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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소설] 입영전야

2003.7.6.일요일
딴지 의학부


 


"너! 이리 좀 와봐!"


다음 사람이 체중계에 올라섰을 때, 허정우 소령은 뭔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황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뒤집어 공막을 살펴볼 필요도 없을 만큼 얼굴 전체가 노랗게 떠 있었다.


"많이 아픈가?"


정우의 말에 그는 매우 힘든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볼록한 게 눈에 띄었다. 원래 배가 나온 사람과 복수가 차서 튀어나온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바로 배꼽의 모양, 이 사람처럼 배꼽이 튀어나와 있다면 복수 때문일 게다.


배꼽 주위로 혈관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렇다면 간경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다는 말인데, 그런 상태로는 입영은 고사하고 생존 자체가 어려워 보였다.


이런 몸으로 어떻게 신검을 받으러 왔을까? 정우는 위생병을 불렀다.


"앰뷸런스 지금 쓸 수 있지?"


위생병이 그렇다고 하자 정우는 그 남자를 병원에 데려가라고 지시하고는 그의 병적 기록부를 살폈다.


남자의 이름은 문희철, 23세고 이번이 세 번째 징병검사였다. 앞선 두 번의 검사에서 모두 혈중 GPT - 간효소 수치로, 간염 등 간이 깨질 때 상승한다 - 가 200을 넘어서 재검사 판정을 받은 터였다.


GPT가 높다고 꼭 간질환이 있는 건 아니지만, 200을 넘도록 상승하는 것은 간염말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간염 환자의 대부분은 B형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이지만, 항체검사 결과 이 환자는 B형 간염도, C형 간염도 아니었다.







"소령님, 큰일났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가려는데, 위생병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옷을 보니 온통 피투성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위생병의 말은 이랬다.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환자가 갑자기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워낙 분수처럼 피를 토하는 바람에 미처 손을 쓸 수가 없었고,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환자가 그만 죽어 버렸다는 거다.


정우는 황망했다. 의사 생활을 하면서 죽음을 경험하지 않은 건 아니라 해도, 지금처럼 신체검사를 받으러 온 환자가 죽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우는 자신이 뭔가 잘못한 일이 있는지 생각했지만, 그를 보자마자 병원으로 보냈으니 문제될 만한 일은 없었다. 게다가 그 정도 아픈 환자라면, 당장 죽지 않더라도 그리 오래 살기 힘든 일이었다.


"시신은 어떻게 했냐?"
"H병원 영안실에 안치했습니다. 가족들과 연락 됐고요"


정우는 H병원에 전화를 걸어 부검 여부를 확인했다. 역시나, 가족들의 반대로 부검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뭔가 꺼림칙했다.


아, 그렇지! 머리칼을 쥐어뜯던 정우에게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 정우는 휴대폰의 전화번호 찾기에 마태우스를 입력했다.








마태우스가 기생충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려서부터였다. 7세 때, 누나가 큰일을 봤던 요강을 비우던 마태우스는 호기심이 생겨 대변을 들여다봤다. 또아리를 튼 대변 안에 뭔가가 꿈틀거린다.


"뭐지?"


그게 30센티가 넘는 엷은 주황색의 벌레라는 걸 확인하는 순간 마태우스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요강은 산산조각이 났고, 자신의 옷에 대변이 흠뻑 묻어있다. 더 놀라운 것은 자신의 배 위에서 그 벌레가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는 거였는데, 그 소름끼치는 장면은 세상에는 싸워야 할 악이 많다는 사실을 어린 마태우스에게 전해줬다.


공포에 떨면서도 마태우스는 그 벌레를 잡아다가 돌로 내리쳤다. 한번, 두 번, 세 번. 벌레의 몸에서 끈적끈적한 액체가 배어 나왔다. 그 벌레가 회충이라는 걸 그는 나중에야 알았다. 비싼 요강을 깼다고 종아리를 맞으면서 마태우스는 아픈 시늉도 내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그는 오직 회충만을 생각했다.


"회충, 언젠가 박멸하고 말거야!"







 
마태우스가 서울지방 병무청에 도착한 건 그날 오후였다. 많은 장정들이 바닥에 앉아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몇 명이 마태우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 뭐하세요?" 남자가 마태우스를 힐끗 보더니 대답했다.


