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쓸모없는 보직은?
1.
대한민국 군대 보직 중 가장 쓸모없는 보직은 뭘까? 이미 답은 나와있다. 前 국방부 장관 송영무가 폐지를 지시했던,
“공관병(공관 관리병)”
이다(물론 이런 지시를 했다는 자체는 의미있지만 실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군대의 전형적인 눈가리고 아웅 방식이 지속되고 있다고 할까).
오해가 있을 거 같아 말하는데, 전쟁터에서 지휘관은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부대가 적군에게 포위 된 상태에서 병사들은 쫄쫄 굶고 있다. 그런데, 부관이 챙겨 온 건빵 5봉지가 군장에서 툭 하고 나왔다. 이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인 경우,
“부하를 아끼는 마음, 부대의 결속을 위해서 건빵을 다 나눠 준다. 우리는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는 의리를 보여줘야 한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오기吳起’가 사람 여럿 바보 만들었다. 병사들의 분투를 끄집어내고, 결속력을 다지고, 충성심을 다지는 건 좋지만...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좀...)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건빵 5봉지로 몇 명의 배나 채울 수 있을까? 아니, 이건 그런 수학계산이 아니다. 가장 모범적인 답안은,
“지휘관이 이걸 먹고, 기운을 차리는 거다.”
이다. 일선 부대 지휘관 중 가장 낮은 계급이 중대장이다. 이 중대장이 책임지는 목숨만 200명 가까이 된다. 이 200명의 목숨을 손에 쥐고 움직이는 사람은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이 ‘목숨의 중압감’은 계급이 올라갈수록 더 무거워진다. 지휘관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목숨’을 책임지는 존재다.
전시에 지휘관의 한 마디에 수백 수천의 목숨이 사라질 수 있다. 이들은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전쟁의 극한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수면시간과 영양공급이 이어져야 한다(인간은 기본적으로 약하고, 별 볼 일 없는 존재다. 아무리 육체적으로 강건한 사람이라도 이틀만 재우지 않는다면, 미쳐버릴 거다).
그렇기에 지휘관은 사병보다 체력도 보존해야 하고, 제대로 먹어야 하고, 수면시간도 더욱 신경써야 한다. 나를 포함해 이 글을 보는 대부분 독자는 대부분 사병으로 근무했기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겠으나 어디까지나 '전시(戰時)'라는 상황임을 인지하자.
2.
자, 그럼 전시(戰時)가 아닌 평시(平時) 때의 지휘관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외적으로(예를 들면, 우방국의 무관이나 귀빈들을 맞이한다거나 할 때)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 ‘의전’ 차원에서의 대우는 해줘야 한다. 그게 바로 ‘국격’이란 거니까. 그런데, 지휘관 개인의 일상을 관리해 주는 공관병이란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2년 전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박찬주 대장의 공관병 대상 갑질에 우리는 분노했다. 분단국가의 현실상 고급 지휘관에게 ‘공관’을 제공하고, 지휘관을 경호하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이 공관에서의 생활까지 우리나라 군대가 챙겨줘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 대목에서 생각해 봐야 하는 게, 공관에서의 공관병 업무가 과연 ‘공적인 영역’에 들어가냐 하는 대목이다.
공관을 관리하는 관리병이라면 백보 양보해 이해의 범주 안이라지만, 해당 지휘관의 수발을 드는 게 공관병의 주 업무라면, 이건 ‘노비’의 다른 말이라 할 수 있다.
“나라 지키러 갔는데, 지휘관 따까리 하다 끝났다.”
라는 말이 나올 만 하지 않겠는가? 죽지않는돌고래 편집장이 이번 질문으로,
“가장 쓸모없는 보직이 뭐냐?”
라고 물어왔는데, 여기에 대해 난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세금이 어떻게 쓰였으면 좋겠는가를 생각해 보라.”
라고 말이다. 병역의 의무는 다른 형태의 세금이다(조선시대 군역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돈으로 낼 걸 몸으로 때우는 거다. 즉, 우리는 국가에 우리의 ‘시간’을 돈 대신 내고 있는 거다. 그렇다는 건 사병 한 명 한 명의 시간은 ‘공적인 영역’으로만 쓰여야 한다는 거다.
3.
그 동안 대한민국 국방부는 ‘인건비’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군대라는 걸 갔다온 남자라면 알 게다. 남아도는 게 사람이니 돈은 아끼고, 사람을 쓰는 방식으로 인력 운용을 했다(이등병 시절 내 첫 월급이 9100원이었다. 월급인데, 지금의 시급보다 약간 더 받았다. 주휴 수당까지 합치면 지금 시급만도 못한 돈을 받고 근무했던 거다).
그러다 보니 이 인력들을 자기 멋대로 사용했다.
‘병역의 의무’를 ‘납세의 의무’ 개념으로 생각해 보자. 우리 세금을 가지고 국회의원들이 외유를 나가고, 업무추진비랍시고, 펑펑 쓴다고 했을 때의 기분, 다들 알지 않은가.
“나라 지키러 간 군인은 ‘공적인 영역’에서만 복무를 해야 한다.”
남자들 사이에서 가장 쓸모없는 보직 얘기가 나오면 땡보, 꿀보를 상상하기 쉽겠고 어디가 더 편하다고 인터넷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 좋은 종목이다. 아무리 편하더라도 그게 ‘공적인 영역’이고, 필요한 업무라면 징집된 병사가 그 일을 하는 건 옳다. 그러나 공적인 일을 하기 위해 징집된 병사가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활용된다면 거시서부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4.
고급 지휘관에게 ‘공관’이 필요한가라, 라고 내게 묻는다면, 난 필요하다 말 할 거다. 이건 지휘관의 ‘가오’를 살려주기 위한 게 아니라, 지휘관의 안전과 안정적인 부대지휘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안전과 안정을 뺀 지휘관의 사적인 영역. 즉,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까지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도 지휘관의 품격을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 글쎄, 공관병이 하는 일이란 게 집사나 가정부들이 하는 일이 거의 다인데 이런 일을 국가가, 우리 군인들이, 당신 세금으로 지원해 줄 이유가 있을까?
그런 의미로 난 가장 쓸모없는 보직으로 공관 관리병을 꼽는다.
가뜩이나 징병가원자원이 부족한 판이다.
어서 빨리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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