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너의 자율은 남의 타율 2001.6.14.목요일
뉴욕타임즈, 엘에이 타임즈, USA 투데이,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이름도 쟁쟁한 미국의 거대 신문사들이다.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언론들이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여론이, 나아가 전세계의 여론과 정책 방향이 이 신문들 영향을 받는다. 좃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대한매일, 경향신문..... 우물안 개구리 서로서로 잘났다고 아옹다옹하는 우리나라 신문들이다. 저 맨 위에 나열한 고명하신 이름들하고는 쨉이 안 될 것 같지? 그러나 자고로 신장과 리치의 길이만으로 승부가 나지는 않는 법. 강인해 보이는 외모와 잘 찢어지지 않는 탄력있는 피부도 경기 외적인 조건들에 불과한 법. 한국인 특유의 악바리 근성과 무대뽀 정신으로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 자 그럼 찍어내는 신문 부수 가지고 맞짱이나 함 붙여볼까? 우선 미국 챔피언 월스트리트 저널 대 국내링킹 1위 좃선일보. 미국 제일의 거대언론사보다 설마 좃선이 발행부수가 더 많을까? 그렇다. 184만 대 240만. 여유있게 좃선이 이긴다. 그럼 미국 2위 USA 투데이 대 국내랭킹 2위 동아일보는? 161만 대 215만, 무려 50여만 표 차이로 동아의 압도적인 승리다. 한단계 더 내려가면, 그 이름도 유명한 전설적인 뉴욕타임즈와 중앙일보의 매치. 이건 115만 대 240만, 더블스코어도 더 되는 차이로 중앙의 케이오승. 글타. 울나라 신문들 전혀 꿀릴 게 없다. 적어도 발행 부수로만 보면 말이다. 한국인들아 자신감을 가지자. 울나라 언론, 그렇게 허접한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도 신문으로만 치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독서량이 많다....
물론 이 수치들을 다 믿을 수는 없다. 우선 울나라 신문들의 발행 부수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마지막 한자리 숫자까지 투명하게 공개되는 외국의 신문 부수와, 신문사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한국의 부수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국내 중앙 언론 중에서는 좃선일보만이 ABC (Audit Bureau of Circulations) 인증을 받고 있다. (잘하는 건 잘한다고 해야쥐...) 그나마 무가지(돈 안받고 그냥 넣는 신문)의 비율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사절하는데도 억지로 넣는 신문, 처음의 몇개월 공짜 구독 기간, 그리고 찍기만 하고 바로 폐지 처리장으로 직행하는 신문 등이 무가지이다. 좃선의 경우 유가지 부수는 180만대로 확 떨어져 버린다. 총 발행 부수에서 무가지가 차지하는 비율만을 놓고 본다면 국내 신문 중에서는 한겨레가 가장 낮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1천만부 이상의 일간 신문이 쏟아져 나온다. 그 중에서 350만부 정도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그대로 폐지 처리장으로 직행한다. 그 뿐인가. XX 신문 사절이라는 글자와 함께 문간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신문은 또 얼마며, 차마 인정상 끊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구독하는 신문은 또 얼마나 많던가. 전량 수입하는 종이의 국가적 낭비, 독자들의 불편, 게다가 광고주들의 불만... 이런 전국민적 바보짓을 우리는 대체 왜 계속하고 있을까.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종이는 종이대로 낭비지, 독자는 독자대로 불편하고 열받지, 보기 싫다는 집에 들어가서 구독료 받아내야 하는 직원도 구차하고 치사하지, 광고주는 비싼 돈주고 실은 자기 광고가 대체 몇명한테 전달되는지 알지도 못하지, 게다가 그런 거 투명하게 하자고 하니까 언론탄압이라고 거품물고 자빠졌지.... 이 거대한 난장판의 수수께끼, 그 열쇠는 바로 신문 배달 시스템에 있다.
본지 46호의 어느 지국장의 하소연의 주인공, 중앙일보 창동지국 김동조 지국장. 그는 이 신문배달 시스템의 전형적인 피해자이다. 지난번 기사에도 언급했듯이 그는 중앙일보 지국을 운영하며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그가 무능한 지국장이었냐 하면 그건 아니다. 87년 유료독자 1200명짜리 지국을 맡아서, 원래 구역의 반만 관할하는 상태에서도 2001년 현재 유료독자 2100명을 확보했다. 인수당시 관내 3위였던 중앙일보를 한때 1위까지 올리기도 하는 등 온몸을 바쳐서 일했고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중앙일보 본사에 납부하지 못한 신문값 6643만원, 사채 7천여만원, 그리고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는 자조감 뿐이다. 창동 지국은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갔고, 지국 인수할 당시 보증을 섰던 친척들 볼 낯도 없다. 신문 지국은 본사에 일정액수의 돈을 주고 신문을 받아와서 일반 독자에 배달, 월말에 징수된 구독료와 광고 찌라시 수입으로 먹고 산다. 즉 신문 소매상인 셈이다. 본사로부터 물건 띠어다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중앙일보는 지국장을 사장이라고 한다. 독립된 사업주체라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혀 독립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가장 단적인 예로 신문 한 부가 얼마인지, 단가라는 개념 자체가 이쪽 세계에는 아예 없다.