"아, 이렇게 철사를 비스듬히 들고 오랜 시간 바라보다 보면, 사시가 되지요"


아닌게 아니라 그의 눈은 이미 사팔이 되어 있었다.


"사시가 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나요?" 남자는 사팔인 눈으로 웃어 보였다.


"아네요. 한 일주 있으면 돌아와요"


마태우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남자에게 갔다. 그는 꺼먼 액체가 들어있는 병에 수시로 입을 갖다댔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이건 간장인데요, 이걸 다 마시면 X-ray에서 폐가 까맣게 나오죠. 그럼 군대 안 갈 수 있답니다"


마태우스는 그 옆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댁은 뭐 준비하신 게 없나요?"


사내는 갑자기 입을 헤 벌리고 웃어 보였다. 이럴 수가. 사내는 이빨이 모조리 없었다. 바람이 빠지는 소리로 사내가 대답했다.


"구래 안가여고 다 배서요"


이 외에도 어깨를 강제로 탈골시키려는 사람, 등에다 용 문신을 그린 사람, 디스크 수술을 했는지 허리를 만지며 신음하는 사람까지 모두들 이번 신검에 철저히 준비한 것 같았다.


다들 군대 안 가려고 별의별 노력을 다하는구나


하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3년을 군에서 썩는 걸 원할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이렇게 억지로 군대에 간들, 어찌 강한 군대가 될 수 있을까. 마태우스는 지금부터라도 모병제에 대해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 한 달만에 마태우스는 담임 선생님에 의해 앞으로 불려나왔다. 다른 친구들 몇몇과 함께. 영문을 몰라하는 그에게 담임은 이렇게 말했다.


"이 친구들이 바로 기생충에 걸린 애들이어요. 특히 마태우스는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이 다 있네?"


아이들이 까르르 웃어댔다. 마태우스는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고 보니 보름쯤 전에 대변을 모아서 냈던 기억이 난다. 회충에 대해 더더욱 증오심이 일었다.


언제나 내 앞길을 막는 회충.... 어디 두고보자!


그나저나 담임은 왜 그런 걸 애들 앞에서 얘기하고 그런담? 그건 엄연히 내 프라이버신데. 약을 주면서 담임은 또 한번 마태우스의 자존심을 무참히 박살냈다.


"약 먹고, 앞으로는 잘 씻어야 해요. 특히 마태우스는 열심히 씻어라, 응?"


담임이 준 약을 먹고 난 뒤 하루만에, 1년 전에 봤던 것과 비슷한, 20센티가 넘는 회충이 대변으로 빠져나왔다. 편충과 십이지장충 등 크기가 작은 기생충도 회충과 같이 빠져나왔다는 걸 그는 몰랐다.


마태우스는 나뭇가지로 회충을 집어 운동장으로 가져갔다. 도합 4마리였다. 마태우스는 아버지 서랍에서 훔쳐온 성냥으로 나뭇가지에 불을 붙였다. 뜨거운지 회충들이 심하게 꿈틀거렸다. 불장난은 회충이 완전히 타서 재만 남았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뭘 봐?"  마태우스가 왔을 때, 허정우는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아, 마태우스. 어서 들어와"


창밖을 보니 한여름 삼복더위에 열 명이 넘는 청년들이 운동장을 돌고 있다.


"쟤들은 뭐야?"
"응, 귀가 안 들리는 애들이지"
"그런데 왜 운동장을 뛰게 해?"


정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저렇게 10 바퀴쯤 뛰게 한 다음, 멈춰! 하고 고함을 치면 다들 그 자리에 서지"


그 말에 마태우스도 웃음을 터뜨렸다. "꾀병이 많나보지?"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유, 말도 마! 웃겨 죽겠다니까."


"그나저나 날 부른 이유가 뭔데?"
"그게 말이야...."


정우의 얘기를 듣고 난 마태우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세... 내가 보기엔 간경화로 인한 출혈의 전형적인 경우 같은데?"
"그렇긴 한데, 뭔가 좀 이상해서. 너도 알잖아? 내 육감이 동물적이라는 거"


마태우스는 소리내어 웃어 보였다.


"그거야 알지. 출석 부르는 날만 귀신같이 수업에 참석했고"


허정우도 웃음을 터뜨렸다.


