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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What is the Matrix? - (2)

2003.6.24.화요일
딴지 편집국


지난 번에 이어 매트릭스 연짱이다. 여전히 부담 없이 읽어주시길 부탁드린다.







 
  매트릭스는 온라인 게임이다.


앞서 매트릭스는 게임은 게임인데 보통 게임이랑은 다르다고 주절거린 바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독자들은 알 것이다. 매트릭스를 닮은 게임이 이미 우리 삶 속에 존재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 매트릭스는 온라인 게임이다. <리니지>니 <뮤> 같은 게임이랑 매트릭스는 결국 똑같단 말이다.











<매트릭스>나 리니지나 결국 똑같단 말이다.


온라인 게임은 혼자서 하는 게임이 아니다. 매트릭스처럼 내가 플레이하는 내 모습이 다른 게이머가 플레이하는 그의 모습과 만나고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연결되어 있다. 즉 게임공간이 공유되어 있단 얘기다.


한 서버에 1천명 이상이 늘 동시 접속해있다고 치면 최소한 그 1천명은 같은 세계를 공유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정확하게 따지면 그 세상은 동시 접속자들 몇 천명에게만 공유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게임을 하고 있는 수십만 수백만 명에게 공유되어 있다는 게 맞다(비록 서버는 다를지라도).


이걸 꿈에 비유해보자.


만약 나 혼자만 어떤 꿈을 꾸면 그건 백일몽이다. 내가 나빈지 나비가 난지 분간이 안 되는 수준의 꿈 말이다. 하지만 그걸 몇몇 사람이 같이 꾼다면, 그건 단순한 꿈의 수준을 넘어선다.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무슨 계획이나 집단 창작을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아직 현실은 아니지만 그 계획이 성공하면 그건 현실이 된다.


그럼 이제 수십만 명이 같은 꿈을 꾼다고 생각해보자. 그런걸 꿈이라고 봐도 될까? 그건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봐야 맞는 거 아닐까? 그럼 온라인 게임이 현실이랄 수 있는 증거는 뭐냐고?


게임 속에서 사용되는 아이템들이 현실 통용되는 돈(현금)의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을 증거로 댈 수는 없을까? 2002년 당시에 공개적으로 거래되는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액이 최소한 3천억 이상으로 추정된 바 있다. 인기가 좀 있다 싶은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은 반드시 거래가 된다.


실제로 온라인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공간은 거의 현실과 다름없는 곳이다. 여기 속에는 직업도 있고, 공동체도 있으며, 사랑과 우정도 있다. 여기서 부자가 되면 현실에서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즉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럼 매트릭스에 접속되어서 계속 공유된 꿈을 꾸고 있는 인간들이나, 리니지 세계 속에 접속해서 공유된 꿈을 꾸고 있는 인간들은 결국 거의 같다고 봐도 된다는 거 아닌가?


매트릭스를 온라인 게임이라고 했을 때, 등장인물들의 이미지는 약간씩 달라진다. 하나씩 살펴보자.


네오 패거리는 결국 아키텍쳐가 애써 만들어놓은 게임세계의 물을 흐리는 소위 불건전 사용자들이다. 요즘으로 치자면 아이템 현금거래를 하고, 계정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불건전 사용자들의 면상을 보라!


근데 얘네들이 게임 속 플레이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향도 따지고 보면 비슷하다. 영화 속에서 해커들은 게임 시스템이 제공하는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도록 하려 한다. 근데 온라인 게임 세계 속에서 이 불건전 사용자들은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생각을 고수하는 정통 온라인 게이머들과는 달리 게임을 자꾸 현실과 연결시키려고 한다.


그럼 에이젼트는? 당근 게임공간 속의 경비병이다. 물론 보통 게임 속의 경비병과는 달리 인공지능도 높고 능력도 훨 많다. 하지만 결국 경비병은 경비병일 수밖에 없다. 얘는 결국 시스템이 설정한 것 이상의 능력은 발휘하지 못한단 거다. 물론 2편에서 스미스는 자기복제능력을 갖게 된다지만 그거야 네오와의 접촉으로 인한 변형 때문이었고....


메로빈젼이나 페르세포네, 키메이커, 트윈스 같은 애들은 물론 NPC(Non playable character)들이다. 근데 어쩌다 보니 얘네들의 인공지능이 넘 발달하면서 인간이나 할법한 질투나 배신 같은 짓거리까지 하고 앉았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이쯤 되면 인간과 뭐가 다를까나? 아니 인간보다 더 명확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더구만...


