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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통] 청계천을 막지 못하다니...

2003.7.5.토요일
딴지 환경부


새만금도 어렵지만, 청계천은 더욱 어렵다. 그리고 새만금도 죄질이 나쁘지만, 청계천은 더욱 죄질이 나쁘다.


새만금에는 힘들게 살아온 전북이라는 특정한 지역의 경제가 저당잡혀 있어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청계천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냥 죄질이 나쁘기 때문에 아주 마음 편하게, 이 나쁜 놈들 하고 말해줄 수 있어 속만은 편하다.


그러나 막기는 매우 어렵다. 명박이 형이라는 써글 놈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정말 복잡한 서울이라는 특별한 도시의 발전상, 그리고 도시 빈민의 문제, 게다가 조악한 인프라라는 문제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말 좀 쓰지 마라!


청계천은 생태계라는 말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정확히 얘기하면 조경에 가까운 일이다... 쓰바...


생태하천이라구 허벌 썰레발 떨지만, 그냥 쉽게 얘기하면 집에다 어항을 하나 갖다 놓는 거랑 똑같다구 보면 된다. 한강물을 푸든, 아니면 지하철 역사의 지하수들을 퍼오던, 하여간 그냥 커다란 어항 하나를 갖다 놓는다고 보면 똑같다.


원래 청계천 자체가 인공하천이기 때문에 건천이라고도 하는데, 하여간 물은 별로 없다. 아무리 삐가번쩍하게 해두, 늘상 물이 흐르는 하천이 아니기 때문에 명박이형,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방법은? 물 퍼다가 다시 흘리는 거다.


그냥 물만 흘리면 분수 같은 개념이지만, 물고기도 몇 마리 푼다고 하니까 그냥 어항 하나가 도심 한 가운데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건 생태계라고 안하고, 그냥 조경사업이라고 한다.


더 쉽게 얘기하자. 집 안 한 가운데 어항이 있으면 기분은 좋다. 거기에 자라를 키워두 되고, 아니면 아무 거나 넣어두 된다. 기분 나쁘면 치우면 그만이다.



그런 어항이 허벌 큰 게 하나 서울 한 가운데 들어온다고 보면 딱이다. 문제는 치우기 어렵다는데 있다. 집에 있는 어항은 애가 다치면 치우면 그만인데, 사대문 안에 떡하니 들어온 청계천이라는 어항은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치우기가 좀 어렵다.


물론 그건 명박이 형이 걱정할 건 아니다. 다음에 들어올 시장이 걱정할 일도 아니다. 그냥 그게 부영양화가 되든,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든 그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어, 좋은 어항 하나 생기는구나 했던 시민 전체의 조금씩의 희생, 그리고 좀 될만한 세금으로 그냥 때우면 될 일이다.


하여간 이건 어항 만드는 사업이다. 여기다 제발 생태하천 복원이니, 도시 생태계 조성이니 하는 얘기 좀 하지 마라...


쉽게 생각하면, 진짜 하천은 청계천 밑의 파이프로 흐르고, 그 옆으로 또 강에서 물퍼올 또 다른 파이프가 흐르고, 대충 예쁘게 조성된 청계천이라는 파이프 위로 물이 흐르는 거다.


왜 내가 이게 생태계 복원이라고 하지 않냐면, 강의 하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생태계가 여기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냥... 미끈둥한 파이프가 강 밑으로 나오고, 강물이 스며드면서 시작되는 정상적인 생태계의 기초가 여기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 속에 사는 물고기들... 비들기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파리의 비들기들은 자동차가 달려오면 열심히 뛰어간다. 정말 열심히 뛰어간다. 나는 본능마저 까먹은 비둘기 같은 것들을 어항 안에 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거, 개발 파쇼의 복권이다!


전설이 몇 가지가 있다. 무슨무슨 위원이라고 참가한 사람들이 다 빙신이거나 다 꼴통들인 것만은 아니다. 거기에도 생각이 있는 사람들도 있고, 양심있는 사람들도 있다.


쌩깐다는 말은 이럴 때 쓴다. 회의에 참가한 명박이 형, 계속 졸다가, 회의 끝날 때쯤, 그럼 언제부터 첫 삽을 뜨게되는 거지요?