"기억하는구나. 지금도 그래. 감사 나오는 날은 귀신같이 알아낸다구"
"알았어. 니 육감을 믿도록 하지"


마태우스는 자료를 복사해서 밖으로 나왔다.







 
어머니 김선자는 마태우스의 탄생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첫애가 딸이라 둘째는 아들이기를 간절히 바랐고, 외모는 좀 못생겼지만 아들이 태어나 기쁘기 한량없었다.


애를 안아들고 미소를 짓는데, 갑자기 애가 혀를 쑥 내밀었다. 그 혀가 도마뱀의 혀처럼 둘로 갈라진 걸 보는 순간 김선자는 그대로 기절하고 만다.


봉합수술을 받아 제대로 된 혀를 갖게 된 뒤에도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이상한 행태를 보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달리 마태우스는 다른 애들이 자라는 것처럼 자랐고, 꼬리가 자란다든지, 탈피를 한다든지 하는 파충류적 특징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마태우스가 기생충학을 하겠다면서 어머니를 찾아갔을 때, 그녀는 그제서야 출생의 비밀을 말해줬다.


"니 혀가 둘로 갈라졌던 건 바로 기생충학을 전공하기 위해서였구나"







 
마태우스는 시신이 안치된 H병원 영안실을 찾았다. 영정 앞에서 오열하는 분이 아마도 어머님 같았다. 말을 붙이기가 미안해, 주방에서 육개장을 푸던 소복 차림의 젊은 여인에게 말을 건넸다. 그 여인은 사망자의 누나라고 했다.


"저는 마태우스라고 합니다. 경황이 없으신 줄은 알지만 몇 가지 여쭤 보겠는데요... 동생 분이 간이 안 좋은 건 언제부터지요?"


"저흰 전혀 몰랐어요. 평소 건강하던 애였거든요. 보름 전부터 얼굴이 노랗게 뜨고 힘들어해서 걱정을 했더니,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그래서..."


여인은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병원 같은 데는 한번도 안 갔단 말이죠?"
"제가 아는 한은 그래요.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변을 당하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가족 중 간이 안 좋으신 분이 계시는지요?"


여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 한 떼의 문상객이 몰려와, 더 이상의 질문은 할 수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신체검사에 의하면 일년 전부터 간이 안 좋았는데, 병원에 간 적이 없다니?


간경화로 죽을 지경이 되면서까지 병원에 안간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뭔가 냄새가 났다. 마태우스는 다시금 여인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귀찮은 듯 마태우스를 쏘아봤다.


"죄송하지만... 저도 육개장 한 그릇만 퍼주시면 안될까요? 탐정도 식후경이라..."


육개장을 먹으며 생각했다.


"또 와야겠다! 육개장 먹으러. 음하하하"







 
간 기능 이상에 대한 병무청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 병원에서 간 조직검사를 받은 만성간염 신검자의 경우, 반드시 간 조직검사 결과지와 병 사용진단서를 지참해야 하며, 간 조직검사 상 간염의 심한 정도를 간염활성지수 및 섬유화 점수로 판단하여 4급 혹은 5급으로 판정하게 된다.


- 간 조직검사를 받지 않은 신검자의 경우, 최초 신검에서 간 기능 검사 상 이상소견이 관찰되었다면 3개월 간격으로 3-4회의 병무청 재 신체검사를 통해 간 기능검사 이상 여부를 검사하게 되며, 그 간 기능검사 상 SGOT(S는 혈중이란 뜻) 혹은 SGPT가 100 이상으로 지속되는 경우는 5급, 100미만인 경우는 4급으로 판정하게 된다.


위 기준에 따르면 문희철이 이번에도 혈중 GPT가 높은 경우, 군대가 면제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간이 아픈 걸 그냥 방치할 이유는 충분히 되는 거다. 체중이 덜 나가는 사람은 살을 빼서, 많이 나가는 사람은 살을 더 찌워서 군대를 안 가려는 판국에, 간이 아프다면 군대를 뺄 유혹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99년부터 체중과다는 군면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마태우스는 보험공단에 가서 문희철의 병원기록을 뒤졌다. 주민등록증이 발급된 18세 이후, 그가 병원에 간 기록은 치과진료가 고작이었다. 2년 전 대학에 입학할 때 받은 신체검사에 의하면 혈중 GPT는 23으로, 정상 범위였다.


