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명랑 사회로 가는 길 2003.7.4.금요일
우리는 부지부식간 무언가를 억누르고 억압한다. 이런 자세 문제 있다. 항상 대등하고 평등한 위치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대화하는 것이 명랑사회의 초석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무언가를 억압하고 억누르는 것에 너무나 익숙하다. 그 중 가장 억압받는 것은... 다름 아닌 똥 되겠다. 똥... 이거 억압하면 안 된다. 비근한 예로 오늘 아침 출근길. 평소보다 5분가량 먼저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탔다. 아랫배에 약간 묵직한 것이 쪼까 걸리긴 했지만 설마 1시간도 안되는 출근시간에 날 배신하랴 싶어 아랫배를 두번 탁탁 두들기고 버스에 올랐........던 것이 화근이었다. 두서너 정거장을 채 가기도 전에 아랫배에서는 무언의 반항과 출산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그 무엇이 난리를 부렸고, 본인... 사태가 급박함을 깨닫고 애써 표정관리하면서 중간에 내렸다. 출산의 고통... 본인은 그것을 오늘 느낄 수가 있었다. 아니다... 출산은 빨리 빼내야(?) 하는 것이지만 오늘의 고통은 필사적인 저지 바로 그것이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좀더 박진감 넘치지만 오늘은 똥에 관한 얘기를 하려고 하기 땜에 간단히 써머리로 끝내겠다. 요약본 역내 화장실에서 출산(-_-)후 지갑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됨. 보시라. 본인 벌써 똥을 억누르고 억압하다가 체르노빌 방사능유출 사건과 삐까 맞다이인 보행중 똥 유출사고를 당할 뻔 하지 않았는가. 만약 사고가 발생했다면 치사량에 달하는 쪽팔림으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그대로 퇴출된다. 이거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리하여 배운 오늘의 교훈은 이거다. 똥은 신호가 왔을 때 반드시 빼내야 한다는 것. 억누르면.... 안 된다. 똥을 억누르고 억압하는 건 반민족적 반명랑 행위다. 근데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왜냐면 우리들은 똥을 싸는 것만을 억누를 뿐만 아니라 똥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억누르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거 절대로 안 되는 행위다. 똥은 똥이다. 근데 왜 우리는 똥을 똥이라 부르지 못하고 대변, 큰것, 덩 등등으로 부르는 것일까. 기껏 쓴다는 말이 니똥 굵다 정도. 이것 역시 똥을 상당히 비하한 말이다 이거다. 이거 세종대왕에게 상당히 죄송스러운 대목 되겠다. 똥은 똥이라고 과감하게 불러줘야 한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 화기애애하게 연출되어야 하는 것이다. 상황1 남자: 자기야 얼굴이 왜그래 이 얼마나 명랑한 선진국민의 대화내용인가. 죽을 때까지 우리와 함께 하는 똥. 우리는 똥을 억압하지 않음과 동시에 똥과 좀 더 친해질 필요가 있겠다. 이순간 불현 듯 지난 삼십 평생 동안 작별을 한 똥들이 무지하게 보고 싶어진다. 팔뚝만했던 그녀석, 푸르딩딩한 칼라을 지녔던 개성이 뚜렷했던 그녀석, 나오자마자 제 몸을 흩뿌리면서 장렬히 변기속으로 산화해갔던 눈물겨운 그 녀석, 콩나물과 고춧가루로 나름대로 멋을 부렸던 그녀석.... 다들 지금쯤 어디 있을까... 문제는 또 있다. 우린 배아플때 똥을 탓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똥이 도대체 무슨 죄인가. 그놈은 우리가 먹은 거의 결과물일 뿐이다. 배가 아프다는 둥, 냄새가 난다는 둥, 드럽다는 둥.... 이런 온갖 모욕을 들으며 똥은 묵묵히 괄약근을 통과해서 변기속으로 사라질 뿐이다. 아... 그 얼마나 묵묵하고 고고한 자태이던가... 존경스럽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똥을 배출할 때 좀더 경건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해야 한다. 똥은 억압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리하여 본인, 그 실천방안을 여기 공개토록 한다. 첫 번째. 똥을 배출하기전에 먼저 다정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그래도 우리의 몸뚱아리와 함께 동거동락을 했던 놈이다. 길거리에서 몇시간 번개팅을 해도 정이 드는 마당에 내몸의 일부였던 놈이라면 두말할 필요없다. 감정이 동요하면 과감히 눈물까지 흘려줘도 무방하겠다. 다만 공중화장실에서는 너무 큰소리로 얘기하거나 질질 짜다가 변태로 오인받는 일이 없어야겠다. 두 번째. 가슴이 아프더라도 작별은 과감하게 단행하라. 가끔씩 똥을 몇번에 나누어서 끊어 내보내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거... 똥의 허리를 끊어버리는 경악할 노릇이다. 부디 생긴 그대로 한방에! ...... 날려보내라.... 세 번째. 가끔 똥이 떨어지면서 튀는 물에 똥꼬가 젖거나 미처 닦아내지 못한 잔존물에 하얀색 목련팬티가 물이 드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닝기리던가 제기랄 등의 단어를 내뱉는데..... 우리 그러지 말자. 그것은 똥이 남긴 마지막 선물이다. 뜨겁게 감싸안아줘도 션찮을 판에 욕이라니.... 물이 튀면 마를 때까지, 팬티가 물들면 퇴색할 때까지, 우리 똥과의 기억을 새겨두자. 네 번째. 좋은 화장지를 쓰는 것은 똥꼬에 대한 예의일뿐 아니라 똥에 대한 예의에도 해당된다. 아직도 신문지, 잡지, 지푸라기, 호박잎, 가끔 양말 등등을 쓰시는 분들은 반성하시고 올록볼록 엠보싱같은 부드러운 종이로 똥을 닦아주시라...
이제 우리는 똥을 억압하지 않고 똥을 똥이라고 불러줌으로서, 그리고 똥에게 똥다운 대접을 해줌으로서 2002 월드컵을 치뤄낸 명랑선진국민의 기본을 갖추도록 노력해보자. 이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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