본사가 "이번달에 얼마 내쇼"하면 그 액수를 내야 하는 게 신문 지국들이다. 본사는 또 판매 부수 확장하라고 엄청난 독촉을 한다. 그래서 부수가 올라가면 돈을 올린다. 반대로 판매 목표량을 못 채우면 벌칙이 있다. 가끔 독자들이 이사가서 부수가 내려가면? 그건 상관없다. 판촉활동에 드는 돈? 본사에서 연리 8~9%로 꿔준다. 신문사는 꿩먹고 알먹고 돈벌기 참 좋다. 돈장사도 하고 신문장사도 하고... 그대신 지국에 주는 혜택으로 실제 유료 부수보다 많은 신문을 준다. 독자가 2000명이라면 신문은 3000부쯤 준다는 것이다. 본사의 신문 부수도 늘어나고, 지국에서도 그 신문으로 독자 확장 등에 쓸 수 있고... 뜯지도 않고 그대로 갖다 버리는 신문이 그래서 늘어난다. 그러다가 지국이 못 견디고 돈을 제때 못 내면? 지국을 접수한다 (그러니까 내쫓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서 처음엔 싼값에 신문대금을 책정한다. 그 사람은 "야 이거 해볼만하군" 하면서 덤벼들고, 날이 갈수록 올라가는 본사 납입금에 허덕이다가 빚만 남기고 떠나간다. 그러면 신문사는 다른 사람을 찾아 싼값에 해준다. 이런 악순환이 끝도 없이 되풀이되어 왔다. 세계 거대 신문사를 더블스코어로 제쳐버리는 한국 신문들의 엄청난 발행부수는 이런 판매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신문을 억지로 밀어넘기면, 지국은 그 신문으로 풀을 쑤어 먹든 똥닦는 휴지로 쓰든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자, 조중동에서 게거품 물며 반대하는 신문고시가 바로 이것과 연관되어 있다. 곧 시행되는 우리나라 신문고시의 주요 내용중 지국과 관련된 것들은 다음과 같다.
좃중동 빅 쓰리 신문사들은 무가지 비율과 경품 제한 등을 신문사 길들이기라며 맹렬하게 저항해왔다. 무가지 비율이나 경품 제한을 하는 것이 자유경쟁 제한이며, 신문사들이 알아서 영업하는데 웬 참견이냐고 한다. 그러나 신문사 영업이란 게 위에서 보듯 신문부수 지국에 떠넘기기, 덤태기 씌우기식으로 이루어져 온 것을 생각해볼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아주아주아주 지극히 당연한 일이란 말이다. 다른 기업들은 하지 못하는 불공정 행위를 신문사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신문사가 버는 돈은 다른 돈하고 종자가 틀리더란 말이냐. 신문고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후 좃중동은 정말 게거품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맹렬하게 씹어대기 시작했다. 중앙 동아도 마찬가지지만 가장 거품 무는 게 좃선이므로 3월 1일 이후 좃선 기사 제목만 나열해 보겠다. 자 보시라 얼마나 많은 거품이 부글거리는지... 과다경품·무가지 규제 신문고시 부활 쓰바 너무 많아서 제목만 옮기기도 힘들다. 이들이 주장하는 자율은 그들만의 자율일 뿐이다. 그들의 자율이 남의 타율이 될 때, 그 자율을 제한해서 남의 타율을 보호하는 게 민주사회의 기본 원칙 아닌가. 신문사들이 맘껏 자율을 누릴 때, 독자는 강제구독에 고생하고, 엄청난 신문종이가 그대로 버려지고, 어떤 사람들은 빚지고 집팔아 알거지 신세가 된다. 신문의 논조나 방향은 그야말로 자율로 보호받아야 한다. 좃선 아니라 좃선 할애비라도 그 자유는 누려야 한다. 그러나 신문 판매 시스템, 그리고 그에 따른 돈거래만큼은 철저하게, 낱낱이 공개되고 개혁되어야 한다. 신문 판매 시스템의 개혁 없이 언론 개혁은 없다.
김동조 지국장은 5월 20일부로 지국을 접수당했다. 그러나 너무 억울해서 이대로 물러설 수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법적 투쟁을 벌이는 한편, 이 일을 계기로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전국 신문판매 노동조합(이하 판매노조)을 설립하고 5월 25일 용산구청에서 신고필증을 교부받았다. 일반적인 고용계약관계가 아닌 신문판매인들의 노조에 대해 행정관청이 선뜻 신고필증을 교부해 준 것은, 그동안의 관행에 비추어 보면 획기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판매노조에는 전국의 지국장 및 직원이 가입할 수 있으며, 본사로부터 받을 불이익 때문에 가입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나, 전국에서 문의 및 가입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총회도 준비중이다. 신문 판매노조 설립 = 언론개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왜곡된 시장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 신문 때문에 당하는 불이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본지는 판매노조 설립을 지지하는 바이다. 전국의 지국 및 판매인들이여, 아래의 연락처로 전화 한번씩 때려 주시길 바란다.
딴지 편집장 최내현 (asever@ddanzi.com) |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는 검색이 금지된 단어입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