간이 나빠진 건 그러니까 그 이후의 일, GPT가 1년 이상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질병을 미녀의사 최문희에게 물어본 결과 다음과 같은 답변을 얻었다.


-B형, C형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간염 : 하지만 문희철은 바이러스에 음성이었다.


-알콜에 의한 간경화 : 나이로 봐도 그렇지만 문희철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편이었단다.


-독성 간염 : 1년 이상 GPT가 200 이하로 유지되는 일은 드물다.


-지방간 : 뚱뚱한 사람인 경우 그럴 수 있지만, 문희철은 오히려 마른 편이다.


답답했다. 도대체 어디가 아픈 걸까? 그걸 알아내는 방법은 딱 하나, 비윤리적이긴 해도 어쩔 수 없다. 신이여, 용서하소서.







 
기생충학을 전공하기 위해서 마태우스는 의과대학에 가야 했다. 순전 회충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그는 열심히 공부했다. 중1 때 대변으로 배출된 회충을 박제한 그는 그걸 책상머리에 붙여놓고 쓰디쓴 표면을 혀로 핥으며 의지를 다졌고, 밤에는 회충처럼 만든 침대에서 잠을 잤다. 스파게티나 콩나물, 라면같이 회충을 닮은 음식을 즐겨먹기도 했다.


그가 드디어 의과대학에 입학했을 때, 그는 회충박멸의 그 날이 한층 가까워 왔다며 이를 악물었다. 다른 과목은 모두 B나 C에 그쳤지만, 마태우스는 기생충학에서 자신의 대학생활 중 유일한 A를 맞았다.


그는 방학 때마다 기생충학교실에서 일을 했고, 교실에 남을 작정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그가 기생충학교실에 남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 기생충학 선생님들이 크게 놀란 것은 당연했다.


선생님 : 아니 갑자기 웬 청천벽력이니? 우리 과목은 너처럼 창의력과         의지를 가진 학생이 필요해.
마태우스 : 전 기생충학을 하기 위해 의과대학에 들어왔어요. 하지만
           이젠 다 틀렸어요. 모든 게 물거품이 되었다구요.
선생님 : 뭐가 틀렸다는 거지?
마태우스 : 회충이...(눈물) 회충이 다 멸종되어 버렸잖아요. 회충을
           박멸하는 게 제 꿈이었는데...흐흑.
선생님 : 멸종한 건 회충이지 기생충이 아냐.
마태우스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선생님: 지금까지의 기생충학이 회충과의 전쟁이었다면, 회충이 멸종
        된 지금은 그간 신경을 못썼던 다른 기생충들에 관심을 쏟을
        수 있다네. 회충이 모양에 비해 온순한 놈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은 채 사람들의 몸 속에 도사린 그놈들은 진짜 위험한 애들
        이지.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다구. 나
        도 회충이 좋아서 기생충학의 길에 들어섰지만, 회충보단 이
        런 애들과 싸우는 게 어찌보면 더 보람 있는 일인 것 같아.
마태우스 : (잠시 침묵) 선생님, 그게 더 보람있다면 이제라도 그놈들
           과 싸우면 되잖아요?
선생님 : (당황하며) 이봐, 난 늙었어. 그놈들과 싸울 정열도 이젠 없
         다구. 우리에겐 자네 같은 젊은 피가 필요해. 우리 교실에 남
         아주지 않겠나?


그 선생님이 옳았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몸을 바쳐 싸울만한 기생충이 많았다. 평소 점잖던 사람에게 항문을 긁게 만드는 요충, 설사를 하게 만드는 작은 와포자충, 피부에 종괴를 만드는 스파르가눔, 하나하나가 마태우스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


게다가 멸종했다고 믿었던 회충도 시시때때로 나타나 그의 가학성을 증폭시켰다. 마태우스는 환자의 입에서 나온 회충을 이빨로 잘근잘근 씹어댔다. 이렇게 포효하면서.


"덤벼! 덤벼 보라고! 음하하하!"







 
다음날 아침 일찍, 마태우스는 다시금 영안실을 찾았다.


"여기요!"