하지만 얘네들이 하는 질투나 배신이 실제 우리가 경험하는 그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거냐 아니냐고 질문하자면... 지난번에 쓴 진실이 뭔데? 라는 자문자답을 다시 읽어보시길.


그럼 2편에서 나오는 시온은? 아마도 이런 불건전 사용자들이 모여서 함께 작업하는 작업장 정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온라인 게임 운영회사는 이런 넘들을 막아야 시스템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고, 같은 일을 매트릭스도 시온에 대해서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온라인 게이머들은 영화 매트릭스 속에서 네오 패거리를 응원해야 할게 아니라, 어쩌면 스미스 요원을 응원해야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소위 말하는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들이 바로 네오 패거리들이고, 요원들은 그 무질서를 정리하고 모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서유지자이기 때문이다.



  아키텍쳐와 오라클의 차이


이렇게 온라인 게임으로 매트릭스를 보자면 2편에서 엄청 난해한 것처럼 들리는 아키텍쳐와 네오의 대화도 아주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 그 대화록이 있으니 영화를 한번보고도 아리까리한 분들은 다시 읽어보시길... 요기.









아키텍쳐와의 대화


아키텍쳐가 말하길, 첨에 자기 딴에는 아주 완벽한 세계를 만들었는데 그게 대 실패로 돌아갔댄다. 온라인 게임으로 치자면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서 게임 서비스를 접은 것과 같다.


이렇게 몇 번 게임을 말아먹고 나서야 간신히 사용자의 99.9%가 좋아할 만한 세계를 만들었는데 이건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서 좀만 내버려두면 결국 게임 개발자가 원치 않는 모습으로 시스템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거다.


그래서 아키텍쳐는 일종의 루프(loop)를 만들었다. 시스템의 변이가 일정수준 이상 높아지면 네오 같은 애가 등장하도록 하고, 네오가 나타나면 시스템을 자동적으로 리셋(reset) 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이 순환을 계속 반복하는 거다.


근데 이거 지금 온라인 게임 개발자들이 고민하는 거랑 상당히 비슷하다. 실제로 온라인 게임 개발자들이 나름대로 아주 훌륭한 게임이라고 만들었는데 폭삭 망한 게임이 한둘이 아니다. 온라인 게임은 일반 PC게임하고는 달라서 개발자가 얼마나 완벽하고 멋있는 세계를 만드느냐가 게임의 성패를 결정하지 않거든...


그럼 뭐가 중요하냐고?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을 (혼자 하는 PC게임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자유도 라고들 한다. 다시 말해서 게임 사용자가 게임 개발자가 처음에 만들어놓은 게임 설정을 얼마나 자유롭게 사용하고 변형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큰 자유도를 만들어 놓고 나면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그건 이젠 게임이 개발자가 의도하지 않은 모양새로 변해간다는 거다. 실제로 현재 잘 나가는 온라인 게임의 업데이트와 기획을 담당하는 사람들 만나보면 게임을 만드는 건지, 사용자들에 끌려 다니는 건지 헷갈린다는 심정을 토로한다. 자기들이 만들었지만, 점점 지멋대로 변하더니 결국 도무지 자기 것이라고 하기가 어려워진 세계를 본다고 생각해 바라, 당연히 착잡하지.


그러니 개발자의 입장이라면 아키텍쳐를 무척 부러워 할거다. 게임 세계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맘 편하게 리셋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게임 개발자들은 그렇게는 못한다. 지금 리니지나 뮤를 리셋하면 아마 전국의 수백만 사용자들이 한꺼번에 들고일어나서 정말 난리도 아닐걸. 그래서 부분적인 패치나 업데이트로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세계를 고쳐 볼려고 하지만, 사용자들은 늘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낸다.


근데 정말로 개발자들이 아키텍쳐를 부러워해도 될지는 의문이다. 다시 말해서 아키텍쳐의 방법은 일시적인 방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뜬금 없는 소리 같지만, 개미탑이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본 적 있나? 아래 그림은 6-7 미터쯤 되는 개미탑의 내부구조다.



열대지방에 가면 개미들이 이런걸 짓고 산다. 보면 알겠지만, 이 안에는 환기장치와 온도조절 시스템도 완비되어 있고 알 낳는 곳, 쓰레기 하치장 등등이 다 구별되어 있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도대체 개미들은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수 있었을까?