건설회사는 노난다. 이건 새만금과 비슷하다.


명박이 형과 서울시 선거 같이 뛰었던 사람들. 인생 풀린다.


좋은 건? 명박이 형, 건설업체, 인근에 땅 있는 소유주들...


죽어나는 건? 이와 상관없이 세금을 내야하는 나머지 서울 시민들, 강북으로 출퇴근 해야하는 사람들과, 어쨌든 그 근처에 가야하는 사람들, 청계천 일가에서 먹고 살았던 사람들, 그리구 강북 뉴타운 건설이라고 명박이 형 꾀임에 넘어가 허벌레 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죽어가는 거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건 없는 사람들과 있는 사람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땅을 가진 사람들과 그냥 임대해 가계 하나 가지고 있던 사람들과, 뭐 그런 사람들간의 문제이다.
 


 왜 어려운가?


여기에 프로들이 개입하지 못한 것은 복계하천 청계천의 상태가 꼴이 아니었고, 또 청계고가의 안정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없던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그럼 그냥 청계천 썩도록 하면 좋겠어? 니가 청계고가 무너지면 책임질래?


이 두 가지 문제에 프로 중의 프로라고 자부하던 자칭 전문가들이 전부 입 다문게 청계천 복원사업의 또 다른 핵심이다. 그래서 어려웠고, 다들 입 다물었다.


청계천 복원은 대의적으로 좋은게 아니었을까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나, 별 다른 대안은 없었다... 이 두 가지 중의 하나의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중에 정답은?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어벙벙한 말 밖에 할 수 없는가? 실제로 그렇다. 물은 어떻게 끌어올 것인지... 아니면 중간에 싹뚝 잘려버린 원래 청계천의 상류지역은 어떻게 할 것인지? 환경단체들이 열받아 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다. 하여간 하면 되쟎아...


무엇보다도 서울시에서도 아무런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건 안 되고, 저건 되고라는 검토를 할 수가 없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젠 고가가 헐렸고 남은 것은 숙제들 뿐이다...


이제 청계고가의 통행금지가 시작되고, 청계고가는 곧 헐릴 것이다. 고가를 다시 손을 보고, 시간을 갖고, 적절한 복원에 대해서 검토를 하자는 대부분의 주장, 이젠 끝이다. 밀어붙이기의 위력 앞에 어이, 씨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상황되겠다.


명박이 형은 생각보다 쉬웠다고 샴페인을 터뜨릴 것이다.


청계천에서 내몰린 사람들, 환경이 그렇게 중요하냐구 원망하고 있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 동동 굴러봐야, 이제 되돌리기는 어렵다.


청계천에서 내몰린 사람들... 그들을 위해서라도 무엇인가 필요하다.


그리고 긴긴 싸움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청계천의 공구상가가 이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된다, 안 된다 또 한바탕 삽질이 벌어질 것이구, 여기서 몰린 공구점들이 갈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지역에서는 사무실 임대료 좀 올랐다고 박수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이젠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 기왕 하기로 한 것, 어항이라도 썩지 않고, 그래도 우리 애들, 정서에라도 도움이 되게 하는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이 땅에 이런 개발파쇼, 정보독재와 밀실행정에 의한, 그리고 환경을 위한다는 어항 행정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말만으로 그러한 것들은 생겨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또, 에 또 이런 일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수년씩 준비하면서 차분히 해야할 일들, 선거가 생기면, 또 전부 하나씩 이런 것들 만들어서 가져올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1년도 안 남았다. 어디에선가 제 2, 제3의 어항 프로젝트가 준비되고 있을 것이다.


보기 좋은 도시, 살기 좋은 도시라는 말에는 공감하더라도, 제발 명박이형처럼 그렇게 하지는 마라.


음... 본 우원, 눈 똑바로 뜨고 다음 선거 때는 학실히 디벼주마... 한 명씩, 한 명씩... 나 시간 디게 많다.


 
녹색정치 준비위원회 편집우원이자
딴지 환경부 우원
비나리(wasang@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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