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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부 중에서도 최고 잡부

 

본격적인 얘길 시작하기 , 첨언 하나.  노가다 인생은 1- 인력사무소 / 2- 직영 잡부 / 3- 형틀 목수로 나뉜다. 이번 회부터는 2- 직영 잡부 시절 겪은 에피소드를  풀어볼까 한다.

 

노가다판엔 ‘직영으로 통하는 이들이 있다. 직영을 설명하자면 건설 현장 하청 구조를 먼저 얘기해야   같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10개동짜리 임대 아파트를 짓는다 치자. 대형건설사(=원청) 도급을 준다. 원청은 10개동을 다시 반으로 쪼개 중소건설사(=하청) A업체와 B업체에 하도급을 준다. 하청은 공정별 오야지를 모은다. 내가 직영으로 일했던 하청 현장엔 철근 오야지 1, 목수 오야지 3, 시스템 비계 오야지 1, 해체·정리 오야지 2 등이 있었다. 오야지들은 팀을 꾸려 현장에 들어온다. 공정마다 조금씩 다른데 10명에서 많게는 30 정도가  팀이다.   안에는 기공도 있고, 조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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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그렇게 돌아간다. 정부는 원청 소장을 관리하고, 원청은 하청 소장들을 관리하고, 하청은 공정별 오야지들을 관리하고, 오야지는 기공들을 관리하고, 기공은 조공들을 관리하는 식이다. 그렇게 원청 소장 이하 명령을 받고 받아 건물을 쌓아 올린다. 거짓말  보태 101 쓰레기 치우라는 명령을 잡부  씨가 전달받기까지, 그런 복잡한 과정이 이어지는 거다. 그런 꼴을 보고 있자면 가끔 , 이런 착각이 들곤 했다. 몸이 아닌 말로써 건물을 쌓아 올리고 있구나, 하는 착각.

 

얘기가 옆으로 새려 한다. 다시 직영 얘기로 돌아와,  철저한 상명하복 체계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직영은 바로  빈틈을 메우는 자들이다.

 

101동을 올린다 치자. 기초를 닦고 나면 철근팀과 목수팀, 전기팀과 설비팀, 시스템 비계팀과 해체·정리팀이 꼬리를 물면서, 혹은 서로 뒤엉켜 작업을 진행한다. 현장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누군가는 쓰레기도 줍고, 정리정돈도 해야 한다. 그걸 누가 할까. 철근팀 조공이? 같이 어지럽혔는데  그걸 철근팀에서 하느냐고 난리  거다. 그런 일을 직영이 하는 거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현장에는 소모성 자재가 많이 필요하다. 쉽게는 , 철사부터 마대, 눈삽이나 빗자루 같은 것들. 공정마다 크고 작게 쓰는 것들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반입반출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그런 일이다. 직영 일이. 공동의 책임으로 벌어진, 혹은 벌어질 어떤 일을 수습하는 . 회사로 비유하자면 총무팀 내지는 비서실 역할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주저리주저리 길게 설명했는데, 한마디로 말해 직영은 하청 건설사에 속해있는 잡부다.(원청에도 직영이 있다. 역할은  다르다.) 하청 소장의 직접 명령을 받아 온갖 잡일을 하는 사람들. 직영끼리는 잡부 중에서도 잡부라는 뜻에서 자조적으로 이렇게 표현한다. . . .

 

직영 일은 한마디로 지저분하다. ‘Dirty’ 하다는  아니라, 맥락이 없다는 얘기다. 101동이 어수선하대서 쓰레기 줍다가 102동에서 목수팀이 철수했다고 하면 거기로 가서 폐목도 줍고, 유로폼과 부속자재도 정리하고, 그러다가 104 타설하기 , 원청에서 점검 나온다고 하면  그쪽 가서 정리하고, 자재 왔다고 전화 오면 창고 가서 자재 받고, 그러다가 다시 103동에서 철근팀 철수했다고 하면 가서 고철 줍고, 원청 안전관리자들이 어두운  조명 설치하라거나 난간에 안전끈 설치해달라고 하면 그거 해주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간다. 직영끼리는 이렇게 말한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어쩌고 하면 하루가 끝난다고.