잠에서 덜 깼는지 몽롱해 보이는 여자가 육개장을 갖다줬다. 마태우스는 거기 굴하지 않고 밥을 한 공기 더 시켰고, 커피까지 얻어먹었다. 탐정처럼 3D 업종에 속하는 사람은 기회가 있을 때 잘 먹어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니까.


"저..."


다시금 여인을 부르자 여인이 노골적으로 짜증을 냈다. "왜요!"


"돌아가신 문희철 씨 말이죠, 입관식이 언제입니까?"
"몰라요!"


여인은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공기밥을 추가한 게 잘못이었나 보다. 입관식은 시신에 수의를 입히고 관에 넣는 과정을 말하는데, 다른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입관식은 오후 1시에 있을 예정이었다.


"시간이 좀 있네? 잠이나 자야겠다"


그는 가슴에 숨긴 장비를 확인하고 구석에 누웠다.


"어이쿠!"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놀란 마태우스는 불현듯 잠에서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1시가 거의 다 되었다. 마태우스는 가방을 들쳐메고 시체 안치실로 갔다.


가족, 친지들이 벌써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마태우스는 사람들 틈을 헤치고 시체 쪽으로 접근했다. 황달이 심했는지 피부가 노랗게 변해 있었다.


저렇게 젊은 사람이... 늘 그렇지만, 젊디젊은 시체를 보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시체를 보니 행동으로 옮기기가 영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말 수 없다! 에잇!


마태우스는 넘어지는 척하면서 시체 쪽으로 몸을 날렸다. "오옷!" "꺄악!" 사람들이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시체 위로 넘어진 마태우스는 유족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안치실을 나갔다.







 
병원 병리과에 간 마태우스는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거, 빨리 슬라이드로 만들어 주세요"


병리과 직원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마태우스를 바라봤다. "누구...신지?"


"나 몰라요? 박과장 밑에 있는 사람이오" 마태우스는 명함을 내밀었다.


"빨리 해줘요"


고개를 갸웃하는 직원을 뒤로한 채 마태우스는 병원을 나왔다. 이른 시각이었지만, 마태우스는 인근 술집에 들어가 삼겹살에 소주를 시켰다. 영 기분이 씁쓸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시체 위로 쓰러졌을 때, 마태우스는 전광석화 같은 손놀림으로 시신의 간조직을 떼어냈다. 워낙 가느다란 바늘을 찔러 넣었으니 식별하기는 힘들겠지만, 고인에 대한 예의는 분명 아니었다. 시신의 고통스러운 얼굴이 떠오르자 더더욱 마음이 아파 왔다.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마태우스는 그날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셨다.







 
학위를 딴 마태우스는 향후 진로를 고민했다. 공부를 더 해서 대학에 자리를 잡을 수도 있을 터였다. 그것 역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길이겠지만, 마태우스는 좀더 직접적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싶었다.


기생충학을 전공하면서 일반 사람들이 갖고있는 기생충에 대한 지식이 너무 왜곡되어 있다는 걸 느끼기도 했지만, 그때 읽은 푸에리토리코 사람 사무엘 세라노 박사의 전기가 그를 매료시켰다.


기생충학자였던 세라노는 미궁에 빠진 사건들 중 상당수가 기생충에 의한 것임을 밝혀냈으며, 기생충을 이용해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범인들의 음모를 분쇄해 냈다. 굵직한 사건들을 수도 없이 해결해 낸 그는 국민들로부터 많은 칭송을 받았으며, 나중에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마음을 정한 그는 사무실을 얻었고, <마태우스 기생충탐정 사무소>라는 파란색 간판을 내걸었다. 주위의 반대가 심한 건 지극히 당연했다.


"야, 요즘 기생충이 어디 있냐?"라는 얘기부터 "기생충에 걸리면 병원에 가지, 너한테 가겠냐?"는 힐난까지, 모두가 부정적이었다. 그들의 말이 옳다. 기생충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건 사실이지만, 요즘 누가 기생충에 관심을 갖겠는가.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난 한국의 세라노가 될거야! 굶고 살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겠어!


개업식이 끝나고 친구들이 모두 돌아간 사무실에서 마태우스는 핀으로 손가락 끝을 찔렀다. 붉은 피가 몇 방울 나왔다. 마태우스는 연신 손가락을 짜가면서 B4 종이에 네 글자를 썼다.