보통은 본능일 거라고 생각하고 만다. 하지만 이거 좀 이상하지 않은가? 개미 머릿속에 개미집 만드는 본능이 들어있다고? 대부분의 본능은 그렇게까지 구체적이지 않다. 본능은 아주 단순한 반응들을 말한다. 뭐 복잡한 본능이 있다고 치자,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 좁쌀만한 개미 머리 속에 그렇게 복잡한 게 들어있을 것 같진 않거든.


이렇게 질문하면 그 다음에는 본능에다가 서로의 화학적 반응에 의한 의사소통에 의해 이런 대 역사가 이뤄질 거라고 말한다. 의사소통... 좋은 말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던 놈들이 의사소통을 한다고 뭔가가 만들어진다는 말인가?


실제로 개미들은 아주 단순하다. 복잡한 생각? 그런 거는 베르베르의 소설이나 디즈니 만화에서나 있는 거다. 걔네들은 그저 뭘 만나면 어떻게 한다는 단순 작업만 열심히 한다. 한 마리 한 마리 가 이런 짓을 할 때는 그냥 단순하고 멍청한 짓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근데 이렇게 아주 단순한 짓을 하는 개미 수백만 마리가 모이면 그 짓거리가 모여서 결국 개미탑이 된다는 거다. 아주 단순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로봇개미들도 모아 놓으면 실제 개미들이 하는 것처럼 조직적인 행동을 하더라는 연구결과들을 통해 과학자들은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실제 개미탑. 존나 높구, 졸라 크다.


개미탑을 만들고 그걸 유지하는 데에는 아주 고도로 복잡한 의사소통과 의사결정과정이 필요한 것 같지만, 실제로 개미들은 단순한 작업을 반복할 뿐이고 그게 모여서 연쇄작용을 일으키다 보면 결국엔 바로 그 고도로 복잡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요즘 이런 현상에 주목하는 학자들이 여럿 있는데, 그들은 보통 이런걸 Emergence(발현)라고 부른다.


실제로 이런 일은 개미들에게서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서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우리 인류문명의 진보가 바로 그것이고 온라인 게임세계의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대도시도 결국은 개미탑이나 마찬가지다. 서울에만 2천만쯤의 인구가 살고 있다. 이 사람들이 하루에 먹어대는 식량이나 생필품을 총괄하는 통제실이 있다는 소리 들어봤나?


그런 게 있다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정말 골 빠개질 거다. 약간만 삐끗해도 수백만이 굶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사실 그런 통제실 같은 건 없다. 그저 각자 알아서 자기 할 일 하다보면 이 복잡한 시스템이 돌아가는 거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변화도 일어난다. 이런 건 전부 의도하지도, 계획되지도 않은 일인 거다.


온라인 게임세계가 게임 개발자들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 모양으로 굴러가는 것 역시 결국은 위와 같은 Emergence 현상의 결과이다. 그런데 이렇게 제멋대로 만들어지고 변화되어 가는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어 아키텍쳐와 오라클은 조금 다른 태도를 취한다.


아키텍쳐가 보는 세상은 프로그램 된 대로 움직이는 게 원칙인 세상이다. 반면에 오라클은 각자가 자기 할 일을 하다보면 그렇게 단순하게 프로그램된 애들로서는 지들도 생각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수준의 의미를 가진 활동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오라클은 "난 지금 니한테 필요한 얘기만 해줄 뿐이야. 지금은 뭔 뜻인지 몰라도 나중에 때가 되면 그게 무슨 소린지 알 거야" 라는 말을 종종 하는데 이게 결국 그런 소리다.









"난 지금 니한테 필요한 얘기만 해줄 뿐이야. 지금은 뭔 뜻인지 몰라도 나중에 때가 되면 그게 무슨 소린지 알 거야"


내 생각이지만, 네오를 보는 관점에서도 둘 간에는 차이가 있을 거다. 아키텍쳐에게 네오는 불확정성의 합산이 만들어낸, 시스템의 버그이고 정리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오라클이 볼 때 네오는 시스템이 자기 진화를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쪽에게는 단순한 오류로 보이는 게 다른 쪽에서는 진짜 중요한 현상인 것이지.