 

같이 일했던 직영 반장(입버릇처럼 “내가 직영 반장만 28년째여~”라고 말하는 귀여운 아저씨였다) 말하길, 직영은 하루에 10~15km 걸어야 일이 끝난다고 했다. 헤아려보진 않았지만, 그럴 것도 같았다. 처음 직영  시작했을 때는 어깨나 허리가 아픈  아니라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고생했다. 그래서 베테랑 직영들은 딱딱하고 튼튼한 안전화보다는 폭신하고 가벼운 안전화를 신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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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 일당에  값은 없다

 

그렇듯, 일이  지저분하긴 해도  자체가 고되거나 어렵진 않다. 해서, 현장에서는 유명한 격언(?) 있다. 직영 일당에  값은 없다. 참값만 있을 뿐이다.

 

직영 일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나는 성격이 지랄이라 어딜 가든 그냥 열심히 하는 편이다. 그런 나를 며칠 지켜보던 직영 반장이 이렇게 말했다. 참고로, 부여가 고향이라던 직영 반장은 전형적인 충청도 양반이었다.

 

저기~ 송 군 말이여~ 직영은  흘리면서 일하는  아녀~ 직영이 열심히 한다고 해서 ~ 건물 빨리 올라가지 않어~ 직영은 현장이 끝날 때까지 진득하게 해야 하는 거니까 ~~  사리면서 ~”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이랬다. 직영 일이라는  한마디로 현장 정리인데, 공사 현장이라는  정리하고 돌아서면  어지럽혀지기 때문에 애당초 깨끗하게 정리한다는  불가능하다는 거다.  넓은 현장에서  사람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봤자, 표시도  나고,  그렇게 한다고 일찍 퇴근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퇴근 시간이 되어야 퇴근을 하는 거고, 완공을 해야 철수할  있는  직영 일이니까 적당히  사리면서,  시간 되면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서 일해야 한다고, 직영 반장은 한참을 설명했다.

 

내가 직영 반장만 28년째여~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

 

  같이 일했던 용역 아저씨는 직영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무리 현장이 넓고 사람이 많아도 직영은  보면 알아. ,  사람 직영이구나.”

 

 아저씨가 말하길, 같은 폐목을 들고 날라고 해체·정리팀이 나르는 것과 직영이 나르는  천차만별이라는 거다. 참고로 해체·정리팀도 하도급이다. 하루라도 빨리,  시간이라도 빨리 일을 끝내야 하는 운명이다. 당연히 반장은 인부들을 달달 볶을 테고, 그래서 해체·정리팀 인부들은 폐목도  다발씩 지고 빠릿빠릿 나른다. 반면, 직영이 누군가. 일당에  값이 없는 사람들 아닌가.

 

직영은  마대를 하나 들고 다녀.  마대에 폐목을 ~~ ~~ 주워 담아. 절대 가득 채우지 않아. ~~ 주워 담아. 그걸 어깨에 짊어지고 ~~ 걸어가. 현장에서 그런 사람 보인다. 틀림없어. 직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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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한겨레

 

 

우리나라 아파트값은  비쌀까?

 

참값밖에 없는 직영 일당은 12~13 원이다. 그렇다고 매일 매일 일당을 받는  아니다.  달에 며칠 출근했는지를 따져 월급으로 준다. 4대 보험도 가입해준다. 표현은 ‘개잡부라고 해도 엄연히 중소건설사 직원인 셈이다. 복지 차원(?)에서 두어 달에   안전화도 주고, 날이 쌀쌀해지니까 도톰한 작업용 점퍼도 줬다. 회사 로고가 크게 박힌.

 

이런저런 부차적인  떠나, 내가 직영 하면서 가장 좋았던   가지 정도다. 우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한다는 . 다들 알겠지만, 노가다판은  오면 여지없이 중단이다.  맞으면서 일하는  문제가 아니라, 미끄럼, 감전  안전사고 위험 때문에 일을  수가 없다.

 

직영만 예외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소소하게  일이 있다. 배수시설이 아직  되어있기 때문에 양수기로 물도 퍼야 하고, 미뤄뒀던 창고 정리도 해야 한다. 어쨌거나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떻게  하루가 간다.

 

 오는  하니까, 생각나는 얘기 하나. 전날 밤부터 비가 내린 탓에 아무도 현장에  나왔다. 그날따라 직영 잡부들까지 이런저런 일이 있다고  나왔다. 직영 반장과 , 딸랑 둘만 출근했다. 물부터 퍼야겠다 싶어, 직영 반장과 우비 입고, 장화 신고 분주하게 왔다 갔다 했다. 비는 또 어찌나 쏟아붓던지. 한참을 고생하고 사무실로 돌아와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데 직영 반장이 엉뚱한 질문을 했다.

