합원들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거든요. 때로는 이런 일도 있어요. 건설사에서 일부러 반대세력을 키우고 갈등을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게수다) 일부러 갈등을 조장한다...
요원 S) 알박기보다 더 나쁜 것이 그것인데, 이유는 이거죠. 이게 처음에 계획한대로 모든 일들이 차곡차곡 진행이 되면 상관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추가비용을 끼워넣기가 힘들죠.
하지만, 지연이 발생하면 추가비용을 청구해지기 쉬워지는 거죠. 백억이라면 큰 돈이지만 조합원들에게 오천만원씩 발생했다고 분담시키면 되니까. 이렇게 티 안나게 사람들 부담을 키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이런 경우 가장 잘 이용하는 곳이 종교시설, 특히 교회죠.
게수다) 종교시설?
요원 S) 종교시설은 학교나 공공시설처럼 지역내에 어떻게 하라는 규정이 없는 것인데, 이 분들 욕심이 뭐냐? 똑같은 지역은 아니더라도 이 건물하나 부서지더라도, 다른 곳에 땅을 얻게되면 이것보다 더 크고 좋은 시설을 갖출 수 있는 돈 좀 나오고 이런 것을 바라게 되죠.
게수다) 하긴, 절이 시내에 들어와 있지는 않으니.
요원 S) 절도 그렇고, 성당도 교구관리를 하는 것 같으니 상관없는데, 일단 교회가 문제되는 경우가 거기 장로분들이 부동산쪽에 또는 건축회사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 꼭 한분씩은 계시거든요, 그 분들이 들고 일어나면 상황이 굉장히 복잡해지는 거죠.
게수다) 사탄의 무리들이 우리의 성전을 빼앗아... 으하하하.
요원 S) 네. 일단 모이기도 쉽고, 이야기 전파도 빠르니까요. 사실 교회를 어떻게 보상해야 한다고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어요. 그런데 조합은 이 교회를 해결해줘야 해요. 사람들 세를 활용해서 오히려 조합보다 큰 힘을 갖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비상대책위가 가장 쉽게 만들어지고 사업자체가 5년 걸릴 일을 10년이 걸리도록 하는 것도 가능한거죠.
그렇단다.
게수다) 알면 알수록 답이 안나오는 군요.
요원 S)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래요. 사람들이 조합장부터 시작해서 건설사, 업무대행사들이 재건축, 재개발이 정직하게, 그리고 정해진 규정에 따라 운영된다면 조합원들이 손해 볼 일은 드물어요. 물론 기본적으로 부담금을 낼 수 밖에 없는 비용은 내야겠지요. 그래도 손해는 굉장히 줄어들 것이라 생각해요. 이게 가능하다면 말이죠.
게수다) 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요원 S) 희망사항이죠. 뭐 하하하.
이후로도, 본 기자가 입수한 자료와 사례에 대한 의견청취와 함께, 비단 재건축 문제가 아닌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하며 속절없이 2회에 걸쳐 5시간이 훌쩍넘는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일단 재건축, 재개발 상황의 업무대행사 역할에 대해서는 이 정도다. 다른 이야기들도 차차 펼쳐나갈 예정이니 머리 아프게 벌써 알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바닥도 무척이나 좁아서 요원S는 자신이 활동한 지역과 자신의 사진이 나가는 것을 몹시도 꺼려했다. 그나마 고마운 점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 기자의 취재 방향이나 요령 등을 계속해서 도와주기로 했다는 거다. 어쨌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인터뷰에 응해준 '요원S'에게 고맙단 말을 지면에서 대신한다.
3. 허공에 쓴 계약서
실상은 이렇다. 업무대행사는 사실상 건설사의 사주(?)를 받아 현장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목표는 공사의 수주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사람을 관리하고 조직하고 접대를 하는가 하면, 허허실실 기만도 자주 한다. 서류를 조작하기도 하고, 빼돌리기도 하고 아무런 강제조항 없는 약속도 남발한다. 지켜지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마는 것들 말이다.
건설사는 자신들의 등장순서를 기다리며, 이 복마전을 지켜본다. 그리고 막상 자신들의 차례가 왔을 때 말한다. 업무대행사와 자신들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그리고 자신들의 명함을 들고 건설사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으로 지역민들을 작업(?)해왔던 업무대행사에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
이들의 장단에 조합장과 임원들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춤을 추기 시작하면 더 이상 답은 없다.
사업에 대해 문외한일 수 밖에 없고, 생업에 바쁜 조합원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사업 앞에 맨몸으로 노출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절망하고 체념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앞에 좌절하고 결국 죽기보다 힘든 현실 앞에서 출구없는 미로를 헤매기 시작한다.
지자체가 책임져야 하지 않냐고? 지자체에겐 이건 그냥 사업일 뿐이다. 지자체장이나 지역정치인들이 내거는 재개발, 재건축 공약은 세금수익과 인기를 위한 것일 뿐, 관리, 감독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들이 관심 가지는 건 사업승인까지만이다. 발생된 문제는 애써 모른 척하거나 잘 알지도 모르는 법조항을 들이대면서 법리 상에 문제가 없다고 발뺀다.
도대체, 국가가 해야하는 도시정비사업을 민간에게 떠넘겨 버리는 재건축 사업, 그 민간에 지역민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굴러가는 이 시스템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해법은 있는 것인지, 취재 내내 떠나지 않는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그 대답을 누구에게도 듣지 못하고 있다.
그냥
좀 더 가보자.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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