滅蟲平和(멸충평화 : 기생충을 없애 평화를 이룩하자)







 
"이것 좀 보게나" 마태우스는 현미경에 슬라이드를 끼운 채로 정우를 불렀다.


"내가 보면 뭐 아나" 현미경 앞에 앉은 정우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아니! 이게 도대체 뭔가?"


잘라진 벌레의 단면 수십 개가 시야에 나타났다. 벌레 주위로 광범위한 섬유화가 진행되어 있었고, 가끔씩 보이는 간세포가 아니었다면 그 조직이 간이라는 걸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였다.


"죽은 문희철의 간조직이지. 그가 간경화에 빠진 건 바로 개회충 때문이야"
"이럴 수가... 그래서 바이러스에 음성이었군. 간조직은 대체 어디서 난건가?"


마태우스는 손을 내저었다.


"그건 묻지말게. 탐정의 프라이버시니까. 문제는 문희철이 어떻게 그리도 많은 개회충에 걸렸느냐 하는 거야"


정우는 뭉툭한 턱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집에서 기르는 개가 회충에 걸려 있는 건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내가 물어본 결과 그는 아파트에 살고, 개를 기르지 않아"


정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마태우스를 바라보았다. "그럼 어떻게?"


"동네 개들한테서 옮을 수도 있어. 개똥을 모아둔 곳에서 흙장난을 한다면 말야. 하지만 그는 흙장난 같은 걸 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지"


마태우스는 있는 대로 폼을 잡은 뒤 입을 열었다.


"그래서....그의 집에 찾아갔네"







 
마태우스가 문희철의 아파트를 찾았을 땐, 가족들이 장지에 다녀온 직후였다. 때문에 그들은 매우 지쳐 있었고, 낯선 사람의 방문이 달가울 리가 없었다.


"다음에 오세요. 예의도 없나요?"


딸이 옆에서 거들었다. "엄마, 저 사람, 육개장 많이 먹은 사람이야"


"아니 두그릇 먹은 거 가지고 야박하게... 그러지 말고 잠깐만 들여보내 주세요. 아드님은 어떤 음모에 의해 희생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니까요"


어머니의 마음이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걸 마태우스는 놓치지 않았다.


"진상을 규명해야 아드님의 영혼도 편히 쉴 수 있지요. <장화홍련>도 못 보셨어요?"


그 말이 통했는지 현관문이 열렸다.


마태우스는 문희철의 책상서랍을 다 뒤졌다. 한창 때라 그런지 별의별 물건이 다 나왔다. 마태우스는 그 중 <놀자 소년(play boy)>과 <펜트네 집> 몇 권을 집어 가방에 챙겨 넣었다.


서랍을 더 뒤진 끝에 마태우스는 수상해 보이는 병을 발견했다.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병이었고, "잘 흔들어 드세요"라는 문구가 씌어 있다. 뚜껑을 열어보니 속에 든 액체가 거의 말라 있었다.


"퉤!" 마태우스는 침을 한 방울 섞은 뒤 손가락으로 저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돋보기를 꺼내 그 액체를 관찰했다.







 
"그, 그랬더니?" 흥분한 정우가 다음 얘기를 재촉했다.


"예상대로야. 개회충의 알이 잔뜩 보이더군. 그 병은 그러니까 개회충 알을 담아 놓은 병이었던 거지"


정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럼... 신검 때마다 혈중 GPT가 높았던 건 개회충의 알을 먹어서였군! 군대를 빼기 위해서 말야"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그런 방법을 문희철 혼자서 터득했을 것 같지는 않아서 어머니께 여쭤 봤지. 문희철이 1년쯤 전에 큰돈이 필요한 적이 없었냐고. 어머니가 한참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하시더군 "


"교련 시간에 쓸 총을 사야 한다고 100만원을 가져간 적이 있어요. 그땐 몰랐는데,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 물어보니 교련이 없어진 지가 언젠데 그러냐고 핀잔을 주더라구요. 하도 괘씸해서 잡아다 두들겨 패줬어요. 이렇게 죽을 줄 알았다면 그때 때리지 않는건데... 흑..."