아키텍쳐의 세계관에서는 네오같은 애가 나오면 시스템을 갈아엎고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 본다. 하지만 오라클 같은 입장에서는 아무리 새로 시작해도 결국 네오같은 애가 나오게 되어 있다. 그건 그렇게 되도록 프로그램 되어서가 아니라, 프로그램들의 상호작용이 결국 아키텍쳐가 만들어낸 것과 다른 시스템으로의 진화를 이루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얘기는 결국 언젠가는 아키텍쳐의 방법이 먹히지 않는 네오가 나타날 거란 뜻이기도 하다. 사실 아키텍쳐의 방법은 창세기에서 신이 노아네만 남기고 싹 쓸어버리고 다시 시작했던 거랑 아주 비슷한데, 신은 한번 해보고 나서 이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걸 알았지만 아키텍쳐는 벌써 6번째라니...



  완벽한 세계란 뭘까?


한가지 더 복잡한 얘기 좀 해보자. 과연 아키텍쳐가 말하는 완벽한 세계라는 게 어떤 걸까? 그게 정말 완벽한 세계는 맞나?


이 세계가 어떤 모양이었는지에 대해서는 1편에서 스미스 요원이 모피어스를 고문할 때 주절거리는 대사에서 잠깐 비친다.







"Did you know that the first Matrix was designed to be a perfect human world?  Where none suffered, where everyone would be happy.   


It was a disaster.  No one would accept the program.  Entire crops were lost"


- 첫 번째 매트릭스는 아무도 고생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완벽한 인간세계로 만들어졌었다는 거 니는 아나?


그런데 그게 재앙이었어. 아무도 그 프로그램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모두 죽고 말았지.


그니까 아무도 고통받지 않고, 모두가 행복해하는 낙원이 바로 아키텍쳐가 말하는 완벽한 세계였다. 근데 위와 같은 결과는 사실 당연한 거다. 예를 들어 모두가 행복한 동네를 온라인 게임으로 구현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정말 모두가 행복할까?


공기가 늘 존재하는 경우에는 우리는 공기의 존재에 대해서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우리가 공기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는 것은 공기가 없는 상황을 경험하고 나서부터이다. 같은 식으로, 모든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은, 아무도 불행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데 그렇게 되면 인생을 사는데 있어서 아무도 행복을 느끼거나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즉 행복 vs 불행 이라는 감정 자체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결국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아무도 행복하지 못한 세상이 된다. 그렇다면 누가 그런 게임을 하려고 할까?


아키텍쳐가 말하는 완벽한 세계의 또 다른 특징은 이것이 수학적으로 완벽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수학은 사물이 고정되어있음을 전제로 하는 논리이다. 다시 말해, 1+1=2 라는 등식에서 1은 계속 1로, 2는 평생동안 2인 상태로 남아있다는 전제 하에 진행되는 논리란 말이다.


따라서 수학적 완벽성이란 결국 고급 스위스 시계 속 톱니바퀴들이 돌아가는 모습을 묘사하는 완벽성하고 비슷하다. 한치의 빈틈이나 오차도 없이 모든 것이 예정대로 변함 없이 돌아간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거는 스위스시계에서 기대할 일이지, 사람들이 복작대며 살아가는 사회에서 기대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게 돌아가면 그게 기계지 생명체냔 말이다. 인간은 톱니바퀴가 아니란 말이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언제나 현 상태를 유지하기보다는 계속 변화해나간다.


꼭 그렇게 고정 불변한 완벽한 상태를 생명체에게서 얻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그 생명체를 죽이면 된다. 그러나... 죽인다고 해도 세포단위에서는 부패라는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날 테니 결국 생명체하고 수학적 완벽성하고는 처음부터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겠다.


이렇게 보자면 아키텍쳐가 만들었다던 완벽한 세계는 애초부터 사람들이 들어가 살만한 곳이 아니었다는 얘기가 된다. 첨에 폭삭 망한 게 당연했다는 거다. 근데 아키텍쳐는 여기서 큰 오해를 했다. 자기가 만든 세계가 덜 완벽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본 거다.


그래서 더 완벽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인간 역사도 연구하는 등 온갖 삽질을 한다. 하지만 해답은 정 반대 방향에 있었으니... 오라클이 찾아낸 바에 의하면, 사람들은 완벽한 세계가 아니라 자유로운 세계를 원하고 있었다는 거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온라인 게임세계에서만은 이 얘기가 맞는 거 같다. 그렇다면 아마도 현실에서 우리 인간도 비슷하지 않을까?



 
이번엔 완벽한 세계가 무언지
헤깔리는 잡상 전문우원
짱가 (jnga@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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