 

저기~ 송군 말이여. 우리나라 아파트값이  비싼  같어?”

 

글쎄요?”

 

 . 원청 20, 감리단 10, 안전관리자 20, 하청 사무직들  해서  20,  와도 오야지들은 나왔을 테니까, 공정별 오야지들  10, 거기다가  공사에 관계된 공무원  20. 모르긴 몰라도  공사 때문에 오늘 100명은 출근했을 거라고. 근데 오늘 실제로 X 빠지게 일한 사람은 송군이랑 나랑 둘뿐이잖어.  그려? 100 중에 꼴랑  명만 일하는데 아파트값이  오르면 되겄어? 허허.”

 

직영 반장도 농담  진담 반이었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기막힌 얘기였다.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와,  오는  출근해서 좋은 이유는 나의 가계가 예측 가능하다는 거다. 노가다꾼은 내가  달에 얼마나 벌게 될지 좀처럼 가늠할  없다. 언제 비가 올지, 언제 공사 일정이 꼬여 데마(일거리가 없어 쉬게 되는  노가다판에서는 데마 맞는다고 표현한다. 비슷한 뜻의 일본어 てまち[데마찌]에서 파생) 맞을지   없기 때문이다. 직영은 용역처럼 쉬고 싶을  맘대로   없어도, 일하고 싶은데 못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의지만 있으면 26~28일은 무조건 일한다. 아주 구체적으로 나의 월급을 예상할  있다.

 

 

진짜 노가다꾼이   있는 방법

 

직영 일하 좋았던   가지는 노가다판을 읽을  있게 됐다는 점이다.  점은 나에게, 그러니까 초보 노가다꾼이었던 나에게 아주 귀중한 소득이었다.

 

직영  하기 , 인력사무소를   다녔다.  다녀본 현장 없고,  해본  드물다. 단순 잡부부터 곰방, 철거, 미장, 용접, 창호 등등. 지난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내장 목수 따라 카페 인테리어도 해봤다. 카페 인테리어할 때는 목공, 타일, 견출, 도색까지  했으니, 그때는 내가 베테랑 노가다꾼라도   착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가소로운 수준이었다. 매일 현장이 달랐고, 가는 현장마다 단편적인 일만 했으니, 요령은  늘었는지 모르겠으나, 일의 맥락은 전혀 몰랐다. 직영 일을 해보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초짜였는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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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 일은 업무 특성상 거의 모든 공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다.  공정이 어떤 순서를 거쳐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흐름을 알게 된다. , 공정별 자재 반입반출에도 개입하기 때문에 자재 이름과  자재의 부속품 이름까지도 대략   있다. 한마디로 건물이 어떻게 지어지는지, 말하자면 나무가 어떻게 자라는지 알게 되는 거다.

 

직영  하다 보면 나무뿐만 아니라 숲도   있게 된다. 업무 특성상 원청 직원, 건축기사, 안전관리자, 타워/지게차/화물차 기사, 심지어는 철물점/고물상 사장, 간식 납품/생수 납품 기사 등등 공사 현장에 들고나는 거의 모든 사람과 관계 맺고 소통을 한다. 마디로 공사 현장의 A-Z 알게 되는 거다. 해서, 노가다판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직영으로 현장 하나만 돌면 진짜 노가다꾼 된다고.

 

그래서 하는 말인데, 만에 하나라도, 정말 만에 하나라도 노가다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은 직영을 추천한다. 2~3년까지 붙어있을 필요도 없다. 1, 아니 6개월이면 된다.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는 말이 있듯, 우선은 직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다음에 철근공이든 전기공이든 목수든 적성 찾아가면 된다. 열심히만 하면 기술 배울  있는 기회는 언제든 온다. 나만 해도 직영 하면서 공정별 오야지들과 친해졌고,  덕에 목수 일을 시작할  있었으니 말이다.

 

직영, 벌이도 나쁘지 않다. 솔직히 말해  정도면 훌륭하다.   꾸준히만 나가면 300 원은 번다. 슬픈 얘기지만, 직영  시작하고 받았던  월급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월급이었다. 통장에 찍힌 액수를 보면서 아주 찰나의 생각이었지만, 나는  하러 그렇게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까지 졸업했던가 싶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