"그러니까 누군가가 개회충 알을 분리해서 군대를 뺄 수 있다고 선전을 했고, 문희철이 그걸 산 게로군. 그러다 너무 많은 알이 들어가는 바람에 간경화가 온
거고"


"그렇지"


마태우스와 정우는 입영 대상자 중 문희철과 비슷하게 혈중 GPT가 높으면서 간염바이러스에 음성인 사람을 찾았다. 생각보다 많아, 모두 23명의 이름이 떴다. 그 중 3번 모두 GPT가 높아 면제가 된 사람이 16명, 나머지는 한번, 혹은 두 번 GPT가 높아 재검을 받아야 하는 경우였다. 마태우스는 그 중 한 명에게 찾아갔다.







 
마 : (병을 보여주며) 자네, 이거 보면 느끼는 거 없나?
그놈 : (당황하며) 어, 없는데요.
마 : 얼마 전 이걸 먹은 애 한 명이 그만 죽고 말았네. 자네도 그렇게
     되고 싶나?
그놈 : ....
마 : 말해라. 이 병, 누구한테서 샀어?
그놈 : .....
마 : 정 말하지 않겠다면 할 수 없지.


마태우스는 그놈을 의자에 묶은 뒤 엉덩이를 갖다댔다.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지만..." 마태우스는 배에 불끈 힘을 주었다.


"뽀-옹!" 힘찬 소리와 함께 가스가 분출되었다.


"으윽!" 그놈이 신음소리를 냈다. "이건 너무 심한걸? 파전 냄새가 나는 것 같아. 한번 더!" 마태우스가 다시 엉덩이를 갖다대자 그놈이 소리를 질렀다.


"알았어! 알았다고! 말하면 될 거 아냐"


그놈은 두 달 후에 2차 신검이 있을 예정이라, 보름 후에 범인을 만나 다시 약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보름 후, 여의도공원. 마태우스는 형사 몇 명을 데리고 화장실 주위를 에워쌌다. 그놈이 화장실에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놈이 노크를 하자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나왔다.


"저놈이다!"


마태우스의 함성과 함께 형사 네 명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왜, 왜들 이러는 거야?"


사내가 저항했지만, 사내의 손에는 이미 수갑이 채워진 후였다. 마태우스는 사내의 가방에서 회충알이 가득 든 병 세 개를 더 발견했다.


사내는 병역기피방조죄 및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그리고 이미 군대가 면제된 16명을 포함해 개회충을 이용해 군대를 면제받으려던 23명 전원이 현역 입대가 결정되었다.







 
정우와 마태우스는 삼겹살 집에 앉아 술을 들이켰다.


"이 땅에 징병제가 존재하는 한, 그리고 군대 문화가 지금처럼 폭력적인 한, 군대를 빼기 위해 목숨을 걸 사람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거야.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저 스물 세 명 역시 피해자가 아닐까?"


마태우스의 말에 허정우도 동감을 표시했다.


"있는 놈 자식은 군대를 안가는 풍토에서 어떻게 군의 사기가 좋을 수가 있겠나. 우리나라도 앞으로 모병제로 전환하는 걸 생각해 봐야 돼. 그놈의 돈이 문제긴 하지만. 어쨌든 고마웠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제2, 제3의 희생자가 생길 뻔했어. 이거, 얼마 안되지만..."


허정우는 안주머니에서 돈을 꺼냈고, 마태우스는 냉큼 돈을 받았다.


"고마워. 군인이 돈이 어디 있다고"
"가난한 탐정보다야 낫네. 그건 그렇고, 혹시 그 책 좀 빌려줄 수 있나?"
"무슨 책?"
"아 그거 있잖아. 문희철 네 집에서 집어온..."
"응, <놀자 소년> 말이구나? 아따, 이 사람. 밝히는 건 여전하구만!"


둘은 그날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셨다. 길바닥에 누운 둘의 눈에 별이 빛나는 밤하늘이 펼쳐졌다. 둘의 입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밟아도 뿌리뻗는 잔디풀처럼/시들어도 다시피는 무궁화처럼....우리도 힘을모아 하나로 뭉쳐/힘세고! 튼튼한!/나라 만드세!/아리 아리아리랑...."








개회충: 개회충의 알을 사람이 먹으면 성충이 되지 못하고 몸 여기저기를 떠도는데, 그 중 가장 흔히 침범하는 곳이 간이다. 간 이외에 눈으로 가 망막박리를 일으키는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딴지 의학부 전문우원
마태우스 (bbbenji@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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